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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17 09: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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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자 최강 위즈잉을 꺾은 바둑을 대형자석판을 통해 설명하는 이영주. 올 들어 눈부신 도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3승17패에서 2018년 22승17패로(7월16일 현재). 연간 승률이 40%포인트 이상 점프한 것은 바둑계에선 매우 드문 사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승리보다 패배에 훨씬 더 익숙하던 '미운 오리'가 올 들어 화려한 '백조'로 재탄생했다. 프로 9년차 이영주(28) 얘기다.

 

대국 내용은 더 놀랍다. 지난주 제23회 삼성화재배 여성조 예선서 본선 티켓을 따내는 과정에서 중국 위즈잉(於之瑩)과 루이나이웨이(芮乃偉)를 격파하는 등 5연승했다. 고레이팅(go rating)에서 위즈잉은 세계 121위(여성 2위), 루이는 255위(5위)이고 이영주는 무려 687위(66위)다. 한국 여자랭킹 25위가 중국 부동의 여제(女帝)를 눕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바둑계가 뒤집어졌다.


비결이 뭔가. 박정환이나 커제 같은 초일류들도 귀를 쫑긋 세울 것 같다.

작년엔 정말 잘해 보겠다며 비장하게 출발했는데 여자리그 9연패 등 최악의 한 해로 끝났어요. 꼭 이기고 싶어 매달린 바둑일수록 영락없이 패하더군요. 올해는 최대한 승부 압박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웬만큼 통했던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론 설명이 부족하다. 부담감 탈출은 모든 기사의 숙원이다.

작년 10월부터 레슨을 맡은 게 전환점이 됐어요. '공부' 아닌 '일'이어서 이렇게 승부사의 길을 떠나게 되는 건 아닌가 많이 고민했죠. 그런데 그때부터 신기하게도 그토록 괴롭히던 압박감이 사라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국하게 됐어요.

 

삼성배 대진표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워낙 강자들이라 담담했어요. 한 판씩 이길 때마다 '이게 뭐지?'하며 스스로 놀랐죠(웃음). 루이사범은 워낙 호전파라 두텁게 둔다는 작전으로 임했지만 위즈잉에겐 그냥 부딪쳤어요. 중반 타개로 역전승했습니다.

 

혼성대회 성적도 눈부시다. JTBC배서 두 번 5회전까지 올랐고 32위(박민규)마저 꺾었던데.

예전엔 남성 강자들에겐 으레 진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엔 주눅 들지 않아요. 또 주변에서 좋은 수라고 하면 맹목적으로 따라갔지만 언젠가부터 의심을 갖고 분석합니다. 또 제가 특히 포석에 약한데 인공지능(AI)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자유로운 발상을 최대한 흡수하고 싶어요.

 

프로 데뷔 후 작년까지 61승 122패로 패배가 승리의 딱 2배였다. 졌을 때 아픔을 어떻게 다스리나.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를 보며 잊습니다. 여행도 기분 전환이 되고…. 신경을 딴 데로 돌리는 게 중요해요.

 

앞으로 어떤 기사로 살고 싶은지.

지금이 최고로 행복합니다. 승리 집착에서 벗어나니 진짜 살 만해요(웃음). 하지만 승부를 포기한 건 절대 아닙니다. 여자 타이틀도 한두 개 따고 싶고…. 이번 삼성배 본선에서 한 고비 더 넘어 16강까지 진출하는 게 우선 목표예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7월17일자 조선일보 이홍렬 기자가 쓴 <<<"부담감 내려놓았더니 성적이 올랐어요" >>>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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