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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21 03:19:40
  • 수정 2023-03-25 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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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회 미추홀바둑리그가 19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 44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개시되고 있다.


흔히 체육관대회는 어린이부 성인부 노년부 단체부 할 것 없이 모든 부문에서 넓은 체육관을 조각 조각 내어서 치르는 메머드 종합대회다. 미추홀은 프로 아마 시니어 주니어 청소년 어린이 따질 것 없이 모든 이들이 단일 부문으로 치르는 전국 유일의 대회다.


또 한 달이 흘러갔나보다. 달마다 찾아오는 반가운 메신저 미추홀. 


미추홀바둑리그 81회 대회가 19일 오후1시30분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 매달 만나면서도 그새 그리웠던 친구 44명이 모인 가운데 소확행 바둑모임을 가졌다. 


언제부턴가 개시 시간이 일정해졌고(13:30분) 출전예약시스템에 따라 지각생 결석생도 부쩍 줄어드는 등 모든 면에서 매끈한 행사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조퇴생까지도 0명이었다. 


미추홀은 3승은 해야 소정의 상금이 주어졌는데, 최근엔 행운상을 조금 줄이되 그 비용으로 2승자에게도 1만원 한 장을 봉투에 담아준다. 하루 네 판을 열심히 두어서 2승을 거두면 식대와 차비도 생기니, 공짜로 좋은 친구들과 하루를 즐기고 가는 셈. 또한 대회 막판이 되면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도 이 만원증권배 덕분에 끝까지 집중하게 되니 대단히 좋은 선택이다.


▲동호인 최강 이재철-우수 공무원 하승철(승).


오늘도 서능욱 나종훈 정대상 서중휘 조종신 등 참 고마운 프로들이 출전했다. 기대 상금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하수님들과 함께 즐기려 출전한다는 점에서 우리들에겐 행운이다.


왕년 프로 뺨치던 실력파 시니어들, 그리고 지금 프로 뺨치는 주니어들, 게다가 저마다 죽어도 강1급임을 주장하는 지역구 고수들이 즐비하다. 


오늘따라 꼬맹이 뉴페이스가 또 새롭게 왔다. 요즘 바둑계는 나이가 어릴 수록 고수다. 처음 출전하면서 1레벨을 단 무서운 꼬맹이들이다. 또 성인 2명도 새롭게 왕림했다. 딱 한눈에 좋은 분 같아 보인다.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스위스리그 대진은 자신의 이름 주변에 위치한 선수와 일단 맞붙는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는 위치에 구애됨이 없이 마구 섞어서 붙는다. 이는 주니어들과 꼬맹이들은 아무래도 프로를 지망하고 연구생출신이어서 다들 세다. 따라서 날이 갈수록 떡수만 늘어나는 어른들이 체면불구하고 센 부류와는 일찍부터 만나지 말고자 일종의 편법을 쓴 것.


또 하나, 선수이름 옆 숫자는 레벨 표시다. 레벨 간에는 정선· 두점· 석점· 넉점으로 치수가 정해지고, 숫자 옆 플러스(+)표시는 덤 3개를 추가로 내놔야 할 정도로 잘 두는 선수다. 즉, 안재성 전유진 조종신 등 3명은 최근 대회에서 우승 준우승을 거푸 기록한 요주의 인물. 일례로 안재성1+와 진재호3이 만나면 두 점에다 덤 3개를 추가 제공하는 치수가 된다. 


▲서중휘 프로 대 조종신 프로의 대결에 많은 갤리리들이 모여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춘삼월의 따신 기운을 담아 44명의 미추홀리거들의 열전이 개시된다.


1라운드에서 눈에 띄는 경기를 살펴본다. 


‘일산국수’ 임춘기가 전국구 김동섭에게 정선으로 한방을 먹인 건 이변이었고, 국제바둑계를 휘어잡고 다니면서 트로피를 수집하고 있지만 의외로 국내바둑계엔 비교적 덜 알려진 김도협이 인천소년체전대표이며 타이젬 9단 박한필(12)을 두 점 접었다는 게 대단했다.


또한 간혹 3승을 차지하던 공무에 바쁜 하승철도 첫 출전한 꼬맹이 강태헌에게 귀중한 승리를 거두었다. 강태헌(12)은 지난 주 벌어졌던 맑은샘배 최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강타자로 역시 타이젬 9단의 강호. 


다만 연구생 6조로 들어갔다는 강민서는 전국구 박휘재에게 정선으로 승리하여 한국연구생의 위력을 과시.


