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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23 01: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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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의 명소 힐링캠프 예서원에서 벌어진 전국시니어바둑대회 결승 박성균-김동근 대결.

 

낭·만·부·활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함호영 시, 홍난파 곡 ‘사공의 노래’ 중에서)

 

은은한 노래 소리가 흐르는 강릉의 명소 예서원에서 12일 아주 특별한 바둑대회가 열렸다. 하긴 대회라고 하기엔 아담하고, 대회가 아니라고 하기엔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강영일 김동섭 심우섭 서부길(수도권), 김동근 박성균(충청권), 하만호 한철(강원권), 조민수 권병훈 양창연(호남권), 신영철 박강수 장부상(영남권), 김준식 강순찬(제주권).

 

백전노장들이 강릉으로 집결했다. 이 행사는 분당기우회장배를 다년간 개최했던 바둑광 백정훈 전 회장이 사비를 들여서 전국에 흩어져있는 시니어들을 격려하는 의미로 ‘딱 16명을 초대한, 이름하여 '강릉 전국시니어바둑대회'.

 

자연과 더불어 편안한 마음으로 쉬다 갈 수 있는 발효전문 힐링캠프 예서원.

 

초청대회이기 때문에 ‘전국대회’라는 이름은 붙이기가 뭣하지만, 그 참가선수들의 면면은 전국대회에 다름 아니다. 평생을 바둑계에서 잔뼈를 키워왔고 여전히 바둑에 남은 뼈를 묻고 사는 ‘뼈 속 바둑인’들.

 

강원도 대표 한철은 바둑 일선을 떠나 양봉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고, 왕년의 고수 하만호는 원주에서 부동산업을 한 지 오래 되었다. 그 외 시니어들은 이미 전국대회 입상권에 드는 화려한 현역 시니어들이다.

 

대회 때마다 자주 만나지만 그래도 객지에서 만나면 왁자지껄 반가운 법. 그러나 경기시각 오후 1시가 되자 진행요원인 인기바둑MC 박창규의 능숙한 진행으로 어제의 용사들이 매끄럽게 경기에 들어간다.

 

16명이니까 스위스리그로 대국을 펼치면 딱 네 판이면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네 판을 마치면 이곳 예서원의 천연식품으로 조리한 연잎밥으로 만찬을 하고, 남은 저녁시간은 여흥을 하면 딱 맞는 스케줄이다.

 

우승상금은 100만원이지만 백회장은 노란봉투에 16명의 올드보이들에게 교통비를 별도로 담아주었다. 아마 제주에서 날아와서 김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온 강순찬 김준식에게는 좀 더 담았을 것이다.

 

 ▲ 첫 판부터 강적끼리 만났다. 김동근(승)-조민수.

 

 대다수 참가자들은 시니어 랭킹1위인 조민수가 우승후보일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조민수는 ‘오빠’ 김동근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고, 나머지 경기를 다 이겼으나 결국 3승1패로 5위에 그친다. 스위스리그는 처음에 일단 이겨두어야 동률일 때 유리하다.

 

김동근이 요즘 시니어들 사이에서 '늘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아닌 게 아니라, 조민수를 이기더니 하만호까지 제압하며 2연승.

 

그리고 맹장 박성균과 학구파 양창연이 역시 2승.

 

의외로 바둑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한철이 2승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2패를 더하긴 했지만. 그가 꺾은 장부상 김동섭은 내셔널 멤버가 아닌가. 한철은 “그나마 홈링이라고 친구들이 봐주었나 보다.”고 너스레.

 

따라서 4강전은 2승자인 양창연-김동근, 박성균-한철 간 대결로 좁혀졌고 이들 중에서 우승자가 나오게 되었다. 결과는 김동근과 박성균 승.

 

결국 충청권에서 출전한 두명의 선수끼리 결승을 치른 결과 김동근이 박성균에게 300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흑으로 반집승을 거둔다.

 

우승자 김동근은 “분당 백(정훈)회장님이 시니어들을 생각해서 만들어준 의미 있는 대회에서 우승을 하여 몹시 기쁘다. 부디 건강하셔서 다음 다다음 대회에서 또 건강한 모습을 뵙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대회 풍경을 사진으로 전한다.

 

▲ 16명의 성적표 일람.

 

▲ 대회 준비 모습. 왼쪽은 대진추첨을 하고 있고 오른쪽은 바둑판에 선수들이 사인을 하고 있다.

 

▲ 제주 김준식-서울 심우섭.

 

▲ 부산 장부상-강원 한철.

 

▲ 예서원의 주인장. 발효전문가인 정계천 씨와 정국정 대표. 정대표는 과거 강원바둑협회 전무이사를 역임한 바둑인이다.

 

▲ 강릉 예서원은 건강이 여의치 않은 분당기우회 백정훈 전 회장이 요양차 이곳을 방문한 뒤 예서원 정대표에게 정감을 느끼던 바, 그리운 시니어들과 함께 이곳에서 대회를 힐링대회를 열게 되었다고.

 

▲ 전주에서 5시간이 걸려서 참가한 양창연과 권병훈.

 

▲ 김동섭-한철 경기에 많은 눈이 쏠린다. 한철 승.

 

▲ 연구생 출신 문효진이 강릉에서 다니엘바둑도장을 개설해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그의 제자와 함께 예지원을 방문하여 선배들과 함께 했다.

 

▲ 오랜만에 승부바둑을 두어보는 하만호는 수가 안 보이는지 줄곳 서서 대국했다. 테이블이 좀 높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

 

▲ 프로 강지범의 아빠 강순찬(왼쪽)은 천하의 조민수와 백을 들고 바둑을 둔다며, 기자에게 특별히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 박성균-한철 4강전.

 

▲ 양창연-김동근 또 다른 4강전.

 

▲ 강영일.

 

▲ 김동섭.

 

▲ 서부길.

 

▲ 강릉최고수 한철.

 

▲ 포항의 강타자 박강수.

 

▲ 박성균.

 

▲ 예서원은 카페와 펜션이 합쳐진 아담한 목조건물이다.(사진출처=예서원)

 

▲ 김동근-박성균 결승 장면.

 

▲ 입상자들이 두둑한 상금을 손에 들고 기념촬영. 김동섭 김동근 백정훈(시상) 박성균 양창연.

 

▲ 전 출전자들의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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