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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20 01:57:40
  • 수정 2020-07-20 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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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미추홀리그전이 코로나19로 중단된 지 6개월만에 재개하였다. 사진은 박종훈-조종신, 그 뒤는 김동섭-유병호.


제 아무리 ‘그리운 금강산’이라고 해도 나에겐 더 그리운 게 있었다. 


그저 한판 뚝딱 뚝딱 거릴 땐 이토록 그리울 건지 미처 몰랐다. 지난 6개월 동안 마스크 끼고 살아보니 소중하게 다가온 것은 평범한 일상이었다. 바둑이 곧 나의 일상이요 나의 친구가 아니던가. 매일같이 티격퇴격해도 바둑친구가 최고 소중하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바둑아, 그리웠다! 친구야, 그리웠다! 미추홀이여 그리웠다!


▲경기전 대국장 모습. 평소보다 '바둑거리두기'가 잘 되어있다. 딱 32명만 들어오게 조정했다.


매달 인천에서는 딱 시골운동회 같은 바둑리그가 오랫동안 벌어져왔다. 이름 하여 미추홀리그라는 것인데, 미추홀은 인천의 옛 이름이다.


과거 인천지역의 바둑광들이 모여서 미추홀기우회를 만들었고, 미추홀기우회의 자체 대회를 일반 동호인에게까지 마구 개방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누려왔던 게 미추홀리그전이다. 


인천바둑의 대부 치과의사 김종화는 (본업인지 부업인지는 모르지만) 치과를 열심히 운영하여 바둑행사에 쓸 자금을 조달했다. 그와 30년을 같이 산 곽계순도 바둑에 빠진 지 오래되었는데, 부부는 모두 빠져나올 기색이 없다. 


작년엔 미추홀은 순풍에 돛을 달았다. 이 부부에다 또 한 명의 바둑광 최병덕이 미추홀기우회장에 취임하여 대회 경비를 두 배로 올리는 쾌거를 이룬다. 그는 인천바둑협회장도 겸한다. 인천으로 이사 가고 싶어진다.


기부는 기부를 낳고 후원은 후원을 낳는다. 그들은 매달 한 번씩 미추홀의 기치아래 바둑인들에게 조그만 잔치를 열어주고 따뜻한 식사를 한번 대접하는 소박한 즐거움을 낙으로 삼고 있다.


1년에 11번 개최하고 이번이 55회니까 대략 6년 된 것 같다. 우승은 1명이 절대 아니다. 어떨 땐 2명 3명이 나오기도 한다. 김원장이 바둑을 사랑하는 부인을 우승시켜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농반진반. 


▲경기 개시 전 '검토의 제왕' 서부길-이석희가 마주앉아 복기에 나서자 주변에서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더 두고 싶어도, 덜 두고 싶어도 꼭 네 판을 두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네 판만 어찌 어찌 이기면 평생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상금 20만원이 딸린 우승이란 걸 해볼 수 있다. 우승만 맛이 아니다. 혹시 1패를 당해도 대중 앞에 사진 한번 찍힐 기회는 충분하다. 


프로도 나오고 아마강자들도 나온다. ‘누구?’ 서능욱 나종훈 유병호 정대상 등 시니어 프로들에다 이호승 한창한 홍근영 조종신 박중훈 등 시니어 프로에게 맞먹는 주니어들도 나온다. 


아 참, 코로나19가 내왕하기 전 54회 리그전에서 ‘바둑리거’ 이호승을 ‘묵은 생강’ 서능욱이 이긴 장거도 생각난다. 그뿐인가. 서부길 양덕주 김동섭 김종민 이석희 윤명철 등등 아마강자들로 수두룩하다. 


‘에이, 그들이 다 나오는데 입상은 어찌하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미추홀은 하수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걱정하지 말라. 치수제로 둔다. 기자가 3레벨이다. 서능욱 프로는 0레벨이니 석 점을 주르륵 깔면 된다. 뭐, 석 점에 두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게 어딘가.


