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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18 01: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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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추홀리그가 첫대회를 가쳤다. 미추홀 신년대회를 기념하는 케이크절단식에 앞서 미추홀리그를 이끌어가는 주요인사들의 합동 포즈. 정충의, 최돈민, 서능욱, 김종화, 최병덕, 곽계순, 서부길, 서중휘.


코로나의 위세가 계속되는 시절이지만 그에 굴할 수 없는 우리들의 바둑을 향한 열정과 의지를 오롯이 미추홀에 담았다.


‘같이’라는 단어의 소중함, ‘함께’라는 단어의 감사함을 잊지 말자. 마르지 않는 샘, 마구 솟아나는 샘 미추홀이 같이 함께 신년대회를 열었다. 


언제나 그렇듯 딱 네 판만 열심히 두어보고자 마니아들만 모였다. 16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오는 해를 반기며 올 한해도 기우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51명이 모여 제67회 미추홀바둑리그를 가졌다. 


새해 첫 대회도 대회방식은 똑 같다. 4승이면 우승, 3승이면 입상권이다. 같은 3승이라도 3승후 1패를 하면 준우승자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큰 보드를 앞세우고 사진 촬영도 한다. 보통사람들도 한순간에 영웅대접을 받는 미추홀이다.


미추홀 참가기준은 기력이다. 동네1급=아마5단은 되어야 한다. 미추홀에서는 레벨로 기력을 나누는데, 시니어 강자들을 레벨1로 두고서 그보다 윗길인 프로는 1레벨이며 주니어 엘리트 선수들은 프로와 동열에 둔다. 또한 동네1급들은 3레벨이며 그보다는 조금 큰 동네에서 1급으로 군림하면 2레벨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애매하여 혼란이 있을 것 같지만 다들 알음알음으로 치수가 거의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다. 그만큼 미추홀은 오랜 기간 동안 서로간 친밀도를 쌓아왔기 때문에 치수가지고 아무런 불평불만이 없다. 한 레벨은 정선이며 두 레벨은 두 점 치수. 


▲이용만-송예슬.


새해 첫 국민의례를 하고서 늘 하던 대로 신입생 소개로부터 대회가 이어진다. 오늘은 신년회니만큼 케이크 절단하는 재미가 한번 더 들어간다. 


새해 첫 대회라서 그런지 새로 오신 분들이 많다. 대략 5~6명 되었는데, 다들 미추홀 기존 멤버들이 절친한 기우를 소개해서 데리고 오는 형식이다. 새로운 얼굴들은 대회 모습을 보면서 소개하기로 하자. 


1시30분 대회가 개시된다. 하위레벨의 관점에서 보면 1,2라운드는 예비 고사며 3,4라운드는 본 고사. 따라서 1,2라운드에서 비슷한 레벨끼리 맞붙어서 이기고 나면, 3,4라운드는 맹수들과 섞어서 두게 된다. 거꾸로 맹수레벨에서는 같은 육식끼리 만나니 초반이 어렵고 뒤가 오히려 쉽다.

  

1라운드가 개시되자마자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아마 국민의례를 했을 때부터 동해물과 백두산에게 첫 단추를 잘 꿰게 해달라고 빌었을 테다. 


1라운드에서부터 반집승부가 이어졌다. 내셔널 인천 팀의 시니어 선수인 이용만과 송예슬이 첫판부터 만나 치열한 접전을 전개한 끝에 이용만이 반집을 남겼다. 또한 세명대 교수 정연우는 이름값에서 비교가 안 되는 내셔널리거 최진복과 엎치락뒤치락 하더니 반집을 남겨서 기염을 토한다. 다만 누구의 반집인지는 잘 몰랐고 그냥 계가해보니 반집승이었다.


▲임형섭-정유진.


2라운드에서는 흥미로운 판이 있었다. 그리고 주니어고수들이 힘을 쓴 라운드였다. 프로끼리의 때 이른 대결 서중휘-나종훈 전. 서중휘는 새해 한 살 나이를 더 먹어 41세가 되면서 졸지에 시니어가 되었다. 따라서 고참 나중훈과 완전 호선으로 붙게 되어서 아무래도 1호봉 시니어 서중휘가 살짝 유리했다.


