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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16 17:47:56
  • 수정 2023-01-16 20: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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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준우승 양완규(85).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혹은 ‘세상에 이런 일이!’의 소재가 미추홀에서 일어났다. 


올해 토끼띠 1939년생 우리나이로 85세 전주 양완규가 난다 긴다 하는 고수들이 모두 모여든 2023 미추홀 신년 첫 대회에서 결승 진출을 이룬 것. 


위로는 프로가 득실거리고, 프로 뺨치는 주니어와 소문난 시니어 강자가 즐비하고, 인터넷 7단 이상이 '임팔라' '고라니'라고 자학하는 미추홀에서, 무려 85세 老기객이 3연승을 해내다니…. 그야말로 ‘세상엔 이런 일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아닐 수 없다.


“내겐 인생 그 자체가 바둑입니다. 주말마다 전국 대회에 출전하며 후배들과 겨루는 게 보약입니다. 그래도 후배들이 고맙게도 (나를)귀찮아하지 않는 게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죠.” 


과거 전국아마바둑유단자연맹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양완규는 딱 20년 전인 2003년 전북바둑협회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지금도 아마바둑계에서는 최고의 덕을 갖춘 대선배로서 명망이 드높다. 현재도 전북대 바둑동아리에서 바둑강의를 하고 있으며 각종 전국대회를 누비고 다니는 화려한 현역이다. 


작년 태백 배달기전 갑조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던 양완규는 김인국수배 같은 단체전에서는 동패들과 어울려 우승을 도맡아 하곤 했다. 기왕이면 나이가 많아도 기량이 출중한 양완규를 후배들이 외면할 리 없었던 때문. 


그러나 프로나 주니어 시니어 고수들이 군침을 잔뜩 흘리고 있는 정글이 미추홀 아니던가. 추첨에서 양완규 선배를 만나게 되면 ‘오호, 1승 올리겠는데?’ 하고 표정관리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곽계순 나종훈 한세형을 거푸 꺾고 3연승, 한달음에 미추홀스타로 올라섰다. 비록 결승에서는 전국구 김동섭에게 패했지만 그는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 “준우승 축하합니다!”


▲제79회 미추홀 바둑리그 신년 첫대회가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49명이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15일 개시되었다.


바둑이 그리운 이, 사람이 그리운 이들은 모두 미추홀에 모이세요!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제79회 미추홀바둑리그가 2023년 첫 대회를 가졌다. 15일 오후1시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49명의 미추홀러가 신년 대박의 꿈을 안은 채 신명나게 펼쳐졌다. 


제한시간 35분 타임아웃제는 변함없고, 50세 이상 시니어와 여성 선수는 출석번호 24번 이내에 선정되고 주니어들은 25번 이하로 배정된다. 


또 0레벨과 1레벨 중 단골 입상자에겐 +를 부여해 덤 3개씩 더 부과하도록 '페널티'를 줬다. 이번 대회에선 이철주 전유진 조종신이 ‘우량 한우’로 선정되어 +를 받았다. 그들이 속히 ‘투뿔한우’가 되도록 빌고 빌어본다.


네판 두어서 3승 이상이면 시상하는 건 물론이다. 올해부터는 마지막 한판도 열심히 두게 하려고 2승자도 1만 원권 한 장을 시상한다. 도합 절반 이상의 입상자가 나온다는 뜻. 48명이면 다들 아시겠지만 우승· 준우승자는 3명씩 나오고 3승자는 9명이 나올 거다. 2승자는 뭐 10명 이상 나올 테다. 


'올해는 3승이라도 한번 해서 매번 사진만 찍지 말고 모델이 한번 되어봐야지…’ 기자도 소박한 꿈을 꾼다. 


▲1회전 양완규-곽계순(정선). 뒤는 정대상-노근수(정선).


자, 1라운드다. 흥미로운 대결이 많다. 먼저 시니어 여성최강 곽계순과 동향의 선배 양완규가 피차 만만한 대결을 펼쳐 양완규가 승리했다. 첫 출전한 강원연구생 정지훈은 첫판부터 조종신 프로와 만났고, 장수영도장 박한필은 인천연구생 임형섭에게 패퇴.


또한 2레벨 지역구 하승철은 전국구 박휘재를 꺾었고, AI연구가로 변신한 노근수는 정대상 프로를 꺾어 은근슬쩍 파란을 일으켰다. 


또 두 번째 출전한 바둑소녀 강민서는 인천연구생 이건우와 멋진 승부를 펼쳤으나 반면 빅으로 패했다. 둘은 정선인데, 미추홀 로컬룰은 ‘빅 백승’. 지난 대회에서도 강민서는 강적 박중훈에게 빅으로 패했으니 '빅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좀 쇼킹한 건 무명 노상호가 유명 이철주에게 1집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2레벨 노상호는 1레벨 이철주에게 정선인데, 이번에 신설된 +룰에 의거하여 이철주는 정선에 역 덤 3집을 제공하게 되었다. 바로 그 +룰에 걸려 통상 반면 2집을 이긴 바둑을 거꾸로 1집을 패하고 만 것.


