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회 미추홀바둑리그가 22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는 52명이 모인 가운데 개시되었다.
오늘만 지나면 불더위도 가라앉겠지.
이 비만 그치면 선선해지겠지.
한두 번 속은 건 아니지만 ‘추석 열대야’를 지나자 비로소 바람에 가을이 묻어온다.
기후변화가 극심하긴 미추홀도 매한가지다. 초원에 풀이 많아서 먹고 사는 데 힘이 덜 들어서일까. 초식들이 성적이 부쩍 좋아졌다.
완전 고라니 찐기자에 이어서 김종화 곽계순 부부 고라니에 이어 노회한 고라니 최병덕까지도 3승을 너머 준우승까지 내치는 걸 보면, 생태계 파괴가 극심하다는 걸 느낀다.
3승은 표범 하이에나 정도는 되어야 거둘 수 있는 포획물이라는 게 섭리이거늘, 그조차 무시되는 요즘 미추홀이다. 또 이번 달엔 또 어떤 고라니가 근육 자랑을 할는지.
기후급변 시대에도 어김없이 노루 꼬리보다 짧다는 가을이 오고야 말았다. 하늘은 높고 푸를 것이니, 고라니가 뛰어놀기 딱 좋은 코스가 바로 미추홀.
22일 오후1시 인천 모래내시장 인근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는 초1급 강1급 물1급 등 대한민국 1급의 자존심 52명이 집결하여 제99회 미추홀바둑리그를 가졌다.
헉! 99회. 1을 더하면 100이 된다는 점 때문에 1% 부족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99는, 99.9 혹은 99.999999로 더 잘 쓰인다. 극에 달하는 느낌을 전달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수가 아닐까 싶다. 류현진의 백 넘버가 99.
▲최병덕 미추홀리그 회장, 김종화 미추홀리그 대회장. 아마도 100회 대회에 관한 소식을 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테다. (100회 대회 안내는 기사 하단에 소개한다.)
기후변화에도 끄떡없는 모범적인 생태계 미추홀은 高퀄리티 전국대회 프로암대회 국제대회다.
원래 48명만 받으려고 했는데, 꼭 당일 찾아와서 ‘나 끼워줘!’ 하는 분이 있다. 맘 좋은 대회장 김종화는 '담부터는 예약이 안 되면 출전할 수 없다'고 한 소리하고는 은근슬쩍 끼워준다. 그래서 52명이 되었다.
한국기원 이사이기도 한 최채우 삼성화재 고문이 러시아 친구를 모시고 왔다. 아마 예약을 안하고서 찾아오기 미안해서 같이 데려온 듯(순전 찐기자 생각^^).
알렉스라는 친구인데, 지난 82회 때 출전한 적 있는 러시아 랭킹2위로 고라니는 절대 아니다. 조혜연 프로와 함께 공부하는 친구이며 타이젬 8~9단의 실력파이니 표범 정도가 적당할 듯. 작년 여성연맹에서 주최하는 기우회대회에 출전하여 곽계순과 한번 겨룬 바 있다.(승패는 말 안 함.)
▲7월 조혜연 프로와 함께 포즈를 취한 무라카미.
지난 7월에 이어 또 미추홀을 방문한 무라카미라는 일본 청년도 출전했다. 어린 시절 연구생을 경험했고 지금은 비즈니스맨이 되어 몹시 바쁘다고 한다. 잠잘 시간은 없어도 바둑둘 시간은 있다?
7월엔 찐기자가 그에게 2승2패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3승이나 올렸다. 당연이 이번 달엔 우승이 목표이리라. 우승을 해야 상금으로 일본까지 갈 수 있는 비행기 값이 생긴다. (헉! 제주까지밖에 못 간다~.)
착한 세무사 양세모도 오랜만이며 미추홀의 딸 김한주도 오랜만이다. 둘다 1레벨이긴 한데 찐고라니가 볼 땐 그리 어렵지 않다.
오랜만에 여성 선수가 5명이나 출전했다. 그간 몸이 좀 불편했다는 여성최강 전유진이 오랜만에 등판했다. 터줏마님 곽계순은 장시간 유럽여행을 다녀온 탓에 김종화 대회장의 리즈시절은 다 갔고, 원조 압구정아이돌 사우스포 김미애, 그리고 한참 바둑이 느는 소리가 들려오는 쑥쑥 박미라, 게다가 학창시절 대부분을 미추홀에서 보냈던 김한주까지.
▲ 곽웅구(승)-양세모.
쥐 죽은 듯 고요하다. 1라운드가 시작되었다. 52명 중 40명이 시니어+여성. 개체수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늘도 생태계가 파괴된다. 인천에만 오면 부쩍 힘을 쓰는 양덕주는 속사 정대상 프로를 제압했고, 옆을 지나가도 고라니가 별로 놀라지 않는 ‘일산거사’ 임춘기가 매서운 흑표 이철주를 꺾었다. 이 대진표가 맞는 지 몇 번을 다시 훑어본다. 꺾은 게 맞다.
최근 직장인으로 변신했지만 군에서 휴가 나와서 시합에 참가할 정도로 열정적었던 최한별이 서중휘 프로를 제압했다.
외국인 친구 알렉스와 무라카미가 맞붙은 ‘러일전쟁’에선 알렉스가 승리했다. 무라카미가 좀 센 듯 보였는데 알렉스가 많이 늘었나 보다.
2라운드에선 서부길이 나종훈을 꺾었다.(아, 찐기자가 놀이를 가야 하는데…) 얼마 전 인천협회장배에서 양덕주는 준결승, 전유진은 4강에 진출한 바 있었던 고수들인데, 전유진이 양덕주를 꺾었다.
