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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1-02 12:37:48
  • 수정 2017-11-02 12: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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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비씨카드배를 우승했을 당시의 백홍석.

"(선)동열이도 가고~ (이)종범이도 가고~"

그가 야구팬이라면 많이 들어본 대사일 것이다. V9을 일군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김응룡 감독이 해태타이거스(현 KIA타이거스) 감독 시절, 선동열에 이어 이종범마저 일본으로 진출했을 때 팀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 걱정된다는 투로 읊조린 말이다.

"(원)성진이도 가고 (백)홍석이도 가고…"

지금 바둑계상황도 그와 패러디한 대사가 딱 어울릴 듯하다. '든 자리를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지금 한국바둑계는 위기다. 물론 세계대회 25회 연속 우승을 이룰 때처럼 '날마다 장날'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너져도 너무 초라하게 무너진다.

한국바둑이 이렇게 봄날 눈 녹듯이 녹아내리는 이유는 정상의 일각을 차지하던 원성진 백홍석의 부재에도 큰 이유가 있다. 든든한 허리를 형성하던 이들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도미노현상이라는 것이다.

현재 군복무중인 백홍석(8위) 원성진(9회) 윤준상(11위) 허영호(18위) 등 20위권 기사만 4명이다. 뿐만 아니라 전영규 김현섭 고근태 진동규 등도 복무 중에 있다. (최근 홍민표는 제대). 이들은 공교롭게 모두 해군에 복무중인데, "이들 9명이 해군 팀으로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하면 단박에 바둑리그+락스타리그 통합 우승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

백홍석은 지난 1월, 원성진은 3월에 입대했다. 입대 전 그들의 성적을 되 뇌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작년 백홍석은 비씨카드배 TV아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해 세계대회 2관왕에 올랐다.

입대시점이 다가오던 연말, 명인전 결승에서는 이세돌에게 2승으로 앞서다가 3패를 내리 당하는 바람에 시즌 MVP까지 놓친 경험이 있다. 다분히 '입대 증후군'이 패인이었다. 그런 백홍석이 지난 6월 일본의 이야마유타가 우승한 TV아시아에 시드자면서, 군 복무로 인해 불참하게 된 것이 애석했다.

원성진도 2011년 구리를 물리치고 삼성화재배를 석권했다. 이어 올해 2월 LG배 결승에서 아깝게 스웨에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역시 군 입대를 앞둔 '입대증후군'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었다. 지난 5월 말 LG배 8강 전원탈락이라는 전대미문의 낭패를 봤던 그때 공교롭게 전년도 준우승자(시드)로서 원성진은 초대받지 못했다.

▲ 백홍석 원성진은 지금 해군 복무 중이다.

이들은 정상급 중 천재소리를 듣는 기사는 아니지만 적지 않는 나이에 세계정상에 서며 대기만성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제야 '캐리어하이'를 찍었기에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방증이 된다. 시니컬하게 본다면 이들의 부재가 한국바둑의 침체로 직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둘만 아니라 준척급인 윤준상 허영호까지 비어있다. 물론 허영호 윤준상이 당장 우승할 수 있는 실력자는 아니라고 해도, 이들은 분명 전체 한국바둑에 힘을 실어줄 다크호스임은 분명하기에, 정상급 4명이 송두리째 비어버리니 허리가 부실해졌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있다.

세계기전이 통합예선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부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요즘 바둑에서는 아무리 개인전이라고 해도 다분히 자국기사가 인원 면에서 우월해야 한다. 더욱이 한중전으로 집약되고 있는 시절이라면. 통합예선을 통과할 때부터 이미 한국이든 중국이든 가능성이 보인다.

스웨 저우루이양 천야오예 판팅위 등 중국의 '90후'도 불과 1년 전 만해도 그리 '초절정 강자'라는 인상은 없었다. 솔직히 한국에 가위눌림이 있었던 이도 몇몇 있다. 그러나 그들도 자국의 동료기사들의 '후원'을 받아 우승까지 내달았다. 지금처럼 중과부적 인해전술로 중국과 상대해서는 한국이 밀리게 된다.

'강자 잡는 강자'로서 더더욱 백홍석 원성진 윤준상 허영호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성하의 무더위에 몸조심하시라!


▲ 역시 복무중인 강타자 윤준상 허영호.

▲ 작년 LG배 결승에서의 원성진.



[덧붙이는 글]
타이젬에서 2013년8월8일자 '워러의 일기'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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