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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07 23:27:39
  • 수정 2022-01-08 10: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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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바둑협회 하근율 회장.


대한민국 구석구석 역사와 전통이 없는 곳이 있겠냐만 경상북도는 특히 천년신라의 불교문화, 신비의 가야문화, 선비정신의 유교문화가 골고루 숨 쉬는 한국문화의 총 본산이다.


경북 중에서도 안동을 찾아가는 길엔 동네어른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옷매무새를 다시 챙기게 된다. 안동에서는 왠지 청바지보다는 말쑥한 정장을 갖춰야만할 것 같이 살짝 진지함이 생겨난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가 안동이니까. 


‘안동’하면 도산서원 하회마을 간고등어 안동소주 그리고 유행가 ‘안동역에서’가 연상된다. 여기에다 참저축은행이 더불어 떠오른다면 그는 엄청 바둑마니아일 터. 


왜, 2017년에 생겨난 최고 상금을 건 안동 참저축은행배 바둑페스티벌 말이다. 코로나19로 2년째 개최를 못하고 있지만, 프로 아마할 것 없이 남녀노소 대한민국 전 바둑선수들이 안동체육관에서 자웅을 겨루던 때가 추억으로 남았다.



“경북 사람들은 좋은 말로 하면 양반이고 요즘말로 하면 좀 역동적이지 못하죠. 최근엔 많이 달라졌지만, 겉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속정과 내실을 기하는 기질이죠.”


그는 불현듯 바둑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울 땐 무작정 응암동 아마바둑사랑회나 왕십리 한국기원을 찾아서 밤이 깊도록 바둑을 즐기다가 내려가곤 한다. 지역 군소도시에서 조그만 바둑행사라도 있는 날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안동 간고등어 선물세트를 싸들고 불쑥 나타나곤 한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서울 괴산 문경 제주 대구 등지에서 그를 만났다는 분이 엄청 많다. 바둑에 관한한 진짜 역동적인 그는 안동이 지역구지만 활동반경은 가히 전국구. 


경북바둑협회를 3년째 이끌고 있는 하근율 회장(61)을 만나 나날이 성장하는 경북바둑에 관해 들어보았다. 하회장은 화랑정신 선비정신을 이어받아서인지 의리와 뚝심으로 똘똘 뭉친 협회장임을 미리 밝혀둔다.


하근율(61) 경북바둑협회장 이력
안동대 행정경영대학원 졸업
1993년 안동육상연맹 부회장
1995년 경북복싱부회장
2017년 유교인문학 (사)담수회 부회장
2017년 안동바둑협회장
2019년 경북바둑협회장
2021년 농업회사법인 헴프&알 바이오 대표

▲안동 선비마을에서 참저축은행배를 탄생시킨 주역들의 2019년 포즈. 대회조직위원장 권택기 전 의원, 하근율 안동바둑협회장(당시), 김용섭 참저축은행 대표.


얼마 전 안동바둑협회장님이셨는데 그새 세 번이나 경북협회장으로 영전하셨더군요.(웃음)
1년에 두 번 협회장해 본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원래는 안동협회장을 하다가 참저축은행배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 과정을 보시면서 전임 회장님께서 경북협회를 맡아달라는 청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회장님이 갑자기 지병이 심해지는 바람에 제가 2019년 잔여 임기동안 경북협회장을 맡게 되었죠. 그러다 2021년 초 새롭게 협회장 임기 4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경북체육회에 제출한 서류가 미비하여 지난 7월 회장선거를 통해 다시 인준되었죠. 결국 짧은 기간 동안 세 차례나 감투를 썼습니다.


경북협회는 특이하게도 회장님은 안동에 거주하시고 러닝메이트라고 할 전무님은 포항에 거주하시던데,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불편한 건 없으신지요.
같이 식사를 자주 못한다는 건 매우 불편하죠(웃음).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장하고 있기에 크게 애로는 없습니다. 경북은 차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지역도 많기에 안 그래도 중부권 동부권 북구권으로 나누어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편입니다. 오래전부터 포항 경주 쪽에서 경북바둑을 이끌어왔고 따라서 여전히 그 지역이 바둑환경과 인프라가 좋은 편이죠. 협회장이 안동이라고 해서 저변까지 옮겨온 건 아니니까요.  


바둑인들은 최대 종합대회 참저축은행배를 빼고서는 안동을 떠올리기 어려운데, 바둑계의 큰 인연 참저축은행 회장님과는 막역한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잠시 그분과의 인연을 소개해주신다면.
안동에서 태동하여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참저축은행 대주주 김인한 회장님은 안동이 고향이고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바둑마니아입니다. 저는 참저축은행 대표이사님과 호형호제 하는데요, 그 분과의 소개로 10여 년 전부터 김회장님과 인연을 맺었죠. 물론 바둑이 매개였고 지금도 인간적으로 매우 절친한 사이입니다. 2017년인가요. 김회장님은 안동협회장이던 제게 참저축은행배를 구상해보라 하셨고 참저축은행배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최근까지도 바둑 두러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대구사무실에 들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가끔 사업차 해외에 가실 때 제가 바둑사역하러(웃음) 같이 동행하여 밤새 바둑을 즐기기도 했죠. 요즘말로 깐부죠. 바둑깐부.


