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10-22 15:41:32
  • 수정 2018-10-22 16:02:16
기사수정

▲ 연구생을 나온지 8년만에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김현아.

 

문득 ‘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는 슬로건이 참 멋진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단정한 매무새로 최선을 찾는 아름다운 고뇌가 바둑의 지적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한 슬로건이니 말이다.

 

어제(21일) 전주에서 벌어진 이창호배 시니어여성부 우승을 차지한 김현아(27)는 유달리 미소가 아름답다. 미소를 지을 때 살짝 생겨나는 보조개도 매력인 김현아가 연구생에서 나온 지 8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80명여의 철각들이 전주에서 자웅을 겨루었다. 조민수 최호철 박성균 양덕주 이철주 류승희 정지우 등 내로라하는 고수들 틈에서 김현아가 우승하리라 생각한 사람은 김현아를 포함해도 1%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현아는 심우섭 최호철 김정우 이철주 등 시니어 강자들을 모조리 꺾고 보란듯이 영광의 우승컵을 안은 것.

 

아마바둑계에서 김현아의 이름 석 자는 서서히 흐릿해지는 시점이어서 더더욱 그의 첫 우승이 놀랍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몇 초가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으니 역시 ‘초짜 우승’이 분명했다.

 

여자바둑계의 강자로 다시 돌아온 김현아와 대화를 나눴다.

 

 

아직 얼굴이 상기된 것 같다. 바둑내용은 어땠나?

엎치락뒤치락하여 아직도 얼떨떨하다. 많이 싸웠던 바둑이다. 초반부터 변형정석이 나와서 피차 많은 실수와 착각을 했는데, 마지막에 (이철주) 사범님이 헛 수를 두는 바람에 내가 이겼다. 내용적으로는 부끄럽지만 첫 우승에 만족한다.

 

최근 2~3년 동안 바둑대회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의외의 우승이라고 여겨진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웃음)

별히 공부를 더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우승을 했는지 나도 어리둥절하다. (좀 생각하더니) 과거엔 승부에 연연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취미가 되었으니 맘이 훨씬 편하고 바둑도 잘되는 것 같다.

 

대회에 나오지 않았던 2~3년 동안 행적(?)을 말해 달라.
스무 살 때 연구생에서 나왔고 6~7년이 흘렀다. 입단 공부를 위해 다니던 도장을 중단한 지도 4~5년 정도 되었다. 그 후로 명지대 바둑학과에 들어가서 지금은 1학기를 남겨놓았다. 전혀 바둑대회를 나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공부를 하고 싶었다.

 

입단의 꿈을 꾸었을 때 얘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여자연구생 1조에서 나름 활약했었다. 또래의 이슬아 김미리 등이 입단했다. 그런데 입단대회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애석하게 입단을 놓친 기억은 별로 없고(웃음) 8강까지 밖에 못 올라갔다. 2009년 김나현(현 프로)에게 8강에서 필승의 바둑을 놓쳤던 기억, 그리고 2년 전 장혜령(현 프로)에게 반집으로 져서 8강에서 좌절된 적이 있다.

 

▲ 이창호배 결승에서 이철주와 대결하는 김현아.

 

또 2014년 이창호배에서도 8강에 들었던 기록이 있다. 그러고 보니 ‘8자(字) 노이로제’라고 해야겠다(웃음).

8과 ‘악연’은 또 있다. 작년 전국체전에서 충북대표로 동메달을 땄고 올해는 강원대표로 은메달을 땄다. 그런데 과거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할 때인데도 늘 체전에만 나가면 8강에 머물렀다. 현재 여자아마랭킹도 8위다.(웃음)

 

올해 다시 내셔널리그도 다시 출전하고 이렇게 우승까지 차지했다. 다시 묻겠다. 바둑공부와 멀어졌는데 왜 성적이 더 좋을까
작년 내셔널에는 ‘착오’로 인해 팀을 만나지 못했다. 올해 다시 출전해서 초반의 기세를 잇지 못하고 9승8패로 마감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오랜만에 바둑과 승부를 하게 되니 참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둑에 파 묻혀 살았던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각별함이랄까. 한판 한판 이기다보니 승부의 즐거움도 살아난 것 같다. 반쯤 내려놓고 있으니 부담이 없어 잘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바둑의 목표가 있다면
(이 부분에서는 목소리가 비교적 컸다) 내년에 내셔널에 다시 출전한다면 성적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세라면 더 즐겁게 대회에서 성적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둑 외의 목표가 있다면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은 당시엔 프로가 되든지 아니면 바둑학과를 가는 것 밖에 길이 안보였다. 지금은 바둑이외의 다른 것을 하기 위해 돌파구를 찾았다. 바둑학과 이외에 청소년지도학과를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청소년지도사에 관심이 있다. 사실 그게 또 바둑과도 연관이 있다 보니 흥미롭게 공부하고 있다. 지금은 교육 쪽에 많이 치중하고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102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