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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9-29 23:33:29
  • 수정 2021-09-30 00: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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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아는, 바둑을 이해하는' 바둑중고 김길곤 교장선생님(56)이 교정에서 포즈를 취했다.


바둑도 전문적 소양을 요하고 전문적 수업을 제대로 받아야 하는 종목이지만 전문성을 고루 갖추기란 여간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다.

바둑기량을 높일 '전문가'는 많지만 바둑+교육을 담당할 '바둑교사’는 극히 드둘다. 이는 바둑과 교육, 두 부류갈래가 합쳐져야 하는데, 여태 기술적인 면만 쳐다보았지 전문교육에 대해서는 완전 뒷전이었던 탓도 크다. 수백만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가 바둑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선 무한히 설파하면서도 기초적인 바둑 교육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건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바둑교육의 새 지평을 열고자 등장한 한국바둑중고교(이하 바둑고)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국내 유일의 바둑특성화학교 바둑고에 '바둑을 아는, 바둑의 전문성을 이해하는' 교장선생님이 부임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9월초 전남 순천 한국바둑중고 교장선생님으로 발령받은 김길곤(56) 교장. 바둑계에서 웬만한 업(業)을 가지진 분이라면 다들 ‘아하!’ 하실게다. 그만큼 바둑교사로 부임한 짧은 시간 동안 후학 키우기에 동분서주하며 바삐 움직였던 분이니까.


바둑이 있어 더욱 행복한 학교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교육계와 바둑계에서 쌓은 그의 경륜이 담긴 바둑교육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눠보았다.





바둑인이라 불러도 될까요?(웃음) 같은 바둑인으로서 바둑중고 교장선생님에 부임했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웠습니다. 바둑교사부터 바둑고교장이 이르기까지 잠시 역사를 언급주시지요.
바둑을 좋아했습니다. 2015년 당시 전남 고흥 도화고에서 영어과를 담당했는데, 신설 바둑고에서 바둑교사를 공모한다기에 ‘이거다!’ 싶었지요. 5단증을 챙겨들고서 공모에 응했습니다. 교사들은 바둑을 좋아하는 직업군이어서인지 경쟁률도 제법 되었죠. 올해로 바둑고에서 근무한 지 7년째인데, 제가 꼭 하고픈 일이 있어서 교장선생님에 도전했습니다.


애초에 교장선생님이 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고 하신 걸로 제가 기억하는데, 별안간(?) 왜 도전하게 되었습니까.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언가요.
바둑교사는 무척되고 싶었습니다만 정말 교장 교감은 꿈꿔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둑고에 서 바둑교사로 지내다 보니까 꿈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7년을 하다 보니까, 내가 만약 교장이라면 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겁니다. 역대 바둑고를 거쳐 간 교장선생님들은 대단한 교육자이긴 하지만 바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은 어쩔 수 없었어요. 문득 바둑 인재를 기르는데는 제가 또 다른 소금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바둑을 안다는 점에서 과거 교장선생님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세 분 교장선생님이 거쳐 가셨는데, 초기엔 ‘무에서 유’로의 토대와 내실을 갖췄다면 이젠 확대발전하는 시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바둑특성화학교로서 이젠 성장과 발전에 주안을 둬야 할 시기인 거죠.


지금은 바둑고 뿐 아니라 바둑중도 통합 운영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교육지향점은 살짝 다르겠지요.
중학교는 바둑영재 육성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고등학교는 구체적인 진로의 확장성에 주안을 둔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래도 고교생은 사회진출이나 대학진학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바둑과 동시에 교육해야 하는 등 손길이 많이 가죠.


▲AI수업중인 학생들을 둘러보는 김길곤 교장. 맨앞 학생은 작년에 프로가 된 오승민 그 다음은 염지웅. 


자, 선생님이 교장이 꼭 되어야만 했던 이유랄까. 교장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들어보시면 별 것 아닐지도 모릅니다(웃음). 아이들의 진로와 진학문제가 핵심이죠. 물론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지만, 특수목적고로서 최적화된 진로·진학체계를 완비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바둑으로 행복을 찾고 싶은 아이들 모두가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모범적인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바둑에 맞는 환경과 복지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진학문제 진로문제는 잘 되고 있는지요.
일단 바둑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2021년도 원하는 학생들 8할 이상이 바둑학과 입학에 성공했단다.) 꼭 바둑학과가 아니라도 다양한 학과로 진출하기도 하죠. 비바둑학과로 진학하는 비율이 오히려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저는 바둑지도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바둑을 전공한 학생들은 일차적으로 바둑지도사가 되길 원하는데, 지도사를 국가자격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현행 민간자격증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요. 스포츠센터 학교운동부에서 바둑지도를 담당하고 싶어도 거의 단기 계약직입니다. 지금 바둑고에서 바둑교사로 일하는 프로기사 선생님들도 매년 단기계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이 문제는 대한바둑협회에서도 국가자격화를 추진하고 있고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라고 믿습니다.(김 교장은 대바협 이사이기도 하다.) 비단 바둑고 학생들 뿐 아니라 바둑을 업으로 하는 많은 이들에게 어쩌면 가장 시급한 문제겠죠.