그리고 오늘은 우승후보 두 명이 빠져서 나머지 선수들이 힘이 더욱 날 테다. 서능욱 프로는 한달에 한번쯤 몹시 바쁜데 바로 오늘이 그날이며 이호승은 할머니 상중이라서 못 나온다.


▲조종신-윤천준. 


매달 네비에 ‘김종화 치과’를 치고 길을 나서는 기자도 희망을 먹고 산다. 치과에서 바둑을 두냐고?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치과에 딸린 치과보다 더 넓은 공간이 인천바둑발전연구회다. 쉽게 말해서 기원이다. 공짜 기원. 


이 글을 보는 이들은 다음 달에 꼭 참가해보시라. 참가비 2만원에 저녁식사는 갈비집에서 소주를 몇 병 먹어도 갈비를 더 시켜도 아무 말 안한다. 


아, 빠진 얘기가 있다. 4승 우승자와 3승1패자는 입상이다. 그런데 입상보다 더 큰 상이 있다. 그건 기력과도 상관없는 바로 행운상이다. 행운권 추첨은 때마다 다른데, 통상 2만원, 3만원, 5만원. 이렇게 수십 장을 푼다. 진짜로 푼다. 참고로 기자는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 그래서 매번 참석하는 지도 모르겠다. 


19일 오후2시 미추홀리그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4승 우승자는 내셔널 인천SRC에서 활약 중인 조종신이 나종훈 프로에게 승리했고 전남 신안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 김종민이 휴가를 나와서 왕년의 맹장 김동섭에게 낙승을 거두며 휴가비를 챙겨갔다. 


사진으로 대회장 모습을 전한다.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개인방역을 충분히 한다면, 바둑을 멈추지 않고 조심스럽게 뚜벅뚜벅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둑거리두기’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평소보다 조금 적은 인원이 모이고 평소보다 조금 불편하면 됩니다. ” 김종화 원장의 대회사.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입니다. 코로나19가 부러워할 만큼 건강하게 바둑을 즐깁시다. 미추홀리그는 코로나19를 이깁니다.”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의 힘찬 축사.


▲“바둑규칙을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다만 오늘 한 가지 규칙이 있는데, 절대 마스크를 내리지 마시라는 겁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바둑을 못 두는 괴로움보다는 낫습니다.”  늘 대회 진행을 맡아 수고하는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


▲유이한 홍일점 곽계순과 김미애. 두 여성시니어는 아마5단의 짱짱한 실력파인데, 김미애는 처음 미추홀에 출전했다.

  

▲인천의 간판 서부길-최병덕 회장. '누가 이겼을까?' 맨 하단의 전적표를 참조하시라!


▲노상호-이석희.


▲윤명철-나종훈. 윤명철은 내셔널 부천판타지아 단장 겸 감독이며 미추홀의 창설 멤버.


▲그들은 '만원증권배'도 병행하나 보다.


▲부천고수 임흥기-곽계순.


▲김종화-최준혁.


▲'우리는 등진 사이?' 이주행과 이건우는 부자지간. 같은 2레벨이지만 아들이 더 세다.


▲미추홀은 35분 시간아웃제로 진행된다. 경기 중 고작 3초만 남은 바둑이 있었다. 결국은 다 두었지만.


▲최용관-김세원.


▲양덕주-박중훈.


▲김종민-김동섭 결승전1.


▲휴가차 전남 신안에서 올라온 김종민이 4승으로 휴가비를 벌었다.


▲터줏대감 나종훈-조종신의 결승전2.


▲내셔널 인천SRC 선수 조종신이 우승을 차지했다.


▲3승이나 올린 선수들.


▲아깝게 우승을 놓친 김동섭 나종훈(팻말 든).


▲대망의 우승자 시상. 정두화 미추홀 총무, 최병덕 미추홀 회장, 우승자 조종신 김종민과 김종화 원장. 그리고 앞줄에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


▲맨 마지막은 행운상 추첨식. 뽑히는 사람은 늘 뽑힌다. 따라서 행운권추첨을 보고 출전하는 사람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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