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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10 14: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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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속 부천바둑인 윤명철은 내셔널 부천판타지아 단장 겸 감독이다.

 
부천시장배는 1990년도부터 존재했다. 20년을 이어오다 느닷없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2012년 그 좋던 바둑대회가 사라진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부천바둑인들은 지역 국회의원이자 바둑 마니아인 설훈을 찾아가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하며 1년 만에 부천시장배를 어렵사리 복구한다.

 
그 일을 계기로 부천바둑계를 이끌게 된 이가 윤명철(67) 현 부천바둑협회장이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부천 소재의 바둑대회가 무려 6개로 급성장했다. 게다가 또 하나의 경사가 겹쳤으니 꿈에도 그리던 내셔널리그 팀이 생겼다. 그 이름도 환상적인 ‘부천판타지아.’

 

이미 바둑계에서 윤명철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 소릴 들어야 한다. 부천에서 1990년부터 ‘천재바둑교실’을 30년째 열어놓고 후학을 지도하고 있으니 그도 천상 바둑인.

 

그런 윤 회장이 내셔널 부천판타지아 단장 겸 감독이다. 그런데도 권위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이웃집 복덕방 아저씨처럼 수더분하다. “단장이 별건가요? 우리 부천은요. 이미 가족이에요 가족.”

 

흔히 해보는 말처럼 들렸던 순간, 심해솔, 차은혜, 양덕주 등 쟁쟁한 선수들이 윤 단장 통솔하에 삼삼오오 모여 앉더니 연습 바둑을 둔다. 별도의 약속도 없었단다. 또 윤 단장이 놀란 기자를 힐끗 곁눈질하면서 농반진반으로 우쭐댄다. “가족이 집에 오는 데 온다고 말하고 오는 건 아니죠. 하하.”

 

신생팀은 흔히 선수들이 손발이 잘 맞지 않아 창단 초기엔 고생깨나 한다. 그러나 부천판타지아의 경우는 전혀 아닐 듯하다. “주말마다 이렇게들 자발적으로 모인 건 수개월이 되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본의 아니게 연습 기간이 길어진 거죠. 정말 가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어요. 이젠 실전에서 보여줄 겁니다.”

  

▲부천선수단은 주말마다 자발적으로 모여서 팀워크를 다진다. 사진은 지난 3월 부천지바둑센터에서 차은혜 류인수-김진우 양덕주가 페어경기를 벌이는 모습.

  

사실 부천은 몇 년 전부터 내셔널에 끼고 싶어 했다. 급기야 부천판타지아가 내셔널에 편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경기도민체전 얘길 꺼낸다. “2016년부터 4년 동안 바둑이 시범경기 종목으로 있다가 올해는 정식 종목이 되었죠. 그런데 딱 부천이 금메달을 따려니까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되었었지 뭐예요.”

 

도민체전 4년 동안 부천은 첫해부터 종합 2위, 3위, 2위, 6위를 나란히 달성했다. 경기도엔 31개 시·군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우량한 성적이다. 경기도민체전이 내셔널리그창단의 시발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절반이라는 경기도는 익히 알다시피 수원, 화성, 안양, 성남, 부천, 안산, 고양 등 굵직한 도시들을 머금은, 그래서 인구 1000만을 훌쩍 넘기는 대형 광역도(道). 따라서 31개 시·군 단체장들에게는 경기도민체전이 사활을 걸 만큼 주목도가 높다. 전국체전에서 경기도가 캐낸 금메달은 부지기수지만, 경기도민체전에서 부천시가 캐낸 금메달은 부천시와 부천시민들에게는 당연히 금지옥엽이란다. 듣고 보니 이해가 쉬웠다.

 

“2016년부터 내셔널에 참가를 시도했죠. ‘내년 내년’ 하다가 드디어 올해 창단을 하게 된 겁니다. 부천시체육회에서 진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렇다면 성남NaturalCore나 화성시는 부천판타지아와 마찬가지로 경기도 소속팀이 아닌가. 신 라이벌이 될 듯한데, 뜻밖의 답변이 돌아온다. “성적에 대한 압박은 오히려 없어요. 성남은 라이벌이라고 생각은 않고…”

 

다시 돌려서 질문을 해봤다.
“과거 경기도민체전에서 우승한 도시가 어디에요?” 윤 단장은 의표를 찔린 듯 마지못해 “화성과 안양….” 알아서 이해하면 될 테다.

 

부천판타지아는 뒤늦게 창단하는 바람에 만족할만한 선수 선발을 못 했을 듯한데, 윤 단장은 전혀 아니란다. “부천 출신 양덕주, 한창한은 일찌감치 부천으로 달려왔고 저는 류인수를 퍼뜩 데려왔고 정민효 코치는 후배 김진우를, 그리고 심해솔, 차은혜까지 미리 스카우트했죠. 만족합니다. 가족이 가족을 안 믿으면 그게 가족이에요? 하하.” 

 

▲부천시체육회 임원들과 부천바둑협회 임원들이 의기 투합해 모범지자체팀 부천판타지아가 탄생했다.

 

 신생 부천판타지아가 시너지를 기대할만한 부분은 바로 가족적인 분위기이며 그 분위기는 선수들의 강한 소속감에서 나온다. 부천시체육회에서 가족으로 생각할 정도로 대우를 잘해준다는 점도 있다.

 

부천 선수들은 체육회 규정상 1년 계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 체육회는 별 하자가 없으면 연장 계약을 계속할 생각이며, 오히려 달아날까 노심초사할 정도로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깊단다. 그 애정은 월급제 형식의 ‘수당’에서 나타난다고 윤 단장은 자랑한다.

 

“부천시체육회는 56개 회원종목 중 바둑 포함 32개가 정회원입니다. 바둑은 체육회 소속 선수로 4명이 뛰게 됩니다. 따라서 직장운동부소속 선수는 훈련비 명목의 ‘월급’이 지급되고, 월 52만 원을 13개월을 쳐서 받습니다. 퇴직금을 포함해서요. 4대 보험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바둑은 정식으로 기업이나 지자체 팀이 없는 가운데, 소위 ‘월급’이 주어지는 곳은 아마 부천밖에 없을 것이다. 팀과 선수가 서로 믿는 분위기만은 확실한 듯하다.

 

1992년 정맥회는 유명했다. 이지현, 현미진, 박지은, 박영훈, 류재형, 이현욱, 박지훈, 서무상, 김태동, 김진환, 박휘재 등 전국구 동호인이 총집결했던 정맥회는 전익하, 김진환 등과 함께 윤명철이 주도했다. 또한, 1995년 인천지역을 모태로 만들어진 미추홀기우회는 김종화, 서부길과 함께 역시 윤명철이 주도했다.

 

50년 바둑인 윤명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전국구 기우회 두개를 자신의 족적처럼 남기고 있다. 부천판타지아도 50년 이상 가는 족적으로 남길 바라마지 않는다. 부천판타지아는 5월 개막전에서 2승1패의 호성적을 올리고 있다. 

 

▲부천판타지아를 이끄는 두 축. 정민효 코치와 윤명철 단장 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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