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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4 02:02:57
  • 수정 2023-03-04 07: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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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여자입단대회를 통과한 임채린의 입단축하연이 열렸다. 사진은 충암도장사범진과 임채린 가족의 기념촬영. 최원용 임현빈 조재영 김대용 최규병 박순옥 조국환 임채린 임중규(아빠) 김희진(이모) 이혜강(엄마). 


입단한 사람의 고생은 많다. 그 고생 뒤에 부모님의 눈물이 있다. 늦둥이 막내딸 (임)채린이는 한창 응석부릴 나이에 서울로 유학와서 10년 공부 끝에 입단에 성공했다. 50년 먼저 입단한 선배로서 감히 말한다면, 또 10년 더 공부해야 한다. 승부사로서 살아가다보면 매 순간순간이 고비이며, 이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가 수시로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라. 그간 고생하고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낸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닌 거다. 내일부터 또 남자입단대회(본선)가 시작된다. 1주일 후 또 지겹지만 축하연을 가질 것을 기대한다.(최규병 대표사범)


2일 서울 서대문구 충암바둑도장에서는 제59회 여자입단대회를 통과한 임채린 프로의 입단축하연이 열렸다. 


작년 4월 고미소, 7월 최원진·김주형, 12월 이서영, 그리고 이번 3월 임채린까지, 최근 잇따라 네 번째 열린 한국바둑의 젖줄이자 최고의 명문 충암바둑도장(원장 조국환)의 입단축하연이다.(기사 하단 임채린 일문일답)



언제나 입단(入段)은 새롭고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100여 명의 충암도장패밀리들이 모두 참석하여 기꺼이 축하사절이 되었다.


축하연은 저녁 만찬에 앞서 김대용 사범의 사회로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먼저 조국환 원장과 최규병 대표사범의 축사에 이어, 임채린과 가족소개 및 어머니의 소감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꽃다발, 격려금, 롤링페이퍼, 기념반지 등 각종 입단 선물증정식이 이어졌다. 또한 동료들의 축사와 임채린의 입단 소감, 그리고 축하케이크 절단식으로 이어졌다.


비교적 속기로 끝낸 축하연에 이어, 언제 먹어도 맛있을 피자 20판, 치킨 10마리, 각종 회 10세트, 탕수육 군만두 각 5세트 등 도장원생들을 위한 군침 도는 푸짐한 저녁 메뉴로 만찬을 가졌다. 


입단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단어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일 것이다.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길었기에 오늘의 이 행복감은 비례해서 커지는 것. 웃음과 박수가 만발했던 축하연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조국환 원장님이 맨 처음 앞에 나오셔야 하는데 아무래도 펑펑 우실 것 같아서 대신 제가 나왔습니다." 입단제조기' 충암바둑도장 최규병 대표사범의 인삿말.  


▲"그 동안 잘 참아줬고 잘 컸어요." 정확히 9년8개월동안 '막내딸' 임채린의 뒷바라지를 해준 박순옥 충암도장사모가 축하인사를 하다 목이 메이는지 울컥하고 있는 모습. 


▲"처음 큰 꿈을 가지고 올라왔을 때 원장선생님이 10년 걸릴 거라고 했을 땐 설마 했어요. 중도에 포기하고픈 맘이 왜 없었겠어요. 그러나 채린이가 이렇게 좋아하고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데 부모로서 먼저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었죠. 10년을 기다릴 수 있었던 건 믿음 때문이었어요. (채린이의) 반은 우리가 키웠지만 반은 또 원장님이 키워주셨어요." 임채린의 엄마 이혜강 씨의 입단 소회.


▲이제부터 축하의 시간. 후배들의 꽃다발 증정.임채린 박송현 김사랑.


▲ 도장 선후배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롤링페이퍼 전달식. 김수아 임채린 박성윤.


▲선후배들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롤링페이퍼.


▲그리고 머니머니해도 머니! 격려금을 전달한 조국환 원장. 조원장은 10년을 묵묵히 인내해준 임채린의 입단이 확정된 순간 최규병 사범과의 통화에서 (사진에서와 다르게)울음을 터뜨렸다고. 


▲도서출판 '두드림'의 길해정 대표가 또 화장품을 임채린에게 선물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사회 김대용 사범.


