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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27 21:40:36
  • 수정 2022-06-27 22: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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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잡은 고라니' 한세형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그는 미추홀에서 2승을 올린 적은 있으나 이번엔 3승을 너머 4승 우승을 차지했다. 


오늘 또 어떤 핑계로든 떡이 있겠지. 회장님이나 원장님의 생일이거나, 사돈의 팔촌의 결혼이나 칠순이나 팔순 쯤…. 모래내시장이 가까워 올 때면 조건반사로 은근히 떡 생각이 난다.


‘시원한 수박 시원한 대국실, 신바람 나는 미추홀바둑리그~!’ 


미추홀 단체톡에서 수박타령을 해대던 김원장님의 글이 생각나서 얼른 열어 본 냉장고. '역쉬~!' 냉꿀수박이 한 가득이다. 급 냉장을 위해 미리 잘라놓았다. 고마우신 분들. 오늘은 떡 대신 냉꿀수박이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 미추홀~.


25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매달 만나도 그리운 기우 38명이 한데 모여 제72회 미추홀리그 잔치를 벌였다.  


원래 매달 셋째주 일요일이 바둑두는 견우직녀가 만나기로 한 날이지만, 여타 바둑대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가급적 양보해주는 아름다운 미추홀이기에 이번 달은 넷째주로 한 주 밀렸다.


▲미추홀 72회 대회가 어김없이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1시 정각 거창한 개회식과 함께 미추홀은 시작된다. 


먼저 대한민국국민이라는 생각을 가끔 씩 상기하게 만드는 국민의례.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는데, 2007년 이후 바뀐 구절을 장두화 총무님이 깜빡 했나 보다. 어른들은 뭐 그러려니 하지만, 최민서 이용준 안영우 김한주 등 요즘 아이들은 아마 속으로 좀 웃었을 터. 참고로,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가 옳습니다.ㅋ  


다음 서능욱 나종훈 정대상 서중휘 최홍윤 등 5명의 프로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낮선 이름 최홍윤은 올해 31세로 팔팔한 주니어 프로. 인천 송도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그가 이젠 미추홀 식구가 된 건 어쩌면 당연했다. 최홍윤은 아마와 프로가 함께 겨루는 기전에 종종 나와서 꽤 성적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운초배 시니어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휘재가 경기 전 소개되고 있다. 


다음 지난달 미추홀 선수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이번 달은 좀 많다.


먼저 구미 소년체전 남자초등부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단다. 정우석 임형섭 김재현이 미추홀 선수단인데, 정우석은 2레벨 최상이며 임형섭은 3레벨.


원봉 페어대회 ‘동행’에서 미추홀 시니어선수들이 휩쓸었다. 최진복 우승, 양덕주 이철주 준우승에 올랐다고. 


무엇보다 조종신이 프로에 입단했다. 조종신은 인천 내셔널팀에서 다년간 활약했고 미추홀리그에서도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었다. 오늘은 프로연수 일정이 있어서 나오질 못했다. 


또 박휘재는 청주에서 벌어진 운초배에서 우승했고, 어제 진안마이산배 여성단체부에서 시니어최강 곽계순은 3위에 입상했다. 


‘히야~ 많다. 많아!’ 전국최고 선수들의 집합체 미추홀의 일원이 된다는 건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이다. 


▲ 김종화대회장과 늘 수고하시는 현명덕 한국장애인바둑협회 현명덕 회장 이하 미추홀리그의 도우미 여러분들. 


고라니 임팔라가 노니는 초원에 사자 표범 등 맹수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나타나면 한가롭던 초원은 비상이다. 미추홀에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허약하디 허약한 고라니가 맹수를 거푸 물어버렸단다. '아니, 미추홀에 이런 일이?'


1시30분 경기가 개시되었다. 


하루 딱 네 판을 두며 상위레벨(0레벨과 1레벨)과 하위레벨(2레벨 3레벨 4레벨)로 나뉘어 초반 두판을 겨룬 후, 세 번째 네 번째 판은 레벨을 섞어 치른다. 이는 하위레벨에게도 우승의 기회를 주기위해서, 아니 희망고문을 하기위해서 만든 일종의 조삼모사. 


누구라도 첫판에 운명을 건다. 우승은 두 명 이상, 준우승도 두 명 이상이 나온다. 3위는 대략 8명 정도가 나오니까 사실 입상권은 만만해 보이긴 하다. 딱 눈감고 세 판만 이기면 되니까 말이다. 


문제는 확률이 아니라 상대가 예사가 아니라는 사실. 프로는 물론이며 아마강자가 즐비한 미추홀초원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 1라운드 모습 나종훈-윤명철(승). 윤명철은 부천시바둑협회장이기도 하다.


운명의 1라운드. 누구나 꿈을 꾼다. 다들 말로는 한판 배워보려고 나온다 했지만 누구라도 말랑한 멤버가 걸렸으면 하는 '꿈 따로 해몽 따로'는 똑 같을 터.


