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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9-14 23:39:23
  • 수정 2024-09-15 17: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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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시니어들의 친정, 서울 바둑과사람(A7)회관에서 14일 '연휴를 잊은 그대' 40명이 함께 한가위 바둑모임을 하고 있다. 


날마다 한가위만 같아라~!


선물 쌓아 놓았으니, 퍼뜩 가져 가란다. 


전국대회 8강에 든 노고로 인해 상금 천만원이 든 봉투 하나를 뒷주머니에 꽂은 채, 79000원짜리 미용선물세트와 25900원짜리 5kg 쌀을 양손에 들고 의기양양하게 버스를 오른다. 역시 추석임을 티 내려면 뭘 좀 들고 다니면 으쓱해진다.  


추석 연휴 첫날 14일(토) 오후1시가 되자 서울 ‘바둑과사람’ 지하벙커에서는 '수상한' 한가위 모임이 거행되었다. 바둑과 함께 평생을 산 50대 이상 슈퍼시니어 40명이 한데 모여 추석맞이 바둑대잔치를 벌였던 것.


그 결과 영원한 우승 후보 김희중, 건강이 허락하지는 않지만 하루 짜리 시합은 늘 자신 있는 김동섭, A7 전속 심사위원이자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심우섭, 요즘 전국대회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 김형섭, 가장 젊은 조에서 두각을 나타낸 황이근 등 이렇게 5명이 영광의 우승을 얻었다. (5명 중 ‘섭섭이’가 3명이다^^.)


▲바둑과사람 홍시범 대표가 선수를 일일이 호명하며 서로 인사를 시키며, 대회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각 조는 모두 호선이며 피셔방식으로 5분+추가 15초.


먼저, 40명 출전자를 나이 순대로 내림차순 정렬해서 한 조에 8명씩, 총 5조를 만들었다. 조 이름은 한가위답게 달의 이름이다. 젤 연장자가 속한 조부터, ‘그믐달’ ‘하현달’ ‘보름달’ ‘상현달’ ‘눈썹달’. 


체력보다는 지력이 좌우하는 바둑종목의 특성상, 바둑돌 들 수 있는 힘만 남아도 경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70줄에 들어간 '그믐달'이 50대 팔팔한 '눈썹달'보다 결코 약한 전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출전한 4명의 여성선수는 자신이 원하는 조에 합류하게 했다. 그 결과 여성최고수 김순득은 ‘하현달’에 속해 두 점+7집으로 남자선수와 경쟁하고, ‘눈썹달’에 속한 김시옥 장수연 송난희는 석 점+7점에 두기로 했다. 


같은 조에 속한 8명이 3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각 조 우승자에겐 30만 원씩 현금이 주어지고, 2승자는 10만원씩, 1승자는 5만원씩 차비가 돌아가게 했다. 다만 주최측에서 꼴찌 8등은 ‘꽝’이라고 엄포는 놨으나, 약속과 달리 역시 두둑한 봉투가 주어졌다.


이쯤해서, 찐기자가 8강에 든 노고로 뒷주머니에 꽂은 봉투를 개봉해야겠다. 1천원+1만원=1만1000원이다. 8강은 총 8명이 겨룬 전적이다. 오해 없길…


▲그믐달 결승 모습. 박휘재-김희중(승).


간략히 우승 과정을 각 조 별로 전한다.


그믐달. 김희중이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박휘재 서부길 정도가 우승 전선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대로 되었다. 김희중은 결승에서 박휘재를 꺾었고, 박휘재에게 당했던 서부길과 김동수는 각각 3,4위.


24년 전국대회 우승자에게는 모든 선수가 정선으로 들어가게 했던 로컬 룰이 있었다. 그에 해당하는 선수는 김희중 밖에 없었는데, 김희중은 세 판 모두를 정선을 접어주고 승리한 셈. 올해 73세인데 대단하다.


하현달. 바둑열정이 좀체 식지 않는 김동섭이 노근수를 제쳤다. 김동섭은 투석 중이면서도 늘 밝은 모습으로 시합 때마다 빠지지 않는 열정을 자랑한다. 다만 이틀 거리는 힘을 쓰긴 쉽지 않고, 하루에 끝을 보는 경기엔 여전히 강점이 있다. 


원래 곽웅구가 김동섭의 대항마가 될 소지가 있었지만 바로 노근수에게 패하는 바람에 노근수가 김동섭의 파트너가 되었다. 

 

보름달. 