흑표 이철주를 제압한다고 건전지를 다 쓴 임춘기는 그만 김형섭에게 불계패. 백산수배 한국 대표 서능욱 프로도 안재성의 유탄에 중도탈락.
▲ 러시아 알렉스(승)-일본 무라카미.
여기서 잠시 대진표에 선수이름 좌측에 적힌 소수점 레벨 표시에 대해 설명한다.
시니어 고수를 1레벨로 두고, 프로나 주니어는 0레벨, 준척 1급은 2레벨, 동네 1급은 3레벨로 나뉘었다. 그 레벨을 좀 더 세분화하여 올 1월부터 레벨에 반영했다. 이를테면 3+1, 0-9 같이 표기된다.
지난 대회에서 우승(-3) 준우승(-2) 혹은 3승(-1)으로 입상을 하게 되면 덤을 추가로 상대방에게 제공하고, 같은 의미로 4패자(+2) 3패자(+1)는 추가로 덤을 받게 된다. 즉, –숫자가 늘어나면 그간 성적을 잘 냈던 선수요 +숫자가 늘어나면 성적이 나빴던 선수. (지난 달까지 +_ 설명을 바꿔 적은 것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바로 잡음. 쏘리~)
따라서 원래 2레벨에다 지난 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면 2-3이 된다. 만약 3레벨과 만날 때는 한 치수 차이니까 정선에다 3집을 추가로 내야 하는 세부 치수가 완성된다.
즉, 0+4와 2-2가 만나면, 0레벨에서 4점이 약해진 것이며 2레벨에서 2점 만큼 강해진 성적이다. 따라서 두 점 치수에서 사석 6개(4+2)를 추가하는 치수가 된다.
▲안재성-양건(승).
여기서 정리 좀 하자. 2승자는 서부길 김동섭 전유진 김형섭 양건 권영기 곽계순 안재성 최홍윤 알렉스 김세원 이진우 송재혁 등 13명. 대체로 시니어 고수들이 많다.
이 중 양건 프로는 최근 시간이 나면 미추홀에 가끔 나타난다. 바둑일보 기사를 보다가 너무 출전하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또 곽계순이 유럽에서 바둑지도를 받았는지 고라니들 중에서는 송재혁과 함께 유이하게 2승.
자, 3라운드. 이제부터는 미추홀 철책이 풀리니 마구잡이로 붙게 된다.
서부길은 게 중 발이 느린 김세원을 잡았다. 김동섭도 한 수 아래인 알렉스를, 드센 여자 전유진은 고라니 송재혁을 제압했다. 마지막 이진우는 푸른돌 출신 시니어 김형섭을 꺾었다.
이창호와 동갑내기 양건은 만만찮은 시니어 안재성을 잡아 프로의 무서움을 알렸다. 최홍윤도 쉬운 상대 권영기를 잡아 일단 프로가 두 명 결승에 진출했다.
곽계순은 주최측의 결승진출을 염원하는 맘을 알기나 하는 지, 1패자 무라카미와 대결을 추진했으나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프로는 없다!' 99회 우승자 서부길 전유진 김동섭.
총 6명이 결승 진출을 이뤘다.
인천의 대선배와 후배의 대결 서부길-이진우. 하루 짜리 시합은 늘 자신 있다는 김동섭과 라이트헤비급 최홍윤 프로의 대결. 양건 프로와 무서운 여자 전유진의 대결. 모두가 흥미진진하다.
인간골락시 서부길은 정선에 덤 1집을 받고 두는 치수로 주니어 이진우를 제압했다. 사실 정선으로 주니어 고수를 제압한다는 건 매우 보기 드문 현상.
김동섭은 최홍윤과의 무거운 대결에서는 김동섭이 정선에 덤 14개를 받는 ‘깡패 치수’로 프로를 제압했다. 사실 덤이 살짝 부담스러운 최홍윤으로서는 –15라는 세부 치수가 말해주듯 그는 미추홀에서 가장 강한 프로임에 어쩔 수는 없다.
여자최강 전유진은 정선에 3집을 오히려 덤으로 내면서도 바둑을 압도하며 양건 프로에게 판 맛을 보았다.
결론은 생태계 변화가 극심하다는 말을 다시 해야겠다. 좀 강할 것이라도 생각한 상대가 모두 거꾸러졌다.
고라니들에게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아무튼 즐거운 일이다. 가끔 표범이 사자 호랭이도 잡고 해야 초원이 살 만해지는 법이니.
▲뒷풀이는 보나 마나 이랬을 것이다(지난 달 사진임).
100회 미추홀 간략 공지
※ 자세한 요강은 추후 바둑일보 지면을 통해 공지함.
▲서능욱-안재성(승).
▲강춘모-곽계순(승).
▲나종훈(승)-윤천준.
▲양건(승)-윤석철.
▲최한별-최홍윤(승).
▲노상호-황이근(승).
▲정유진(승)-송재혁.
▲이석희-최한별(승).
▲이진우(승)-김형섭.
▲서능욱-양동일(승).
▲양세모(승)-김한주.
▲2년 만에 우승 맛을 본 서부길과 이진우(백)의 결승 기보. 153수 다음 줄임.
▲3승상. 최병덕(시상) 양동일 서중휘 김형섭 정대상 나종훈 곽계순 안재성 무라카미 최한별.
▲준우승 시상. 장두화 총부 최병덕 회장(시상) 양건 최홍윤 이진우 김종화(시상).
▲우승 시상. 장두화 최병덕(시상), 서부길 전유진 김동섭, 곽계순 김종화(시상)
▲행운상 시상. 장두화 최병덕(시상) 양동일 서능욱 권영기, 김종화(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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