▲2회전 나종훈 프로-양완규(두 점).


2라운드는 좀 더 치열했다. 85세 양완규가 미추홀 터줏대감이자 우승감별사 나종훈 프로를 꺾어 완전 새파란을 일으켰다. 양완규는 '1번 다이'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승부를 결했지만, 주눅들지 않고 잘 싸운 판이었다.


또 송예슬은 끝장승부의 달인 안재성을 소리없이 보냈고, 무명 노상호는 고양대표 임춘기를 물리치며 일신우일신 중. 게다가 김동섭은 정대상을 꺾은 노근수를 이겼다.


주니어들의 열전은 언제 봐도 멋지다. 동호인일인자 이재철은 지난 대회 우승자 김도협을, 서중휘 프로는 부천 대표 최준민을 이겼다. 또한 인천대표 박지웅은 동호인 최강그룹 이민호에게 신승을 거두었다. 이재철 이민호 박성현(이번달 미 출전) 등 은 여느 주니어선수 못지않은 기량임에 이미 0레벨이다.  


3라운드. 이제 12명이 남았다. 한세형-양완규, 송예슬-노상호, 김동섭-전유진, 조종신-이재철, 박지웅-서중휘, 이건우-김준영. 이들 중 고라니는 2레벨 양완규 노상호 뿐이며 1레벨은 한세형 송예슬 김동섭 전유진 이건우 김준영, 나머지는 0레벨이다. 김준영은 장수영도장에서 수학하는 연구생. 


바둑춘향 선 송예슬은 노상호를 쉬이 꺾었고 병마와 싸우는 김동섭이 괴력을 발휘하며 기세왕 전유진을 꺾었다. 송예슬은 예상된 승리였지만 김동섭은 예상외의 승리('아, 또 뭐라 한마디 하겠다.') 


조종신은 +룰에도 월등한 기량을 괴시했고 박지웅이 서중휘 프로에게 승리를 거둔 건 여느 대회같으면 제일 큰 이슈였다. 그리고 이미 0레벨급 실력파 이건우도 김준영을 돌려보냈다. 


▲3회전 한세형-양완규(정선). 


자, 다음 한세형과 양완규의 대결은 평소였다면 별 눈길을 주지 않았을 대진. 한세형은 압구정챌린지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고 미추홀에서도 준우승 경험이 있는 바둑공부 열심히 하는 노장. 하긴 양완규 앞에서 노장이라고 하니 좀 뭣하다.


결론적으로 두 선수 모두 승자였다. 한세형은 결국 졌고 한세형은 이길 수 있었다. ‘이기 므슨 말이고?’


양완규가 거의 종국을 앞둔 상황에서(이미 이겨 있었다.) 좌상귀 상대진영에서 망외의 큰 패까지 만들었으니 너무 좋은 상황. 


그런데 잠시 수를 읽고서 패가 됨을 확인한 다음, 미리 읽어둔 수순으로 불과 3초도 안 걸리며 착착 머리속 참고도대로 진행을 했는데... ‘아뿔싸’ 너무 기계적으로 두다보니 한세형이 두지 않았음에도 양완규는 제 흥에 겨워 한 번 더 두어버린 것. 기자도 그 곤란한 순간을 확인했다. ‘아이구야 반칙패네 반칙패야.’


순간 한세형의 멘트는 관전하던 이들을 감동시켜버린다. “양선생님! 이거 두 번 두시는 겁니다. 이러면 반칙패인데…, 제가 (내용으로) 진 바둑이니 결승 올라가십시오!”하면서 돌을 쓸어 담는 게 아닌가.


그러자 양완규는 “어, 내가 두 번 두었나? 반칙이면 내가 접어야지. 내가 졌네.” 하자, 한세형은 “아닙니다. 그렇게 올라가면 뭐하겠습니까. 선생님, 열심히 두어서 우승하세요!” 하면서 본부석으로 직행하여 공식 패배를 선언해버렸다. 


이 아찔한 순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세형이 당연한 일을 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전국의 수십 수백의 대회를 취재해온 기자가 감히 말하는데, 상대가 명확한 반칙패를 범했음에도 이 난감한 상황을 이렇게 싹싹하게 양보하는 미담을 본 적이 없다. 더욱이 이 바둑을 이기면 결승행이 아니던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미추홀만의 미덕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자, 각설하고-.


▲결승1. 조종신 프로(승)-이건우.


대망의 결승전. 3승자는 양완규 송예슬 김동섭(이상 시니어 여성) 조종신 박지웅 이건우(이상 주니어) 등 6명. 대진추첨은, 시니어여성 셋과 주니어 셋이 따로따로 추첨을 하여 끼리끼리 두고, 남은 1명은 시니어-주니어 대결을 펼친다.


결론은 김동섭-양완규(정선), 조종신-이건우(정선+역 덤 5집), 박지웅-송예슬(정선) 대진이 완성되었다. 어느 정도 한쪽으로 기우는 대진이다. 


