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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22 18:01:27
  • 수정 2018-12-23 0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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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보이'를 사랑한 백정훈 회장(72).

 

늙어서도 그 기량이 덜 쇠퇴하는 대표적인 종목이 바둑이다. 인생 대부분을 바둑과 함께 살았던, 그러나 풍요롭지는 않았던 그들 시니어들을 격려하는 버젓한 바둑대회가, 십여 년 전 어느 지독한 바둑광팬에 의해 생겨난다.

 

2005년에 아마시니어를 위한 대회로 출범했다가 2011년부터 프로에게도 문호를 허용했다. 바둑마니아라면 다들 기억할 것이다. 분당시니어배라고.

 

일개 기우회가 무려 우승상금 1000만원을 걸고 대회를 12년 동안 이어왔다. 지금은 기우회장의 직책을 내려놓았지만, 뭇 시니어들은 백정훈 전 분당기우회장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그 백정훈 회장(72)이 돌아왔다. '강릉 전국시니어바둑최강전'이라는 타이틀을 들고서.

 

▲ 몸이 불편하면서도 시니어들의 대국을 끝까지 관전하는 백회장.

 

“젊었을 때 바둑계을 주름잡았던 그 고수님들이 이제 비슷한 연배가 되어 흰 머리가 늘어갑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여러 사범님들을 모시고 저녁 한 끼 하고 싶었습니다. 삭막한 대회는 싫습니다. 그때 그 얼굴을 다시 만나고 싶을 뿐입니다.”

 

그는 ‘올드보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집결호를 외쳤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인사말로 그는 ‘대회 아닌 대회’를 개시했다. 몸은 3년 전에 비해 많이 쇠약해졌으나 예의 그 바둑사랑, 인간사랑은 그대로였다.

 

그는 수 삼 년 전에 비해 부쩍 건강이 여의치 않다. 예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볼륨이 많이 약해졌으나 그 눈매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바둑계를 누구보다 걱정했고 바둑인들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백회장과 전국에서 모여든 시니어들은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사실 대회랄 것도 없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우승상금 1000만원의 매머드였지만, 지금은 1/10으로 줄었다. 그래도 부족하다는 선수 하나 없다. 오히려 멀리 순천에서 전주에서 대구에서 인천에서 한 걸음에 달려왔을 뿐이다.

 

 ▲ 그가 좋아하는 시니어 중 한 명인 박성균의 바둑을 옆에서 비슷한 수읽기 포즈를 취하면서 관전하고 있는 백정훈 회장.

 

“대회랄 것은 없고… 같이 즐기던 사범들을 한번 보고 싶어서 모아보라고 했지. 여력이 되면 1년에 한두 번 자그마한 대회를 개최할 생각은 늘 있지. 내가 좋아하니까. 난 큰 대회를 하고 싶지만, 나이도 있고 건강도 문제고 재력도 넉넉지 않고…. 다만 바둑을 사랑하니까 (적더라도) 이해해주겠지.”

 

백회장은 일반 평직원으로 근무하다 한국타이어 계열사 사장(ASA)까지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분당기우회 회장을 16년 동안 맡았고(분당기우회장배 12회 개최), 2013년 내셔널 전북알룩스, 2016년 고향 포항에 포항영일만 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현재 내셔널리그 팀을 확보하는 것도 큰 일이 된 상황을 비춰보면 참으로 고마운 패트런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바둑인에게 귀감이 되는 열혈바둑인 백정훈 회장의 건강을 빌면서 전국에서 강릉으로 모여든 올드보이들은 치열하게 바둑을 두었다. 그것이 곧 백회장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휴양인줄 잘 아니까.

 

▲ 분당기우회 백정훈 전 회장과 다년간 분당기우회 총무를 맡아온 '분신' 박창규 바둑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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