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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6-15 23:03:23
  • 수정 2019-06-15 23: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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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오지 정선의 대표 관광지 화암동굴 앞 주차장이 오전부터 붐비고 있다.

 

아직 오전인데도 화암동굴입구는 평소보다 많은 낯선 차량들로 북적였다. 주변 상인들이 '바둑행사에 왔냐'고 먼저 물을 만큼 아리랑바둑축제는 산골 정선의 관심사였다.

 

‘축제인가 대회인가’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직접 와서 느껴보니까 축제가 맞았다. 바둑이 있는 축제 말이다.

 

오후1시가 가까워지자 동해 태백 강릉 춘천 원주 평창 영월 등 강원 각 지역에서부터 속속 도착하더니, 포항 인천 서울 청주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모여들었다.

 

제주는 1,2팀이 출전했다. 제주에서 서울로 항공편으로 와서 서울서 차로 달렸다고 한다. 제주1팀은 내셔널리그 제주의 이현국 단장이 주장이 되어서 신현석 최진원 류인수 등 쟁쟁한 선수들을 ‘모시고’ 왔다. 이단장은 전지훈련 삼아 모였단다. 제주2팀 박성균도 내셔널 제주 소속.

 

▲ 버스대절로 전국을 다니는 '바둑유람단' 인천부평구 멤버들. '진짜 존경합니다~!'

 

유서 깊은 포항한점기우회도 반가웠다. 포항바둑의 대부 이성호 원장을 필두로 포항여성연맹회원과 전국을 다니는 ‘바둑유람단’. 역시 1,2팀이 출전했다. 포항도 국토 한쪽 끝에 위치해있어 정선까지 오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을 듯.

 

바둑유람단하면 이 팀을 빼면 말이 안 된다. 부평구ABCD…팀이다. 쉽게 말하면 인천이다. 바둑대회라면 전국을 빠짐없이 버스대절로 다니는 ‘무서운’ 인천이다. 이번에 38명밖에 못 왔단다.

 

인천은 특히 여성연맹이 매우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번에 부평구로 나온 이유는 부평구에서 버스를 지원해주었다고. 게다가 진짜 김방련 인천부평구 바둑협회장도 동참했다.

 

▲ '젊은그대들 반갑소이다!' 2030바둑모임 '오늘도 바둑' 회원들.

 

또 빠뜨려서는 안 될 반가운 모임도 함께 했다. 바로 2030 젊은 바둑인들의 모임 ‘오늘도바둑’이 함께 했다. 젊은 친구들이 바둑도 세다. 모임장인 잘 생긴 청년 이승엽과 오동현은 당당 타이젬9단으로 우승을 노릴만한 1진을 구성했다. 그런데 1등과 꼴등의 상품이 엇비슷한 것으로 안다.

 

정선아리랑 바둑축제가 6년차가 되었으니 수백의 바둑인들이 모였어도 질서정연했다. 10급도 있고 프로급 9단들도 즐거운 맘으로 참여했다. 설사 첨보는 사람이라도 식구 같은 동류항이 있다.

 

▲ 굵고 짧게 선명하게 자기 전달을 한 전제우 정선바둑협회장의 환영사가 빛났던 개막식. 김방련 인천부평구바둑협회장, 이현국 내셔널 제주팀 단장, 이길웅 동해바둑협회장, 박영근 영월바둑협회장, 이연희 인천여성바둑연맹회장, 박성수 프로가 앞에 앉아있다.

 

“아리랑의 발상지이며 산자수려한 정선은 예부터 무릉도원이었습니다. 오늘 아름다운 고장 정선에서 수담과 함께 추억을 한 가득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정선바둑협회 전제우 회장은 짧고 간결하게 환영인사를 끝내자, 객석에서는 오히려 너무 짧은 인사말에 ‘섭섭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자 전회장은 “바둑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오신 분들입니다. 빨리 축제를 시작하는 게 저도 좋습니다.”하고 센스장이처럼 답변하여 환호와 박수를 유도했다.

 

가장 짧은 개막식을 마치자마자 정선 바람하늘공원 야영장에선 제6회 정선아리랑배 전국 동호인바둑축제가 개시된다. 무·릉·도·원 4개조로 나뉘어 바둑삼매경에 바로 돌입.

