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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20 20:53:25
  • 수정 2023-02-20 22: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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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바둑리그가 팔순잔치를 벌였다. 제80회 대회에 앞서 생일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는 미추홀임원들과 프로기사들. 서부길 정대상 서능욱 나종훈 김종화 최병덕 정충의 곽계순 윤명철 윤천준.


일인자를 가리는 대회는, 영웅은 즐거우나 비영웅은 서글프다. 축제는 즐김을 목적하기에 승부의 쫄깃함은 살짝 떨어진다. 그럼, 다같이 즐겁고 다같이 쫄깃한 게 뭐가 있을까.


승부는 진지하게 즐기되 영웅에게 돌아갈 즐거움을 쬐끔 줄이면 다수의 고라니에게도 즐거움이 공유된다. 여기 대회와 축제의 장점을 하나로 합쳐놓은 미추홀이 있다. 비영웅도 즐겁고 고라니도 쫄깃쫄깃함을 느끼는 미추홀이다.  


왔는가 싶은데 곧 가고 마는 짧은 2월의 셋째 일요일인 19일, 인천 모래내시장 인근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는 저마다 우승후보를 자처하는 전국의 바둑광 49명이 결집하여 미추홀 팔순바둑잔치를 벌였다. 


미추홀 매뉴얼에는 48강전이 원칙이지만, 머 하다보면 급히 못나오는 분도 있고, 급히 나오고 싶은 분도 있으니 대략 48명에 근접한 49명이 출전했다. 바로 이 48강이 아닌 49강전이 묘했다.


팔순잔치라고 해서 케이크가 하나 마련된 것 말고는 특별한 건 없다. 별 게 없는 게 아니고 별 게 더 있을 게 없을 정도로 모든 게 풍족한 미추홀이다.


▲김종화 대회장과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의 대회사와 환영사.


제한시간은 각  35분 타임아웃제.


2월 대회는 특별히 +를 달아서 힘이 떨어지는 시니어들에게 활성비타민을 제공했다. 최근 단골입상자들의 레벨에 +를 달아서 덤3개를 추가로 상대에게 지급하는 조건이다. 대진표에서 이름 옆 숫자가 레벨이다.


그리고 50세 이상 시니어와 여성들에겐 24번 이내에서 끼리끼리 추첨하는 행운을 주기로 했다. 뭐, 그래봤자, 프로보다 쎈 주니어들의 등쌀을 이겨낼 순 없지만. 


식순은 다음과 같다. 1. 국기에 대한 경례. 2. 애국가 제창. 3대회사(김종화 대회장). 4. 환영사(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 5. 프로 소개(서능욱 나종훈 정대상 서중휘 최홍윤 조종신) 6. 신입기우소개(정탁준 안도현 안재문). 7. 대회운영규칙(현명덕 운영위원장). 8. 80회 기념 케이크커팅. 9.공지사항(은갈비냐 명태어장이냐?)


아, 그리고 서울 구로에서 ‘온수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세원 원장이 50만원의 후원금을 쾌척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찐기자에게도 가끔 방내기로 큰 선물을 안겨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참 만나기 힘든 대진. 4레벨 끼리. 정충의-차용철.


오후1시20분. 영락없이 1라운드가 개시된다. 


첫판에서 대진표의 어디메쯤 자신의 이름이 위치해있는 지가 중요하다. 그 인근에 위치한 선수들과 만나기 때문. 


강자 송예슬-이철주는 모두들에게 즐거운 대진이며, 김종민-서능욱, 서부길-정대상도 가족이 아니면 흥미로운 관전용 대진. 이철주 서능욱 정대상의 승리. 


눈에 띄는 건 차용철-정충의 전이다. 차용철은 인천 최대기우회 천석회 멤버이며 정충의는 인천바둑협회 부회장. 그런데 두 분은 참으로 만나기 힘든 4레벨끼리의 대진인데, 다행인 건 둘 중 하나는 살아남는다는 사실. 차용철 승.


여기서, 경기 전 김종화 대회장은 찐기자에게 제의를 한다. 첫판이니만큼 사진촬영도 열심히 할 겸 부전승의 행운을 준다고. '이런 고마울 데가....' 49명이 출전했기에 1명은 부득불 부전이었다. 이때만 해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정대상 프로-여자 최강 전유진.


