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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9-27 15:02:50
  • 수정 2021-09-27 15: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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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자부심 미추홀바둑리그 63번째 대회가 석달만에 개최되었다. 


“어차피 코로나 방역의 일상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무려 석 달 만에 만나는 기우님들, 부디 개인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요란하지 않게 소집합니다. 그간 미추홀에 다년간 출전했던 진성 회원 30명 미만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조촐하게 얼굴 한번 봅시다요.” 


인천의 자부심 미추홀바둑리그 63번째 대회가 26일 오후2시 인천 모래내시장 인근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열렸다. 


바둑이란 게임이야 인터넷으로도 즐길 수 있지만 바둑이란 도락은 모름지기 사람끼리 부대껴야 제 맛. 어차피 코로나19라는 ‘적과의 동침’을 해야 함에, 백신 2차 접종 완료자와 대회 1주 이내 pcr 검사 음성통과자 26명이 모여서 작지만 기쁨 열 배의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국민의례를 시작하면서부터 엄중한 시기임을 피부로 느낀다. 통상 1절이라도 부르던 애국자 제창마저 생략한다. 인천바둑의 대부 김종화 대회장과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의 원활한 대회 진행 방침 설명이 이어졌다. 


이윽고 오후2시 실로 오랜만에 대회를 시작한다.


▲ 백신 2차 접종 완료자와 대회 1주 이내 pcr 검사 음성통과자 26명이 모여 방역의 모범을 과시하며 조촐하게 대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미추홀기우회 장두화 총무, 김종화 대회장 그리고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 


다들 통성명한 지 수년째 되는 분들이다. 미추홀에 가장 많이 출전했던 나종훈 프로와 대회장 김종화 곽계순 부부, 서부길 윤명철 이용만 윤천준 김세원 최돈민 소재경 고성희 등 미추홀의 산증인이 다 모였다. 그리고 전주에서 팔순의 대선배 양완규도 여전히 건강하고, 이주행 이건우 부자, 그리고 송예슬 안재성 박휘재 이석희 조종신 김동한 등 아마 간판스타들과 이호승 서중휘 프로도 함께 했다.  


미추홀리그는 딱 네 판 열심히 두는 대회다. 네 판 중 첫판이 가장 중차하다. 첫 판을 이기면 입상의 꿈이 절로 새록새록하고 실패하면 행운상의 기대감을 키워야 한다. 유수의 전국대회 같은 상금은 큰 아니지만 1명 아닌 다수에게 적은 상금이라도 골고로 돌아가게 한 건 주최 측의 작지만 큰 배려.


미추홀의 개성은 출전자들은 전국구지만 간혹 비전국구들도 어울려서 접바둑이 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레벨을 지정하는데, 프로와 주니어 강자들은 0에 두고 시니어고수들은 1, 그보다 약간 아래급은 2, 그리고 기자 같은 물1급은 3레벨로 둔다. 한 레벨 차이는 정선이며 두 레벨은 두 점이다. 물론 ‘바둑리거’ 이호승 같은 정상급 프로에겐 덤을 약간 더 받기도 한다.


▲'끝장승부의 달인' 안재성과 서중휘 프로가 정선+역 덤 3집으로 첫 경기를 벌이고 있다. 


제 아무리 치수제로 한다지만 프로를 위시해 주니어 강자들이 힘을 쓰기 마련. 첫 경기에서 상하위 레벨이 맞붙어서 하위에서 이긴 케이스는 딱 한판 있었다. ‘끝장승부의 달인’ 안재성이 서중휘 프로와 정선+역 덤3집에 승리를 거두었다. 서중휘 프로는 아마 시절 전국대회를 휩쓸었던 39세의 팔팔한 프로. 그러나 안재성도 유명한 ‘프로 잡는 아마’이기에 이변까지는 아닌 듯. ‘뭐, 유창혁도 보내버렸는데…’


두 번째 경기까지 마치자 서서히 오늘의 우승에 도전할 용사들의 윤곽이 나온다. 직장에 다니면서 내셔널선수로 활약하는 박지웅, 후학지도에 장기간 나섰고 최근엔 개인사업 중인 고성희, 수년전부터 간혹 출전했지만 우승은 못해봤다는 내셔널강호 김동한, 그리고 압구정리그 총무이며 조혜연 프로의 초기 스승이었던 ‘석학’ 노근수. 그리고 안재성과 나종훈·이호승 프로가 2승이다.


세 번째 경기부터는 약간 삭막하다. 우승이 보이기 때문일게다. 이호승-박지웅 경기에서는 중반 한 때 이호승의 대마가 위태로웠지만 결국 수습을 하면서 이호승 승.


노근수는 1패자 송예슬과 만나서 그만 좌초되면서 불행히도 탈락했고, 김동한-고성희 판에서는 정선 치수로는 노장 고성희가 조금 밀렸다. 


▲통증의학 전공의 김세원-시니어 강호 박휘재.


안재성-나종훈 판이 관전객을 모으는 판이었는데 해프닝이 발생한다. 나종훈 프로가 대마를 잡히면서 중반까지 불리했지만 후반 맹추격을 하면서 역전에 성공하면서 미세한 상황. 미추홀 대국방식은 35분 타임아웃제다. 즉 35분이 지나면 그냥 아웃이다.


