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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27 11:48:35
  • 수정 2018-03-27 13: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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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바둑신동 스미레(10) 양.

 

요즘 바둑대회는 국적 불문이다. 가는 곳마다 ‘파란 눈’ 선수가 출전하는 모습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유럽 남미 동남아 그리고 바둑에 있어서만큼은 외국인이라고 느끼지 않을 일본 중국 대만인들도 꽤 많다. 특히 어린이대회에 가보면 그 빈도가 훨씬 높다. 바야흐로 바둑이 국제화 시대를 맞았다는 정황이라 하겠다.

 

깜찍하게 생긴 일본 바둑소녀 나카무라스미레(10). 기자가 이 소녀를 첨 본 것은 넉 달 전 쯤이니 지난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무렵이었다. 연구생 임박그룹들이 경쟁하는 한바연 대회에서 처음 보았고, 춘천 세계청소년 마인드스포츠대회에서도 봤다. 그리고 3월초 맑은샘배, 또 다시 한바연 대회에서도 보았다. 얼추 어린이대회에서 4~5차례는 본 것 같다.

 

스미레가 수많은 어린 기객들 틈에서 확 눈에 띈 것은 첫째 인형 같은 깜찍한 외모 때문이었고, 다음 아마6단급 바둑실력에 놀랐고, 그 다음은 아빠가 일본 프로인 나카무리신야(仲邑信也) 9단이면서 엄마 이모 외할아버지 모두 바둑가족이어서 놀랐다.

 

언제고 이 앙증맞은 꼬마아가씨를 인터뷰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자가 일본말이 안 되어서 이제나 저제나 기회를 엿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마침 일본에서 엄마 미유키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홍맑은샘 프로가 만든 대회 맑은샘배 어린이최강전에 보호자로 방문한 것. 홍맑은샘 프로가 기꺼이 통역에 나섰다.

 

▲ 스미레 양과 어머니 미유키 씨.

 

어린 딸을 장기간 외국에 보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오사카와 서울은 가깝지 않나(웃음)? 가끔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에 오면 게스트하우스에 머문다. 스미레가 최근 한국에 온 것은 6개월 전이며, 이번엔 저도 한 달 가까이 있을 계획이다.

 

기자가 넉 달 정도 봤는데 유명기사의 어린 시절과 꽤 흡사한 느낌이다(웃음). 한국에서는 어떻게 공부하는가?

단기 유학이지만 한국에서 배우는 게 쉽지 않다. 한종진도장을 자주 방문한 관서기원의 모 프로가 소개를 해주어 한국에 오게 되었다. 작년에 소개받은 세 군데 도장에 견학을 가서 꼼꼼히 살피고 간 적이 있다. 결정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이제 3학년인 스미레가 한국에서도 굉장히 고수다. 일본에서 대회 성적은 어떠했나?

일본에서는 4월에 학기가 시작되니 아직은 2학년이다(웃음). 1학년 때 성인이 참가하는 오사카 여자선발전(전국체전 같은 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초등생 신분으로 선발되었다. 2학년 때도 한국의 한화생명배같은 전국대회에 나가서 16강까지 오른 적이 있다. 일본 전체 어린이 중에서는 16강에 드는 실력이라고 보면 된다.

 

스미레를 지도하고 있는 이상헌 사범의 말. 한국에서도 수년 내 충분히 입단할 수 있는 실력이다. 그 동안 한바연 최강조에서 3승2패, 2승3패를 했는데 이 정도면 최강조에서 버틸 수 있는 실력이라는 뜻이다. 연구생선발전에도 연습 삼아 두 번을 나가서 한번은 5승1패로 선발되었고, 두 번째는 3승3패를 기록했다.

 

▲ 스미레의 경기를 맘 졸이며 엄마 미유키 씨가 지켜본다.

 

어머니도 바둑을 하신 분이라고 알고 있다. 스미레가 프로가 될 것이라고 보는가?

(기자의) 시각은 어떤 지 오히려 묻고 싶다(웃음). 한국에 와서 태어나서 처음 자기보다 어린 아이에게 패한 적이 있는데, 스미레는 마치 세상이 끝난 듯 울고불고 한 적이 있다.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있는 한국이 좋은 텃밭이 된다. 그러나 그냥 프로가 되는 것은 스미레의 목표가 아니다.

 

사범들은 스미레가 인터넷 8단 정도라고 하는데, 이 정도 기량이면 프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그럼 목표가 무엇인가?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그냥 프로가 목표가 아니고 톱기사로 올라서서 타이틀을 따는 기사가 되길 바란다. 스미레는 이야마유타를 이기는 첫 번째 여자기사가 되고 싶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남자기시를 이기는 프로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셰이민, 후지사와리나는 여자타이틀은 많이 따지만 남자를 이기지는 못한다. 한국의 최정과 같이 스미레는 여자의 최대치 능력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이상헌 사범의 말이다. 스미레는 확실히 재능이 있는 아이들의 특징을 다 갖추고 있다. 기풍은 전투적이며 주위가 약간 산만한 모습도 간혹 보인다. 아직은 어려서일 것이다.

 

▲ 초반 4연승을 달리다가 그만 연패에 빠지며 입상권에서 멀어지자 스미레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엄마와 이상헌 사범이 달래고 있다.

 

바둑외 다른 것에도 재주가 많을 것 같은데?
없다. 3살 때 아빠가 경영하는 바둑학원에 놀러온 뒤부터 바둑에 푹 빠졌다. 바둑을 시작하고는 바둑이외에는 아무 것도 관심을 두지 않는 아이다.

 

아빠 얘기를 해 달라. 바둑집안이라고 하던데?
스미레 아빠는 일본기원 나카무리신야 9단이다. 제 아버지도 원로 프로9단이며 제 여동생도 프로다. 4월 LG배 통합예선 때 아빠와 스미레와 식구들을 이끌고 같이 또 한국에 올 예정이다. 저만 아마6단이다(웃음).

 

스미레를 한국에 계속 머물게 하면서 공부를 시킬 것인가?
한국은 공부 환경이 너무 좋다.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이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일본에서 아빠 혼자 도장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로서는 맘 편하게 유학을 보낼 수가 없는 형편이다. 방학 때를 이용해서 일본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해야 할 것 같다.

 

(통역을 해주는 홍맑은샘 프로를 의식하며) 일본 최고의 도장 ‘홍도장’을 왜 택하지 않았나?

집이 오사카라서 도쿄까지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었다(웃음).

 

▲ 앙증맞은 스미레의 수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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