노장 윤명철이 나종훈 프로를 잡았다. 서중휘 프로가 정대상 프로를 잡았고 첫 출전한 최홍윤 프로가 지난달 우승자 주니어 심의현에게 프로다움을 보여주었고, 오랜만에 출전한 최호철은 양덕주를 잡았고, 그의 딸 최민서는 서부길을 잡고 입단 1순위의 연구생다움을 과시했다. 


몸풀기는 끝났다. 2라운드에서 기억할 만한 판은 여자국수 송예슬이 요즘 잘나가는 박휘재를 꺾었고, 서중휘 프로가 주니어같은 시니어 최호철에게 살짝 몇집을 남겼고, 최홍윤은 또 강자 서능욱에게 신승을 거두었다. 그 외 우승단골 이철주와 최민서가 ‘아빠의 한’을 씻어줄 참이다. 


한편 아직 한가한 초원에서는 안영우 한세형 곽계순 김세원 소재경이 2승을 거두었다. 다들 힘센 임팔라인 2레벨인데, 어제 진안마이산배에 출전하여 피곤에 쩔었을 3레벨 곽계순이 깜짝 2승이다. 오늘 이변의 주인공이 되려나. 기대는 잠시만. 


▲ 인천연구생 이용준-미추홀기우회 최병덕 회장(승). 



▲ 대진표상의 네가지 색은 단체전 팀별 표시. 즉 상위레벨과 하위레벨 별로 누가 많은 승수를 올렸느냐에 단체전 시상까지 하는 이벤트를 이번달부터 시행했다. 


이제 3라운드는 초원의 칸막이가 풀리면서 약육강식의 아비규환이 벌어질 터. 바야흐로 오징어게임이 시작된다. 


얼마전 여자국수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여자연구생 강자 최민서는 안영우를, 송예슬은 소재경을, 서중휘는 곽계순을, 최홍윤은 김세원의 희망을 꺾었다. 뭐, 이길 자가 이겼다. 


이번 달에도 고라니가 표범을 문 일은 일어난다. 한세형이 징검다리 우승멤버 이철주에게 정선으로 이겼단다. '이런 맛에 하수가 바둑을 두는구나.' '정말 뭇 고라니들에게 귀감이 되었소이다' 등등 칭찬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제 최홍윤 서중휘 송예슬 최민서 한세형이 3승자로서 일단 준우승은 확보했다. 5명이라 저격수 한 명이 필요했다. 과거엔 우승을 도맡아서 하던 손오공이 우승저격수로 낙점되었다. 즉, 서능욱은 이길 경우 비록 1패자이긴 하지만 준우승자로 격상된다.


추첨결과 최홍윤-송예슬, 서종휘-서능욱, 한세현-최민서가 짝을 이뤘다. 


▲강타자 이철주를 정선으로 무너트린 한세형. 


눈길이 가는 건 한세형-최민서 판이다. 최민서는 '이런 행운이 어디있나' 싶었을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중1 최민서가 월등한 기량이다. 현재 여자연구생 상위 세 손가락안에 들며 입단 1순위. 또 지난 주 벌어진 여자국수전에서 준우승에 오른 강적이다. 몇 달전 미추홀에 한번 출전했다가 시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친 불운을 씻을 요량이다.


그러나 일이 될려니까, 그 어렵던 바둑을 중반들어 흔들어 재끼더니 최민서의 실수를 등에 업고 한세형이 대차로 역전승하는 게 아닌가. '아 이럴 수가. 이건 고라니가 표범을 물어죽인 일인데....'


한세형은 적지 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늘 기보를 놓아보는 꼿꼿한 자세를 견지하는 모범 바둑인이지만, 그렇다고 강적천하 미추홀에서 아무도 그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이어서 한세형은 여자연구생 강자 최민서(오른쪽)도 꺾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한세형이 미추홀에서 3승을 올린 적도 없었다. 단 한번도 무대 앞에서 팻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3승을 너머 우승까지 하다니...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2레벨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는가 싶다. 기록을 찾아봐야 함.


우승 직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한세형은 “3승을 한번 해보자고 맘을 먹고 나왔는데 우승까지 하다니 인생의 정점에 너무 빨리 도달한 것 같다. 역시 인생을 살아보니 1등은 실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다시 이런 날이 안올 것 같아 두렵다. 어쨌든 미추홀 만세다!”하고 외치며, 대회장에 비치된 아무 트로피나 들고서 기분 좋게 사진 촬영에 응했다.

최홍윤은 송예슬과 피차 마지막 초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홍윤이 몇집을 남겼고, 서중휘는 같은 시니어로서 대결한 서능욱에게 승리하여 익숙한 우승보드를 들었다.


▲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또 다른 결승전 송예슬-최홍윤(승).  기대서 관전하는 이는 첫 우승자 한세형.


