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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16 19:40:14
  • 수정 2020-08-18 15: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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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기념 제56회 미추홀바둑리그는 철통방역을 실시한 가운데 바둑마니아 48명이 다섯 판씩 푹 바둑에 빠져서 하루를 보냈다.


세상살이가 모두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살아가다보면 구석구석에 '희망'이라는 게 있어서 그나마 살아갈 동력은 되는 법이다. 오랜 장마의 칙칙함은 가고 청명함이 찾아왔다. 그러나 서서히 잊어가던 코로나19는 다시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열정을 놀릴 수야 있겠는가. 


48명의 열혈 바둑인들이 15일 오전부터 미추홀바둑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일찍 인천의 명소 인천바둑발전연구회 사무실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그곳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인지 잘 모른다. 그저 ‘김종화 치과’라고 알고들 있다.


서둘렀다. 무려 5개월간 미추홀리그가 중단되었을 때는 평범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느꼈었고, 지난 달 다시 재개되었을 때는 마치 해방된 듯 즐거움을 만끽했다. 해방이라? 그렇다. 오늘이 광복절이었다. 


광복절 기념 제56회 미추홀리그는 48명으로 인원을 늘려 오전10시부터 다섯 판을 바둑을 열심히 두어보자고 했다. 상금도 평소보다 많이 인상해서 혜택도 많이 돌아가도록 했다니까. 광복절 기념으로 미추홀기우회 최병덕 회장은 200만원을 별도로 쾌척하여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자고 했다. '역시 광복절은 좋은 것이여~'


▲처음 미추홀을 방문한 정연호 변호사,  정갑수 전 인천생활체육바둑협회장,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교수. 


광복절이라서 기뻤을까. 오늘따라 새로운 얼굴이 많이 눈에 띤다. 먼저 명지대 바둑학교수 정수현이 ‘절친’ 정연호 변호사를 대동하고 정갑수 전 인천생활체육바둑협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고, 또 왕년의 고수 김경현과 내셔널선수 김재승도 처음 얼굴을 비췄다. 동네 강1급 곽동근과 행운대상 10만 원권을 획득하게 되는 임직순도 첫 출전.


또한 팔순의 양완규와 후학을 키우는 최진복은 전주에서 새벽차로 올라왔고, 전남 신안공무원인 김종민은 천리 길도 마다않고 출석부에 도장 꾹. 그 외 서울 수원 성남 이런 50km이내는 언급회피.


또한 지난 대회에 미 출전자 중 우승후보인 ‘무거운’ 프로 서능욱과 이호승이 눈에 들어온다. 둘은 인천의 신구 간판스타들이다. ‘아! 덕분에 우승 꿈은 또 멀어져가는구나’하고 느끼는 분도 많을 듯. 


늘 하회탈 같은 웃음꽃 핀 얼굴의 이호승은 오늘따라 손이 모자란다. 한손에는 합죽선 4개를 들고 왔고 또 한손은 지팡이를 짚느라 분주하다. 합죽선은 신신서 최정의 친필사인을 받아와 기념품으로 내놓았으며,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지팡이의 부축 없이는 걷기 힘든 모양.  ‘혹시 다른 선수와 부딪힌 건 아니겠지?’ 이호승이 걷기 힘들 정도의 부상이라면 그 상대는 중상 아니면 사망일 텐데…. 


▲다리 부상당한 바둑리거 이호승이 V포즈 취했다.


미추홀은 3승은 해야 소정의 상금 내지 선물이 생긴다. 하기야 다들 동네에선 알아주는 1급들이니 4~5판 중 3승은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프로를 위시하여 내셔널 아마강자들. 그리고 왕년 프로 뺨치던 실력파 시니어 선수들. 게다가 최소 죽어도 강1급을 주장하는 동네고수들이 상대인지라, 그 1승이 만만찮다.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첫판이 두어진다. 최선을 다하는 한판이다. 이 한판을 이겨야 우승가능성이 생기고 이 판을 패하면 웃음가능성이 생긴다. 그래도 점심은 다들 맛있게 먹었다. 아직 1패라고 해도 입상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 


홍근영 조종신 박종훈 김재승 등등 요즘 주니어들이 부쩍 참가가 늘어나면서 행운상 당첨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아졌다. 누구라고 말은 안하겠다. 참가금 2만원에 식사 두 번 하고 행운상까지 뽑게 되면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소박하게 목표를 바꾸었다. 


나종훈 서능욱 최진복 서부길 양덕주 김동섭 등 시니어들은 2~3라운드를 마치자 벌써 별이 하나씩 붙는다. 역시 주니어들이 세긴 세다. 


▲홍근영과 이호승의 결승전 초반 장면. 바둑판 좌변 흑 석점이 떠있는 모양에서 훗날 수상전이 붙게 되고 여기서 흑이 패하면서 바둑을 놓치고 만다. 


여기저기서 긴 장탄식이 들려오고…. 만원증권배를 겸하는 여기저기서 만 원짜리도 나부낀다. 