▲충암도장의 전통 입단반지를 박순옥 사모가 끼워주고 있다. 

 

▲도장 친구들의 입단격려멘트 시간. "여수의 3대명물은? 바로 여수갓김치, 여수엑스포, 그리고 여수임채린입니다."(윤주원) "어렸을 때부터 채린이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웠어요. 얼마나 채린이가 입단을 위해 준비했는지 잘 알고 있단다. 채린아 사랑해~!"(김지수) 


▲"불편한 몸으로 여느 부모 못지 않게 저를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흔들릴 때마다 애를 먹일 때마다 언제나 제자리로 돌려주신 원장님 감사합니다. 더더욱 성장하는 임채린이 되겠습니다."


▲아빠는 임중규 씨는 젊은 시절 열병이 심해 치료를 받던 중 병원측에서 척추신경을 잘못 건드려서 졸지에 훨체어신세가 되었고, 공교롭게 엄마 이혜강 씨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의족에 의지하는 고난의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이었다. 이들 부부가 늦둥이 임채린의 입단 소감을 들으면서 감회에 젖은 모습. 


▲전남 여수에서 손수 운전을 하며 올라온 가족들과 행복한 사진 한 컷. 이모 김희진, 아빠 임중규, 임채린, 엄마 이혜강.


▲충암도장사범과 가족들. 김대용 박순옥 조국환 임중규 임채린 이혜강 최규병.


▲같이 공부한,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들이 임채린의 입단을 축하해주러 왔다. 박성윤 김수아 김지수 이서영 임채린 고윤서 고미소 박소율.


▲임채린(18) 프로.


힘겹게 낮은 포복으로 철조망을 겨우 통과하면 또 관문이 나오더라. 더 바짝 엎드려서 유리접시 다루듯 숨죽이며 어렵사리 통과하면 지겹게도 또 관문이 나오더라.


마치 입단을 안 시켜주기로 작정한 듯한 입단대회는 운과 기가 모두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만 겨우 완전통과가 가능한 고난의 상징이다. 프로기사 400명을 훌쩍 넘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연 없는 입단스토리는 없는 까닭이다.


늘 입단대회가 시작되면 이번엔 누가 유력하다느니 말들이 오가는데, 특히 이번 여자입단대회에서는 3명의 프로를 한꺼번에 뽑기에 대개 호사가들이 찍은 선수들로 입단자가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임채린은 호사가들의 예상에는 상위순번이 아니었다. 


이번 입단대회 예선서부터 출전하여 무려 8연승을 거두며 최종라운드에 당당히 진출한 임채린. 여태 출전했던 입단대회에서 이토록 흐름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 이제 4명 중 3명이 입단이니 75퍼센트의 확률이다. 


그러나 본선1회전에선 이겼던 김민지에게 이 중차대한 판을 패하면서 흐름이 끊겨버렸다. 75퍼센트의 확률이 50퍼센트로 떨어진다. 흐름이 깨지면 다시 찾는게 쉽지 않다. 그러나 마지막 한판에서 꿈에 몽매하던 한 장의 티켓은 임채린의 품에 떨어지고 만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터뜨린 꽃망울이었다. 전남 여수에서 초등3학년 때 유학을 와서 도장생활만 9년 8개월. 그 10년 세월을 기다릴 수 있었던 건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막내딸처럼 키워주고 보살펴주신 원장님 내외, 그리고 도장사범님들, 도장친구들… 모든 이들의 사랑과 관심과 격려가 꽃망울을 틔우게 했던 것이다.


임채린과의 일문일답.


▲2013년 서울 홍제천 인공폭포 앞에서 임채린, 박순옥 사모, 원제훈, 양유준이 포즈를 취했다. 여수, 제주에서 유학온 이들 꼬맹이들은 지금 모두 어엿한 프로가 되었다.