▲무거운 결승전. 서중휘(승)-저격수로 나선 손오공 서능욱.


이번달부터 이벤트가 하나 추가되었다. 대진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색깔로 구분한 네 팀을 임의로 한 팀으로 묶고, 그 팀의 승수가 많은 팀이 단체상을 수상하게 했다. 즉 상위레벨은 상위레벨끼리 하위레벨은 하위레벨끼리 경쟁하는 구도다. 따라서 절반에게 행운상이 돌아가는 셈. 


매일 퍼다 마셔도 새로운 물이 샘솟는 우물이다. 매달 만나는데 매달 새롭고 신나는 일이 있다. 어쩌면 매달 퍼마시기 때문에 새로움이 솟는 것일지 모른다. 오장육부까지 시원한 샘물 미추홀이다. 


파한 다음 소갈비에 소주 한 잔이 빠질 수 없는 주막행이다. 한없이 퍼주는 미추홀이다. 


"축제가 끝나면 허전섭섭하지만  다음 리그를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꿈을 다시 만듭시다. 참가하신 모든 기우님들 건강히 잘 사시다가 7월 넷째  일요일 오후1시에 또 만납시다!"


7월대회는 48강전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신규로 대회참여하고 싶은 분은 김종화 대회장의 개인 톡으로 연락바랍니다. 아니면, 출전 선수 어느 분이라도 친분이 있으시면 연결해달라고 하셔도 무방합니다. 






▲최호철과 최민서(왼쪽) 부녀지간이 오랜만에 미추홀에 출전하며 졸지에 우승후보군이 늘었다. 곽계순 인천바둑협회 부회장과 경기 전 환담 중.  


▲"인천시장배가 9월24일로 확정되었습니다. 최강부엔 주니어 시니어부를 분리해서 진행할 겁니다. 상금 폭도 8강 16강까지 넓힐 겁니다. 동호인부도 신설했으니 미추홀 멤버들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인천바둑협회 최병덕 회장은 미추홀기우회장을 겸하고 있다.  


▲주니어 심의현-첫 출전 첫 경기 최홍윤 프로(승). 


▲지지옥션배를 옮겨놓은 듯한 대결. 송예슬(승)-박휘재.


▲전국대회 결승무대같은 미추홀 1회전. 최호철-양덕주.  


▲전직 선생님과 오랜만에 출전한 법무사의 대결. 소재경(승)-고청환.


▲꾸준한 출전횟수를 자랑하며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하승철(승)-이기수. 


▲'남여노소 모두 다 우승을 향하여!' 서중휘 이용준 송에슬 곽계순 서부길 이석희.


▲안영우-최민서(승). 안영우는 인천연구생으로 작년 전국체전 인천대표였고 최민서는 입단1순위의 기대주.


▲최민서는 과거엔 미추홀에 자주 출전했지만 주말마다 연구생시합이 있어서 요즘은 뜸하다.


▲어제 진안마이산배에 출전했던 곽계순과 서중휘 프로(승)의 승부를 초월한(?) 지도기. 


▲'참 대단하십니다!' 곽계순은 이번주만 해도 전남도민바둑축제(신안)와 진안마이산배(진안)에 이어 미추홀리그(인천)에도 출전하는 강행군이다.    


▲'저렇게 노려보는데 바둑판이 안 쪼개지는 것 보면 희한해요~' 서부길 이석희(왼쪽)과 윤명철 김한주의 세대를 초월한 연구열. 최병덕 회장이 복기를 감상하고 있다.


▲'간절한 1승' 김춘식(승)-정충의. 인천바둑협회 부회장인 정충의는 4레벨로 놓았지만 여전히 1승을 거두기가 버겁다. "언젠가는 1승을 하겠지요!"라며 4패를 해도 전혀 게의치 않는다고. 그는 서능욱 프로와 바둑TV에서 6점에 두집을 패한 바 있다고.


▲오랜만에 출전한 권오학 정회규.


▲단체상 갑조 시상. 행운상을 축소하여 단체상을 신설하였다. 최병덕 노상호 최홍윤 정대상 심의현 서능욱 송예슬 김동섭 서중휘 양덕주 최호철 김종화 현명덕.


▲단체상 을조 시상. 최병덕 정충의 이용준 이기수 안영우 권오학 한세형 이용직 김종화.


▲전국대회 우승 깨나 차지한 멤버들이 '겨우' 3승상. 최병덕(시상) 박휘재 이철주  윤명철 서부길 소재경 최호철 양덕주 김종화(시상).


▲준우승상엔 오랜만에 여자선수들이 차지. 송예슬과 최민서.


▲영광의 얼굴들. 최병덕(시상) 최홍윤 서중휘 한세형 김종화(시상).


▲확률이 적어졌음에도 어김없이 행운상이 찾아간 행운아들. 김세원 최병덕(시상 아니고 수상임) 최호철.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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