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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01 15:46:44
  • 수정 2020-12-01 16: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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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 4강PO 대구-압구정(2일), 에코-안암(3일) 경기가 개시된다. 


잦은 이변은 이변이 아니다. 지난 2주간 치러진 내셔널 포스트시즌 8강PO 네 경기는 예상 밖으로 정규시즌 1~4위가 5~8위에게 모조리 4-1로 대패했다. 물론 정규시즌 순위가 앞선다고 해서 꼭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앞서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느 정도여야 했다. 그만큼 각 팀의 실력 편차가 없다는 말도 되고 포스트시즌은 ‘경기운영의 묘’가 달라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 4강PO가 개시된다. 2일(수) 대구바둑협회-서울압구정, 3일(목) 서울에코-안암타이거스 간 대결에서 대망의 챔프전 3번기에 나설 팀이 가려진다. 4강 PO에 나서는 네 팀의 전력을 살펴보자.




▲서울압구정-대구바둑협회 정규리그 대결 모습.



4강 PO 1경기 12/2(수) 대구바둑협회-서울압구정


대구바둑협회=최원진(10/6) 김정현(9/7) 강구홍(8/6) 송홍석(3/5) 이병희(2/5) 이루비(10/4) 김수영(8/7)
서울압구정=허영락(13/5) 엄동건(9/9) 전준학(8/10) 박윤서(11/7) 정지우(11/7)


대구바둑협회는 안정감이 무기다. 어디 하나 빠지지 않은 주니어에다 이루비 김수영 두 여걸의 무공도 뛰어난 편이다. 따라서 내셔널에서는 이상적인 팀 구성으로 수년째 상위권을 점하고 있는 팀이다. 한편 휘발성이 덜하다는 단점도 동시에 부각된다. 정규리그에서는 우수한 성적이나 결국 우승 일보 직전에서 매번 패퇴했던 건 특A급 에이스가 없었기 때문.   


바로 그러한 점에서 서울압구정은 대구와 대조적인 팀이다. 허영락 엄동건 정지우까지 똘똘한 ‘압구정 삼형제’의 폭발력을 당할 팀은 잘 안 보인다. 허나 역시 단점도 선명하다. 30대 전준학이 약간 처지는 성적이고, ‘왕년의 국수’ 박윤서도 정규리그 때 보여준 클러치 능력이 포스트시즌에서는 온데간데없다는 게 아쉽다.


▲압구정 '똘똘한 삼총사' 허영락 정지우 엄동건.


대구는 오더 작성에서부터 골머리가 아플 테다. 랭킹2,3위인 ‘압구정투톱’ 허영락 엄동건에 맞서서 어떤 카드를 뽑아야 할 지 난감하다. 최원진 김정현 강구홍 송홍석 등 어디 가서 빠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주니어들이지만, 문제는 어떤 조합에도 우월한 구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 (참고로, 대구는 지난 8강PO에서 부진했던 강구홍 대신 송홍석이 나올 공산이 있고, 시니어에서는 이병희가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규리그 성적이 가장 양호했던 최원진을 예로 들자. 작년 국무총리배 선수권을 거머쥐었던 최원진을 허영락 엄동건과 붙일 것인지는 고민 좀 해야 한다. 그렇다고 에이스를 제3의 주니어 전준학과 붙이는 것도 팀 전체로서는 손실이 크다. 


▲김수영 이루비(대구), 전준학 박윤서(압구정).


여기서 잠시, 시니어대결로 눈을 돌려보자. 대구는 김수영이 최근 결혼준비로 인해 집중력이 살짝 흐트러졌지만 이루비와 콤비라면 그래도 믿을 만하다. 이들 콤비가 각기 11승7패의 호성적을 거두었던 정지우 박윤서가 버티는 압구정에게 과연 2승이 가능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박윤서는 포스트시즌에서 재미를 못 보았기 때문에 적잖이 부담을 안고 있을 게다. 정지우가 보다 까다로운 상대인데, 그 또한 이루비에겐 부담을 느낀다. 둘은 ‘절친’이며 둘 간 승부에서는 이루비가 많이 이겼다. 


그렇다면 대구로서는 이루비-정지우, 김수영-박윤서 매치가 된다면 반가운 일일테다. 정규리그에서도 그렇게 조패가 되었고 대구가 3-2로 이겼다. 


물론 압구정으로서도 강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최근 덕영배에서 박윤서는 이루비에게 승리했고, 김수영과도 많은 경기를 해봤기에 밀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제 아무리 김수영 이루비 여걸콤비가 우월하다 해도 정지우 또한 정규리그 여자 다승왕이다.  


▲대구의 주니어 최원진 김정현 강구홍.


시니어에서 1승1패가 상식이라면, 대구 주니어는 2승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컨디션이 별로인 강구홍이나 송홍석에게 1승을 기대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최원진과 김정현에게 2승을 기대하는 게 보다 상식적이다. 그러나 둘은 허영락과 엄동건에게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고심이다.


압구정 허영락은 조용한 카리스마가 빛난다. 지난달 ‘위대한 탄생’ 2연패를 달성했고 최근 주니어리그 ‘희망21’에서도 우승했다. 엄동건은 정규리그와는 판이한 자신감으로 무장되어있고 특히 최원진과 김정현을 잘 알고 있다. 


