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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15 15:54:47
  • 수정 2023-05-15 17: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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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41년만에 첫 미추홀 우승을 차지한 정대상 프로(왼쪽).


오늘도 네비에 ‘김종화 치과’를 치고 신나게 달려간다. 

혹자는 고속버스 미추홀행을 끊었을 게고, 친구끼리 카풀해서 함께 달려오기도 할 게다. 


그렇다. 셋째 일요일이면 미추홀 ‘바생바사’들은 김밥을 마는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 마냥 들뜨고 부푼다.  


인천의 자부심 미추홀리그 83번째 대회가 14일 모래내시장 인근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40명의 기객이 출전한 가운데 조촐하지만 성대하게 벌어졌다. 


치과에서 바둑을 둔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치과에 딸린, 치과보다 더 넓은 공간이 인천바둑발전연구회니까. 


눈썰미 있는 분들은 느낄 테다. 경기도시군리그와 신안바둑대회가 거푸 벌어지는 셋째 주에 미추홀까지 합세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게 주최 측의 배려.


▲ 오늘따라 다소곳한 '총무대행' 대회장 김종화와 미추홀기우회장 최병덕, "지난 주 인천체육회장배에 많이들 출전해주셔서 감사하고 오는 7월엔 영종도에서 1박2일로 더욱 즐겁게 모시겠습니다."


늘 그렇듯 국민의례와 함께 인천바둑의 대부 김종화 대회장과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의 덕담들. 그리고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의 원활한 대회 진행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새로 오신 패밀리들과 프로사범님들에 관한 소개도 있었다. 또 언제부터인가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빠지지 않는 지난달 미추홀러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순서가 기다려졌다.


지난 주 경기도민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부천시가 소개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쏱아진다. 부천의 단장 윤명철 부천바둑협회장은 바로 미추홀기우회의 창단멤버였기에 더더욱 반갑다. 그리고 부산시장배 시니어부에 출전했던 서부길이 4강, 최진복이 8강에 입상했다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서부길 윤명철 김종화 서능욱 나종훈 최병덕 장두화 등은 여전히  미추홀기우회를 떠받드는 굽은 소나무다. 


늘 개근하던 장총무가 이번 달엔 개인적인 사정으로 빠졌기 때문에 김종화 대회장이 대역이다. 그럼에도 대회진행이 너무 잘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장총무가 섭섭해 할 텐데, 아랑곳 않고 대회장은 진행도 매끈하게 잘한다. 


▲제83회 비추홀바둑리그가 40명이 모인 가운데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14일 개시되었다. 


일단 로컬룰을 짧게 소개하자. 


1. 원뿔(+) 투뿔(++)제도는 이제 정착이 되었다. 최근 대회에서 두세 번 우승 준우승한 선수는  덤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원뿔(+)은 3점, 투뿔(++)은 6점. 단, 시니어랑 경기할 때 적용된다.

2. 시니어 군(群) 주니어 군으로 나뉘어 추첨한다. 점점 발톱과 이빨이 무뎌지는 시니어를 위한 배려다. 

3. 또 하나. 고라니조차 맹수로 보이는 햄토리 4레벨을 위해서 따로 인큐베이터 조를 만들어서 일정 정도 살을 붙인 이후 3라운드부터 초원에 방사하기로 한 것.


엎치나 메치나 주니어들이 강세를 나타내는 건 매한가지고 결국엔 강한 육식들의 먹이가 될 뿐(ㅠㅠ).   


오후2시 정각 대회가 개시된다. 


▲'한 명은 살아야 한다!' 인천바둑협회 최병덕 회장(승)과 곽계순 부회장의 잦은 결투.


오늘은 입단 41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속사포 정대상 프로가 히어로. 


응창기배보다 힘든 미추홀 우승이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 응창기배는 4년 만에 한번 열리니까 기회가 드물어 우승하기도 어렵지만, 미추홀은 매달 열리는데도 우승하기가 어렵다면 과연 어떤게 더 어려울까. 하루 네 판만 이기면 우승인데 그게 잘 안 된다 이 말씀이다. 


첫판이 가장 중요하다. 대개 이길 사람이 이겼다. 헉! 고라니 이용직이 전국구 김동섭을 잡았다. 물론 단발성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전국구를 이겼다는 게. 


