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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1-02 12:32:57
  • 수정 2017-11-02 12: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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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랭커임에도 10년만에 바둑리거에서 탈락한 박정상.

4월은 리그의 계절이다. KB리그가 10일 대망의 개막전을 갖고, 이틀 뒤인 12일엔 아마바둑의 제전 내셔널리그가 개막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갑조 을조리그에 22명의 한국선수가 용병으로 참가한다. 한동안 경기가 없었던 프로들은 리그의 개막과 함께 본격적인 '시즌'을 맞는다고 하겠다.

바둑리그 무대에서 뛰게 될 선수선발식이 열린 26일 저녁. 올해부터는 예선전을 거치지 않고 전면 드래프트로 선수를 선발하게 되어, 지명의 차이는 있으되 비교적 상위 랭커순으로 선발되었다. 그러나 딱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바로 10년간 바둑리그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빠짐없었던 박정상(30)이다.

박정상은 SK에너지(감독 최규병)의 부름을 받았지만, 40명의 바둑리거들 다음인 41번째 퓨처스리그 1지명 1순위였다. 물론 퓨처스리거라도 바둑리그에서 뛸 수도 있지만, 일단 박정상은 그간 가슴에 단 훈장처럼 여겼던 '바둑리거'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최근 박정상은 리그탈락의 여파인지 기권패를 연속으로 당했다. 선수선발식 이튿날인 27일에는 물가정보배에서는 이정원 오정아를 이기고 김성진과의 예선3회전을 치러야 했지만 기권했다. 또 그 이튿날 SG페어대회에서 배윤진과 짝을 이뤄 예선전을 두어야 했지만, 팀원인 배윤진의 양해를 구해 기권했다. (SG페어대회는 공식전적으로 인정받지 않는다.)

▲ 작년 바둑리그에서 선전하고 있는 박정상(좌).

박정상이 누군가. 2013년까지 바둑리그 전적 68승58패(54%)를 기록한 베테랑이고, 2005년(신성건설) 2006년(Kixx) 두 번의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일군 바둑리그의 산 증인이다. 그 뿐인가. 2006년 후지쯔배 우승을 차지했고 2008년 세계마인드스포츠 남자개인전 은메달에 빛나는 강호. 현재 KBS바둑왕전, 바둑TV 바둑리그 해설진으로서도 종횡무진하고 있다. 과거의 명성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아직도 승부와 보급 양면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그날 선수선발식 결과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의아했을 것이다. 박정상은 현재도 랭킹36위다. 이론적으로는 5명씩 8개 팀이니까, 40위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선발이 된다고 보면(랭킹40위 내에 군 입대 선수도 더러 있으니까) 박정상의 리그탈락은 충격이다. 박정상보다 아랫길인 랭킹40위권 기사 중 상당수가 4,5지명에 뽑혔음을 감안하면 더욱 더 충격이다.

올해부터 장고대국이 늘어나다보니, 지속적으로 공부가 되어있지 않은 선수들을 배제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박정상은 올해 들어 부쩍 성적이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4강에 진출한 것을 비롯하여 올 들어 싸운 11경기 중 8승3패를 기록하고 있다. 8승중 의미 있는 승리도 있다. 자신보다 상위랭커인 조한승 백홍석을 셧 아웃시켰다.

또 박정상은 지난 중순 바이링배에도 자비 출전하여 예선에서 거푸 승리하며 본선64강에도 진출한 바 있다. (본선 첫판에서 중국의 세계선수권자 저우루이양에게 패했다.) 사실 물가정보배에서 김성진에게 기권패를 당하기 이전까지 8승2패로 획기적인 승률을 보였다. 또한 랭킹도 부지런히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 맥심커피배에서에서 박정상은 조한승 백홍석 등을 꺾고 4강에 합류했다.

박정상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박정상은 매사에 딱 부러지는 사람이다. 자존심도 강하고 기사로서 긍지가 대단하다. 자신이 아직까지 바둑리거에서 지명을 못 받을 것이란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에 일단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아닌 이상 명확한 이유는 아닐지 모른다. 조만간 쿨 하게 팬들에게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두 번의 기권을 마감하고 내일(4/1) 박정상은 랭킹1위 박정환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맥심커피배 4강전에서 '감히' 7년만에 타이틀에 도전한다. 박정환과는 3승3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2010년부터는 3전 전패. 그러나 박정상은 상처받은 자존심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나선다. '독이 오른' 박정상의 자신과의 승부에 관심이 쏠린다. '박정상! 힘내라!'


[덧붙이는 글]
타이젬에서 2014년3월31일자 '워러의 일기'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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