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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23 14:28:10
  • 수정 2022-05-24 01: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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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도 전통은 흐러지 않고 쌓여간다. 미추홀 제71회 대회가 22일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44명의 바둑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개시되었다. 


“장미의 절정 5월에 펼쳐질 48강 미추홀리그 전야입니다. 지난 주 평창대회 입상한 분들에게 축하를 전하고 제 딸 결혼기념으로 모시송편과 냉꿀수박도 준비했습니다. 바둑 두는 날은 마음의 힐링과 입과 손의 즐거움이 함께 하는 신바람 축제입니다. 내일 오후1시 모시송편 냉꿀수박 축제 기대하세요!”


또 떡이다. 미추홀은 가만 보면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떡과 케이크가 매달 끊이질 않는다. 오늘은 2주 전 결혼식을 올린 대회장 김종화 원장의 따님 덕에 떡 잔치를 벌였다. 덕분에 출전자들은 박수 값으로 수박까지 덤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그 또한 매우 감사한 일이다.


원래 미추홀은 그랬다. 한편에서는 거나한 잔치상 차려놓고 또 한편에서는 바둑을 즐기고… 불청객 코로나 이전 미추홀은 원래 시골운동회처럼 이랬다. 바둑판과 잔치상을 번갈아 바라보니 어느덧 코로나가 사그라지고 있을을 직감하고 동시에 미추홀바둑은 점점 더 흥겨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살짝 더웠음일까. 냉꿀수박이 잘 팔렸던 22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는 매달 만나는 기우 44명이 한데 모여  제71회 미추홀바둑리그를 가졌다.


▲미추홀은 언제나 요깃거리가 풍성하다. 


조촐한 44명이어도 그 면면은 여느 전국대회를 뛰어 넘는다. 


미추홀은 잡아먹는 자와 잡아먹히는 자로 나뉜다.


잡아먹는 자 그룹은 서능욱 정대상 나종훈 서중휘 등 프로가 넷이며, 프로 뺨치는 주니어 조종신 김도협 김영삼 최준민에다 오랜만에 ‘연구생 1조 출신’ 심의현 박지웅까지 등장했다. (참고로 김영삼은 프로 김영삼과 동명 이인이다.) 이들은 0레벨이며 이들끼리는 계급장 떼고 호선으로 맞붙는다. 


게다가 최진복 서부길 이철주 김동섭 양덕주 박휘재 등 쟁쟁한 시니어고수들과 이들에 밀리고 싶지 않은 강지훈 이호용 윤명철 김춘식 허정식 곽동근 김한주 최용관은 1레벨이다.(아래 대진표에서 선수 이름 옆 숫자가 레벨.)


잡아먹히는 자 그룹은 2레벨 이하다. 2레벨은 전국 어느 기원을 가도 강1급이며 3레벨은 2레벨과 '거기서 거기'라고 큰소리만 치는 동네1급. 이들 사이도 정선이다. 물론 4레벨로 간혹 있다. 4레벨은 원래 3레벨이었다가 덩치에서 좀 치인다싶어 4레벨로 조정한 케이스.


매번 그러하지만 초식 중에 과연 몇 명이 살아남아서 대망의 결승무대를 밟느냐가 관심이다. 강한 육질의 초식에겐 허약한 육식의 이빨이 먹혀들지 않을 때가 가끔, 아주 가끔 있다. 


또 하나 부가 설명을 보태면 3승1패를 해도 입상이다. 그러나 3승 후 1패를 한 준우승과는 격이 다르다. 따라서 4승이 우승이지만 3연승까지만 해도 초식에게는 엄청난 선망의 기록. 


▲시작에 앞서 평창동호인대회에서 우승하여 미추홀의 이름을 빛낸 '미추홀구A' 남경석 장혁구 하승철이 일어서서 인사하고 있다. 


새 술은 늘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첫 두 판이 명운을 가른다. 2패면 탈락이고 2승이면 우승희망 각이며 1승1패는 희망고문이다.


