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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24 14:29:26
  • 수정 2021-05-25 06: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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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받아도 질리지 않는 잔치상 미추홀바둑리그가 환갑을 맞아 61회 대회를 열었다. 맨 앞 사진은 전현직 선생님 소재경-정연우 대결.


같은 일을 두 번 세 번만 하면 싫증이 난다고들 한다. 그래도 매일 해도 싫증나지 않고 오히려 더 하고픈 것도 있다. 바로 매달 인천 모래내시장을 들리는 마니아들에겐 억 만 번 해도 질리지 않는 게 바둑이리라. 우리에겐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허기만 더하는 미추홀리그가 있었다.


모래내시장 인근이 붐볐다.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2~30분을 허비해야 했다. 확실히 봄은 봄이었다.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임에도 우리의 방역태세도 고단수로 응대했다. 바둑알은 초음파 세척기로 소독했고 대국장도 나종훈 프로가 방역에 나섰고, 청소는 장두화 총무 부부가 도맡았고, 화장실 청소는 대회장인 김종화 원장이 책임졌다. 23일 인천 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는 ‘진짜 환갑’을 맞은 미추홀리그가 50명의 마니아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달 ‘까치 환갑’엔 커피 한잔도 서로 조심스러웠다. 이번 달은 ‘진짜 환갑’인데 따로 공간을 마련하여 빵이며 과일을 수북이 쌓아두었다. 개시시간이 오후 1시인고로 혹여 식사를 못하고 출전했을 선수들에 대한 배려였다.


▲중후한 시니어들끼리 만났다. 서부길-김동섭.


서능욱 나종훈 서중휘가 출전하여 프로 3명에다, 2021 내셔널리그에 출전하는 인천선수들 3명(이용만 조종신 박승현)도 합류했다. ‘5월의 신부’ 송예슬은 때마침 예선을 치른 지지옥션배 탓에 불참했다.


그리고 서부길 김동섭 박휘재 장부상 노근수 등 시니어 고수들, 엊그제 압구정불금에서 우승한 이건우(13)를 비롯한 어린 꿈나무들이 또 여럿 출전했다. 오늘따라 반가운 건 개그우먼 장도연의 부친 장금석 씨를 포함한 동네고수들의 첫 출전이다.


미추홀리그는 출전자들의 기력에 따라 접바둑도 가미된다. 시니어고수를 레벨1로 두고, 프로시니어나 주니어고수는 0레벨(정선 치수), 프로주니어는 0+레벨로 덤 5개를 추가한다. 서중휘 프로는 39세이므로 주니어프로 군에 속했다. 또한 무한정 내려갈 수는 없으니 아래로는 4레벨까지 끊는다. 따라서 4레벨과 0레벨은 넉 점 접바둑이다.(아래 대진표에서 이름 오른쪽 숫자가 레벨.) 


딱 네 판만 이기면 우승인데 참 그게 매번 쉽지 않다. 역시 첫판은 천당행과 지옥행의 갈림길이다. 첫판을 이기면 남은 경기가 기대만땅이며 첫판을 패하면 벌써 다음 대회날짜를 메모하게 된다.


표범류가 고라니류를 제치는 게 첫판이다. 1레벨 혹은 0레벨이 자기들끼리 으르렁거리면 숨죽이던 고라니들은 신이 난다. 노상호가 노근수를, 김진필이 고성희를, 소재경이 정연우를 이겼고, 같은 맹금류인 김동섭이 서부길을 제압했고, 박승현이 박휘재를, 조종신이 장부상을 이겼다. 같은 맹금류끼리 싸우다보면 고라니가 빠져나갈 길도 보이는 법.


▲인천 내셔널 주축 박승현(승)-이용만 결승전. 관전하는 이는 최병덕 인천 단장.


첫 출전하여 몇 레벨을 놓아야 하는지 고민했던 한돌기우회 김진필 총무는 체중 덕인지(?) 2승을 거두었고, 나종훈은 지난달과 똑같이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의 음덕에 의해 2승을 올렸다. 그 외 이용만 김동섭 박승현 이건우 서능욱 서중휘 김종민 최준민 등 UFC에서도 능히 통할 실력자들은 거의 이겼다. 그 와중에 고라니과 4레벨 박건영과 정회규가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아직은' 살아남았다.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3라운드. 고라니가 범을 피해가는 요행은 3라운드에서는 얄짤없다. 나중훈 박승현이 용케 살아남은 고라니 박건영과 정회규를 돌려보냈고, 오랜만에 출전한 김종민이 무거운 임팔라 김진필을 돌려보냈다. 또 주니어 최준민이 인천꿈나무 이건우를 제압했고, 이용만은 간판 서능욱을 꺾었고, 마지막으로 서중휘는 지지옥션배 예선을 통과한 김동섭을 뉘고 첫 우승의 꿈을 부풀렸다.