다음 최병덕이 홍일점 곽계순을 이겼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초원에서 제발 한 명은 살아남으라는 뜻 같지만, 웬지 억수로 자주 만나는 느낌이다. 


▲'의사 다툼' 김세원(승)-김종화.


아내 곽계순이 가는데 남편 김종화도 분명 갈 터. 대진표 하단에 김종화-김세원이 만났다. 이 또한 우연 치고는 너무 작의적이다. 김종화의 오랜 '바둑스승'인 김세원은 그 역시 구로에서 개원한 통증의학 전문의. 그 역시 가끔 밥값을 기부하기도 하는 착한 샘.


김종화 곽계순 부부는 오늘 첫판부터 기분 좋게 졌다. 표 찍어주면서도 즐거운 부부는 어제 바로 둘째 따님이 결혼식을 올려 붕붕 떠다니는 맘일 것. 평소 늘 베푸는 맘으로 살아가다보니까 300여명의 어마어마한 하객이 몰렸다고. 


둘째판도 흥미진진하다. 


인천의 간판끼리 만났다. 나종훈-서부길 전에서는 서부길이 이겼다. 서능욱 정대상도 2승, 조종신 최홍윤도 2승이다. 나종훈 프로만 1패다. 아마도 찐기자에게 연패를 당해 '고목이나 거목이냐'의 논쟁 이후, 나프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끝장승부 달인 안재성이 AI연구가 노근수를, 인천 연구생1호봉 박중훈이 인천의 미래 이건우를 제압했다. 그리고 처음 출전한 고수복이 햄토리급에서는 첫 2승을 올렸다.


▲'복길 절친'의 한판 승부. 최진복-서부길(승).


우승이 가까워 온다. 그렇다면 육식 초식 칸막이가 열리는 3라운드가 서바이벌 방사장. 


인천의 간판 서부길과 절친 최진복이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만났다. 이들은 평소 부천에서 바둑연구에 여념이 없는 그들은, 한때 ‘복길 100번기’를 실시할 정도로 바둑애정이 각별한 사이.(한 60경기 결과는 기자가 확인했는데 그 이후는 모르겠음^^). AI를 달고 사는 엄살쟁이 서부길이 파이터 최진복을 이겼다. 


또 정대상-서능욱 전도 흥미롭다. 서능욱이 신출귀몰이라면 정대상은 파란만장의 대가. 


사실 둘은 정신 없이 바둑을 두는 유이한 프로기사 군. 다만 서능욱은 손오공의 경지에 오른 정파라면, 정대상은 거의 무아지경의 아노미를 즐기는 사파(似派)의 대가. 


사파 정대상은 승리 후 “이젠 나의 임무는 다했다.”며 한숨을 돌렸고, 정파 손오공은 “아휴, 한두번 지나요?”하며 싹싹하게 사무실 pc로 달려가더니 브리지게임에 다시 몰두.


최홍윤 프로는 주니어 김준영을 제압했고 박중훈은 조종신 프로를 제압했다. 아니, 덤을 추가로 6집이나 제공하는 ‘투뿔’ 조종신은 ‘출전=우승’인 미추홀 전용프로. 박중훈도 단골 우승이긴 마찬가지지만. 


자, 3승자는 5명. 따라서 3승자보다 더 센 조종신 투뿔이 와일드카드로 나서, 조종신-정대상(흐미, 불쌍한 정프로님아~!), 최홍윤-안재성, 서부길-박중훈 매치가 성사되었다. 미추홀을 좀 아는 이들은 예상이 될 테다. 


▲'신출귀몰' 정파 서능욱 프로과 '천변만화' 사파 정대상 프로(승)의 무공전쟁.


예상대로 서부길은 박중훈에게 조금 밀렸다. AI연구가 잘 되어있는 초반엔 잘나갔지만 중반 이후 살짝 틈새가 벌어지더니 돌을 거두고 만 것. 


안재성은 미추홀최강 최홍윤을 맞아 약간 밀리면서도 최선을 다했다. 다만 시간이 모자라다보니 후반을 원활하게 이끌지 못한 게 패인.


모처럼 정대상도 계가바둑까지 이끄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흑은 든 조종신이 10집 승. 따라서 호선이라면 3집반을 패했다. (그럼 호선이 아니야?)