여기엔 심우섭 이용만 주준유 등 전국구가 3명, 윤석철 박정윤 등 반(半)전국구가 2명이 있어 빡세게 보였다. 그러나 대회 성적이 가장 좋은 심우섭이 박정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용만은 주준유를 첫 판에 꺾었으나 둘째 판에서 박정윤에게 패하는 바람에 3위에 그쳤다.


▲눈썹달 결승 모습. 황이근(승) 권용무.


상현달. 젤 알려진 선수는 김정우이며 김형섭도 요즘 전국대회에 자주 입상을 한다. 둘은 푸른돌 출신으로 각별한 사이. 게다가 신영복 문영출도 반전국구. 게다가 전국대회 단골 출전멤버 장혁구 노상호까지 우승을 넘보고 있었다.


약간의 이변이 일어났다. 상대적 '무명' 김형섭이 김정우에게 판정승을 거두고 우승했고, 찐기자와 '호선밖에' 안되는 정성학이 무려 2승을 거두어 상금 1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정상학이 누구냐고? 왜, 설날 즈음 '뉴스브라이트배' 슈퍼시니어대회를 후원하는 언론사 대표다. 그는 첫 판에서 강력한 웃음후보 찐기자를 꺾었다.

 

눈썹달. 내심 이쪽으로 끼고 싶었던 선수가 많다. 여성 선수가 3명이다. 그러나 결코 만만한 조가 아니었다. 김종민 한경남 황이근 권용무는 서로가 서로를 만만하게 볼 정도의 팽팽한 전력. 한때 내셔널리거였던 황이근이 권용무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종민은 한경남과의 첫 판에서 아깝게 시간패. 














▲새해엔 신년회를 열어서 술 한잔 거나하게 대접하고, 또 이렇게 추석에도 선물 세트에다 상금까지 챙겨주는 부자가 바둑동네에 있다. 채우기 위해서 비워둔다는, 맘은 언제나 부자 A7이 부디 번창하길 빈다. 


▲이북이 고향인 '후지사와' 임동균은 추석에도 갈 수 없는 고향이 그리워 맘이 싱숭생숭하다며, 연휴 4박5일 동안 모든 잡념을 잊고 바둑을 두고 싶다며 개회 인사.


▲ 한가위 모임 개시. 베테랑답게 알아서 개시하고 알아서 끝낸다.


▲김동섭(승)-김순득.


▲서부길-박휘재(승).


▲노근수-심우섭. 


▲박정윤-김동섭.


▲정성학-김정우(승).


▲조국환-김순득(승).


▲경기 중 한쪽에서는 다른 경기가 진행되길 기다리며 알아서 한잔 나누기도. 임동균 박휘재 장혁구. '헉! 박휘재는 양주를 따는 것 같은데....'.


▲정성학(승)-노상호.


▲출전 선수 중 가장 약체인 찐기자가 유일하게 승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만만한' 장성학이 찐기자를 이기고 여세를 몰아 무려 2승을 거두어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 사진 뒤 배경에 '뉴스브라이트배'라고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사진이 바로 이 인물이다. 


▲김형섭(승)-김정우.


▲찐친끼리 2위 쟁탈전. 문영출(승)-신영복.


▲유남호.


▲곧 50으로 최연소 한경남.


▲여성최고수 김순득.


▲권용무.


▲김태성.


▲김시옥.


▲김희중.


▲조국환.




▲모든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에 앞서 공연. 황원순의 '고맙소.'


▲영광의 3패자들. 임춘기 장수연. 그 외 (홍동환,장병덕, 찐기자) 김순득(시상).




▲1승 시상. 사진(위) 장혁구 주덕 윤석철 노상호 신영복, 장병덕(시상). 사진(중앙) 임동균 김순득 정연우, 김동섭(시상) 황원순 유남호. 사진(아래) 송난희 김시옥 김태성. 




▲2승자 시상. (사진 위) 이용만 박정윤 허정식 김정우 박병용, (사진 중앙) 권용무 한경남 김종민 정성학 정봉수(시상), 문영출, (사진 아래) 노근수 곽웅구, 임동균(시상), 박휘재 김동수 서부길.


▲대회 후원사인 A7 박연숙(인디핑크) 실장의 폐회 인사. '하반기에도 열심히 일해서 또 나누겠습니다!


▲영광의 우승자들. 황이근 김형섭 김희중 김동섭 심우섭. 박연숙(시상).


▲여성회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고 찾아가 자리를 빛내주는 이광순 한국여성연맹회장에게 박연숙 실장이 감사의 선물.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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