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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29 15:55:09
  • 수정 2020-09-29 17: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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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국구기우회 정맥회가 부활을 선언했다. 부천知바둑센터에서 정맥회 리그전을 종료하는 날 기념촬영에 임했다.

 

바를 정(正)에 맥 맥(脈) 모일 회(會)-. ‘정맥회’라고 기억을 하시는지요?

 

‘아, 알지!’ 하면 오래된 골수 기우임으로 1급은 기본일 테고, ‘글쎄?’ 한다면 열혈바둑팬은 살짝 못되는 기우라고 보면 될 테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둑모임이었던 정맥회는 30년 되었다. ‘기우회’라고만 표현하기엔 약간 모자라는 듯한데, 뭐랄까, 지금의 압구정리그처럼 열심히 바둑공부하고 싶은 강자들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의기투합한  스터디모임이었다.

 

‘이다’가 아니고 ‘이었다?’

 

대한민국대표 기우회이자 동호회였던 정맥회가 최근 수삼년 사이에 바둑동네에서는 잊혀져갔다. 명맥이 끊어진 건 아니지만 바둑팬들 사이에 회자가 덜 되는 걸로 보아 ‘흥망성쇠’ 가운데 적이도 ‘쇠’에 가까운 처지일 터.

 

쇠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정맥회원들의 자발적인 응원으로 다시 정맥회가 ‘흥’할 준비를 하고 있단다. 30년 전 파릇한 바둑청년이었던 그들이 장년이 된 지금 ‘새 피’를 수혈하고서 '부활'을 꿈군다.

 

 

▲정맥회는 타이젬 8단 이상의 남녀노소 회원 23명이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리그전 시상식 모습.

 

 1991년 12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바둑청춘 윤명철 김진환 서부길 김태동 고성희 전익하 이문의 박문흥 박휘재 남승호 등이 모여서 정맥회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거쳐 간 강자들이 거의 300명 쯤 될 것이고 가장 번성했을 땐 70명의 회원수를 자랑했다. 류재형 현미진 박지훈 이지현 박영훈 이현욱 등 지금은 장년이 된 프로들도 이 정맥회의 터전에서 탄생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99년부터 5년간 정맥배 아마명인전을 개최하여 전국대회로서의 위상도 드높였다. 아마도 전국적으로 바둑팬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것도 이 대회를 통해서일 테다. 박성균 홍맑은샘 하성봉 윤춘호 등이 5년간 지속되었던 그 대회를 섭렵했던 강자들이다.

 

당시 우승상금이 300~500만원이었다고 하니 실로 일개 바둑모임에서 주최하기엔 분명 덩치가 대단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달도 차면 기울고 모임도 오래하다 보면 전성기를 지나기도 하고, 뭐 인생이 그런 거죠. 다만 정맥회는 그냥 그렇게 명멸할 모임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여기 부천에서 ‘부천최강회’라는 임시 이름으로 다시 부활의 날개 짓을 하려고요.”

 

30년 성상 모진 비바람을 다 겪었던 정맥회의 창단멤버 윤명철 회장이 기자에게 말을 건네자, 귀가 밝은 장현암 손양호 김진환 양덕주 등이 어느새 기자 주변으로 몰려온다. 그저 정맥회에 대해 한마디라도 더 거들 심산이다. 장현암은 고문을 맡고 있고 손양호는 회장보다 센 총무이며 양덕주는 경기위원장.

  

▲ 올초 정기총회에 앞서 자체 대회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첨 만난 곳은 ‘고성희바둑교실’이었고 그 후로는 ‘역곡기원’이었지요. 주 2회는 고정적으로 만났어요. 그러다보니 좋은 분들도 이사로 들어오시고 해서 전성기를 맞이했죠. 가장 번창했던 것은 아무래도 15년 정도 아지트가 되었던 영등포 화랑기원에서였죠. 그 뒤 명성기원, 자스미기원, 사랑방기원 등등을 옮겨 다녔죠. 정맥배명인전도 주최했고 압구정 고양시 미추홀 강원선발 이렇게 교류전도 했었어요. 화려했죠.”

 

30년 전통의 정맥회 이름을 왜 쓰지 않고 ‘부천최강회’라는 임시이름을 쓰고 있을까. 윤명철은 약간 쑥스러운 듯 말을 잇는다.

 

“모임이 시큰둥하니까 전임 회장께서 모임을 해체하자고 이사님들과 결의했어요. 그래서 일시적으로는 해체가 되었죠. 우리 회원들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체는 아니잖아요? 30년 동고동락한 우리들인데…”

 

그래서 이곳 부천에서 다시 규합에 나섰단다. 인적 구성은 과거 화려했던 그 멤버들보다 더 화려할지도 모른다. 요즘 잘나가는 안재성과 이철주 양덕주 서부길 등 내셔널리거가 4명이나 된다. 또한 왕년의 고수 김경현 윤명철 김진환 남승호 정민효도 있고 김성일 곽계순 등 23명의 멤버들이 똘똘 뭉쳐 30년 전과 동일한 열정으로 모였다고.

 

“전임 회장의 뜻에 따라 일단 ‘정맥회’라는 이름을 1년 동안 쓰지 않고 ‘부천최강회’라는 임시 이름으로 살았지요. 이제 2021년부터는 다시 정맥회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쓸 예정입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정맥회 탄생 30주년에 맞춰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고.

  

▲정맥회를 이끄는 멤버들. 양덕주 경기위원장, 손양호 총무, 윤명철 회장, 김경현 부회장.

 

예부터 정맥회는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쉬운 모임은 아니었다. 신입회원이 되려면 남녀노소 구별은 없지만 품행이 방정하고, 적어도 타이젬 7~8단은 되어본 사람이어야 한다.

 

지난 주말 정맥회 8~9월 리그를 종료하는 날이었다. 23명의 회원들이 두 달간 열심히 풀리그로 대국을 마친 날이었다. 간단한 시상식도 하면서 그보다 더 즐거운 회식도 했다.

 

“바둑계 발전과 바둑의 지도보급에 앞장서고 나아가 전국최강 기우회를 목표로 합니다. 압구정리그와 쌍벽을 이루는 모임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30년 전통의 정맥회는 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이 바로 30년전 정맥회를 만든 주역들입니다.' 서부길 장현암 김진환 윤명철.

 

 ▲ 최근 1년간은 '부천최강회'라는 임시 이름으로 리그전을 개최하고 있었다. 대진표가 너무 작아서 이름이 잘 보이지 않아 죄송~. 젤 위부터 김경현 김진환 남승호 문영출 서부길 안재성 양덕주 윤명철 이철주 정민효 등등이다.

  

▲ 8~9월 리그전 우승은 양덕주가 차지했다. 윤명철 회장(시상)이 상금 100만원과 트로피를 수여했다. 리그전은 10위까지 순차적으로 상금이 주어졌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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