정대상은 분했다. 시니어와 주니어의 현실적 격차를 우리는 다들 인정하지만, 그래도 인정하기 싫었던 프로 정대상은 최선을 다했지만 3집반을 패했다는 사실이 분했다. 


다들 조종신은 투뿔이라서 덤을 추가로 6집을 제공해야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조종신은 이미 알고 있었고 정대상도 경기 전에 숙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분투’로 인해 석패의 생각만 가득했던 정대상은 어느새 까먹었던 것. 


이에 나종훈 프로가 공식적으로 알려준다. “이 바둑은 조종신이 덤 6집을 부과해야 하므로 정대상이 이긴 것임.” 나프로는 대바협 1급 심판자격증을 소지한 분이다.


“대상이형! 미추홀 언제 우승해봤죠?”

“나? 처음인데…”


82년 입단한 정대상 프로는 41년의 프로생활에서 가장 값진 타이틀 미추홀을 생애 처음으로 거머쥐었다.  


▲결승 정대상-조종신. '속사' 정대상(왼쪽)은 열심히 분투했고 결과 반면 10집을 패하자 몹시 아쉬운 듯했다. 반면 '투뿔' 조종신은 자신이 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은 분이라면 나도 출전하고 싶다는 맘이 절로 생길 거다. 생각만 하지 말고 노크를 해보시라. 저녁은 갈비집에서 소주를 몇 병 먹어도 되는 ‘본전 빠지는’ 미추홀나들이니까. 


6월은 상반기 결산대회로 살짝 상금도 많아지고 행운상도 두둑해질 전망. 당연히 빨리 참가신청을 서둘러야 한다는 말이다. 


방금 기사를 쓰는 도중에 6월11일 역시 둘째주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단다. 달력에 동글뱅이 쳐놓도록.


사진과 함께 대회장 분위기를 전한다.




▲제83회 미추홀바둑리그 개시.


▲한세형과 조종신. 늘 일찍 와서들 기보를 놓아보는 등 공부에 열중하는 두 선수.


▲공부하는 형제들. 이서우 이건우.


▲공부하는 방식의 차이. 아날로그(책) 한세형과 디지털(스마트폰) 하승철.


▲오늘 첫 식구가 된 이들 소개. 선 체 인사하는 정제민은 인천이며 타이젬8단 기력. 


▲4레벨끼리의 인큐베이터매치. 박건영-정충의(승).


▲만년 3레벨의 즐거운 경기. 이용직-최병덕(승)


▲나이가 들어도 바둑은 는다. 공부를 안하서 안 늘지~. 한세형-소재경.


▲인천명인 하승철-일산국수 임춘기.


▲낭만변호사 윤천준-인천의 심볼 손오공.


▲'투뿔' 조종신 프로와 세상고뇌 다 짊어진 김종화.


▲'1승을 향해!' 인천바둑협회 부회장끼리. 이한섭-곽계순.


▲어제 따님 결혼이라는 대사를 치르고서 오늘 또 거사를 치르느라 수고하신 바둑부부 곽계순 김종화님 고생하셨어요~!


▲안재성-노근수.


▲서부길(승)-거목 나종훈.


▲단골 우승자끼리 격돌. 박종훈(승)-'투뿔' 조종신 프로.


▲은근히 (우승에) 강한 최홍윤 프로.


▲박종훈.


▲서부길.


▲이주행(아빠)


▲이건우(1남).


▲이서우(2남).


▲첫 미추홀 대권을 거머쥔 정대상 프로.


▲결승! 안재성-최홍윤(승).


▲결승1 조종신-정대상(승).


▲결승3. 서부길-박중훈(승).


▲특별행운상(고급 치약칫솔 세트)은 이주행 이서우 이건우 삼부자에게 수여되었다. 김종화(시상).


▲3승상 시상. 최병덕(시상). 서능욱 김동섭 나종훈 김준영 이건우 정제민 한경남 김종화(시상).


▲준우승상 시상. 최병덕 안재성 서부길 김종화.


▲최병덕(시상) 박종훈 최홍윤 정대상 곽계순 김종화(시상).


▲행운상. 최병덕 고수복 노근수 한세형 김종화.


▲행운상(고급 그릇세트) 김세원 김종화(시상).


▲행운대상 2관왕 이서우 김종화(시상).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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