김동섭은 가장 먼저 우승을 결정지었다.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은 관전하다 준우승한 양완규에게 축하인사를 건낼 정도로, 준우승만 해도 뭇 고라니들에겐 무한한 용기를 선사했다. 김동섭은 2년만에 우승컵을 들었단다.


조종신은 주니어 프로로써 자존심을 세웠다. +룰에 의거하여 치수의 열세에도 탁월한 기량으로 연구생 이건우를 요리했고, 인천 선수끼리 맞붙은 대결에선 박지웅이 송예슬에게 낙승을 거두었다. 


▲결승2 송예슬-박지웅.


끝이 끝이 아니다. 행운 대상 추첨과 함께 2승자에게도 선물을 준다. 그리고 만난 저녁 갈비만찬이 기다리고 있다. 


만찬장에선 반가운 얼굴을 또하나 만났다. 사진으로 확인하시길 바란다.


기사를 읽는 분들이 다들 느끼는 감정은 이것이 아닐까. ‘나도 미추홀에 참여하고 싶은데?’  


1) 기 출전자들과 친구라면 그에게 얘기해서 합류하는 방법도 있고
2) 개별적으로는 김종화 원장님이나 최병덕 회장님께 유선연락을 드리는 방법도 있다.


미추홀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월 셋째 일요일 오후1시에 개최된다. 


▲결승3 김동섭-양완규.





▲새해 첫 대회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빌딩 엘리베이트 입구에 세워놓은 안내표시.


▲오늘의 또 다른 승자 한세형. 그는 늘 대국시간 1시간전에 도착해 기보를 놓아보며 맘을 가다듬곤 한다.


▲다들 일찌감치 나와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노근수 김동섭 강민서...


▲“지난 연말 왁자지껄하던 분위기와 또 달리 48명의 적정인원만으로 차분한 새해 신년 대회를 하게 되니까, 최정예 48명이란 각오로 최선의 기보를 남기도록 합시다."(김종화 대회장)

 “교육감배(3월) 인천체육회장배(5월) 중구청장배(7월) 인천시장배(10월) 등 금년 한 해도 인천은 바둑대박이 날 겁니다!”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


▲새로 오신 패밀리들 소개. 장수영도장에서 수학하는 친구들이다.


▲언제나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수고하는 현명덕 경기위원장과 한국장애인바둑협회 도우미 여러분들.


▲미추홀 1라운드가 개시되었다.


▲미래들의 열전. 박한필-임형섭(승).


▲'고수는 고수를 부르고...' 우승후보군이 모여있다. 박지웅 김도협 이재철 이민호.


▲송양석(승)-임형섭.


▲첫 출전 차용철(승)-소재경.


▲중견 격돌. 서부길(승)-박휘재.


▲안재성-송예슬(승).


▲'또 빅이네요~!' 강민서는 인천학생최강 이건우와 반면 빅을 연출하여 '빅백승' 규칙에 따라 지난달에 이어 또 아쉬운 패배. 그러나 이후 3승을 거두며 입상.


▲장수영도장에서 수학하고 있는 '빅걸' 강민서. 


▲'고수감별사와의 대국은 괴로워~!' 윤천준-나종훈(승). 


▲서중휘(승)-최준민.


▲임춘기-임연식(승).


▲전국체전 고등부 인천대표 안영우-강원연구생 정지훈(승).


▲이재철-조종신(승).


▲조종신 프로.


▲동호인 최강그룹 이재철 이민호.


▲이민호-최준민 경기 복기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


▲김준영-이건우(승).


▲서중휘-박지웅(승).


▲김동섭(승)-전유진.


▲김동섭이 2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양완규-박지웅.


▲KBF 인천대표 간 대화. 송예슬-박지웅이 시상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전유진-이재철(승)


▲올해부터 2승자에게도 조그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사진 맨 왼쪽 최병덕 회장, 맨 오른쪽 김종화 대회장-이하 사진 동) 3승상 시상. 강민서 이철주 한세형 김도협 안재성 정지훈 서중휘 이재철 이민호. 


▲준우승 시상. 송예슬 양완규 이건우. 


▲우승자 시상. 박지웅 김동섭 조종신.


▲쵸코행운상. 정지훈 김도협 장두화 안재성.


▲'상받을 관상 따로 있다?' 우승을 놓치자 이번엔 또 행운대상을 수상한 이철주.


▲'이 무늬 저 무늬해도 이 무늬가 낫다!' '왕년의 강자 이문의를 아시나요?' 한 동안 아마바둑계를 주름잡았던 인천의 강자 이문의(맨끝 서 있는 분)가 미추홀 만찬에 참석해 다음 대회부터 출전하기로 했다. 그는 5년동안 집안 사정으로 바둑을 통 접하지 못했다가 미추홀소식을 듣고 긴히 왕림했다고. 맨 좌측부터 하승철 최병덕 윤천준 이문의 문영출 이철주 김종화 곽계순.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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