또 전준학은 결과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음으로 해서  편안한 가운데서 뜻밖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8강PO에서 정규리그 MVP 김진욱을 잡은 건 좋은 예.


에이스 대 에이스로 맞불을 놓을 것인가, 아니면 전면전을 피하는 지략으로 나올 것인가. 결론적으로 대구는 오더 작성에서부터 절반 이상의 명운이 달렸다고 하겠다. 



▲정규리그 전적표. 대구-압구정, 에코-안암.






▲안암타이거스-서울에코 정규리그 대결 모습.



4강 PO 2경기 12/3(목) 서울에코-안암타이거스


서울에코=최우수(13/5) 임지혁(11/7) 임상규(10/8) 이철주(10/8) 김이슬(8/10)
안암타이거스=신현석(14/4) 서문형원(12/6) 안병모(6/12) 안재성(8/8) 양세모(3/4) 류승희(6/7)


팽팽할 것으로 본다. 객관적 전력으로는 안암타이거스는 시니어에서, 서울에코는 주니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다수. 이 경기 역시 오더신공이 발휘되어야만 상대를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상수는 안암 신현석과 안재성이고, 변수는 에코 이철주가 꼽힌다.   


설명이 불필요한 ‘끝장승부’ 안재성은 포스트시즌 전승을 기록중인 무결점 바둑이다. 예의 안정적인 반면운영이 돋보이고 인공지능을 많이 이해하고 있고, 큰 승부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안암의 두 기둥. 안재성과 신현석.


막강 안재성을 잡을 수 있는 후보가 급부상했으니 덕영배 우승자인 이철주가 그 주인공이다. 이철주는 최근 바둑이 안정적이고 실수가 부쩍 줄었다는 평을 듣는다. 여태 포스트시즌에서 9승1패를 거둔 ‘미스터 디셈버’ 이철주가 상대라면 안재성도 긴장을 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 원봉루헨스의 통합우승을 일군 주역이 또 안재성과 이철주였다. 과연 시니어 최강자리를 놓고 이들의 매치가 성사될지 두고 볼 일이다. 


또 다른 시니어로는 노련한 여자선수 류승희(안암)과 김이슬(에코)이 있다. 둘이 맞대결을 펼친다면 류승희 손을 들어주고 싶다. 포스트시즌 경험과 성적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8강PO에서는 두 선수 모두 시니어 최강과 겨루어 패했는데 (류승희-최호철, 김이슬-조민수) 류승희는 거의 대등하거나 약간 우월한 내용이었다. 


안암으로서는 안재성-이철주, 류승희-김이슬 매치가 된다면 만족할 수 있고, 안재성-김이슬, 이철주-류승희 매치가 만들어지면 안재성과 이철주에게 무게가 실린다. 


▲에코의 최우수와 이철주.


주니어로 돌아오자. 안암 신현석은 최근 포스트시즌 포함 내셔널에서 11연승 중이다. 심정적으로는 랭킹1위의 포스인데, 연승도 연승이지만 내용으로도 그를 당할 선수는 안 보인다고 할 정도. 오죽했으면 에코 임지혁이 “그 형은 왜 프로에 가지 않는지 이해불가”라고 신현석의 강함을 표현했을까. 


독보적인 신현석은 최우수 임상규 임지혁 등 에코의 주니어삼총사 모두에게 강세를 띨 수 있다. 오히려 에코에서는 어떤 위기에서도 떨지 않고 자신의 바둑을 구사할 수 있는 노련한 최우수가 신현석과 매치된다면 의외로 좋은 승부가 될 수 있겠다. 


신현석을 제외한다면 안암은 에코에 상대열세가 아닐까 한다. 서문형원과 안병모에게는 에코 주니어가 자신감이 있다. ‘양임’ 임상규 임지혁은 성적에서도 탁월하고 최근에 우승 한번쯤 해본 선수들이다. 에코의 주니어 삼총사는 무엇보다 수년째 손발을 맞춰온 '동지'라는 사실이다. 


▲김이슬(에코), 류승희 안재성(이상 안암) ,이철주(에코).


다만, 지난 8강PO에서 안병모와 서문형원은 심적 부담을 더는 맛있는 승리를 거두었다. 특히 안병모는 정규시즌의 깊은 부진을 이 한판으로 다 갚았다고 할 정도로 잘 싸웠고, 서문형원도 정규시즌 막판 7연승의 기세를 이어받아 포스트시즌 첫 경험을 승리로 장식했다. 


그러나 아무리 흐름이 좋다고 해도 안암이 에코의 주니어삼총사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지혁은 파이팅이 특히 뛰어나고 임상규는 안정적이며 최우수는 노련하다.


요약하면 시니어는 살짝 안암이 우위에 있고 주니어에서는 에코가 앞선다. 에코는 시니어에서 1승1패는 필수가 될 것이며, 안암은 류승희와 서문형원의 뒷받침이 꼭 필요할 테다.


▲에코의 기대주 '양임' 임지혁과 임상규.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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