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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28 19:21:12
  • 수정 2022-12-10 11: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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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춘향 김현아.


"바둑을 시작하고서 가장 큰 상이에요"


춘향배가 진행되던 도중, 본선에 든 선수들 가운데 ‘한복이 젤 잘 어울리는 선수가 누굴까’라는 다소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관계자들이 김현아를 꼽았던 '비공식'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색한 옷매무새가 신경 쓰일 법도 한데 마치 집에서 입던 한복인양 딱 어울린다 했더니, 어젯밤 스스로 고른 한복이란다. 생전 처음 입어본다는 한복이 너무 잘 어울리는 김현아는 살포시 웃을 때 보조개가 매력인 영락없는 바둑춘향이다. 


무려 1000만원. 100만원도 적지 않은 아마바둑 우승상금에 ‘0’이 하나 더 붙어 1000만원이다. 내셔널 선수로도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강호 김현아지만 바둑을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큰 상금을 받아본 건 처음일 테다.


“대회 후원해주시는 분께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드려요. 여자선수들에겐 희망이 된 춘향배 잖아요. 이런 고마운 대회가 있음으로 해서 바둑 두는 사람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바둑을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숨 막히는 274수까지 이어진 대접전이 끝난 뒤 바둑춘향의 첫 일성이었다. 


김현아와의 일문입답.





1000만원의 상금이 어른거렸을 때는 언제였을까?
바둑이 계속 패싸움이어서 정신없었는데 좌변에서 백이 살았을 때 살짝 이겼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소감은? 전북과 인연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게요. 5년 전인가, 이창호배에게 첫 우승을 할 때 오(인섭)회장님이 전북바둑협회장님이셨고 그때 바둑일보에서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이번에 또 오회장님이 후원하는 춘향배에서 두 번째 우승하게 된 걸 보니 전북과 인연이 예사롭지 않네요.


적지 않은 나이에 이렇게 큰 기전에서 우승한 건 천우신조가 아닐까(웃음)?
네에. 맞아요. 첫 경기부터 맘의 짐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2대 바둑춘향 김수영에게 졌거든요.(웃음) 그래서 편하게 두자고 했는데 계속 운 좋게 이기는 거예요. 첫날은 무려 네 판을 두어서 겨우 본선에 올랐어요. 하늘이 도운 건 맞아요.


본선에서 이루비와 박예원을 거푸 이겼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랭킹 상위권 선수들이지만 다들 서로 만만찮은 실력들이라서 이기고 지고 하기 때문에 큰 심리적인 변화는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거푸 운이 따른다고 할 수 있겠죠. 그래도 결승이 가장 힘들었어요. 결승은 상대랑 두는 게 아니고 스스로와 경쟁하는 거잖아요.


과거보다는 대회를 자주 나오지 않는데도 성적이 좋은 이유는?
집중력의 차이라고 봅니다. 과거처럼 '죽자 사자' 공부하는 건 분명 아닌데, 선택과 집중이랄까, 각별함이 보태지면 더 집중되는 것 같아요. 전에는 (투자)한 만큼 (성적으로) 받아 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즐기는 맘이 더 크고 그런 가운데 압박감 없이 두는 게 좋은 효과가 난 듯해요.


▲춘향모델로 분한 김현아와 송예슬의 결승 퍼포먼스.


결승서 만난 송예슬과는 이번 대회에 한 방을 썼다고 하던데?
참 묘한 인연이에요. 제가 첫날 네 판이나 두었기 때문이 거의 맨 나중 끝났죠. 그래서 속소를 정하는데 (송)예슬 언니가 편해서 방을 같이 쓴다고 했죠. 언니도 좋다고 했고. 언니랑 밤에 ‘우리 둘이 결승에서 만나자’고 서로 덕담했었는데 그게 그대로 되어버렸죠. 다음날은 각 방을 쓰게 되었지만요.(웃음)


춘향배에 첫 출전이라고 하던데?
제가 회사를 다니고 있기도 하고 여타 대회도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니에요 이번에도 별일이 없으면 출전 안했을 건데...(그럼 별 일은 무엇?) KBF리그 최종 결승전이 담 주초에 잡혀있어요. 제가 부산 팀인데, 단체전에서 제가 지면 부담되니까, 여자선수들이 모두 출전하고 또 연구생들도 대거 참여하는 이번 대회를 스파링 삼아 나온 겁니다.


KBF리그 우승과 춘향배 우승 중 하나만 고른다면?(이 질문은 전날 짓궂게 물어봤음)
당연히 춘향배죠. 제가 바둑을 시작한 이래 이렇게 큰 상을 탈 기회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부산팀에서 섭섭해 하지 않을까?) 팀원들도 다 이해할 겁니다. 춘향배는 제가 이겨야 우승이고 KBF리그는 제 힘이 부족해도 다른 선수들이 힘을 내줄 거니까요.(웃음)


이번 우승으로 가장 기뻐할 사람은?

저를 아시는 분 다 기뻐하겠죠. 살짝 더 즐거워할 사람들은 KBF리그 팀원들이고, 나아가서 이번 승리가 부산 팀에 기를 불어넣는 계기기 되었으면 좋겠어요. 바둑 팬인 저희 아빠가 식구들 중에 제일 좋아하실 거 같아요.


▲바둑춘향 김현아와 '춘향이회장님' 오인섭.




춘향배 결승2국 총보(1~274) 백불계승.   흑 송예슬   백 김현아

(177 183 197 210~171. 180 194 202~174.  212 222 228 234 240 246~198.  219 225 231 237 343~201.  239~220.  241 253 258~37.  250 256~46.  259~251.  262~16.  265~14.  266~251.)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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