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바둑리그 제97회 대회가 21일 김종화 치과 내 인천바둑문화발전연구소에서 50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자웅을 겨루고 있다.
대회에 자주 나가야 우승할 수 있다. 자주 나가다 보면 고수와의 만남이 익숙해지고, 자주 얻어맞다 보면 면역이 생기고 급기야 솜방망이로 느껴질 때가 온다. 맷집이 생겼다는 뜻이다. 아마 그때 쯤 '우승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끼지 않을까.
모 프로의 대회 우승에 관한 비결에 대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유수의 전국대회는 일 년에 한 번 개최 되지만 미추홀은 한 달에 한번 열리니, 미추홀에서 고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이 여느 선수보다는 12배 높아진다는 얘기와 같다.
맞는 말이다. 미추홀에서는 평소에 우승 맛을 못 보던 평범한 9단도 가끔 이변의 주인공이 되어 일생의 훈장으로 남기도 한다. 고라니가 사자를 걷어찬 사건으로 무명의 한세형이 우승했고, 살짝 부족한 전국구 이석희 곽웅구도 짜릿한 우승 맛을 안다. 이들 모두는 매우 성실한 개근상 후보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그 뿐인가. 인천에서 서울 압구정까지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딸뻘 전국구 선수들과 겨루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곽계순은 급기야 지난달 미추홀에서 우승보다 어렵다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토요일엔 압구정 쌍쌍파티에서 서중휘 프로와 짝을 이뤄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또 농심신라면배의 시니어 버전 백산수배 국대선발전에서 서능욱이 서봉수의 대마를 잡고 당당히 한국대표가 된 쾌거도 있다. 그리고 안재성 최진복이 부안 동호인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호 성적.
이렇듯 미추홀엔 작지만 매 번 즐거운 일이 계속되고 있는 ‘행복 언박싱’.
▲김종화 대회장과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 "나름 열심히 바둑공부를 하면서도 그 동안의 성장을 확인할 길이 없어 미추홀대회를 만들었다. 한 분도 그냥 가지 마시고 저녁에 소주와 갈비로 회포를 풀어봅시다."
오늘은 컨셉을 '즐겁게 먹자'로 정했나 보다. 하긴 삼복(三伏)이니까 몸 보신 뜻일 게다.
"어제까지 세차게 내리던 비가 조용해지면서 미추홀리그를 축복합니다. 모든 근심 걱정 다 잊고, 오직 바둑 사랑으로 오늘 인생 최고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봅시다. 전국대회보다 더 전국대회 같은 흥미진진한 미추홀리그를 기대합니다."
미추홀바둑리그 제97회 대회가 21일 오후1시부터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한국 1급의 자부심 50명이 모여서 저마다 또 우승의 꿈을 펼쳤다. 이젠 카운트를 해야 할 것 같다. 100회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개막식에서 김종화 대회장은 가장 먼저 부인 곽계순의 전국대회 우승 쾌거를 전하며 일으켜 세웠고, 이어서 최진복도 미추홀식구들에게 준우승 인사를 드렸다. 마지막으로 프로국대 손오공이 인사를 하자 환호가 극에 달한다. 백산수배에서 서봉수를 꺾고 4명이 출전하는 백산수배 국대에 뽑힌 것.
"미추홀기우회는 전국대회 우승자를 배출하는 동호회가 이미 되었습니다. 전국대회 우승 세계대회 진출 등 행복뉴스가 등장하지만, 이 주인공들도 미추홀 우승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회장의 마지막 대목에 모두 강한 수긍의 박장대소.
박수를 치는 와중에도 다들 맘 속에 올라오는 뭉클한 것이 있었을 게다. 난 언제까지 박수 부대만 할 것인가. 나도 본부석으로 나가서 상금보드 들고 사진 한 번 찍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압구정쌍쌍파티에서 서중휘와 짝을 이뤄 5연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곽계순과 농심신라면배 시니어버전 백산수배 국대에 뽑힌 서능욱이 대회에 앞서 좌중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오늘도 새로운 친구들이 왕림했다. 장수영도장에서 수학 중인 연구생 꼬맹이들이 대거 참석했고 오랜만에 충암도장에서도 출전했다. 무림고수보다 무서운 꼬맹이들은 미추홀을 떠받치는 기둥.
그리고 조혜연 프로가 온 것을 보니 또 외국에서 바둑 배우러 온 제자가 왔음이다. 이번엔 키도 훤칠하고 대학생처럼 보이는 건장한 일본 청년이다.
무라카미라는 청년인데, 어린 시절 일본기원 연구생을 경험했고 지금은 비즈니스맨이 되어 몹시 바쁜데, 이번 미추홀에 출전하기 위해 어제 방한하여 내일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이 청년도 거의 환자급. 아니, 세상에 미추홀 출전을 위해 항공료 써가며 방한했다고?
오늘 하루도 이런 저런 사연들이 난무하는 바둑의 해방구 미추홀이다.
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면서 오늘 이변의 주인공은 바로 본인임을 기대하면서 스타트!
▲시니어 프로국대 서능욱을 최강 시니어 이철주가 꺾었다.
