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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04 00:15:46
  • 수정 2022-09-04 00: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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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시니어들의 결전장 <반상유희(盤上遊戱)-9월에>가 3일 서울 바둑과사람회관에서 추석특집으로 열렸다. 사진은 김희중 심우섭-이철주 임동균(승) 결승 모습.


오랠수록 풍미를 더하는 건 친구와 포도주.
묵은 포도주같은 기우(棋友)와 열정 가득했던 그 때처럼 반상(盤上)에서 나뒹굴어 보자꾸나.
둘이 합쳐 125세 이상의 베테랑들의 바둑향연 <반상유희(盤上遊戱)-9월에>가 개시되었다.


+125세 대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활인검(活人劍)에서 처음 시도를 했고, 4월에 반상유희라는 이름으로 첫 시니어페어대회가 벌어졌고 이번에 반상유희 가을편이 개시된 것. 따라서 이번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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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바둑과사람(구 아마바둑사랑회)에서는 '찐친' 16쌍이 출전한 가운데 추석맞이 반상 상추곡(賞秋曲)이 벌어져, 임동균+이철주가 최강페어에 올랐다.  


“운이 좋았죠. 페어바둑의 황제랑 같은 편이니…”(이철주)
“(이)철주가 리드를 잘하잖아. 난 따라만 가면 되고.”(임동균)


▲반상유희는 오랜 세월동안 격전을 치러온 선후배들간 만남임으로 개시전 선수들을 각각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안재성 최진복 페어의 인사.


대회 개시전 우승후보팀으로 몇 팀이 꼽혔다. 김희중+심우섭이 1순위며 이학용+김동섭, 곽웅구+조민수, 서부길+이용만 그리고 이철주+임동균이 실력 4강권에 꼽혔다.  


김희중 심우섭은 자타공인 무조건 4강 멤버이며 지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리는 초막강. 


이학용 김동섭은 최근 개인전에서 가장 핫한 선수이며, 다만 이들이 처음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약간 의문부호. 조민수는 천하제일이며 곽웅구도 페어에 제주가 있는 요긴한 선수. 역시 이 팀도 워낙 조민수가 개성있는 스타일이라 호흡이 문제될 듯. 


그에 반해 서부길 이용만은 인천의 선후배로 워낙 서로를 잘 알고 또 이용만이 최근 대통령배와 치악산배에서 우승한 뒤끝이라 기세도 좋다. 마지막으로 이철주는 현재 시니어최강이며 짝을 이룬 임동균의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약간 걸림돌이다.


페어전의 핵심은 호흡이다. 앞서가는 주자의 리드도 중요하지만 뒤따르는 멤버의 설겆이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철주 임동균은 최상의 호흡을 과시할 철권조가 틀림없었다. 이철주가 판을 주도하고 임동균은 맏형의 푸근함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해냈기 때문이다.(기자는 경기 전 이미 우승후보군에 꼽았음. 흠.)


이철주는 최근 전남도지사배에서 우승했고 경기도민체전에서 우승했다. 반면 칠순의 승부사 임동균은 1997년 지금은 중견프로인 김태향 배윤진과 짝을 이뤄 세 번 연속 국제대회에 나선 적이 있다. 그때 얻은 별명이 페어바둑의 황제. 지금도 그 황제의 위력은 대단했다. 


▲오전10시 일제히 1라운드 경기가 개시되었다.


첫판부터 쉽지 않았다. 우승후보인 조민수 곽웅구와 만나 어렵게 첫 고비를 넘긴 후, 연속으로 서부길 이용만 조를 꺾었다. 앞서 4강권 후보를 일찌감치 만나 두 판을 연속으로 보낸 건 우승의 전조였다.


점심 식사 후 세 번쨰 판에서는 의외의 파이팅을 보이며 진격해온 ‘양산박’ 정인규 박정윤을 꺾었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결승. 김희중 심우섭은 쉽지 않은 상대였고 김희중 조에다 거는 사람이 많았을 테다. 심우섭과 이철주는 엇비슷하다고 쳐도 김희중과 임동균은 분명 현격한 격차가 난나고 보기 때문.