개인적으로 서중휘가 미추홀에서 10연패를 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뭐, 10연패까지는 살짝 농이겠지만, 과거 조종신이 4연패를 달성한 적이 있는데, 그 기록은 깰 수 있을게다. 하긴 알 수 없다. 별의 별일이 많은 데가 미추홀이니까.


1라운드에서 기염을 토한 정연우는 내셔널 박지웅을 만나 일찌감치 커피를 한잔 타러 밖으로 나왔다. 코로나 시국이라 커피를 들고 대국장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그는 커피를 끝까지 다 마시며 한마디. “연구생 1조 출신은 결이 다르네.”


▲정연우-박지웅. 그 앞에 살짝 보이는 얼굴들은 최진복-김동섭.


경기바둑리그에서 부천팀 일원으로 출전하여 개인 7전전승을 거둔 주니어 최준민이 역시 날이 서 있었다. 손오공 서능욱 프로에게 접전 끝에 한판승을 거둔다. 또한 조종신은 고양일산의 고수 곽웅구를 보내버렸고, 첫 출전한 명지대 출신 이호용은 이용만을 이겼다. 


뭐, 주니어들이 시니어고수를 이기는 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시니어가 주니어를 이기는 게 서프라이즈. 바로 시니어 랭킹1위 이철주가 내서널 주니어 박중훈을 꺾어 진짜 파란. 박종훈은 작년 말 2회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기린아. 유일한 시니어 생존자 이철주는 진짜로 강했다. 


초식조에서 2라운드까지 2승을 거둔 멤버들은 그나마 청운의 꿈을 꿀 수 있다. 유소년 인천대표인 정우석(10)은 그보다 74세 연상인 양완규 대선배를 물리치고 초원의 왕좌로 나섰고, 또 다른 꼬마 임형섭(11)과, 인하대 OB 윤상진, 항공대 교수 최돈민, 첫 출전한 이대영, 그리고 2라운드에서 부전을 뽑은 진재호도 2승 대열에 합류했다.


▲아름다운 그림 한 폭. 인천의 바둑신동 정우석(10)과 양완규(83) 대선배의 대결. 정우석 군이 백을 든 모습이  이채롭고 양선배의 포근한 미소가 마스크밖으로 흘러나온다.


예비고사 점수가 발표되었다.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된 부류도 있고, 그새 무너져버린 재수 대열에 들어설 부류가 있다. 뭐, 어쩌겠냐. 대회는 대회인데. 본 고사에 임하며 과실을 따내려는 자와 승패를 떠나 기도연마에 돌입하는 부류로 자연스레 나뉜다.


3라운드부터는 육식들의 먹방이다. 서중휘가 신입 이대영을 손쉽게 꺾어버렸고, 박지웅은 최돈민의 저항을 쉬이 잠재웠다. 


눈도 쉽게 감을 수 없었던 살벌한 정글에서 살아남은 육식들이 등 싸습고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초원에서 자란 초식을 무자비하게 꺾어 버린다. 조종신은 윤상진을, 최준민은 신동 정우석을, 이호용은 임형섭을 잡아챘다. 


다만 이철주는 약간 억센 서부길을 만나 꽤 힘이 들었고, 억세게 운이 따랐던 진재호는 1패자인 장혁구에게 패하면서 ‘우승하면 어쩌나’ 망상은 재빨리 접었다.


▲결승1. 시니어 1호봉 서중휘-이호용.


자, 결국 올라온 사람이 올라왔다. 서중휘-이호용, 박지웅-조종신. 이철주-최준민. 6명이 최후 결승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호용은 연구생을 거치지 않은 순수 독학파로 압구정리그에도 가끔 등장하는 젊은 독학파.  실력은 시니어고수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그래도 막강 서중휘에게 정선으로 덤빈다는 건 약간 어려울 테다. 역시 1호봉 시니어프로 서중휘가 낙승을 거두었다. 


또 박지웅 조종신은 내셔널 인천팀 소속으로서 매우 절친한 선후배였지만 승부에서는 박지웅이 이겼다. 


오늘의 히어로는 이철주였다. 이철주는 주니어 최준민에게 승리를 거두고 시니어 랭킹1위의 위엄을 과시했다.(현재 시니어1위는 심우섭) 언제부턴가 미추홀은 주니어들이 프로 뺨치는 실력을 과시하고 있어 시니어프로라든지 시니어고수가 힘이 부치는 현상이 다반사인데, 오랜만에 시니어의 자존심을 세워준 이철주가 주니어를 이겼으니 내가 우승한 것 같이 즐겁게 다들 축하해준다.  