겨우 고라니도 맹수의 꿈을 꿔 보는 1라운드.
결과적으로는 이변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이변이라 함은 낮은 레벨이 높은 레벨을 꺾는 행위, 좀 더 정확하게 3,4레벨이 0,1레벨을 꺾는 것을 말하는데 첫 라운드에서는 큰 이변은 없었다.
신안에서 차를 몰고 인천에 당도한 김종민이 지난 대회 우승자 곽웅구를 꺾었고, 이기수샘이 윤변 윤천준을 이긴 것이 고라니들 사이에서는 꽤 화제.
관심을 보인 건 일본 연구생출 신이라던 무라카미가 공교롭게 도장에서 수학 중인 한국연구생 김시현과의 첫 만남에서 패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보면서 역시 몇 분 전 무라카미와의 인터뷰에서 '아마 2승2패를 하면 성공일 거'이라고 예측한 찐기자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어디 일본 바둑이 미추홀을 넘봐!’
2라운드에 접어들자 살짝 비명들이 새어 나온다. 일단 프로들이 추풍낙엽이 되었다. 먼저 병마와 싸우고 있는 김동섭이 오랜만에 말쑥한 정장을 한 채 거목 나종훈을 1번 다이에서 꺾었다.
그를 신호탄으로 최강시니어 이철주가 시니어프로국대 서능욱을 제압했다. 이어서 해외에서 더 강한 김도협이 속사 정대상을 보내버렸다.
이로써 3명의 프로가 우승권에서 탈락하고 '겨우 3승'을 목표로 뛰게 되었다는 건 우리 프로사범님들 신세가 영... 맘이 안 좋다.
게다가 85세 양완규 대선배는 압구정멤버 장혁구 박미라를 꺾고 2승, 그리고 언제나 우승후보 박지웅은 가장 어려운 상대 안상범에게 KO승.
▲박동주 프로-인천대표 박지웅(승).
자, 3라운드를 운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없다.
김동섭이 최강 이철주를 이긴 건 좀 이변이다. 누구라도 한 달 전 충주중앙탑에서 우승한 이철주에게 걸 테니까. 그리고 한바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황호진이 인천의 간판 서부길에게 고통을 안겨주었고, 인천대표 박지웅은 명지대 1년생 박동주 프로를 제압했다. '아, 무서운 박지웅.'
이로써 4명의 프로가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프로는 모두 우승권에서 탈락.
그 외 최진복이 김종민을, 남경석이 대선배 양완규를, 김도협이 아시안페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연식을 꺾고 3승을 내 달았다.
▲곽계순. 무라카미.
잠시 잊었던 무라카미는, 2라운드 권영기 3라운드 강태헌을 연속으로 꺾고 2승1패를 마크 일단 체면은 세웠다. 그가 꺾은 강태헌(14)은 작년 맑은샘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최고수급으로 각종 전국 학생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연구생 기대주.
또 하나 볼만한 대결이 있었는데, 맨날 빛의 속도로 깨지곤 하던 찐기자와 최병덕 회장의 맞대결에서 많은 미추홀러들의 예상을 깨부수며 최회장이 불계승을 거두었다. 2승1패.
나 하나 깨지는 건 두렵지 않으나 오만원증권배를 겸해 치러진 빅 승부에서 패한 건 복구가 쉽지 않다.
반면 최병덕 회장은 평소에 보이지 않던 함박웃음을 연신 터트리는 것으로 보아, 한편으로는 찐기자가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하수가 상수를 한번 제압하면 그 무용담이 몇 달 간다고, 앞으로 있을 2차 가해, 3차 가해가 걱정된다.
▲박지웅(우승)-황호진.
'소수점 레벨' 대해 잠시 설명한다. 올 1월부터 이전 대회에서 성적이 좋거나 혹은 나쁜 사람은 레벨 표시 옆에다 소숫점 레벨이 들어간다.
지난 대회에서 우승(+3) 준우승(+2) 혹은 3승(+1)으로 입상을 하게 되면 덤을 추가로 상대방에게 제공하고, 같은 의미로 4패자(-2) 3패자(-1)는 추가로 덤을 받게 된다.
만약 0.9와 3.2가 만나면, 1레벨에서 0.1이 세진 것이며 3레벨에서 0.2만큼 약해진 성적이다. 따라서 두 점에 사석 세 알을 추가하는 치수가 된다.(안다스텐?)
오늘도 결승진출은 총 6명. 아마 이름을 들어보면 막강 선수로 인식되던 선수는 박지웅 정도. 우승권 탈락자들은 절호의 기회를 놓친 걸 후회하고 있을 테다. 다만 운도 실력임으로 기회를 못 잡은 자신을 원망해야지.
▲김동섭.
대진 결과 김동섭-남경석, 최진복-김도협, 박지웅-황호진 대결로 낙착되었다.
