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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07 04:36:19
  • 수정 2019-01-07 11: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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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15년째 개최된 아바사신년회 모습. 무려 120명이 참석하여 바둑인의 단합을 과시했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바둑동네의 무탈하고 바둑인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맘을 한데 모아서 2019 아바사신년회가 질퍽하게 벌어졌다.

 

“맥주 양주 소주 막걸리 등 주류불사하고 100명이 1년 마실 수 있는 술이 준비되어 있으니 알아서 갖다 드세요!”

 

새해 바둑동네 첫 행사 2019 아바사신년회가 5일 오후 서울 아마바둑사랑회회관에서 Club A7(대표 홍시범)의 직계 방계 식구들의 주최로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1박2일로 벌어졌다.

 

신년회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하면 오해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바둑인들이 한데 모여서 마시고 떠들고 노래 부르고 바둑 두는, 그저 사람내 나는 장터국밥집을 연상하면 된다. 당연히 여야도 없고 프로아마의 구분도 불필요했다. 다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참석자 대표들이 한데 모여 케이크커팅. 좌로부터 청산 정순오, 아바사 박연숙 실장, 강준열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김종택 서울바둑협회장, 윤명철 부천바둑협회장, 박성균 선수대표.

 

“'바둑대상'이나 '바둑인의 밤'같은 송년회는 다들 많이 하는데, 바둑동네에서 신년회는 아무데서도 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시작한 것이 올해로 15년이 되었어요. 미어터질까봐 연락도 안했는데 다들 아시고 오시네요.”

 

인천에서 괴산에서 부천에서 대전에서 제주에서 충주에서 문경에서 반가운 바둑친구들이 속속들이 집합했다. 박성균 김동섭 심우섭 이용만 최진복 박휘재 김종민 등 전국구에다 윤종섭 나종훈 한철균 최원용 프로들도 함께 했다.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서울고기우회 한돌기우회 압구정리그 정맥회 등 유수의 바둑모임도 참석했다.

 

서울 응암동 지하 아지트의 정원은 90여석. 그런데 벌써 120명이 들어찼다. 자리가 모자란 20~30명은 뭐, 알아서 비집고 들어가 앉는다. 올해는 처음 참석하시는 분이 많단다.

 

평소 퍼주는 게 즐거운 홍대표는 참가자 전원에게 1만 원 이상씩 후원금을 '강제로' 징수했다. 왜 일까? 아마도 기자처럼 숟갈만 들고 오는 방문객들의 미안함을 덜어주려는 사려 깊은 처사가 아닐는지. 만원의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1박2일 동안 먹고 마시려면 준비가 단단히 필요할 게다. 대부분의 음식은 A7 식구들이 준비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먹을 것은 우리가 들고 온 경우도 더러 있었다.

 

문경새재배의 산파 금동일은 문경생탁배기 100통을 공수해왔고, 서울 김종민은 횟감을 준비했고, 충주 이종익은 충주사과를 들고 왔다. 감귤은 제주 한공민이, 떡갈비 돼지수육 김밥 과일은 동네 친구들이 정성껏 마련해 왔다. 또 A7에서 열심히 일했던 한 멤버는 삼겹살 100인분을 준비했고, 전남 기명도는 몸은 멀어서 못 왔지만 흑산도 홍어를 배송해왔다. 이쯤 되면 임금님께 바쳤던 진상품들과 호선이 아닐는지.

 


알코올이 어느 정도 번져갈 즈음, 애국가 제창으로부터 공식 신년회는 시작된다. 노래방기기에서 익숙한 노래반주를 넣자 자진해서 나와서 ‘애국가’를 부른다. 스무 살 때 A7 식구가 된 육용지는 권진원의 ‘살다보면’을 불렀다. 귀에 익숙한 노래를 굉장히 어렵게 불렀다. 그것도 2절까지.

 

이어서 한국초등연맹 이승주 부회장이 등장해 신웅의 ‘시계바늘’을 구성지게 찰지게 불러제쳐서 ‘노래는 이렇게 부르는 것임’을 참교육 시켜준다.

 

다음은 복권 긁기. 즉석복권을 참가자 전원에게 나눠주고서 찰나의 순간만큼은 황금돼지꿈을 다들 꾸게 했다. 당첨금의 2배를 현찰로 뿌리겠다고 홍대표가 선언했음에.

 

작년 신년회에선 10만 원 짜리가 두 명이나 당첨되었다는 말을 듣고 저마다 체면불구하고 나무젓가락, 숟가락으로 긁어대길 10분여. 가끔 500원짜리 1000원짜리가 당첨되기도 했으나, 올해는 큰 당첨금이 없었다. 이에 입심왕 홍대표는 “새해엔 요행을 바라지 말고 성실히 살라는 뜻”이라며 꿈보다 해몽.