꽤 어릴 때 서울로 올라왔다고 들었다. 어릴 때 얘기 좀 해 달라.
고향이 전남 여수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아름아름 배우던 바둑이 초등3학년 때 전남도지사배에서 입상을 하고 난 다음 부모님도 바둑을 본격적으로 시켜보고 싶다는 뜻을 가진 걸로 알아요. 제가 바둑을 알고 난 후 바둑에 꽂혀서 살게 되었는데 바둑으로 들어선 건 확실히 할아버지의 영향이었죠. 바로 그때부터 서울로 유학을 와서 충암바둑도장에서 공부했고 당시 실력은 한바연에 겨우 들어갈 정도였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 바둑을 아는 집안이었나?
할아버지덕분에 바둑돌을 만지게 되었고 할아버지와 25점을 놓고 바둑을 배우기도 했어요. 바둑을 배운 후로 바둑만큰 재밌는 게 없었어요. 그런 할아버지께서 입단하는 걸 못 보시고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아마 하늘에서 가장 기뻐하실 거예요. 아빠도 바둑TV를 늘 틀어놓고 계실만큼 바둑을 좋아하셨죠. 두 분 모두 잘 두시는 편은 아니었지만 매우 좋아하세요.


자신 소개를 부탁한다. 입상한 경력이라든지?
서울 와서는 전국대회에서 입상을 뚜렷하게 한 적은 없어요. 다만 소년체전에서는 강했죠(웃음) 금메달을 두 개 땄는데, 초등5와 중3때 서울대표로 소년체전에 각각 금메달을 딴 적이 있어요.


입단대회는 언제부터 나갔나?
중1 때부터 나갔어요. 물론 실력테스트 겸해서 나간 거죠. 져도 별로 아프지 않은. 잘하면 입단하겠다 싶었을 때는? 작년 4월 입단대회부터에요. 당시 (고)윤서 (이)나경 (고)미소 등 또래들이 대거 입단하면서 나도 입단할 수 있다는 오기 혹은 자신감 같은 게 생겼어요. 작년 12월 입단대회에선 본선2회전 그러니까 8강까지 올라갔지요.  올해 입단대회는 8연승을 달리다가 막판에 실족했지만, 그래도 운때가 맞았는지 좌절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낸 끝에 성공했어요.


입단이 확정되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바둑내용이 조금 좋아서 '이제나 저제나' 긴장하고 있었는데, 상대가 막상 계시기를 멈추면서 ‘입단 축하한다’고 말해주었어요. 믿기질 않았죠. 부모님, 원장님, 그리고 사범님들 너무 고마운 생각만 들었어요. 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공부를 하면서 특히 부족했던 건 어떤 부분일까?

아무래도 도장사범님들의 보살핌이 컸고, 특히 최규병 김대용 최원용 사범님은 어릴 때부터 절 꾸준히 보아오셔서 저보다 저를 잘 아시는 은인들이죠. 특히 대회에 앞서 제가 서열로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조금 낮지만 해볼만하다며 멘탈을 강하게 잡아주셨어요. 바둑판만 보고(잡 생각없이) 둘 수 있었어요. 기랭보다 소중한 게 멘탈이었죠. 


존경하는 프로가 최(규병)사범이라고 했는데, 지도사범이라서 한 얘기는 아닐까(웃음)?
진짜 존경합니다. 최규병사범님을 어릴 때부터 지켜보면서 저도 매사에 끊임없이 공부하는 프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조국환 원장 선생님과 사모님은 10년 동안 절 막내딸 같이 보살펴줬어요. 특히 원장님은 제가 입단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흔들릴 때마다 용기를 주신 고마운 분이에요. 목표는 계속 변경되겠지만, 지금은 바둑밖에 제가 잘 할 수 있는게 없어요. 당분간은 특기 취미 모든 것이 바둑인 프로가 되고 싶어요.


▲ 작년 12월31일 이서영(좌)의 입단축하연에서 도장동료로써 축하인사말을 전하던 임채린. 이서영은 이들에게 새해 입단대회를 꼭 성공하여 자신처럼 입단축하연 자리에 서길 바란다며 덕담했는데, 거짓말처럼 그렇게 되었다. 맨 오른쪽 양종찬은 현재 입단대회 본선에서 겨루고 있다.


임채린(任綵璘) 
생년월일 : 2004년 11월1일 (전남 여수)
가족관계 : 임중규ㆍ이혜강 씨의 1남 1녀 중 막내
출신도장 : 충암바둑도장
지도사범 : 최규병 최원용 김대용
기풍 : 두터운 실리형
존경하는 프로 : 최규병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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