 

▲ 대형 천막에 무릉과 도원 두개조가 각각 따로 경기를 가졌다.

 

첫날인 오늘은 딱 절반만 즐겼다. 오후1시부터 두 판씩 열심히 바둑을 두었다. 치수제였지만 치수를 감추는 사람도 없었고 감출 필요도 없었다. 잘 둔다고 자랑할 이유도 없고, 못 둔다고 뭐라 할 이유도 없었으니.

 

오후5시부터는 어느 정치인이 주창하던 ‘저녁이 있는 삶’을 바로 우리가 누린다. 주최 측에서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한없이 퍼 담고서 삼삼오오 술잔을 부딪치며 밤을 새워도 모자라는 바둑이야기를 또 안주 삼는다. 잔잔한 통기타 가수들의 연주와 음악과 함께.

 

취기가 좀 오른다 싶을 시각. 어김없이 ‘아제타임’이 시작된다. 저녁부터 시작되건 폭우 천둥도 우리를 막지 못했다. 사실 내일 남은 절반의 야외대국이 쪼메 걱정되기는 하지만(기사를 쓰는 지금도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 '이것이 바둑이다!' 꼬마와 할아버지의 진지한 대국. 꼬마도 다른 할아버지들과 한 팀.

 

‘바둑이 좋다 사람이 좋다. 바둑 두는 사람은 더 좋다.’

 

낮에는 바둑을 실컷 즐기고, 오후엔 야외에서 바비큐에 션한 맥주에 7080 공연을 즐기고, 밤에는 ‘갈비인지 통닭인지’ 뜯으면서 U-20 월드컵 결승 중계를 보면서 정선의 밤을 지새우고, 또 내일은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가끔씩 시간이 멈췄으면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정선의 오늘처럼 말이다. 


 

 

 

▲ 축제가 벌어질 화암동굴 입구.

 

▲ 먼저 요기부터 했다. 주최측에서는 볶음밥을 준비했다. 

 

▲ 인천 최고 미녀들만 모였다. 인천부평구A팀. 우로부터 곽계순 이강숙 심명옥 최서영.

 

'패션에서 동질감' 무영회A 김준이–메밀꽃 김회순.

 

정선바둑협회 전제우 회장.

 

▲ '이것은 공원인가 경기장인가' 개막식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는 출전자들.

 

▲ 정선 영월 태백에서 바둑을 배우는 어린이들도 축제를 함께 했다.

 

▲ 야외에서 대국하는 어린이들과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정겹다. '아이들은 이렇게 키워야 하는데….'

 

▲ 바둑을 배운 지 몇달이 되지 않은 어린이들이지만 제법 근사하게들 두었다.

 

이곳 화암동굴은 일제가 금을 수탈해가던 곳이었다. 이 조형물을 얼핏 보면 목가적인 분위기로 보이지만, 사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던 아픈 과거를 담고 있다. 

 

▲ 한마음A-춘천B.

 

▲ 동해 윤철순-제주2 박성균.

 

▲ 전국구 스타 제주1과 영월A의 대결. 내셔널 제주팀 단장 이현국(7단)과 선수들인 최원진, 류인수, 신현석(이상 9단).

 

▲ 역시 반집승부는 관중이 먼저 알고 병풍을 치기 마련.

 

▲ 바둑입문자들에게는 알까기 퍼포먼스가 인기였다. 6형제바둑에서 제작한 롤러가 달린 알까지 경기.

 

▲ 타이젬기력을 대회 공인으로 사용하였기에 타이젬 직원들이 대거 파견되어서 잊어버린 타이젬 ID 찾아주기 행사를 벌려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 손님 대접을 도맡았던 도우미 어머님들.

 

▲ 야외에서 음식을 만들고 대접한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먹음직스러운 김치삼겹살을 보면 생각나는 대사가 있다. '반찬인가 안주인가.'

 

▲ 포항한점기우회가 건배 포즈를 만들어준다.

 

▲ '가든파티란 이런 것!' 이때만 해도 비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 '카수’ 김양섭 전 태백바둑협회장의 '안동역에서'. 슬슬 비가 내린다.

 

▲ 저녁이 되자 비가 좀 밉상이긴 했다. 아랑곳않고 아제타임은 계속되고 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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