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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02 01:41:03
  • 수정 2018-11-02 08: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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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BA 강지훈-전남 박수창 최종국 종국. 중앙전에서 압승을 거두고 박수창은 거의 승리를 목전에 두었을 때, 강지훈의 마지막 흔들기를 견디지 못하고 좌상귀 흑이 허망하게 잡히면서 박수창은 돌을 거두었다. (K바둑 화면 캡쳐)

 

파·란·만·장(波瀾萬丈)

 

가을은 깊어갈수록 처절한 것일까.

 

'절대강자' 서울KIBA가 올해 포스트시즌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하며 챔프전에 선착했다.

 

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8 자몽신드롬배 내셔널바둑리그 4강PO 1경기에서 서울KIBA는 막판 대역전승을 거둔 강지훈의 수훈으로 전남에게 3-2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 처절했던 흔들기로 기어코 역전에 성공한 KIBA 강지훈.

 

2-2에서 맞이한 최종 결정판.

 

승자 강지훈에게도, 패자 박수창에게도, 11월의 첫날밤은 당분간 잊히질 않을 것이다.

 

중국아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지훈은 1일 낮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객지생활의 피곤함이 쌓였기도 했지만 당장 달려왔다. 1년 농사의 마무리인 내셔널 포스트시즌은 팀의 명예를 건 단체전이기에.

 

직감적으로 승부판임을 알았던 최종 5국. TV화면에서 비치는 강지훈의 모습은 연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 초조하고 괴로워했다. 마음같이 체력이 안 따라주었던지, 중반까지 침착한 전남 에이스 박수창에게 제법 밀렸다. 초읽기의 와중에서도 계속해서 버텨가던 강지훈은 승부에 승부를 걸어갔다.

 

 

강지훈은 거의 중반 이후 100수 이상을 계속 승부를 걸었고 박수창은 잘도 막아내었다. 그러나 수많은 국지전을 잘 이겨냈던 박수창은 그만 딱 한번 남은 흔들기를 견디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린다.

 

좌상귀 흑을 잡으러 갈 때 안이한 대응을 하면서 간단히 잡히고 만 것. 시종 침착하던 박수창은 쿨하게 계시기의 단추를 멈추며 패배를 인정했다.

 

아마랭킹1위다운 결정력을 보였던 강지훈은 대국 직후 “지난 6강PO에서 패하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 중국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얻어왔다. 이젠 누구랑 두어도 자신 있다. 다음주 챔프전도 기대하시라.”며 환하게 웃었다.

 

▲ 박상준(승)-허영락. 만약 전남이 이겼다면 박상준은 수훈갑이었을 것이다.

 

1국 정훈현(10/7)-이재성(10/6) KIBA 이재성 승리
2국 오명주(1/4)-김우영(7/10) 전남 오명주 승리
3국 박상준(9/8)-허영락(13/2) 전남 박상준 승리
4국 조민수(15/2)-전유진(9/8) KIBA 전유진 승리
5국 박수창(12/5)-강지훈(10/5) KIBA 강지훈 승리

 

‘파란만장’이란 표현을 쓴 것은 비단 최종국 내용이 파란만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더를 보라. 전남이 강적 KIBA에 맞선 최선의 오더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1국만 제외하고는 승자가 모조리 정규리그 성적이 좋지 못한 쪽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정규리그 1승4패에 불과한 오명주를 2국에 등판시킨 것은 전남의 승부수였다. 전남 신철호 감독에게서 한번쯤은 기회가 갈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다는 명지대생 오명주는 쎈 남자선수들을 대상으로 나름 연습을 철저히 했고 그 결과도 좋았다.

 

1국에서 정훈현이 맞춤오더로 나섰지만 패했다. KIBA 이재성에게는 질 수 있는 상대였기에 그리 아프지는 않았다. 동시에 벌어졌던 2국에서 예상밖으로 전남 오명주가 KIBA 김우영에게 승리했기 때문이다.

 

전남이 이길지 모른다는 기운이 돌기 시작한 것은 3국에 나선 박상준이 주니어최강 KIBA 허영락을 잡으면서부터였다.

 

▲ '무조건 1승' 조민수가 의외로 침착하게 맞선 KIBA 전유진에게 힘 한번 못쓰고 불계패.

 

2-1로 전남이 리드한 상황에서(실제 3국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4,5국에 나선 전남의 주자는 시니어최강 조민수와 주니어에이스 박수창. 이에 맞서는 상대는 여자최강 전유진과 아마랭킹1위 강지훈. 내셔널리그를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본 사람이라면 전남에다 걸 정도로 전남은 야릇한 기분이드는 매치업이었다.

 

소문난 '남녀 싸움꾼’끼리의 경쟁에서 조민수 타파법을 익혀오기라도 한 듯 전유진은 시종 차분한 운영을 보였다. 이전과는 다르게 집바둑으로 나서며 일찌감치 실리우세를 차지한다. 정작 정규리그에서는 넘볼 자가 없었던, 3년 연속 다승왕 조민수는 1년 농사가 걸린 한판을 너무나 맥없이 내주고야 만다. 결과적으로 조민수의 패배는 전남은 수긍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로써 서울KIBA는 내일(2일) 4강PO 2경기, 서울압구정-광주무돌 간 승자와 오는 8일 대망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갖는다.

 

▲ 1국 KIBA 이재성(승)-전남 정훈현.

 

▲ 정규리그 1승4패에 그쳤던 전남 오명주가 깜짝선발로 나와서 귀중한 승점을 올렸다.

 

▲ 의외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천하의 조민수'를 제압한 KIBA 전유진.

 

▲ 3년 연속 시니어다승왕 조민수가 충격의 1패를 당했다.

 

▲ 최종 5국에서 천금의 바둑을 놓친 전남 박수창.

 

▲ 서울KIBA의 권갑룡 단장(왼쪽 두번째)이 직접 검토실을 지키고 있다. 오늘도 도장제자들이 검토에 열중하고 있다.

 

▲ 전남 검토실 모습. 오른쪽부터 조민수 신철호(감독) 장윤정. 맞은편은 박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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