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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1-20 21:01:10
  • 수정 2017-11-21 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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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새재배 8강전은 모조리 프로로 채워졌다. 사진 맨 앞은 김준석-한종진.


프로에게 문호를 개방한 두 번째 대회인 문경새재배가 지난 18일~19일 양일간 개최되었다. 대회 명칭에서부터 ‘아마’가 쏙 빠지고 그냥 ‘전국바둑대회’였다. 프로제도가 없던 해방 전후의 노국수들 대회 같은 느낌이었다.


대한바둑협회 신상철 회장은 송재수 이사가 대독한 인사말에서 “문경새재배가 11회를 맞아 프로에게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더욱 치열하고 수준 높은 대회가 되고, 프로와 아마 상호간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새로운 발전이…” 라고 대회의 의미를 짚어주었다.


흔한 개막식 덕담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오묘한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프로와 아마 상호간의 긍정적인 자극’이란 대목은 예상외의 퍼포먼스라고 여길 터. 만약 이 발언대로라면 프로, 아마, 바둑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프로암대회’를 추진한다는 한국기원의 변과 동일하다.


서로 북돋우며 같이 잘 살아가는 것을 ‘상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사초배와 문경새재배의 프로 출전 문제는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삶의 주체가 옮겨간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즉, 아마대회가 프로대회로 둔갑해버렸다는 시각이다. 노사초배에서는 16강 절반이 아마선수로 채워졌는데 반해, 문경새재배는 16강에 4명, 8강에서 아마가 전멸을 했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 지난 8월 함양 노사초배 전경.


프로암대회는 원래 흥미만점인 이벤트

프로와 아마가 맞붙는 것처럼 흥미로운 이벤트도 없다. 중국 일본에서도 프로암대회는 일찍부터 존재하며 한국에서도 페어대회에 아마선수과 짝을 이뤄 출전하기도 하고, 과거 프로아마대항전이 얼마나 인기 이벤트였는지 골수 바둑 팬은 기억한다. 그러나 기존의 아마대회를 프로암으로 대체한 경우는 거의 예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아마대회에 프로가 출전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것일까. 한국기원은 주최 측과 협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초배와 문경새재배는 한국기원이 함양바둑협회와 문경바둑협회 또는 함양군 문경시와 다이렉트로 접촉하여 ‘거사’를 성사시켰다. 대회 예산 증액을 통해 기존 대회를 리모델링하는 조건까지 달면서.


한국기원 정관에는 아마바둑의 보급 활동에 관한 구절이 있고 보면(그것이 현재 합당한 규정인지는 차치하고) 여기까지는 별로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한국기원이 애초에 두 대회와 관련한 토의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대바협패싱’을 시켜버린 것은 상생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두 대회가 대바협의 ‘소리 없는 저항’으로 인해 조용히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마무리가 쉽게 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내년엔 두 대회가 다시 아마대회로 복귀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한국기원은 다른 아마대회도 리모델링을 매개로 프로참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2~3개 아마기전의 이름이 오르락거린다.


‘프로든 아마든 재미있으면 되지!’라는 여론이 다수다. 또 대회 주최 측인 지자체나 기업의 대회개최 목적은 홍보이기 때문에, 프로가 참여하면 아무래도 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들 주체는 프로암대회를 할 수 있으면 하자는 쪽이다. 따라서 한국기원과 대척점에 있는 대바협은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기에도 부담스럽다.


▲ 갈색 방한복을 입은 바둑국가대표들이 문경새재배 본선에 대거 진입했다.


12월 대한바둑협회 이사회에서 프로참여 여부 결정

대바협도 반격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문경새재배가 열리기 1주일 전인 11일 대한바둑협회는 대구에서 대회위원회를 소집하여 여론 청취에 들어갔으며, 아마대회의 프로출전에 대한 입장을 12월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위원회 여론조사에서는 주니어 32명, 시니어+여성 32명이 ‘프로의 아마대회 출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기자가 추적해 본 결과, 주니어는 10명 정도가 프로 참여를 찬성했고 나머지 20여명은 반대. 시니어+여성은 거의 전원이 반대했다. 일단 아마선수들의 여론은 프로참여불가로 귀결된 셈. 물론 이사회의 결정이 꼭 선수들의 의견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 4월까지는 큰 아마대회가 없기에 더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부딪힐 일은 없겠지만, 대바협으로서는 몹시 분주한 겨울이 될 것 같다.


“아마가 다 죽는데 무슨 상생?” (아마)
“꼭 프로가 출전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드네요.” (프로)
이름깨나 알려진 아마선수와 프로선수가 sns에 올린 짧은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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