결국 4승자는 이호승 조종신 홍근영 세 명으로 압축된다. 평소 같으면 4승으로 그냥 우승이지만 광복절 기념으로 우승상금이 일인당 35만원이니 한판 더 붙어야 한다. 셋 중 둘은 우승이다. 하는 수없이 이호승-홍근영이 결승전을 갖고 조종신은 1패자 중 최고수인 서능욱과 또 세미결승이다. 두 판 모두 승자가 35만원씩 거머쥔다. 


홍근영-이호승 판은 정선으로 붙었다. 이호승은 바둑리그멤버인데 레벨을 –1로 친다. 그래도 탁월하다. 중반 한때 수상전이 붙어서 이호승이 완승을 거둔다. 역시 바둑리거가 세긴 세다. 


이호승은 “부상투혼으로 싸웠다. 나에겐 아직 오른쪽 손가락이 남아있다”며 마치 조치훈의 휠체어대국을 연상케 하는 ‘가벼운 발언’으로 소감을 전했다. 곧 더 좋은 소식도 전해질 듯.


▲서능욱과 조종신의 '세미 결승전'. 이 바둑은 대마 수상전이 붙는 등 스펙타클한 바둑이었지만 결국 반집승부였다. 조종신은 2회 대회 연속 우승.


같은 시각 서능욱-조종신 판. 서능욱이야 익히 아는 파이터. 조종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분이 많다. 내셔널 인천SRC 팀의 주력인 주니어이며 실제로 요즘 바둑이 잘되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도 4승으로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손오공과 수 싸움이 붙었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재미난다. 패를 동반한 수상전이어서 또 상전벽해 천변만화가 발생한다. 승부가 드라마틱하게도 계가바둑이며 반집승을 조종신이 거둔다.


그런데 그냥 반집승이 아니다. 서능욱에게서 계가를 마치고 나자 주변에 사석으로 추정되는 돌 하나를 발견한 것. 그래서 문제가 될 상황을 맞았으나 서능욱은 싹싹하게 반집패를 수긍. 그러자 주최 측에서는 1패자 서능욱이 흥미로운 바둑을 보여준 대가로 4승자의 반열에 올렸다.


▲행운대상은 첫 출전한 임직순(가운데)가 차지했다. 미추홀기우회 장두화 총무, 최병덕 회장, 임직순, 김종화 대회장(시상).


역시 본선 경쟁부분이 끝나고 행운상 추첨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도 먼저 가는 분이 없다. 2만원 5만원 10만원 아마 십 여 명에게 행운이 돌아가고, 그마저도 못 탔다면 고급마스크와 칫솔세트를 지급한다. 


그 마저도 못 탔다면 하는 수 없이 그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다음이 아쉽다면? 소갈비구이에 거나하게 소주 한잔 걸치고서 못다 한 바둑얘기나 실컷 하고 가실 게요~. 


압구정은 전국구들의 짜릿짜릿한 치열함이 묘미라면 미추홀은 지역구 장터 같아서 역시 좋다. 


사진으로 장터 분위기를 전한다.




▲김종화 치과는 10%의 치과와 90%의 바둑행사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좌측은 화려한 바둑경기장이며 오른쪽은 초라한(?) 치과.


▲김종화 원장이 대회 직전 출전선수 명찰을 고르고 있다.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좌측) 외 협회 회원들의 노력봉사에 의해 바둑행사가 원만히 진행된다.  "바둑거리두기는 원활치 않아도 마스크만은 절대 내리지 맙시다."


▲미추홀대회에 출전한 '홍이점.' 김미애(앞)과 곽계순(뒤). 


▲미추홀리그를 떠 받치는 고마운 두 축.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과 김종화 미추홀대회장. 오늘은 광복절이라 국기에 대한 경례 모습을 담았다.


▲48명 저스트 대회장의 모습. 평소의 2/3가 들어찼고 관전객도 거의 없다.


▲정맥회 총무 손양호-미추홀 회장 최병덕.


▲정연호 변호사-팔순의 양완규 전 아마유단자연맹회장.


▲정연우-최돈민.


▲조종신-김동섭.


▲'마지막까지 최선을...' 이석희-곽계순.


▲바둑리거 이호승-왕년의 고수 김경현.


▲전주에서 새벽차를 탄 최진복-박중훈.


▲홍근영-최병덕. '친선경기는 아닌데...' 알고보니 최병덕 회장이 우승후보와 2승자 경기를 하는 중이라고. 결국 최회장은 3승(2패)로 입상했다.


▲'여기 바둑마니아 부부가 있습니다.' 김종화 곽계순 부부가 홍근영-이호승 경기를 나란히 관전하고 있다. 


▲2연패를 달성한 조종신.


▲첫 출전에 4승을 올린 김재승.


▲인천의 간판스타 '손오공' 서능욱.


▲양덕주-나종훈.


▲이건우-이주행 부자.


▲3승자 시상.


▲4승자 시상.


▲준우승 시상. 홍근영(준우승).


▲장두화 미추홀 총무, 최병덕 회장, 이호승 조종신(우승), 김종화 대회장.


▲최정 신진서 친필사인이 들어간 휘호부채를 받은 행운아. 최돈민, 문영출, 이건우, 서부길.


▲행운상 수상자 최익규 양완규.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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