초식은 첫 두 판을 둘 때만 해도 2레벨 이하만 상대하니 풀이 넉넉한 초원이다. 대신 육식은 첫 두 판이 고역이다. 아직 먹잇감은 보이지 않는데 번호표 뽑으려는 대기자를 먼저 물리쳐야 하기 때문.


자, 성적표를 보자. ‘연구생1조’들의 활약은 빛났다. 심의현은 ‘해외보급 전도사’ 김영삼 김도협을 매정하게 돌려보냈고, 내셔널리거 박지웅은 최준민 김동섭을 눌렀다.  


가끔 우승하던 '1번 다이' 나종훈 프로는 자주 우승하는 조종신에게 첫판을 패했고 조종신은 시니어1호봉 서중휘 프로에게 패했다. 부천회장 윤명철은 시작과 동시에 신음을 내뱉던 인천부회장 서부길에게 두어 집 남겼지만, 기쁨도 잠시 최진복에게 나가 떨어졌다.


▲ 정대상(승)-이철주 공동주연 '이것이 육박전이다!' 


달마다 보던 정대상-이철주 공동주연 ‘주먹이 운다’에서는 정대상 프로가 이겼다. 그러나 좀 쉽게 보였던 허정식에게 그만 패점을 기록하고 말았으니 정대상으로서는 일장춘몽. 또 제트기경쟁에서 서능욱은 만만찮은 양덕주에게 격추당했다. 양덕주는 평창대회 준우승자 박휘재마저 지그시 또 눌렀다. 


서중휘 심의현 허정식 박지웅 양덕주가 2승으로 올라왔다. 다들 올라올 만한 멤버들인데, 오랜만에 출전한 허정식이 살짝 이변이었다는 정도.   


초식에서는 소재경 남경석 임춘기 장혁구 이용준이 치타를 꿈꾸는 임팔라로 낙점되었다. 이용준은 인천연구생 3레벨이며 나머지는 다들 2레벨. 


▲결승전1 서능욱(승)-장혁구.


이제 남은 두 판. 초원에 설치되었던 안전가림막이 걷히고 육식과 초식끼리 마주치게 했다. 발이 무척 빠른 임팔라에게는 하루를 더 살 기회가 있겠지만, 대부분 육식의 무자비함에 치를 떨게 될 터.(치가 떨리면 김종화치과로 문의 바람^^)  


서중휘는 가끔 준우승 소재경에게, 최진복은 단골 3승 남경석에게, 심의현은 고양신사 임춘기에게, 박지웅은 꼬마 이용준에게 '여기까지임'을 통고했다. 그리고 양덕주는 1패자 중 최강 나종훈을 만난 후 불운하게도 그의 유탄에 쓰러졌다. 뭐, 그래도 이변은 없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한 임팔라가 거의 치타급 속도감을 자랑하며 당돌하게 결승무대까지 올라갔다. 바로 장혁구가 허정식을 잡았다. 둘은 압구정리그에서도 종종 일합을 겨루긴 하지만 허정식이 당연히 앞선다.  


바둑이 오래토록 이어진다는 건 뭔가 낌새가 있는 것. 결국 허정식은 항복을 선언한다. “(장)혁구가 전국구가 되니 못 이기겠어!” 장혁구가 평창 동호인대회에서 남경석 하승철과 짝을 이루 우승을 차지한 걸 빗댄 멘트였다. 


“이러다가 줄리메컵 타는 거 아냐?” 사실 장혁구는 압구정쌍쌍파티에서 송예슬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했고 평창 동호인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최근 2연패 중이었다. 물론 메이저대회는 아니었지만 ‘나도 치타요!’ 외칠만한 상승세였다.


▲결승전2 심의현-서중휘.