워낙 치열하게 전개되던 바둑이라 시간을 물 쓰듯이 썼고, 급기야 마지막 1집 끝내기만 여러개 남겨놓은 시점에서 나종훈의 타임이 완전 방전되고 만 것. 


당연히 설왕설래했지만 결국 나종훈은 싹싹하게 시간패를 인정했다. 그대로 나종훈은 아쉬운 듯 '그냥 계가나 해보자'며 돌을 다 메우자 백 2집 승. 나 프로로서는 더더욱 아쉬웠다. 


▲이호승 프로(승)-나종훈 프로 간 결승전1.


이제 3승자는 세 명이다. 안재성 김동한 이호승. 시니어와 주니어 그리고 프로가 골고루 우승권에 들어있다. 결국 제비뽑기를 하여 걸리는 사람이 1패자인 나종훈 프로와 만나기로 되었고 ‘가장 강한’ 이호승이 결정되었다. 안재성 김동한 이호승. 


그리하며 프로와 프로의 대결이 벌어졌고, 아마대 아마의 대결이 주니어와 시니어의 대결로 펼쳐지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결국 주니어들이 각기 승리하며 이호승과 김동한이 4승을 채워 마지막 위너가 되었다.
 

▲안재성-김동한(승) 간 또 결승전2. 


올해 들어서 내셔널리그 이외엔 바둑대회 다운 대회가 없었다. 작년보다 더 심하다. 확진자가  세 자리수를 넘기면서 바둑으로 죽고 사는 압구정리그와 미추홀리그마저 중단되었고 A7 주최의 위대한 탄생 시리즈도 스톱되었다. 더욱이 체육관식 종합대회가 취소된 지 2년이 되어가면서 미래 세대들이 뛰어놀 마당까지 잃어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손을 빼고 내버려두기엔 바둑의 존폐위기까지 거론되는 이즘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번 미추홀리그를 필두로 압구정리그도 개시되고 있고 黎明의 劍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간간이 강원도에서는 동호인대회도 열리며 태백산 배달바둑도 규모를 축소하며 개최되고 있다. 또 전국시도리그, 유소년리그, 동호인바둑리그도 개최된다는 소식이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각 지역에서 용기를 내어 바둑대회의 명맥이 이어가가길 기원한다. 그래서 바둑을 살아있다고 외쳐야한다. 다시 일어선 미추홀바둑리그가 그 시발점이 되는 것 같아 더더욱 기뻤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 바둑인들은 ‘미추홀’이란 이름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이번에도 역시 식권을 챙겨드려서 주변 먹자골목으로 각자 찢어져서 식사를 하게 추죄측은 배려했다. 


사진과 함께 대회장 분위기를 전한다. 










▲미추홀리그는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 인근 김종화치과 바로 옆 홀에 위치한 인천바둑발전연구회 홀에서 개최된다.


▲양완규-고성희.


▲팔순을 훌쩍 넘긴 바둑계 대선배 양완규(83)는 전주에 기거하면서 이 대회만큼은 꼭 출전을 한다.


▲내셔널 인천팀의 시니어 콤비 송예슬(승)-이용만.


▲이호승 프로가 11월 결혼식을 올린다며 선배 나종훈 프로에게 청첩장을 돌리고 있다. 


▲이호승+임여정 예비 신랑신부는 11월 서울서 화촉을 밝힌다고.  


▲내셔널 인천팀 박지웅(승)과 인천바둑의 미래 이건우 연구생.


▲소재경-이석희(승).


▲대회장인 김종화 원장과 인하대 OB 장혁구(승).


▲김종화 대회장과 부부인 곽계순(승)-윤천준 변호사. 두 분은 인천바둑협회의 임원이기도 하다.


▲김종화 곽계순 부부가 나란히 1패 씩을 안은 다음 두 분이 다음 경기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김원장이 '부부간 대결을 할 수 없다'며 회피하는 바람에 '볼만한 대결'이 사라졌다. 때문에 부인 곽계순이 '의문의 1승'. 


▲2승자끼리 대결. 이호승(승)-박지웅.


▲처음 미추홀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동한.


▲송예슬은 2승2패를 거두었다. 


▲나중훈 프로는 우승까지 바라보았지만 아깝게 실패.


▲바로 그 문제의(?) 계시기다. 오른쪽 시간이 바로 나종훈 프로가 시간패를 당한 장면을 말해주고 있다. 


▲3승자 들의 얼굴. 최병덕(시상), 박지웅 조종신 나종훈 이석희 박휘재 윤명철 김종화(시상).  시상식 때는 맨 왼쪽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 겸 인천바둑협회장이 참석을 했다. 최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추홀기우회에 200만원을 쾌척하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우승은 두명인데 준우승은 안재성 한 명이다. 


▲우승자 시상식. 이호승 김동한. 


▲행운상으로 휴대용 바둑판이 수여되었다. 대회때마다 행운상을 타가는 듯한 장혁구 윤명철. 


▲행운상 5만원권 최돈민 곽계순. 맨오른쪽 김종화 대회장이 부인 곽계순의 번호를 뽑았다. 


▲'바둑이 안되면 행운권으로!' 인천의 간판 서부길이 행운대상 10만원권 수상자가 되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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