2라운드는 이변이 좀 생긴다. 시니어 프로들이 다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기 때문.

먼저 인천의 태양 손오공은 여자최강 전유진에게 패해 일찌감치 대국장밖 pc로 나가 브리지를 즐겼고, 천하의 싸움왕 정대상도 1레벨급 2레벨 소재경 쌤에게 그만 낙마.


찐기자도 미추홀의 간판 나종훈에게 낙승을 거두며 지난달 준우승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주변에서는 '거목을 껐었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혹자는 '고목을 꺾었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했지만.

또 처음 출전한 꼬맹이 심효준이 동호인 최강자 이재철을 정선으로 이겨낸 건 센세이션이었다. 아까 소개한 강태헌과 함께 장수영도장에서 열심히 수업하고 있는 심효준(12)은 전주출신으로 꼭 어릴 적 이창호를 연상케 하는 재주.


▲결승1. 여자 최강 전유진(승)-시니어 최강 안재성.


3라운드는 웃음기가 사라진 전면전. 안재성-찐기자, 전유진-임춘기, 김도협-소재경, 심효준-정탁준, 조종신-서중휘. 2승자끼리의 대결이다. 


그러나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머, 예상되는 결과다. 찐기자는 끝장승부의 달인 안재성과 10번을 개인적으로 붙어서(아니 배워서) 10전 전패. 일산국수 임춘기도 싸나운 전유진에게 막혔다. 소재경쌤도 주니어에겐 힘에 겨운 듯.


될성부른 심효준은 정탁준에게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한 건 놀람교향곡이었고, 젊은 프로의 대결에서는 조금 더 젊은 조종신이 승리했다. 집은 서중휘가 많았으나 시간이 모자라서...


결국 승자는 안재성 전유진 심효준 조종신 김도협 등 5명. 이들은 우승 아니면 준우승이다.


5명이면 홀수니까, 2승1패자 중 최고 실력자가 와일드카드로 나선다. 당연히 서중휘 프로가 낙점되었다. 만약 서중휘가 이기면 단순 3승자가 아니고 준우승자로 격상된다. 따라서 1패자가 전승자에게 '슬슬 두겠거니' 하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결승2. 심효준-조종신(승). 꼬맹이 심효준이 상대를 살짝 우러러 쳐다보는 모습과 조종신 프로가 반면만을 응시하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심효준은 같은 도장에서 공부하는 대선배님과 꿈에 그리던 한판 승부. 그것도 정선으로.


마지막 4라운드. 대진은 안재성-전유진, 심효준-조종신, 김도협-서중휘.


참 흥미롭게 붙었다. 안재성은 시니어 최강이며 전유진은 여자 최강이다. 따라서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었지만 전유진이 좀 더 싸나웠다.


아마주니어와 프로시니어의 격돌로 관심이었던 김도협-서중휘 전은 프로가 좀 더 셀 것 같지만 아마주니어의 실력이 프로와 대등하다는 건 미추홀러들에겐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러나 격전 끝에 서중휘가 '물귀신 작전'에 성공하며 두 사람은 나란히 준우승. 


여기서 조종신-심효준 전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나 마찬가지. 조종신은 입단 전에도 그리고 입단 후에도 장수영도장에서 공부하는 프로이며 심효준은 같은 도장의 까마득한 후배. 초반 한때 잘 싸웠지만 아직은 정선+덤 3집에는 안되는 것 같다. 지고도 연신 웃음기를 잃지 않는 걸 보니 크게 될 상이로고. 


이로써 우승엔 전유진 조종신 2명이며 준우승은 안재성 심효준 김도협 서중휘 등 4명이다. 우승이 준우승보다 적은 경우도 종종 일어나는 미추홀이다. 전유진 조종신은 이미 자기 레벨에서 +를 달고 뛰었으나 또 우승이니, 다음달엔 덤을 6개나 부담하는 투뿔(++)이 된다.


▲오늘의 행운상인 글라스락을 수상한 분들. 최병덕(시상), 송성관 임형섭 송양석 이건우 (그리고 사진찍는 찐기자), 김종화(시상)


시상식. 아무도 먼저 집에 돌아가는 선수는 한명도 없다. 바로 행운상 추첨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니까.


2만원, 5만원이 추첨되고, 또 이번 달엔 특별히 최고급 글라스락(싯가 5만원) 선물세트가 5개 준비되어 있다. 출석번호 4번도 행운이 따랐음인지 행운권에 당첨되었다. 앞에 나와 보니까 자주 나오게 되구나. 