페어바둑은 호흡이며 배려다. 막상 판이 벌어지자 초반은 임동균 조가 나쁘지 않게 흘렀고, 살짝 불안한 대마 두 군데만 수습이 잘 된다면 앞설 수 있는 내용. 


이때 전반을 마치고 작전타임이 돌아오자, 임동균 조는 미생인 A,B 말 중 어디를 먼저 보살필 것인지는 숙의했고, 결국 이철주가 결정을 내려주었고, 그대로 미션을 수행한 끝에 결국 승리를 낚았다. 195수끝 백불계승. 


▲이철주 임동균 경기 모습. 임동균이 입은 티셔츠는 지난 4월 반상유희 때  선수들에게 선물로 나눠준  것.


바둑을 끝내자마자 임동균은 전화기를 부여잡고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아니, 그 연세에 무슨 자랑 전화?’

그게 아니라, 우승상금을 받을 계좌번호를 하나 찍어달라는 전화였다. 상금을 받아본 기억이 최근엔 없었다는 뜻.


한국판 후지사와 임동균은 “(이)철주가 워낙 파이팅이 넘치고 상위랭커니까 안심이 되었고, 나는 후배님을 잘 보좌만 해도 충분했다. 네 판 모두 어려운 판이 없었던 건 역시 파트너 덕이다.”며 오랜만에 거둔 우승에 아이 마냥 기뻐했다. 


또 이철주도 “선배님이 짝을 하자고 했을 때 너무 기뻤다. 일단 둘이 합쳐 나이가 딱 125세가 되었다는 게 좋은 징후였고, 알다시피 선배님은 페어의 황제니까 신하된 도리로서 황제가 가자는 대로 가면 되었다.”며 특유의 너스레. 


▲반상유희는 시니어고수들의 각축장이건만 맨 하단 오른쪽에 여성분이 보인다. 그녀도 선수였다.


반상유희(盤上遊戱)는 오전10시부터 4라운드 A7리그로 치러졌다. 피셔방식으로 5분+20초로 진행되었고, 경기 후 30분경과 시 각자 4분간의 작전타임도 있다.


우승상금은 100만원이며 16강까지 소정의 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추석선물에다 점심까지 제공하고, 내일(4일) 또 시니어들의 축제 부천시장배가 있으니, 공식 저녁만찬은 생략하기로 했다. 애초엔.


그러나 시상식을 마치고 밥 때가 되자 순대국 집을 안내한다. 호스트인 바둑과사람 홍시범 대표는 “저녁만 먹고 가시라”며 공지사항을 알린다. ‘순대국집에서 저녁에 밥만 먹고 가라?’ 어찌 오랜친구와 포도주 대신 막걸리 한 사발을 빼먹을 수 있겠는가.


점점 커지는 달을 보며 주말 밤은 그렇게 깊어갔겠다. 


사진과 함께 대회 분위기를 전한다.




▲바둑과사람이 치르는 대회사상 첫 여성 심판위원으로 최강미모를 자랑하는 장수연 심판. 바둑과사람 행사에 늘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이기도 하다. 손가락 4개를 편 까닭은 전후반 사이에 작전타임 4분씩이 주어진다는 뜻일 듯.


▲양덕주 김웅환-이용만 서부길.


▲우승후보끼리의 2라운드 다툼. 이학용 김동섭-김희중 심우섭. 


▲한양대 선후배요 일산기우회 소속 김재훈 안병운.


▲'헤어졌다 만났다' 이석희 장부상. 첫판은 잘 나갔으나 내리 3연패.


▲김정우와 전직프로 최욱관. 초반 2승으로 잘나갔지만 이후 2연패로 6위.


▲'될듯 될듯' 맨날 우승후보 조민수 곽웅구. 이번에도 7위에 만족.


▲최근 핫한 선수들 이학용 김동섭. 그러나 2승2패로 역시 7위에 그쳤다.


▲부천의 간판스타 안재성 최진복. 멤버구성으로는 상위권었지만 초반 패배가 아쉬웠다. 7위.


▲연세대 66학번 정인규와 박정윤은 오래된 바둑모임 '양산박' 소속. 의외로 3위까지 올랐다. 