2라운드부터 슬슬 열이 올라온다. 나종훈 프로는 시니어 최강 이철주를 이겼고 정대상 프로도 여자 최강 전유진을 보내버렸다. 이철주 양덕주와 함께 시니어 3대 강호로 꼽히는 안재성은 지난달 우승자 김동섭을 꺾었고 부쩍 힘이 강해진 이석희는 박휘재를 눌렀다. 그리고 서중휘 프로는 소년장사 이건우를, 최홍윤 프로는 핸섬 주니어 박성현을 이겼다.


강자들이 저네들끼리 박치기해서 하나 둘씩 X표가 늘어나니 그 또한 즐거움이다.

한편 고라니과에서는 놀랍게도 김종화와 찐기자가 2승을 거두었다. 당연히 운이 따랐음인데, 김종화는 4레벨이 옹기종기 모인 '성지'를 추첨한 행운으로 최정진에 이어 차용철마저 꺾고 2승이다.


찐기자는 날마다 우승후보 조종신 프로를 꺾은(어떻게 꺾었지?) 인천연구생 이승민에게 불계승을 거두었다. 이승민 왈 “기자님은 3레벨이 아닌 것 같아요.” 


하긴 2승까지는 운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나머지 두 판 중에 1승을 올려야만 3승상이라도 받게 된다. 찐기자는 대회장 바깥에서 다과를 들면서 연구생 제압작전에 대해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사이에 모종의 계략이 추진되고 있었으니....


▲핸섬 주니어 박성현-최강프로 최홍윤. 같은 0레벨이지만 최프로가 덤 5점을 제공하는 치수.


결승진출이 걸린 3라운드.


나종훈은 이철주를 보내고도 여력이 남았던지 AI연구가로 변신한 노근수마저 제압했고, 안재성은 정대상을 제압하며 시니어의 힘을 보여줬다. 또 이석희는 손오공 서능욱을 제압해 서프라이즈했다. '와, 시니어 둘이 프로 둘을 꺾어버리다니.' 


바둑고에 재학중인 인천의 젊은 그대 안상범은 인천연구생 대선배 박중훈을 넘어섰다. 서중휘 프로는 1패자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김종화와 찐기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2승자라면 강자 중에 강자일 것이니 고라니 스스로도 여기까지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대진을 보고 경악했다. 김종화vs찐기자 대진이 아닌가. 


“우와 만쉐이!” 찐기자는 3라운드에 만날 수 있는 최약체가 대회장 김종화여서 만세를 불렀다. 김종화도 찐기자가 만만했으리라. 그래서 대회장 직권으로 둘의 매치가 성사되었던 것일 게다. '계략'이 아니라면 23번과 49번의 대진이 성사될 리 만무하다.


결과는.
대마를 뚜디리 잡은.
찐기자의 승.


이리하여 전무무후한 찐기자의 역사가 완성되었다. 미추홀에서 결승진출을 이뤘다. 비록 부전승과 온갖 비리로 얼룩진 대진추첨에 의한 결과였지만 어쨌든 3승은 3승인 것.


▲터줏대감 나종훈 프로-끝장승부사 안재성의 결승.


이젠 소원이 없다. 조국의 통일보다 어려운 미추홀 결승진출을 이루었으니.


7명의 3승자들이 앞에 나와서 상대 추첨을 했다. 모두들 찐기자를 쳐다보고는 입맛을 다신다. '찐기자와 붙을 사람은 줄을 서시오!'  하긴, 접바둑인데 누가 걸리면 어떠리.


추첨결과 바둑고 재학중이며 인천연구생 출신 안상범이 행운아가 되었다. “상범아 축하해!”


안재성-나종훈, 최홍윤-이석희 서중휘-박중훈(1패자), 안상범-찐기자, 대진이 확정되었다. 


참 이름들을 되 뇌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모두들 우승 한번 해 본 실력자들인데, 찐기자만 5년 대회 참가동안 3승만 겨우 한번 해본 허약한 고리니. 


▲안상범-찐기자 결승 모습.


안상범은 0레벨로 프로급 실력을 인정받는 강호. 석 점을 깔고 두었지만 금세 호선바둑이 되었다. 계가까지 했다. 10집패. ‘아 세월이 무상타. (안)상범이가 5년 전에 나랑 호선이었는데…’


그래도 경기 초반 그 어렵다는 소목에 두칸 협공을 선보이며 강하게 둔 것에 만족한다. 고수 안상범은 “너무 잘 두셔서 초반 제가 고전했어요”라고 실토했다.(실토=그냥 해보는 소리^^)


'끝장승부의 달인' 안재성은 나종훈에게 계가승을 거두었고, 서중휘는 1패자라곤 하지만 역대 가장 우승을 많이 한 박중훈을 이겼고, 최강 최홍윤은 이석희에게 불계승을 거두었다.