김동섭과 박지웅이 원 사이드한 결과가 나올 것이며, 최진복-김도협 전은 최진복의 기세가 좋고 김도협이 승부 현장에서는 살짝 두어발 떨어져 있기에 '볼만한'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3.1레벨의 황호진은 –0.6 레벨의 박지웅과 이름값에서는 비교 불가지만 치수에서 황호진이 좀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노련한 박지웅이 한참 후배를, 바둑이란 인생이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란 교훈을 던지며 돌려보냈다.
김동섭 남경석 압구정리그 백호부 멤버끼리여서 피차 잘 아는 사이. 다만 남경석은 8.5단에 가깝고 김동섭은 9단. 김동섭은 찐기자의 단골 양3.3 포진으로 철 지난 우주류를 선보이던 남경석에게 150수만에 불계승.
요즘 빈번한 대회 출전으로 내공을 다져온 시니어 최진복이 주니어 김도협에게 정선으로 이겼다. 최진복은 어제 부안대회 준우승에 이어 이번엔 우승이다. 박수를 보는 바이다.
▲우승 같은 3승. 대회 출전 대략 50회 만에 두 번째 3승을 거둔 최병덕 회장이 성적표를 대진판에 붙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맛에 사능겨~!'.
오늘 대열전을 정리하자. 쟁쟁하던 프로가 단 한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아마 찐기자가 기억하기로는, 준우승도 못한 건 이번 대회가 첨이 아닐까 싶다. 쾌속 제트기 정대상과 국대손오공 서능욱, 주니어 박동주는 2승2패로 참혹했고, '고목' 나종훈이 프로의 체면을 유지하여 3승을 올렸음이다.
그리고 놓칠 수 없는 건 노회한 고라니 최병덕이 3레벨의 자존심이 되어 3승을 올린 것도 쾌거 축에 든다. 하긴 고라니들에겐 3승이면 거의 우승에 필적하는 성적.
게다가 찐기자와의 대결에서 운 좋게 폴승을 기록하며 덤으로 얻는 상금까지 두둑하게 챙겼다. 하긴 매번 시상자로서 사진만 찍히다가 팻말들고 사진을 찍히니 좀 어색하긴 하다.
또한 첫 출전 여성선수 박미라는 4레벨도 좀 약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2패 후 2연승을 기록했다는 것이 희망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여수 초등5학년 황준서도 대견하게 2승을 올렸다.
무라카미는 찐기자의 예상을 뒤엎고 3승을 거두었다. 3승 째는 단골 우승 후보 안상범에게 거둔 승리여서 누가 뭐래도 대단한 성적이다.
우승-최진복 박지웅 김동섭, 준우승-김도협 황호진 남경석, 3승자-이철주 양완규 진종수 최병덕 나종훈 이건우 무라카미 김형섭 강태헌 김종민.
마지막 한마디. 미추홀의 단골고객 김선홍 세무사와 김세원 병원장이 미추홀의 윤기 나는 곳에 보태라며 각 100만원 씩 후원해 주셨단다.
덕이 있는 분 주변엔 덕이 있는 친구들이 들끓는 법. 늘 고정으로 고마운 덕장 김종화 대회장과 덕장 최병덕 회장에게도 감사한 맘이다.
세상은 좁고 고수는 진짜 많다. 미추홀에 오면 느낀다.
▲미추홀에 오면 늘 같은 모습으로 기보를 놓는 한세형.
▲오늘은 또 한 분이 열공 중이었다. 첫 출전한 박미라.
▲이번엔 사활 문제로 고심 중인 안상범과 이건우. 서서 같이 고심하는 이는 정대상 프로.
▲간략한 개막식 모습. 장두화 총무, 김종화 대회장,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 현명덕 한국장애인바둑협회장.
▲미추홀 출전만을 위해 항공권을 끊었다는 일본의 무라카미와 그의 사범 조혜연 프로.
▲박휘재-박동주(승).
▲이석희(승)-곽계순.
▲양완규(승)-박미라.
▲무라카미-김시현(승).
▲사활공부하던 두 인천 선후배가 이번엔 대국 상대로. 안상범(승)-이건우.
▲김동섭(승)-나종훈.
▲투구 쓴 李의 전쟁. 이기수-이용남(승).
▲서부길.
▲심효준.
▲곽웅구.
▲안상범.
▲바둑중 출신 박동주 프로.
▲김종화 대회장.
▲'이에는 이!' 치과의사 선후배끼리 붙었다! 김종화(승)-임명규.
▲임연식(승)-곽웅구.
▲김동섭(승)-남경석.
▲최진복(승)-김도엽.
▲김도협.
▲황호진.
▲시니어 뉴 페이스 남경석.
▲3승자 시상. 최병덕(시상 아니고 수상) 강태헌 양완규 나종훈 무라카미 이건우 김형섭 김종민(이상 3승자) 김종화(시상).
▲준우승 시상. 최병덕(시상) 남경석 김도협 황호진 김종화(시상).
▲우승 시상. 최병덕(시상) 박지웅 김동섭 최진복, 곽계순 김종화 부부(이상 시상)
▲행운권 시상. 최병덕 회장(시상). 강태헌(5만원권) 서능욱 하승철(이상 2만원권) 정문섭(백화점 상품권). 김종화 대회장(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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