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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13 14:03:41
  • 수정 2022-06-13 21: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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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한 원장이 자신이 경영하는 영종바둑학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여기 젊은 바둑인 한창한(33)이 있다. 


14년부터 김삿갓배, 고양시장배, 전남도지사 등 유수의 전국대회를 섭렵했고, 내셔널리그 인천SRC 에이스를 거쳐 전국체전 인천대표로 나서 메달도 획득했다. 가장 가까이는 3년 전 원봉배 페어대회에서도 우승했을 만큼 여전히 뛰어난 바둑선수다.  


어릴 적부터 바둑에 특출한 재주를 보이며 당당히 연구생이 되었고 당연히 프로가 될 꿈에 부풀어있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내 뜻대로 되는게 아닌지라, 바둑 잘 두던 청년은 그만 좌절을 경험하고 허울 좋은 ‘미생’의 일인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곧 세상을 원망하기 보다는 바둑을 당당한 직업으로 삼자고 결정한 끝에 그는 청년사업가로 변신한다. 군문을 나서고 대학 졸업 후 26세에 바둑사범이 아닌 바둑원장이 되었고, 7년이 흐른 지금 인천지역 11개 직영바둑학원을 경영하고 인천의 대표하는 바둑인으로 성장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얼마 전 6·1 지방선거가 있었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정치, 젊고 참신한 정치, 한마디로 신박한 정치지형을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듬뿍 들어간 선거였다.


‘원장’이라는 근엄한 호칭보다는 ‘바둑세일즈맨’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서글서글한 핸섬보이 한창한이 이번 지자체선거에서 바둑인 간판을 걸고서 인천 중구 구의원에 당당히 당선되었다. 


인천 중구에는 3명의 당선자 중 한창한은 1만여 표를 얻어 30%를 상회하는 지지를 얻어 당선된 것. 한원장에서 한의원이 되었다.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바둑마니아 가운데 생활정치에 뛰어든 분들은 종종 있었다. 한왕기 평창군수, 서철모 화성시장, 류희태 완주군수 등이 얼른 생각나며, 그 외 여러 정치인들이 바둑을 최애취미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바둑선수 출신의, 명함에 바둑이력을 적은 후보자는 한창한이 처음이다.


‘구의원 정도야...’ 하시겠지만, 그가 순수 바둑인에서 지역정치계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뭇 바둑인들은 감히 생각하기 힘든 귀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 6·1 지방선거에 나섰던 한창한 후보의 전단지. 


“인천·영종대교 통행료 무료화이죠. 개원하면(7월1일) 당장 협의를 시작할 거예요.”


정치인 다되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주민불편사항부터 꺼낸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것 말고, 바둑인으로서 말입니다.” 


“아, 화성시 부천시처럼 인천에도 바둑을 정규과목으로 만드는 작업부터 해야죠.”


딱 부러진다. 미리 준비되어 있다. 뭘 하고 싶고, 뭘 해야 하는지 잘 아는, MZ세대 한창한 의원이다.  


지난 주말, 제1회 SRC배 인천어린이바둑대회를 취재한 김에 한창한 원장, 아니 한창한 의원을 만났다. 사실 지방선거에 나간다고 했을 때부터 소회를 한번 듣고 싶었지만, 선거전이라 공정성시비가 붙을까봐 이제야 시간을 만든 것.  


▲평소 사회적 약자에게도 많은 배려를 잊지 않았던 한창한 원장. 사진은 영종1동 주민자치회와 자연도 사회적 협동조합에 치약세트 전달하는 모습(사진 제공=영종뉴스).


평소 정치에 꿈이 있었을까. 구의원은 중앙 정치와는 약간 차이가 있으며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한창한은 꿈이 있었다. 


“아버님께서는 어릴 적부터 정치를 하셨지만 번번이 낙선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어요. 또 어머님이 싫어하셨기 때문에 환영을 받으며 정치를 하지는 못했죠. 이번에 아버님이 제게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내가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하.”