찐기자는 값진 준우승이다. 준우승자가 3명이며 우승자가 4명이다. 그래서 더 희귀한 준우승이다.


참고로 찐기자는 역시 취재에 열중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이렇게 기념비적인 활약상에도 아무도 사진 한방 찍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데….


▲박중훈-서중휘 결승.


어떻게 시간이 갔는 줄 모르게 어느덧 오후7시. 주기야주(晝棋夜酒)라고, 이젠 술시.


하루 네 판 가지고 양이 안 차는 분들은, 바둑은 뒷줄이지만 술로서는 여전히 앞줄인 최병덕 회장님의 인솔로 삼삼오오 음주복기를 위해 갈비집으로 고고싱.


“많은 고라니들에게 희망을 준 것 같아 대견스럽다. 단, 미추홀의 격이 낮아지지나 않을까 적이 걱정된다.”(준우승자 찐기자의 셀프인터뷰)


“Water deer, be ambitious”
뭇 고라니들이여, 희망을 가져라!


‘아니, 워러가 준우승? 그럼 난 무조건 우승 각이다. 나도 출전해야지…’


미어터질 것으로 보이는 미추홀 3월 대회는 3월19일 셋째 일요일이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두시라.







▲미추홀에 임하는 자세. 노상호가 맘을 가라앉히는 묵상을 하고 있다.


▲선글라스 오빠 한세형이 역시 경기전 기보를 놓아보며 맘을 다가듬고 있다.


▲서중휘 프로가 제자 7명을 대동하고 시합에 참가했다. 촌음을 아껴 연구생들에게 바둑을 지도하고 있다.


▲드디어 제80회 미추홀리그가 개시된다. 이 쾌적한 분위기란...


▲대회 사회와 진행을 도맡아 수고하시는 미추홀 장두화 총무님 덕택이다. 어제(토)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고, 많은 참가선수들의 축하인사를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축하합니다!


▲선글라스오빠 한세형-곽계순.


▲안상범-오늘 첫 출전자 정탁준.


▲지난달 우승자 김동섭-윤천준.


▲김준영-서중휘 프로.


▲여성 최강 전유진, 바둑춘향 선 송예슬.


▲'이렇게 진지할 수가!' 두 고라니의 단두대 매치. 1패를 안은 채 예선탈락 직전의 두 라이벌 곽계순-최병덕. 


▲임연식-남정득.


▲안재성-양완규. 85세 양완규 대선배는 바둑이 있는 곳이라면 어제는 전주, 오늘은 인천을 활보한다. 비록 안재성에겐 패했지만 그 이후 모두 이겨서 3승상.


▲프로아마 강타자들 정대상 이철주. 


▲김종화-최정진.


▲대회장 김종화는 먼저 2승을 거두어 선전했지만 복병 찐기자에게 만방패했다.


▲3승을 위해 굉장히 열심히 싸우는 부천 윤명철-신안 김종민.


▲송예슬.


▲김미애.


▲윤명철.


▲조종신.


▲윤천준.


▲이석희.


▲양완규.


▲거의 매달 만나는 노근수-정대상. 종국 후 반면 빅을 연출했지만 '빅 백승' 규정에 따라 모처럼(?) 정대상 승.


▲서능욱-이석희. 


▲안재성-나종훈 결승 종국. 


▲최홍윤-이석희 결승.


▲3승상. 최병덕 양완규 이철주 서능욱 정대상 조종신 김준우 이건우 김종화 박휘재. 


▲준우승상. 최병덕 찐기자 나종훈 이석희 김종화.(질투나서 사진을 일부러 저렇게 찍은 걸로 보임^^).


▲우승 시상. 최병덕 안상범 서중휘 안재성 최홍윤 김종화.


▲특별 행운상 최병덕 이승민(오징어튀김) 이철주(고성능배터리) 김종화.


▲행운상. 최병덕 노상호(아까 그래서 묵상했나봐요~) 차용철 윤명철 김종화.


▲행운대상엔 늘 참가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인천바둑협회 부회장 정충의.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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