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7-10-30 09:54:22
  • 수정 2017-10-30 11:00:24
기사수정
본 기사는 타이젬 '나는 유저다'에서 2014년 11월 26일에 쓰여진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 한국기원 압구정지원 장시영 원장과 '홀로서기' 김승주 대표.▲ 한국기원 압구정지원 장시영 원장과 '홀로서기' 김승주 대표.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한국기원 압구정지원(원장 장시영). 압구정기원의 강자들이 전국아마대회를 휩쓸기도 하고 전국아마대항전에서 '압구정' 팀을 구성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다. 얼마 전 벌어진 대구 덕영배에서 김정우(시니어) 박지영(여성)이 우승을 차지했고, 제주 삼다수배에서도 '서울2팀'으로 옷을 갈아입고 결승에 진출해있는 등 압구정기원은 이미 전국구 기원이다.

이른바 '압구정파'는 오래전부터 고차원의 바둑을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최강 그룹이 자연스레 규합되었다. 차민수 김희중 한상렬 조민수 김정우 김세현 전준학 한창한 김수영 박지영 등 프로 아마 여류 할 것 없이 어울리는 곳이다. 왕년에 우승 한 번 못해본 이가 없을 정도다. 원장 장시영 씨도 작년 환갑의 나이에 김삿갓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으니.

이러한 전국구 강자들만 모여드는 기원에 두 자리 급수 하수님이 단골손님이 되기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압구정기원에서 맨 하수면서 가장 열성적인 후원자를 소개한다. 연예기획사와 화장품샵을 경영하는 김승주 씨(38)가 그 주인공.

▲ 대구덕영배 출전차 20여명이 KTX를 이용해 단체로 이동하고 있다.

제4회 압구정 여류최강전이 벌어지고 있던 지난 8월의 압구정기원. 압구정 여류최강전은 장시영 원장이 여자바둑의 활성화를 위해서 바둑애호가들의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 매년 2회씩 개최해온 대회. 김승주 대표는 당시 화장품 등 여성용품을 대거 후원한 적이 있다.

2주 전 덕영배 아마대왕전 참가를 위해 압구정 회원들 20여명이 KTX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원래는 열차 한량을 몽땅 예약을 했지만, 개별 참가선수들이 생기면서 부득불 절반을 채우며 단체 출전했다. 지난 주 전주에서 벌어진 이창호배도 버스를 대절해서 단체로 출전했다.

아마강자들이 지방 대회에 개별 참가를 하게 되면 경비와 시간이 많이 빼앗긴다는 점에 착안하여 수년전부터 장원장이 하던 일이었다. 여기서도 김승주 대표는 기획사 기질을 발휘하여 회원체크 식사 일정관리 등 '압구정 총무'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젊은 분이 하도 열심히 뛰어다니길래 처음엔 기자가 모르는 아마강호인줄 알았으니.

역시 회사 일을 마치자마자 양손에 서류봉투를 가득 든 채로 허겁지겁 압구정기원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김승주 씨는 여느 30대 회사원과 별 차이가 없는 수더분한 인상이다. 들어서자마자 연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대는 영락없는 하수님이다. "10급이 강자들이 득실대는 기원을 찾아왔죠. 지금도 저보다 약한 분은 없습니다. 하하."


▲ 덕영배 여성부 우승자 박지영과 김승주 대표가 나란히 V포즈를 취했다.


강자들이 득실대는 전국구 기원에 나오기엔 멋쩍을 것 같은데요?
처음 원장님이 저를 반가이 맞아주셨어요. 여기 저기 전부 다 고수들이기 때문에 관전하다보니 바둑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곳을 오게 된 것은 2년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장원장님께 8점에 두니까 기원급수로 한 7급 됩니다. 여긴 타이젬보다 더 기력이 세요.

