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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03 14: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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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맨 안재성.


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안재성이다.


‘유창혁vs아마5강 끝장대결’이 웬만한 추석특집프로그램보다 흥미진진했던 것도 순전히 안재성 덕이다. 


세계최고의 공격수로 명성이 자자했던 ‘시니어 일지매’ 유창혁에게 이용만 이철주 최호철 김정우 안재성 등 시니어 아마정상 5인이 차례로 나서서 치수고치기+연승전 성격이 더해져 나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 끝장대결이 아직 끝장을 못 보았다. 이 또한 안재성 때문이다.


프로아마가 만나면 가장 큰 관심사는 치수 문제. 끝장대결은 정선+역 덤 9집부터 시작해서 한판의 결과에 따라 덤이 +-3집씩 등락을 거듭하는 식으로 정했다. 아마는 패하는 즉시 다른 선수로 교체된다.


시작하자마자 유창혁은 몰아쳤고 아마맹장은 추풍낙엽이었다. 첫 주자 이용만은 쉬운 수상전을 실수했고 ‘파이터’ 이철주도 두 점으로 공격수를 막아내지 못했다. 부담스러웠다. 40대 시니어 최호철이 나서서 급한 불은 껐으나 역시 두 점은 벗어나지 못했다. 비상이 걸린 아마군은 ‘학구파’ 김정우를 내세웠으나 그 좋던 바둑도  막판 실수를 인해 아마군은 어느새 참패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이제 두 점+역 덤6집에 마지막 한판, 아니 마지막 한명만 남겨놓았다. 


▲유창혁과의 끝장승부 5국 종국장면. 흑이 1집을 이기며 5연승을 기록했다.


이때 안재성이 등장한다. 작년 내셔널리그 선수로 복귀해 정규리그 12연승, 포스트시즌 포함 14연승을 기록하여 ‘퍼펙트 맨’이라는 별명을 얻는 안재성. 실제 유명도보다 더 알아주는 실력파지만 이미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유창혁에게 ‘역전’을 거둔다는 건 어려운 상상이었다. 


사실 아마계에서는 두 점 정도에서 치수가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두 점 바둑으로 낙착을 보려면, 두 점+역 덤6집, 두 점+역 덤3집, 그리고 두 점이니까, 아무리 좋은 치수라고 해도 유창혁에게 일단 2연승을 거두어야한다는 건 난망한 일. 


과거 프로아마대항전의 기억을 소환하면, 두 점 바둑으로는 쉽게 아마를 제압했고 무려 석 점 바둑에서도 비긴 적이 있을 정도로 유창혁은 접바둑에 강하다. 이는 유창혁의 공격력을 감안하면 이해가 쉽다. 전투가 벌어지니 두 점 치석의 유리함은 온데간데없고 죽느냐 사느냐의 관점만 남는 식이다.



두 점+역 덤6집(1승), 두 점+역 덤3집(2승), 두 점(3승), 정선+역 덤9집(4승), 정선+역 덤6집(5승). 안재성은 거짓말같이 5연승을 거둔다. 기록을 뒤져봐야 하지만 전성시절 이창호에게도 5연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법한 유창혁이다.


다음 대국은 추석연휴를 지나고 7일 속개될 예정. 끝장대결이 예상외로 길어지자 급히 방송국에서는 편성 일정을 잡았다. 방송국에서는 5승3패 정도에서 이벤트는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일정을 잡았다는 후문. 


▲'블루스팟' 안재성은 추석 오전부터 바둑연구에 여념이 없다. 