이제 살아남은 자 6명은 우승 아니면 준우승이다. 3승자 여섯 명이 짝을 지어서 붙은 결과 최준민이 나종훈의 착각에 힘입어 판을 조기 종결하며 첫 우승을 이뤘다. 최준민은 올해 28세로 인천연구생을 경험했고 지난 대회에서 3승을 올렸다. 


관심이 쏠린 판은 지난 대회 우승자이며 내셔널 인천선수끼리의 격돌한 판. 주니어 박승현과 파이터 이용만의 대결에서는 역시 패가 승부가 되더니 결국 젊은 주니어 박승현이 힘으로 승리를 낚아챘다. 다음 서중휘가 오랜만에 전남 신안에서 고속을 타고 올라온 김종민의 여독을 잘 버무려서 낙승을 거두었다. 


결국 우승은 모두 40대 이하의 ‘젊은 피’들이 가져갔다. 


입상자 명단
우승-최준민 박승현 서중휘
준우승-나종훈 이용만 김종민
공동3위-서능욱 노상호 양완규 진재호 김동섭 박휘재 주준유 조종신 장혁구


사진과 함께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대회 개시 직전 저마다 선수등록을 하고 추첨번호를 뽑는다.


▲미추홀은 국민의례를 통해 공식행사임을 밝힌다. 이 홀 이외에 작은 두개의 작은 홀을 더 할애하여 대회를 원만하게 치렀다. 인천 수원 서울은 물론 전주와 전남 신안에서도 미추홀을 위해 찾아왔다.


▲미추홀리그를 풍성하게 만드는 위인들. 맨 왼쪽부터 미추홀기우회 총무 장두화, 고문이자 대회장 김종화, 회장이자 인천바둑협회장 최병덕. 그리고 진행총괄을 맡은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 현명덕과 석광현 간사.


▲미추홀은 시합에 앞서 언제나 첫 출전한 손님들을 공개 인사를 시키며 잔치를 함께 즐긴다. 이날은 엊그제 지지옥션배 본선에 진출한 시니어 박휘재(빨간 셔츠)와 김동섭(노란 점퍼)을 소개하며 축하박수를 건냈다.


▲대회 첫 출전한 전국공직자바둑모임 이용직 사무국장이 첫 경기에서 최병덕 회장을 만났다.


▲각종바둑모임에 열심히 찬여하는 한돌기우회 박휘재와 김진필.


▲여성강자 김미애와 전남신안에서 올라온 김종민.


▲인천의 전설 서능욱(승)과 인천의 미래 이건우.


▲'그림자 에스코트' 이건우의 부친 이주행과 이건우.


▲첫 출전한 개그우먼 장도연의 부친 장금석은 동네1급이라고. 


▲'3승을 향하여!'  박휘재(승)-김미애(승).


▲골리앗 서중휘(승)와 다윗 조종신. 서중휘 프로는 덤 5집을 제공한 경기에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3승을 향하여!' 노상호(승)과 최병덕.


▲'3승을 향하여!' 진재호(승)-김종화. 역시 허약한 고라니과인 기자는 지난 달에 이어 또 3승을 거두었다. 이때 생각나는 말이 있다. "처음이 여렵지 그 다음은 쉽다."(2000년대 일중명인전이라는 일본과 중국간의 교류전이 있었는데, 당시 일본명인  고바야시 고이찌에게 늘 패하자중국명인  마샤오춘이 남긴 말.)


▲늘 퍼주고도 즐거운 김종화 대회장을 3승의 길목에서 만난 건 행운 중에 행운이었다. 


▲'바늘 가는데 실' 김원장의 부인 곽계순도 2승1패에서 마지막 한판에 나섰다. 결과는 대진표 참조.


▲박승현(승)-이용만. 지난 달 이용만은 주니어 조종신까지 제압하며 기염을 토했으나 이번엔 박승현이 이겼다.


▲결승전 최준민(승)-나종훈. 


▲결승전 김종민-서중휘.


▲무거운 고수 서중휘가 첫 우승.


▲즐거운 시상식.  3승상 수상자들.


▲준우승 최병덕(시상) 나종훈 이용만 김종화(시상). 먼 길(전남 신안)을 미리 나선 또 한명의 준우승자 김종민은 촬영에는 빠졌다.


▲'우승자들 축하합니다!'  박승현 최준민 서중휘 프로.


▲행운상 당첨자들. 김종화(시상) 이용직 서능욱 정충의 석광현. 최병덕(시상자 아님).


▲행운상+ 최광일 최돈민.


▲5만원권 행운대상 소재경.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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