지역민들이 왜 표를 주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엔 '젊고 참신하기 때문'이라는 틀에 박힌 대답이 돌아왔다. 젊은 건 알겠는데 참신이라? 다시 물었다.


“바둑인이라고 명함에 적었더니 받은 명함을 꼭 한 번 더 살펴보는 등 관심이 많았죠. 또한 예전부터 지역에서 한 조그만 미담까지 주민들은 모두 알고 계셨어요.”


바둑직업을 후보자 명함에서 본 일이 있었을까. 바둑을 취미로 하는 분들은 많아도 명함에 턱 하니 바둑선수출신이라는 글귀를 보게되자 다시 한 번 쳐다보았음직하다.


그리고 이제사 밝히지만, 한창한은 지역사회에 ‘사사로운 것’을 많이도 베풀어왔다. 재능 기부를 통해 노인 무료바둑교실을 개강한다든지 선물세트를 어려운 이웃에게 기증한다든지 하는 사회적 활동을 무던히도 해왔으며, 희생하는 리더십을 많이도 보여주었다. 하긴 자기것 챙기기 바쁜 요즘 세태에 베푼다는 건 예사로움이 아니다. 


▲3년전 원봉 JS투게더 페어대회에서 한창한은 장시영과 짝을 이뤄 우승했다.


바둑행사에서도 베풀긴 매한가지다. 과거 원봉 JS투게더 페어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한창한은 마치 십일조처럼 자신이 획득한 상금을 일부 관계자들의 노고에 위로금 형태로 돌려주는 '희한한' 짓을 하곤 했다. 한번이 아니고 자신은 매번 그러했다고 했다. 남을 배려하는 속정이 탁월했던 청년이었다. 필시 좋은 정치의 밑바탕이 될 덕목을 소유했다.  


5년 전 기자가 처음 한창한을 인터뷰했을 때 그가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바둑이 직업으로서 괜찮은 지 아닌지가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바둑에서 리더십과 직관력을 배웠다. 심취하면서 비인기종목인 바둑학원을 개원했고, 현재 11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어엿한 청년 사업가가 되었다. 바둑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던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전력이 선거에도 도움이 되었다. “당연하죠. 제가 남들 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바둑이잖아요. 사실 바둑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 어려운 바둑도 잘 한다면 지역 일도 잘하겠다는 자연스런 등식도 성립하죠. 또한 바둑일을 하는 젊은 사업가라는 건, 제가 강조한 건 아니고 주변에서 참신하게들 보았지요.”  


▲오학용 SRC대표, 배준영 국회의원, 한창한 원장이 제1회 SRC배 인천어린이바둑대회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30수 정도는 내다보잖아요? 평소에도 무언가를 생각할 때 더 많은 경우를 상정하게 되죠. 지역민이 숙원을 이야기할 때 '고민해 보겠다'고 답하는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이해하고 어떤 답변을 내놔야 할지가 머릿속에 그려지잖아요.” 


한창한은 사업가로서의 작은 수완을 활용해 이끌고 보살피는 능력을 배웠고 정치에서도 십분 발휘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싶단다. 바둑이 정치에 훌륭한 보완재가 되고도 남는다는 주장이다. 


바둑에서는 10대 이창호가 40대 조훈현을 꺾는다. ‘나이는 나이고, 경험은 경험이다’며, 비록 30대지만 어떤 면에서는 연륜을 가진 분들보다 연륜이 더 풍부할 수도 있단다. 정치를 하기엔 너무 젊은 게 아니냐는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다.    


“구의원이 되었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저는 지금도 바둑을 업으로 삼으면서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흔해 빠진 '미생'의 일원이었지만 가장 먼저 '완생'으로 달려가는 한창한을 보면 맘 듬직하다.


한창한(33) 프로필
한국기원 연구생
세한대학교 졸업
현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내셔널바둑리그 인천팀 감독
전국체전 은메달 리스트
인천시 중구체육회 이사
인천시 중구바둑협회 사무국장
인천중구체육회이사
한국재능기부협회 재능나눔 공헌대상 수상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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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my1ove2222022-06-13 15:46:59

    바둑의 미래가 밝아지겠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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