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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26 01:18:52
  • 수정 2022-03-26 0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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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는 이제 볼 수 없다?' 열기 가득한 2021 내셔널리그 의정부투어의 한 장면. 


“내셔널 해요 안해요?”


지난 연말부터 현장에서 만난 바둑인들이 기자에게 지겹도록 물어본 인사말이다. 시나브로 바둑시즌도 돌아왔으니 대한바둑협회(이하 대바협)가 속 시원히 답변해주는 게 낫겠다.


지난 1월17일. 대바협밴드엔 시니어선수 일동으로 공개질의서가 하나 올라왔다. 내용인 즉, ‘리그통합’에 관한 진행과정을 밝혀줄 것과 통합에 따른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달라는 요지였다. 리그 통폐합 과정 속에서 대바협의 한 축이자 이해당사자인 선수들이 논의에서 일체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개탄하면서 쓴 글이었다. 리그통합이란 내셔널리그와 시도리그의 통합을 말한다. 


공개질의서가 올라온 지 3일이 지나자 대바협 대회위원장은 예산삭감과 리그통합 운영을 요구하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이 올라왔고, 이후 지금까지 그들간에는 그 어떤 접촉도 없었음을 미리 밝힌다. 


질의서가 등장한 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선수들은 대바협의 태도가 무성의하며, 특히 통합 이후 비전이 선명하지 않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소통부재 밀실행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  


▲대구덕영치과에서 벌어진 2021년 내셔널리그 개막전 모습.


내셔널 10년은 아마바둑의 황금기와 동격이다. 남자 여자 시니어가 한 팀이 되어 벌이는 맞짱을 통해 팬들의 구미를 자극해냈다. 아마바둑이 이렇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다.


인기는 날로 급상승하여, 2020년 내셔널리그는 19개 팀이었고 시도리그는 12개 팀으로 출범했다. 도합 31개 팀이다. 각 팀은 대략 7~9명 정도의 선수와 코칭스텝이 몸을 담고 있기에, 31개 팀이면 연 인원 250명의 바둑인이 ‘일’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던 것이 2021년 내셔널 15개, 시도 8개. 그러니까 팀 수가 23개로 대폭 줄어든다. 게다가 2022년 KBF리그(통합리그 명)는 예정대로라면 16개 팀이란다. 그러면 2년 만에 팀수는 절반으로 팍 쪼그라든다.(참고로 2021년에 들어선 현 대바협은 1년여 동안 하나의 신규 팀도 창단하지 못했다.) 


정부의 요구가 정히 통합이라면, 백번 양보해서 팀수가 적절히 조정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럼 애당초 만들겠다던 KBF리그 16개 팀은 아직 미결정이고, 운영방식도 한없이 고려중이라고 한다. 이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결과적으로 통합이라는 미명하에 양대리그만 '성공적으로' 분해시킨 셈이 아닐는지.


▲대전에서 벌어진 2021 전국시도바둑리그 경기 모습.


KBF리그는 5월에 출범한다고 대바협은 연초부터 밝혔다. 자, 16개 팀은 언제 다 만들 예정인가. 만들려고 한다면 뚝딱 만들어지는가. 5월엔 죽었다 깨나도 출발하지 못할 거라며 대바협도 공공연히 밝히는 실정이다.


취재에 의하면, 이 시각 현재 KBF리그에 참여의사를 밝힌 시도는 5개가 될까 말까다. 소정의 예산을 마련하는 방안이 시도별로 천차만별이기에 팀 결성은 난망하다고 푸념. 


그렇다면 시도팀이 아니고 일반팀(내셔널처럼 기업팀이나 기우회팀)이 참여해야 하는데, 기존의 어느 팀과도 대바협은 밀도 있는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오히려 멀쩡하던 팀들도 '입질'이 전혀 오지 않자 해산해버린 케이스가 거의 대부분.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한 두 수 앞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건 명백한 실착이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무대가 좁아지니 불만이며, 대바협으로서도 출전 팀 확보도 여의치 않고 타이틀스폰서 문제는 당연히 어려워 난맥상이다. 바둑계 전체가 리그문제로 편안한 주체가 아무도 없는 현실이다.  


대바협은 지금이라도 형세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속히 '비대위'라도 꾸려서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그래서 첫 단추부터 제대로 달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략적 판단은 귀신처럼 하는 대바협이 정무적 판단은 영 아니올시다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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