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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2-17 19:15:39
  • 수정 2021-02-17 21: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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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제7대 대한바둑협회장(사진출처=스포츠서울).


“제 유일한 취미는 바둑입니다. 20대에 본격적으로 바둑에 빠져들었고 70이 된 지금도 바둑만큼 흥미로운 것을 만나지 못했죠. 이제는 50년 연인 바둑을 위해 정열을 바치겠습니다.”


한 분야의 해박함은 덜 해도 그 못지않은 재력과 권력을 겸비한 이들이 통상 회장 자리에 오르곤 한다. 그러나 이 ‘준비된 회장님’은 근 35년간이나 바둑계의 음지 양지할 것 없이 돌보았고 바둑에 관한 해박함은 둘째가길 서러워하고 매사가 바둑사랑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래서 그를 아는 분이라면 진작 한번은 꼭 회장님으로 ‘옹립’하고픈 맘이 들었을 게다.


한국기원이 바둑계를 주도하던 시절엔 한국기원 대구본부를 이끌었고 대구바둑협회를 15년 넘게 또 이끌었고, 대한바둑협회가 2004년에 만들어지자 또 수석부회장을 기꺼이 맡았다. 그리고 지난 달 16일, 순수 아마바둑인의 요람으로 ‘독립’한 지 4년차인 대한바둑협회의 ‘진짜 회장님’이 되었다. 


이미 최고기전 덕영배를 통해 30년 전부터 바둑가에 많은 선행을 해 오신 분으로 정평이 나 있고, 언젠가 한번은 꼭 회장님이 되어야 한 분으로 만인이 인정하는 회장님이 바로 이 회장이다. 


설 연휴도 끝나고 본격적인 대한바둑협회를 이끌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 회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를 풀고 바둑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 일문일답은 지난 7일 대구바둑협회에서 이루어졌다. 


▲35년간 바둑계 음지 양지를 가리지 않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재윤 회장은 '준비된 회장님'으로 불린다.



‘준비된 회장님’이랄까, 꼭 한번은 회장님을 하셔야 한다는 팬들의 기대가 많았음에도, 참 오래 걸렸습니다. 이번 1월 선거에서 다수 팬들의 절대 지지를 받은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저는 늘 바둑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일반 팬들은 제가 과거부터 살아왔던 바둑 이력이랄까, 약간의 업적이랄까, 이런 건 잘 모르실 겁니다. 선거라는 것은 저를 잘 몰라도 차선 차악을 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니까요. 아마 부실경영 행정난맥 등 팬들이 전임집행부를 불신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음으로 양으로 바둑계에 도움을 주기 시작한 지 벌써 35년이나 흘렀는데요, 그간의 소회를  밝혀주시지요.
한국기원 대구지원부터 대구본부까지 또 대구바둑협회장을 꽤 오래했지요. 그리고 대한바둑협회가 벌써 15년이 되어가네요. 그 사이 인정단체, 준가맹단체, 가맹단체를 거쳐 지금까지 왔죠. 최근에는 또 바둑진흥법이 만들어져서 바둑이 또 다른 혜택을 볼 수 있는 위치에 다다랐죠. 아직은 진흥법의 혜택을 못 받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시혜를 받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생활체육으로서의 바둑을 정부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므로 준비를 많이 해서 새로운 시대를 맞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전문가들을 등용하고 그 분들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죠.


한국기원 부총재도 하셨고 대한바둑협회에서도 부회장을 역임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그런 정책을 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으신지요?
지역바둑의 토대가 구축되어야 아마바둑이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은 늘 갖고 있었죠. 줄곧 대구바둑협회장을 하다가 한화갑 총재님을 모시고 한국기원 이사를 할 때에도 아마바둑계를 위한 목소리를 20년 가까이 내곤했습니다.
늘 아쉽게 생각하는 건, 이창호가 등장했을 때 많은 유소년들이 바둑학원으로 몰려들었고 바둑계가 호황기를 누렸습니다만, 그들에게 초등 졸업 후 진로를 열어주지 못하여 그들이 바둑계를 떠나게 되었다는 겁니다. 흥에 취해서 그때 제도를 정착하지 못한 게 안타깝지요. 그러나 그 후에 끈질기게 20년 정도 노력해서 바둑을 스포츠로 진입시켰고 지금은 정부의 후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고 봅니다. 이젠 시스템으로 승부를 해야겠지요.


지난 4년간의 대한바둑협회를 지켜보면서 이거 하나는 했어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프로단체인 한국기원과의 관계 정립이겠죠. 힘의 관계에서 실제로 한국기원이 좀 세고, 또 한국기원이 하세월 동안 바둑계를 개척해 왔으니 그만큼 공로도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기원은 재단법인이고 대한바둑협회는 사단법인인데, 현재는 사단법인 위주로 모든 국가 정책이나 예산 같은 것이 몰리는 시절이죠. 그러나 바둑발전을 위해서는 너 나 없이 같이 힘을 써야 하죠. 같이 하면 두배 세배 커집니다. 대등한 관계가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평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강조했습니다.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강조해 주신다면?
대단한 지론은 아니고 당연한 겁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이랄까, 윗분들 가진 분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인 책무를 말하지요. 저는 대학시절 바둑을 배웠고 치과병원을 경영하면서 약간의 부도 쌓았습니다. 좀 사는 사람은 체육 문화 예술 이런 방면에다 풀어야 합니다. 이런 분야의 전문가는그 자체를 추구한다고 해서 돈이 나오진 않지 않습니까?  바둑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스폰서를 해줘야 합니다. 복싱 흥행에는 프로모터가 스폰서를 해주기 때문이고, 미술 애호가들이 돈을 주고 그림을 사니까 미술계가 발전하는 거랑 똑같아요.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투자를 잘해줘야 바둑계가 발전하는 겁니다.