행운권마저 외면했다면 하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다음이라? 다음은 너무 아쉬운데? 

그럼 양념갈비에 소주 한잔 하면서 못다 한 복기나 실컷 하고 가실 게요~.


매월 셋째주 일요일, 4월16일 오후1시 82회 미추홀이 이어진다.


근데, 찐기자는 어찌 되었을까? 선 2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으나 고수 안재성에게 패했고, 마지막 3승을 목전에 두고서 연구생 6조 강민서와 겨루었으나 사활을 착각하여 그만 10집패. 2승2패로 마감했다. 


그래도 선전했다. 1번다이에서 거목 혹은 고목을 꺾었기에, 과거에 같이 놀던 고라니과 최00 곽00 김00 윤00와는 격이 달라진 느낌이다.  


사진으로 장터 분위기를 전한다.



▲"오늘도 하루 네판을 열심히 두어봅시다!" 김종화 대회장의 축사. 미추홀기우회 장두화 총무(좌) 최병덕 회장(우).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 겸 인천바둑협회장. "5월7일 인천체육회장배 동호인대회가 열리고 7월9일엔 인천바둑협회장배가 시니어 주니어가 같이 겨루는 개인전으로 전국대회로 열립니다!"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의 운영방침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문창희 석광현과 함께 대회운영 총괄을 책임진다.


▲신규 회원의 소개. 맨앞 덕수고기우회 장승권님과 뒤줄 장수영도장의 심효준 강태헌.


▲처음 출전한 맨앞 강태헌은 맑은샘배 준우승을 차지한 소년 강자로 1레벨이며 구관 하승철은 2레벨. 그러나  첫판에서 하승철은 조직의 쓴맛을 보여주었다. 


▲인천바둑협회 윤천준 부회장과 최병덕 회장이 첫판에서 만난 건 피차 불운 또는 행운. 


▲첫 출전한 이진섭-미추홀 토박이 나종훈 프로(승). 이진섭은 과거 'MBC제왕전'이라는 tv속기전 제작을 맡았던 프로덕션에 근무하여, 나종훈 서능욱 정대상 등 프로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 공교롭게 나종훈 프로와 첫판에서 만났다.


▲정대상 프로-박한필(승).


▲강민서-안도현(승).


▲전직 선생님끼리. 김태홍-소재경(승).


▲윤명철(승)-송양석. 윤명철은 현재 부천바둑협회장이자 바로 미추홀기우회의 초대 멤버.  


▲심효준(승)-김세원.


▲심효준(12)은 소년체전 우승 등 초등 최강그룹에 속해 있다.


▲김세원-윤명철 간 만원증권배. 내기는 교육상 안 좋으니 계시기 아래에 감춰두었다.


▲강태헌-서부길(승). 강태헌의 바둑을 장수영도장에서 동문수학하는 심효준 김준영 강민서 등이 응원 겸 관전하고 있다.


▲정학준-김동섭(승). 김동섭은 첫판을 놓쳤으나 이후 내리 3연승을 거두었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 안재성(승)-송예슬. 결국 승자는 찐기자와 만나니까 그저 결승까지 무혈입성이다.


▲결국 송예슬이 패하고서 마지막 3승을 위해 최선의 수읽기를 하고 있다. 이건우-송예슬(승). 


▲위 바둑은 이건우의 시간패로 결정되었다. 계시기 왼쪽편에 1초가 남았을 때 찍은 모습이다. 


▲8.5단 남경석-9단 박휘재(승). 


▲결승3. 김도협-서중휘.(승) 1패자였던 서중휘의 '물귀신 작전'으로 둘 다 은메달.


▲유럽 미국 호주 등 세계 25개국의 바둑대회를 지난 10년 동안 찾아다니며 보급활동을 해 온 김도협.


▲꼬맹이 심효준이 우승자 전유진과 함께 조종신 프로와의 결승 기보를 놓아보고 있다. 관전하는 이는 인천바둑협회 정충의 정갑수 부회장.


▲조종신 프로.


▲3승 시상식. 최병덕 송예슬 서능욱 (안도현 박한필-앞줄) 김동섭 박휘재 소재경 강민서 김종화.


▲준우승 시상. 최병덕 안재성 심효준 서중휘 김도협 김종화.


▲우승자 시상. 최병덕 전유진 조종신 김종화.


▲행운상 시상. 최병덕 윤천준 박한필(5만원) 김종화.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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