▲참저축은행 김인한 회장(오른쪽)이 여성연맹회원 김순득 씨와 서울 아바사회관에서 대국하고 있다. 그 뒤편 왼쪽이 하근율 회장. 이들은 수시로 바둑이 그리우면 바둑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으로 유람을 떠나곤 하는 유명한 바둑깐부. 이들의 바둑열정이 참저축은행배를 탄생시켰다.



안동은 최근 바둑계 핵심도시로 부상하고 있는데 반해, 안동바둑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참저축은행배가 생기기 전까지는 안동은 바둑이 유명했던 곳은 아니었죠. 선비기질이랄까 양반기질이랄까, 잘 나서는 않는 기질도 있었을 겁니다. 작년에 임상규 프로 딱 1명을 배출했으나 인연이 많다고는 할 수 없죠. 다만 뿌리는 과거부터 튼튼했습니다. 큰 거 한방도 좋지만 풀뿌리가 튼실해야 오래가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제가 안동협회장을 하면서 적극모드로 선회하여 제법 많이 변화가 이루어진 셈이죠. 지켜보십시오. 더 변화할 겁니다.


자, 안동을 넘어서 경북바둑 발전에 대한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임기 중 꼭 해야 할 일 공약은 뭐가 있을까요.
바둑인들에겐 딴 것 없습니다. 뛸 마당이 있어야 하잖아요. 포항영일만배, 문경새재배, 참저축은행배 등 전국대회가 계속 이어지고 좀 더 발전하는 모습이 먼저입니다. 다만 경북협회장으로서 경북 친화적인 대회도 고려하고 있죠. 아까 말했지만, 경북은 포항 경주 영천 등 동부권과 칠곡 구미 성주 문경 상주 등 중부권, 안동 울진 의성 예천 등 북부권, 세 권역으로 나누어서 지역교류전을 상설화할 겁니다. 사실 제가 안동협회장을 할 때부터 지역교류전은 꾸준히 해왔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동호인대회 형식인데, 이걸 지역단합차원에서 정기행사로 치를까 합니다. 경북협회장의 이름을 걸고 아예 경기도바둑리그처럼 해볼까도 생각중입니다. 요즘은 리그가 대세고 또 대바협 지원도 요청할 예정입니다. 단발성 대회보다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임할 수 있는 경북시도리그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도지사배가 없는 유일한 시도가 경북이란 걸 알았습니다. 도체육회와 이미 논의중이어서 올해 3월 정도에 개최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살짝 유동적이긴 합니다. 전남도지사배의 경우 전남 각 시군을 돌아가면서 개최한다고 하더군요. 그것 참 좋은 방식입니다. 경북은 안 그래도 지역이 넓기 때문에 골고루 발전하려면 다양한 지역에서 개최하여 각 시군협회도 자생력이 생기니 좋죠. 더불어 아이들 교육청대회도 포항 구미 경주 등지에서 돌아가면서 하는 것도 좋지요.


코로나 때문에 모든 계획이 망가진 면이 있습니다. 경북협회에서 세계바둑선수권 유치를 의욕적으로 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압니다. 혹시 다시 추진할 계획인가요.
무산된 건 아니고 유치 연기라고 하겠습니다. 알다시피 국제바둑연맹(IGF)에서 주최하는 세계바둑선수권은 한중일이 번갈아가면서 개최권을 행사하는데, 올해 6월까지는 한국이 회장국입니다. 따라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작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대회 이후 경북에서 유치하려고 했었어요. 경북체육회장과 함께 러시아방문 계획까지 잡았었거든요. 아직 유동적이긴 하지만 코로나가 풀리게 되면 다시 유치를 시도할 겁니다. 이미 예산문제도 확정적이니까요.


국내외적으로 많은 활약을 하고 계신 걸 보니 경북이 바둑의 수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늘 질문인데요, 바둑협회장을 왜 하려고 하시는 지 마지막 질문입니다.
글쎄,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돈도 안 생기는데 왜 하려고 할까. 결국 바둑을 좋아하니까 반쯤 미쳐있으니까 하려는 거죠(웃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봉사가 아닐까 합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보답차원도 있을 거고. 또 하나 경북협회장이 되고 보니 경북바둑의 모자란 부분이 보이더군요. 저 혼자의 역량으로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경북바둑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일종의 책임감이랄까 승부욕 같은 것도 있겠지요.


▲바둑이 있는 곳이면 불원천리 달려가는 마니아 하근율 회장(오른쪽)과 곽계순 인천바둑협회 부회장과의 서울에서의 일전. 


▲하근율 회장과 현 대바협 이재윤 회장의 대구에서의 한판 대결. 가운데는 김신영 프로.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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