생뚱맞지만, 대한바둑협회장은 어떤 자리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바둑계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죠. 특히 지금 바둑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정말로 몸을 아끼지 않고 바둑 중흥을 위해 엄청 노력해야 하는 자리이며, 모든 바둑인이 동조해서 함께 하도록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서울에도 벌써 6~7차례 다녀왔고요. 어제도 그제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둑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대구에 거주하며 현업에 종사하시고 계시는데, ‘과연 대구에서 서울 상황을 잘 파악하고 계실까’ 우려 섞인 시각도 있습니다만.
모르고서야 일을 할 수 없죠.(웃음) 리더는 모든 일을 알고 회원들이 한 분 한 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한때는 명함이 30여개를 헤아릴 정도로 많은 활동을 했고, 그 많은 단체를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이끌어왔다고 자부합니다. 바둑은 특히 제가 좋아하는 종목이기에 정말 중흥을 이루고 싶습니다. 임기동안 좋은 제도를 만들어서 막힘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인재도 발굴할 겁니다. 요즘 일이라는 게 비대면 화상회의 등 여러 발달된 통신으로도 가능하고, 오히려 재택근무도 하는 시절 아닙니까. 단 한 시간의 오차도 없이 서울 일을 할 수 있고 또 서울에서도 대구 일을 볼 수 있는 시대죠. 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우선 당면한 내셔널리그 메인스폰서를 맡아주실 분을 지금 만나고 있고(곧 결정이 될 것이라는 언질이 있었다), 또 대바협 예산을 따 낼 수 있는 전략도 짜고 있고, 비상대책위원(대바협 인수위원회를 지칭)들도 만나서 장시간 회의도 하고 있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회장님의 공약을 살필 기회가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공약을 소개하신다면?
큰 틀에서 보면 혁신하고 소통하고 더욱 발전하는 겁니다. 일단 협회가 지금 수도권 위주로 돌아가는데 각 지역도 골고루 발전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마중물을 부어주어야 하죠. 대한바둑협회 뿐만 아니라 한국기원에서도 아마바둑에 대해서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골고루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흥법이 통과되고 이제 시작하는 마당이라 예산을 따 올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첫 제도가 완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 합니다. 안 되는 조직은, 조직 자체가 형편없기 때문이 아니라 리더가 제 구실을 못할 때 삐걱댑니다. 리더가 가장 중요한 역할로 끌고 가야합니다. 아래 사람들이 잘 따라오도록 말이죠.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대바협 정기대의원총회를 주재하는 이재윤 회장.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급한 대로 온라인 대회로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유소년들 대회는 거의 절벽입니다. 특별한 복안이 있겠습니까?
차차 그 분야에 맞는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을 겁니다. 일단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방과후 학습’ 같은 건 학교를 가지 않으면 못하잖습니까. 대체적으로 초등은 그나마 인기지만 중등까지는 약간 이어지다가 그 이후는 아예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초등부터 고교까지 ‘유스시스템’을 계속 연결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 ‘전국시도리그’가 출범했는데, 그런데 회장님이 속한 대구가 시도리그와 어린이리그에 불참했습니다. 평소에 회장님을 감안하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보가 잘 안 됐을 겁니다. 연초에 계획을 발표해서 준비해야 하는데 시도리그는 중간에 느닷없이 들어와서 제가 이해할 여지가 없었지요. 또한 내셔널리그를 잘 하고 있는데, ‘이중으로 하고 있느냐’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확실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었지요. 국책사업이 중간에서 만들어지는 게 어디에 있습니까. 추진하는 분들은 수년전부터 준비했다지만 그 과정을 오픈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부재 홍보부재였다고 하겠지요. 이왕지사 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겠지요.


자연스럽게 내셔널리그 얘기도 나왔는데요, 설 쇠면 2월도 절반이 지나갑니다. 올해엔 대바협 선거도 있었고 어울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상황도 겹쳐서인지 팀 참여율이 떨어집니다.
저는 원래 내셔널은 각 시도마다 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야만 각 시도에서 지원받기도 용이하고, 또 그래야만 아까 말한 시도리그 하고 비슷한 형태가 되니까요. 그래도 한 번 해놓고 나면 전통이 되어버리고, 우리가 시도리그를 포기해버리면 예산이 없어지니까, 어떻게 둘 간 문제를 잘 조율하겠지요. 가능하면 시도 팀으로 내셔널리그가 되어야 하는 게 제 생각이지만, 지금 갑자기 바꿀 수는 없으니까 일단은 현재 있는 것에서 모순이 되지 않게끔 하되, 임기 동안에 장기적으로 정립되게끔 추진하려고 합니다.
올해 내셔널에 대한 팀 구성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고 TF 팀을 가동할 예정이기 때문에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입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바둑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노소 관계없이 둘 수 있고 예절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나 헤게모니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이번 선거과정에서 약간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언로가 그만큼 개방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요는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바둑인의 자세라고 봅니다. 보통 회장 임기를 끝내고 나면 보통 바둑계에서 한발 물러나던데, 전 다시 평 회원으로 돌아올 거예요. 회장이 무슨 권력도 아니고 그냥 봉사하는 자리잖아요.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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