▲시작할 때부터 꼴찌 후보 이정숙 김상범. 이들은 제천과 충주에서 올라운 열성파. 지난 주 충북도민체전에서도 각기 선수로 활약했던 이들은 고수들 천지에서 진짜 반상유희하려고 왔다고. 


▲그러나 첫판부터 일찌감치 깨지자 살짝 '원망의 복기'가 이어진다. 제천사무국장으로 일하며 타이젬 4단 이정숙과 충주의 실력파 김상범은 8.5단.


▲전국구랄수도 없도 지역구랄수도 없는 '절친' 김춘식 허정식. 꼴찌후보라고 놀리자 오히려 부담없이 싸우더니 7위까지 진격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벨과 종.


▲'두부가 왔어요~!' 장수연 심판이 작전타임 시간을 알리는 종이었다. 과거엔 징이 쓰였다.


▲압구정의 박윤서 장시영은 서로 눈빛만 보면, 아니 눈빛을 안보아도 서로를 느낀다는 40년 단짝. 단짝 치고 성적은 영 만족치 못하다.


▲우리는 50년 지기. 동갑나기 친구이자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기도 한 임동균과 김희중(72). 정릉과 연신내에 살았던 두 사람. 지난 1월엔 같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따로 파트너를 영입한 뒤 처음으로 결승대결을 펼쳤다.


▲'독서실 모드' 대국개시 30분 쯤 지나면 작전타임이 주어진다. 저마다 작전 숙의에 여념이 없다.


▲시니어다승왕 양덕주는 대회가 존재하는 한 참가비를 내준다는 '감언이설'로 녹아 김웅환의 페어가 된 케이스. 김웅환은 부천지역에서 바둑보급에 오랜 공로가 있는데, 프로 딸 김은선과 프로 사위 박병규를 두고 있는 무시무시한 분이다. 지난 대회보다 한단계 내려갔다.


▲서로 대결하는 모습인데, 알고보니 지금은 작전회의 중. 그러고 보니 기보를 거꾸로 본다는 고바야시고이치가 생각나는 포즈. 나날이 호흡이 맞는 검정고시 동문 주준유와 박휘재.


▲자타공인 꼴찌후보 이정숙은 예전에 압구정 쌍쌍파티에 함께 출전한 '압구정철학자' 홍동환과 오랜만에 조우. 둘 다 4단 실력인데 어쨌든 용감한 분들이다. 전국대회에 겁없이 나오니까.


▲대통령배와 치악산배 우승자 이용만과 비교적 궁합이 잘 맞는 서부길.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페어다. 3위에 랭크.


▲전직 프로끼리 결승의 길목1. 심우섭 김희중-김정우 최욱관. 


▲결승의 길목2. 임동균 이철주-정인규 박정윤.


▲대망의 결승 모습. 김희중 심우섭-이철주 임동균.


▲김동섭이  대회를 후원하신 분께 드리라고 버섯선물을 했고, 그 대가로(?) 주최측은 특별상이란 명분으로 또 다른 선물을 한아름 주고 있다. 바둑과사람 박연숙 실장(시상).


▲예정된 꼴찌 이정숙에게도 특별상. 박연숙 실장(시상).


▲'헉! 16등이 아니고 12등?' 이정숙 김상범이 12위가 적힌 봉투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패한 조가 있다는 얘긴데….


▲바로 전남 신안군과 전주에서 올라온 김종민(51) 양완규(83). 이들은 이미 3패를 기록하자 같은 3패인 이정숙 조에게 기권승을 선사했다고. 갈 길이 멀다는 게 그 이유.


▲우승 준우승자 시상. 이철주 임동균(우승) 박연숙 실장(시상) 김희중 심우섭(준우승).


▲최후의 3위 쟁탈전. 시상식을 다 마치도록 아직 끝나지 않은 판이 있었다. 박윤서 장시영-박휘재 주준유(승).


▲<盤上遊戱(반상유희) 9월에> 후원자 송재석 도자기명인. 


▲ 남과 같은 짓을 하려면 죽는 게 낫다는 지론을 가진 개성파 바둑과사람 홍시범 대표도 이번 대회에 물적 후원을 했다. 알리는 게 도리일 듯.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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