어떤 매력인가요?
어떤 분은 프로 못지않게 진지하신 분, 허허실실로 두지만 비수를 간직한 분, 또 어떤 분은 콤비인데 꼭 바둑판 뒤엎을 정도로 크게 싸우는 분도 있어요. 비록 졌지만 상대가 좋은 수를 두었을 때 칭찬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 덕담 한 마디도 저는 배우게 됩니다. 바둑의 묘미는 고수들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고 7급인 저도 약간의 설명이 있다면 감상하는 데는 무리가 없더군요.

언제 바둑을 접했나요?
초등4학년 때 특별활동시간에 배운 게 전부여서 한 10급 되었을 겁니다. 중고 때는 쉬었다가 군대에서 다시 두게 되었죠. 그러다 타이젬이 생기면서 동호회도 가입하고서 바둑을 본격적으로 취미가 되었습니다.

일전에는 여자대회에 특이하게도 화장품을 협찬하셨고, 대구 전주 바둑여행에서 총무역도 마다하지 않던데요?
전 회사에서는 대표지만 압구정기원에서는 나이도 어리고 맨 하수입니다. 당연히 해야지요. 뭐, 협찬이랄 것도 없고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한번은 기원에 여자바둑대회 공지가 났는데 제가 원장님께 화장품업을 하니까 화장품을 후원하고 싶다고 했죠. 원래 사업은 화장품부터 했어요. 그러다가 연예인들에게 상품협찬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기획사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 여자바둑최강전을 김승주 대표가 관전하고 있다.


화장품업 기획사 등 '투잡'인데 바둑을 즐기기엔 너무 벅차지 않나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시간이든 돈이든 투자를 하죠. 아무리 바빠도 주말이면 기원에 와서 꼭 바둑을 즐깁니다. 요즘 바둑에 심취하면서 고수님들에게 한수 지도받는 재미에 삽니다. 대신 밥값은 늘 제 차지입니다. 그러다 기원문을 닫으면 밤새워서 타이젬을 또 즐기지요. 여기서는 4점 놓는 분이 저를 제외하고 최하수입니다.

바둑의 매력이랄까 교훈이랄까, 사업에서도 느낀 바는?
그냥 이겼다가도 지고, 졌다가도 이기는 우여곡절을 한판에 다 느끼지 않습니까. 대마를 다 잡아놨는데 결국 놓치기도 하고. 바둑이 사업이나 삶과도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저도 사업을 하면서 욕심을 줄여야겠다고 실감합니다. 특히 여긴 주로 고수들이 바둑을 즐기니까 그들의 집중력에 감탄하고 또 구경하는 그 자체로 매력을 느낍니다.

아직 미혼인데, 바둑 두는 여자와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해 보셨나요?
당연하죠.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바둑 두는 여자를 만나면 좋겠다고 다들 얘기합니다. 회사를 마치고 바둑 두는 아내와 저녁밥을 먹고 바둑 한판을 두는 그림이 멋지잖습니까. 타이젬에 공개청혼을 해도 될까요. 하하.

그는 바둑을 대하면서 스스로는 많이 배운다고 한다. 이름난 후원사도 아니고 큰 금액도 아니다. 다만 배운 만큼 뭔가를 돌려주고 싶어 했을 뿐이란다. 꼭 많아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할 수 있으니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바둑인이 원하는 것이면 후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바늘후원이 소후원이 될 지도 모르겠다.

"타이젬 ID는 '노고단검사'(4급)입니다. 절 보시면 언제 어디서든지 대국신청 바랍니다." (김승주 대표)

"화장품 영화표도 주시고, 저희들에겐 산타크로스예요." (덕영배 여성부 우승자 박지영)

"적극적이고 인사성도 바르고 진실성이 있죠. 바둑은 하수님이지만 저희가 오히려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압구정기원 장시영 원장)

▲ 압구정 밤거리에서 한 컷. 김승주 대표, 장시영 원장, 아마강자 박지영, 조병철.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26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