 

▲ 신년회엔 바둑을 즐기는 20세 이상 '아무나' 와서 즐기면 된다. 꼬마아가씨는 손가락 두개를 펼치는 것을 보아 20세 인듯~.

 

한바탕 왁자지껄 분위기가 뜨자, 비로소 한 분 한 분 참가자들이 모두 마이크를 잡을 순서가 돌아온다. 바로 자기소개부터 자신의 지역바둑대회 공지 등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순서였다. 거의 1시간 동안 귀를 기울이며 100명의 멘트를 모두 경청한다. 이제 봄이 되면 대회가 줄기차게 이어질 것임에, 어느 지역에서 만나더라도 서로 인사하고 지내자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물론 그 다음 스케줄은 끝나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만찬이었다.

 

'올해도 힘차게 시작합시다!'

풀뿌리 바둑인들의 저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2019년 아바사신년회는 우리가 객이며 우리가 호스트인 우리네 새해맞이 축제였다.

 

▲ 서울 응암동 지하 아바사회관 계단과 입구에 현관문에 찾아오는 손님을 반기는 글귀.

 

▲ 입장하자마자 2019년 소원을 적었다. 나중 행운권 추첨을 겸하게 된다. 사진은 부천멤버들.

 

▲ 홍대표의 팬클럽 회원들.

 

▲ 멀리 문경에서 생탁배기 100병을 몰고 온 문경바둑의 금동일 전 회장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 충주사과를 들고 온 충주 이종익을 반가이 맞이하는 홍시범 대표.

 

▲ 일본 연구생 미우라타로(15 가운데)가 조국환 충암바둑도장 원장내외와 함께 방문했다. 미우라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홍맑은샘의 제자인데 방학동안 수련삼아 왔다고. 아마6단의 기력.(박순옥 여사님~ 눈 감은 사진을 써서 죄송합니다~~!)

 

▲ 송난희 장수연 두 여성참여자는 행사장에 도작하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가더니 음식준비하는 A7 식구들을 거든다.

 

▲ 윤종섭 프로와 박성균. 오랜만에 모습을 비춘 윤종섭(71)프로는 자신을 1973년 입단한 후 한번도 본선진출을 못한 프로라며, 대신 바둑을 사랑하기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 신년회 개회식을 거행하는 홍시범 대표.

 

▲ 먼저 '애국가 제창' 있었다. 김은선 프로의 부친 김웅환 선생, A7 핵심 육용지, 한국초등바둑연맹 이승주 부회장의 열창으로 신년회는 개시된다.

 

▲ "맛없는 음식이라도 많이 드시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여러분을 뵙길 바랍니다." (아바사 박연숙 실장)

 

▲ 전통의 기우회 정맥회 회원들이 뭉쳤다. 가운데는 전국구 박휘재.

 

▲ 압구정리그 멤버들. 최진복(가운데)과 그의 제자. 그리고 오른쪽은 지난 연말 미추홀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전국구' 양세모.

 

▲ A7 수요강좌팀도 뭉쳤다. 수요강좌 사부님 심우섭(왼쪽)과 제자 송난희 장수연. 주종도 사부님의 취향을 따라 막걸리파.

 

▲ 황원순 신병식.

 

▲ 복권긁기 타임. 체면이고 자시고 없다!

 

▲ 최고 행운은 무려 2억! 2억 앞엔 남여가 따로 없다.

 

▲ 먹는 게 남는 것.호텔뷔페 저리 가라.

 

▲ A7 식구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음식이었다. 맨 왼쪽은 홍대표의 처제 박연숙, 부인 박천금(빨강), 딸 홍맑은비.

 

▲ "올해도 부천시장배에 많이 참가하시길 바랍니다." 윤명철 부천바둑협회장의 인사. 왼쪽부터 정민효 이용만 한면희 사범.

 

▲ 심우섭과 괴산명필 청산 정순오.

 

▲ 바로 이 글귀가 청산의 작품. 바둑일보 제자(題字)도 그의 솜씨.

 

▲ 홍대표는 선물 하나하나를 협찬해주신 분들 소개를 잊지 않았다. 왼쪽은 자몽신드롬 살균스프레이. 오른쪽은 자신의 동서가 만든 제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 행운권 추첨에서 당첨된 장수연 씨가 선물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참여자들의 2019년 소원수리함을 열어보았다. 이용만의 '전국대회 우승 5회'와 우하귀 김동섭의 '조국통일' 눈에 확 띤다.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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