대망의 결승은 세 판이 벌어진다. 3승자는 심의현 서중휘 최진복 박지웅 장혁구 등 5명이며 또 최강 1패자 서능욱을 조커로 선정했다. 이들 6명이 제비뽑기로 심의현-서중휘, 박지웅-최진복, 장혁구-서능욱 대진은 완성되었다.


'이건 천우신조다 천우신조!' 말만 잘하면 서능욱이 굳이 이길 이유가 없고, 또 이긴다고 해서 자신이 우승하는 것도 아니라서 조금 느슨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자상하다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약체' 장혁구가 '막강' 서능욱을 이길 절호의 찬스라고 보는 몇 가지 이유였다. 


그런데 프로는 역시 프로였다. 장수는 전투에 전투에 힘하여 양보함이 없고... 


세 판 중 가장 먼저 종국 멘트가 흘러나온다. 


“역시 (제가) 안 되네요!” “앗! 왜 이래. 좀 있으면 내가 던지려고 했는데...”  


시니어프로 1호봉 서중휘는 좋은 바둑을 시니어답게(?) 후반 낙관하다 심의현에게 우승을 넘겨줬고, 박지웅이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최진복에게 청출어람했다. 


준우승은 서능욱 장혁구 최진복 서중휘가 차지했고 3승자는 9명이었다. 


사진으로 열전의 현장을 기웃거려 보자.  


▲결승전3. 최진복-박지웅.








▲반가운 소식무터 전하겠습니다. 지지옥션 신사부에서 서중휘 프로가 선발되었고, 지난 주 평창대회에서 남경석 장혁구 하승철 진재호가 우승했고, 또 어제 부천여성팀 소속 곽계순이 수도권 지부대회에서 우승 했다. (오른쪽 김종화 미추홀리그 대회장) 

이제 좋은 대회가 자주 있을 것 같다. 먼저 7월에 인천체육회장배가 있을 예정인데 시니어부를 만들 생각이고, 인천동호인바둑대회도 5인1조로 4차례 대회가 예정이다. 6월에 어린이 대회도 있고, 9월 인천시장배를 연인원 6~700명으로 크게 할 생각이다.(왼쪽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 겸 미추홀 기우회장)


▲인천연구생이며 홍일점 선수 김한주-김동섭.


▲인천연구생 이용준과 인천바둑협회 정충의 부회장.


▲미추홀기우회의 오랜 친구끼리 한판. 기우회 장두화 총무와 김종화 대회장.


▲미추홀 장두화 총무는 매번 대회 진행에 수고하고 대국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고. 


▲대회장 김종화 원장 특유의 나라를 잃은 듯한 표정.


▲자주 우승하는 조종신(승)-가끔 우승하는 나종훈.


▲점잖은 고수 김춘식과 임춘기.


▲평창대회 개인전 준우승을 차지한 박휘재-시니어 강호 양덕주.


▲주니어혈투1. 박지웅-최준민.


▲주니어혈투2. 김영삼-심의현.


▲박지웅은 인천내셔널선수로 1년만에 미추홀에서 우승.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을 차지한 장혁구.


▲치열한 3승싸움. 부천대표선수 최준민-시니어최강 이철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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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석(승)- 김승민.


▲3승 시상. 김종화(시상) 이철주 정대상 김영삼 임춘기 김도협 조종신 양덕주 허정식 박휘재 최병덕(시상).


▲준우승 시상. 최병덕 최진복 장혁구 서능욱 서중휘 김종화.


▲연구생1조 출신답게 우승! 박지웅 심의현.


▲행운권 시상식. '헷갈리지 마세요~!' 최병덕(수상) 서능욱(시상) 김세원 이용직 김종화(수상). 


▲행운3만원권. 허정석 한경남.


▲주니어 조종신에게 다 잡은 바둑을 패했다며 '울분'을 토하던 윤명철(오른쪽)이...


▲행운대상을 차지하며 활짝 웃었다. 


▲저녁 만찬 식권은 모두 당첨. 식권은 1만원권이지만 술과 소갈비는 맘껏 먹어도 된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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