추석인데도 오전부터 바둑공부를 하러 나온 안재성을 부천知바둑센터에서 만났다. 기자가 일부러 만난 것은 아니고 평소 바둑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니 우연히 그곳에서 조우한 것. 이때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끝장대결에 관한 그의 육성을 듣고 싶었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끝장대결입니다. 유창혁에게 5연승을 거두고 있는데, 느낌이 어떤지요?
전체적으로 쉽지 않았고 운이 좋아 결과가 좋았습니다. (유창혁과의) 1국은 마지막에 착각을 하지 않았다면 제가 졌을 겁니다. 내셔널리그 선수들이 두 점+역 덤6집에도 졌다면 대망신이잖습니까. 굉장한 부담이었지요. 2국은 제가 무지하게 좋은 바둑인데 그 또한 어려웠습니다. 결국 두 점에 덤을 받는다는 조건은 이겨도 본전이니까…. 3국에서 정선+역 덤9집이 되니까 부담을 확실히 줄었고, 그게 승부 판이라 보았습니다. 4,5국은 유사범도 부담이 되었을 테고….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많이들 하시던데….
아무래도 유사범이 공격형인데 이용만 이철주도 알아주는 공격파라서 힘에 힘으로 맞붙었고, 저는 치고 빠지는 스타일이라 좀 안정적으로 보셨나 봅니다. 또 유사범이나 해설했던 김만수사범도 다 고교(충암고)후배들이니까 맘이 편한 것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건 박윤서 사범님이 ‘아마의 명예를 지켜라’고 응원전화를 해준 것도 든든했습니다.(웃음).


유창혁과는 과거에 두어본 적이 있나요?
과거 중1인가 초등6학년 때인가 어떤 대회 16강전에서 제가 이긴 적이 있어요. 그때도 유사범은 아마정상이었는데, 아마 유사범은 기억을 못할 겁니다.


이제 정선+역 덤3집에 두게 됩니다. 특별한 작전은 있을까요? 작전 세우려 여기 나온 것 아닌가요(웃음).
없어요. 바둑이 작전을 세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압구정리그에서 김일환 김종수 등 시니어프로리그 1지명 선수들과 정선으로 두고 있고 좋은 승부를 하고 있으니까, 정선+역 덤3집이라고 해서 특별히 생소한 건 아닙니다. 유사범이 그들보다 조금 더 세다고 볼 수 있지만, 열심히 둔다면 해볼 만 한 치수라고 봅니다.


▲안재성은 끝없이 노력하는 바둑인의 표상이다.


제한시간을 보면 상대보다 늘 남은 시간에서 넉넉했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포석단계는 비교적 공부가 되어있는데 반해, 잔기술과 끝내기가 프로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니까 약한 부분에서 집중하려고 시간 안배를 한 겁니다.


유창혁 사범에게서 역시 특별한 그 무엇이 느껴지던가요?

기풍이 거세고 강하기 때문에 아마들을 잘 접는다는 얘기가 많았죠. 특히 중앙에서 정리하는 수준이 강한 것 같고 의외로 잔기술도 강했습니다.


끝장대결을 보면서 안재성이 그리 잘 두는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웃음).

직업이 방과 후 바둑강사니까 주말에도 강의가 있고 해서 대회엔 자주 나가질 못했어요. 과거에도 성적도 크게 낸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할 겁니다. 그래도 바둑공부는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내셔널리그 나오기 전에 진석바둑도장 사범을 하면서 연구생들과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AI(인공지능) 공부도 참 많이 했습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하던데,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에게 많이 배웠죠.


▲1985년도 아마유단자대회 결승에서 만났던 절친 김종수 프로. 사진은 압구정리그 경기의 한 장면.


AI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별명을 ‘블루스팟’으로 바꿔 불러야할까 봅니다. AI공부를 참 많이 한다고 하던데요.

일단 내가 둔 바둑은 모두 찍어봅니다. AI는 우리가 공부 안했던 변화를 알려주고 또 그 변화를 다 알고 있지 않으면 써먹지 못하죠. AI를 보면서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이해를 하는 거죠.(인터뷰 동안에도 AI가 가르쳐준 참고도를 놓으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수순을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AI처럼 사고하기 위한 공부가 되어야하는데, 그게 아직은 잘 안됩니다.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끝장승부의 승자는 이미 안재성인 듯합니다. 이번 대회를 총평해보신다면?  
아마5강들이 실력이 다 비슷하고, 아마는 정선+역 덤6집 정도에서 승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수고치기가 어차피 양쪽에서는 부담일 수 있는데 이벤트경기인 만큼 흥미롭게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까지 갈 것 같아요?

다음 판에 끝나겠지요(웃음).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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