▲결승2. 최준민-이철주.


▲결승3. 조종신-박지웅.


미추홀은 복지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아직 낙오자들에겐 그래도 희망사다리가 하나 더 남았는데 바로 행운권 추첨이다. 신년 기념으로다가 행운대상에게는 5만원권 3장이 추가되었다는 소식이고 다이어리 등 조그만 소확행도 기다리고 있었다.  탄식과 환호가 몇차례 섞이더니 이 마저도 이제 끝이다. 아쉽다.


자, 1시30분에 개시된 대회가 딱 네 판을 두고 나니 6시30분. 이제 밥 때가 되어간다. 멀리서 인천을 방문한 기우들을 위해 인근 식당에서 갈비탕 한그릇이라도 드시고 가게끔 배려해두었다는 공지가 뜬다. 


새해엔 새 해가 뜨지만 미추홀은 항상 같은 해가 뜬다. 말해 무엇하랴. 2월에도 셋째 주 일요일엔 미추홀리그가 또 열린다. 


미추홀리그 67회 대회 이모저모를 사진과 함께 전한다.





▲신년대회 개회식에서 여자강호 송예슬.


▲김종화 대회장의 신년 인사. "2022년엔 매달 빠짐없이 대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옆은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 겸 인천바둑협회장.


▲신입회원들의 자기 소개 시간. 


▲이철주-임흥기.


▲고양시 곽웅구-부천시 윤명철.


▲'3승을 향하여!' 서부길-이철주.


▲인천바둑협회 최병덕 회장과 곽계순 부회장.


▲왕년의 고수 임춘기-안영수.


▲하승철-최돈민.


▲윤상진-이용직.


▲최병덕-서능욱. 같이 시작한 저 뒤의 바둑판을 보면 10수미만이 놓여져있는데 이 바둑은 대략 50수정도가 두어졌다.결국 승부욕이 동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일찌감치 종료. 인천바둑협회 최병덕 회장은 인천의 간판스타를 차마 이길 수 없었다고.


▲손오공은 빨리 끝내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인터넷으로 브리지게임을 하고 있는 서능욱은 브리지 국가대표이기도 하다.  


▲'김원장님끼리' 김종화 치과원장님과 김세원 통증의학과 원장님의 대결. 두 분은 절친한 고향선후배 사이라고. 다만 대국 표정은 절친하게 보이진 않는다(^^). 백이 4귀생을 하여 짜증이 난 것일까.


▲송예슬 고수와 곽계순의 두점 대결에서 곽계순이 대어를 낚았다.


▲미추홀에 처음 참석한 이호용은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산가족 상봉. 역시 처음 출전한 명지대생 정유진은 최진복 사범과 초등생 이후 십수년만에 상봉했는데... 정유진의 부친과 최진복은 절친한 선후배사이라고. 정유진은 최진복을 여전히 알아봤는데 최진복은 성인이 되어서 나타나니 긴가 민가 했다고.


▲상봉하자마자 공교롭게 맞대결 성사. 정유진은 정선으로 최진복사범에게 도전했으나 살짝 역부족. 


▲'나도 이젠 시니어프로!' 서중휘-나종훈.


▲인천의 간판 주니어 대결. 이진우-박종훈.


▲3승상은 무려 10명이 수상했다. 왼쪽부터 장혁구, 서능욱, 이진우, 최진복, 임형섭, 박종훈, 이대영, 정우석, 임흥기, 김종화(시상), 김재훈, 최병덕(시상)


▲준우승 시상. 이호용 최준민 조종신.


▲우승자 시상식. 최병덕(시상), 서중휘 이철주 박지웅, 김종화(시상).


▲행운상1.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시상), 김한주 김승민 이용직 정인순 김종화(시상). 그리고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 현명덕 회장. 현회장과 정인순 부부에게 동시에 행운이 돌아갔다.


▲행운상2. 윤천준 변호사와 장두화 미추홀 총무(세번째)가 수상했다. 


▲행운상3. 최병덕(시상), 이용만, 정우석, 고성희, 김종화(시상).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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