바둑고가 다양한 루트로 바둑계를 살찌울 고급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도 필요할 듯합니다.
바둑중고는 전국에서 바둑에 소질 있는 아이들, 바둑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입니다. 당연히 바둑판만 갖다놓아선 되지 않겠지요(웃음). 초창기 바둑고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땐 사업중심 성과중심으로 일을 추진한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이제는 학생 개개인을 케어하는 단계로 가고 있어요. 아이들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꼭 하고 싶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말씀인데요, 이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과목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물론 목표가 프로 입단인 부류도 있고, 반면 바둑에다 바둑외적인 기법을 접맥하기 위해 진학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프로그래밍 같은 경우도 바둑과 많은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강사를 초빙해서 심도있는 교육중이고요. 또한 바둑방송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바둑TV라든지 유튜브 등 영상제작파트에 관심있는 아이들도 많아졌습니다. 바둑콘텐츠 생산성을 강화하는 전통적인 신문방송학과 프로그램도 인기입니다. 물론 바둑기술만이 아니라 바둑과 연관이 있는 여러 프로그램에 도전하길 권장하고 있고요. 자연스럽게 경영학과 컴퓨터학과 간호학과 등 얼핏 바둑과 관련이 없어보이는 학과로의 진학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휴식시간을 즐기는 바둑중고생들의 모습은 마치 가족같은 분위기였다. 가운데 양복입은 이가 김길곤 교장.


듣고있으니 바둑고에 진학하고픈 생각이 절로 듭니다.(웃음). 아까 말씀하신 최적화된 교육환경과 복지에 관한 얘긴데요, 학생들에게 복지라 함은 어떤 걸까요.
저희는 중고교생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따라서 생활환경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고 공간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거죠. 이는 바둑에 필수불가결한 창의성과 연관되니까 중차대한 요소입니다. 닫힌 좁은 공간보다는 열린 트인 환경을 만들어서 좀 더 자유로운 발상을 유도하려고 합니다. 학교 진입로에 ‘바둑 테마의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정비가 한창입니다. 명상하면서 산책할 수 있는 ‘교육 외 교육’에 주안을 두고 있는 거죠. 전국에서 하나 밖에 없는 특성화학교를 특성있게 만들고 싶은 겁니다.


배우는 학생들이지만 바둑에서는 이미 엘리트 집단입니다. 팬들이나 인근 주민들에게 바둑을  전파하는 입장이 될 때도 있을 텐데요.
당연합니다. 학교가 나서서 지역주민들에게 바둑 사업을 펼치기도 하는데, 학생들의 도움이 없으면 어렵지요. 외부에서 찾아오는 분들에게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바둑체험센터 유치, 어린이바둑캠프와 지역민 대상 바둑연수, 또 인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파견 등과 같은 바둑으로 사회 공헌활동도 교육의 일환이죠.


바둑중고의 등장으로 바둑의 공교육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현행 바둑교육계는 사교육이 거의 담당했는데요. 이 부분에서 부딛히는 면도 있을 듯합니다. .
지식정보화시대에 결국 바둑도 학교스포츠와 학교교육이라는 틀 속에서 인재 양성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바둑이 오랜 세월 동안 사교육 중심이었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더 없어 잘 해주었지만 교육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따라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유기적 결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초기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이해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지 경쟁관계는 아니죠. 만약 민족사관고 같은 명문학교가 있다면, 그 명문고를 보내기 위해서 도장이나 학원 등 사교육이 활성화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바둑고가 모두들 다니고 싶은 학교가 되어야하겠지만요(웃음).


▲ 바둑을 이해하는 김길곤 교장선생님은 9월1일부로 제4대 한국바둑중고 교장발령을 받았다. 



한국바둑중고 김길곤 교장


1965년 전남 화순생
1984년 광주 대동고 졸업
1984년 전남대학교 영어교육과 입학
1994년 전남 완도군 노화고 교사
2011년 전남 고흥군 도화고 교사
2015년 바둑고 교사
2015년 바둑고 바둑부 감독
2019년 바둑중 바둑교사
2021년 대바협 이사
2020년 제4대 바둑중고 교장 취임


대한바둑협회 6단 보유
바둑심판 3급자격증 보유
공인 바둑지도사 3급자격증 보유


제97회 전국체전 금메달
제98회 전국체전 금메달(2연패)


2017년 이후 7명의 입단자 배출 등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바둑중고교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


국내 유일의 바둑특성화 중학교, 특수목적 고등학교인 한국바둑중고등학교(교장 김길곤)에서 2022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


바둑고 모집인원은 40명(남녀공학)이며 원서접수는 10월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이다. 바둑중 모집인원은 20명(남녀)이며 원서접수는 10월25일부터 29일까지. 


2013년 바둑특성화고로 전환된 바둑고는 2017년 김지우를 시작으로 이도현 이우람 박동주 김유찬 홍석민 오승민 등 7명의 프로기사를 배출했다. 여자바둑 강자 오유진도 2018년 바둑고를 졸업했다. 병설중학교인 바둑중은 2017년 개교했다. 


한국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창의적 글로벌 바둑리더를 육성하는 공교육 기관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한국바둑중고는 교과 수업과 바둑 수업을 병행하면서 바둑 명인 양성 프로젝트,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등 바둑영재 및 바둑지도자 교육의 요람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전남 순천 주암호 부근에 자리한 한국바둑중고는 전국 각지에서 오는 학생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완비하고 있다. 


입학 관련 자세한 사항은 학교 홈페이지(http://kbd.hs.jne.kr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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