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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02 14:05:06
  • 수정 2022-11-02 1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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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석 대한바둑협회장.


대한바둑협회 발(發) 뒤숭숭한 뉴스가 하나 떴다. 일선에서 행정업무를 총괄 지휘해야 할 사무처장이 느닷없이 교체된다는 소식이다.


어제(1일) 오전 대한바둑협회(이하 대바협) S상임부회장은 Y사무처장에게 보직을 내려놓고 동시에 S부장에게 사무처장직을 수행하라며 회장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S상임부회장은 이미 지난 주 서효석 회장과 함께 이에 관한 결정을 숙의한 바 있었다. 


새 사무처장 S부장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대바협 과장이었다. 허나 3개월 만에 차장도 건너뛰고 부장으로 진급하더니 사무처장까지 수직 상승했고, 1년반 직을 유지했던 Y사무처장은 그 보다 아래 직급인 홍보부장으로 강등되는 우픈 일이 발생한 것이다.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대한바둑협회가 소소한 문제로 시끄럽다는 건 이미 바둑인들에겐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번 건은 대바협 서효석 회장의 무리한 조직운영의 단면이 드러났다는 우려의 시각이 다수.


지난 7월말 대바협에서는 직원(부정)채용 건이 발생했다. 인사위원회의 적법한 판단을 무시하고 서회장이 임의로 점찍어둔 인원을 직원으로 채용했고 그 일로 인해 대바협 내부는 이미 큰 갈등이 유발된 상태다. (※ 이 문제는 일부 언론에 상세히 공개되었고 대바협도 해명 글을 공개했다. 다만 그 적법성 여부는 법의 판단를 기다려야 한다.) 


그 와중에 H인사위원장이 전격 해임되었고, 이에 반발해 H인사위원장은 부당한 해임, 부정한 직원채용을 이유로 서효석 회장을 형사고발한다. 참고로 현재 군포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가 진행되었고 피고발인 조사가 곧 진행될 예정이다.


또 H인사위원장은 8월 중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윤리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근 Y사무처장, S부장, 모 인사위원 등은 윤리센터의 방문조사를 받았으며, 서회장에게도 조사통고가 간 상태. 곧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번 사무처장 교체 건은 이전의 직원채용 건과 강하게 연계되어 있다. 


일단 Y사무처장은 이에 불복할 공산이 크다. 해임이든 강등이든 적법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또 보직을 바꾸는 것도 인사위원회를 통해 정식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 대바협 S과장(당시)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했고, 타 회사에 근무하다 다시금 서효석 회장의 부름을 받고 대바협에 재입사한다. S과장은 재입사하면서 차장을 건너뛰고 부장이 되었으며, 이번에 다시 사무처장으로 초고속 승진이 된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한 직원을 다시 불러서, 그 스스로도 힘에 겨운 무거운 옷을 입혀서 고위직을 수행시키려고 하는지, 또 1년 반이나 직을 수행했던 Y사무처장을 무리하게 제거하려고 하는지, 바둑인들은 의문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이번 파동으로 인해 묵묵히 일해 온 10여명 대바협 직원들의 자존감은 제로에 수렴하는 중이다. 향후 대바협이 제대로 일을 수행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여파가 심각하다. 하루아침에 후배 직원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해괴한 조직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건 난감한 일이기 때문.


우량기업을 이끌고 있는 서효석 회장이 과연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알고서도 밀어붙였다면 대단한 직무유기며 모르고서 처리했다면 심한 독단 아집이 아닐 수 없다. 


대바협은 정부지원을 받고 있으며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에 따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대바협은 규정에 의거하며 절차대로 사안을 처리해야 함에도 규정과 절차를 벗어난 ‘회장이 주인’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라면 조직을 매끄럽게 이끌기가 버거울 것임은 자명하다.


규정과 절차를 말하다 보니, 윗 글에 나오는 ‘S상임부회장’과 ‘S부장’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단어 선택인지도 아리송하다. 원칙적으로 직원의 재입사가 적법한 지 여부는 상위 단체의 유권해석을 기다려봐야 하고, 상임부회장이란 직위는 대바협 이사회에 보고를 해야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둘 다 결정된 사항도 아니며, 둘 다 회장 개인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서효석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소통을 얘기했고 개혁과 변화를 위한 여론 수렴을 말했다. 1000만 바둑 팬은 안중에도 없고 10명 남짓 대바협 식구들마저 편 가르기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맘이다. 



※ 참고로 지난 10월14일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임종성(경기 광주시 을) 문화체육관광위원의 바둑계 관련한 발언을 소개한다. (출처=KBS유튜브 발췌)



(임종성) “최근 대한바둑협회도 협회장의 특정인 채용지시, 인사위원장 해촉 등 채용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장님! 본 의원이 지적한 두 건의 서건 모두 센터에서 신고가 되어 조사하고 있죠?”
(센터장) “네, 현재 진행 중입니다.”
(임종성) “한 치의 의혹 없이 철저하게 조사해주십시오.”
(센터장) “네,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종성) “체육회장님께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체육단체들의 독단적인 운영과 부정채용 문제가 매번 지적되고 있거든요.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보는데, 동의하시죠?”
(이기흥) “강력하게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종성) “본 의원이 지적한 두 사건(타 단체도 있음)에 대해서 철저한 자체 감사를 통해서 공정채용에 반하는 위반내용이 식별될 경우 보조금 환수, 채용취소 등 가장 강력한 조치를 좀 취해주시고 그 결과를 의원실로 보고해주십시오.”
(이기흥)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임종성) “아울러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산하 종목단체의 채용공정성 강화방안을 마련해서 의원실로 보고해주십시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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