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0-02-03 01:53:13
  • 수정 2020-02-05 12:51:56
기사수정

▲ '이것이 활인검이다!' 서울 아바사회관에서 40명의 전국구가 활인검을 펼치고 있다.


무슨 검도대회인 듯싶지만 바둑대회란다. 그럼 ‘대회’라는 말을 붙여주면 좋으련만 그냥 활인검(活人劍)이란다. 


익명의 바둑애호가의 후원으로 만든 우리들의 바둑축제 2020 활인검(活人劍)이 2자(字)가 몹시 겹치는 2020년 2월2일 오후2시 서울 아마바둑사랑회관에서 전국구 시니어 맹장 40명이 출전한 가운데 화려하진 않지만 몹시 신나게 펼쳐졌다.

 

“비록 단체전이지만 오늘 전국대회 우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요령은 추첨을 잘하는 겁니다. 김희중 이철주 이용만 박성균 최호철 심우섭 등 내로라하는 사범들이 여러분을 응원할 것입니다. 왜? 같은 팀이니까요. 제비만 잘 뽑으면 오늘 팔자 고칩니다.” 


약방 감초 Club A7 홍시범 대표의 걸쭉한 입담에 모두들 한바탕 웃음으로 대회를 시작한다. 


활인검(活人劍)은 경자년 한 해동안 바둑인들에게 독하고 모진 일은 생기지 말라는 일종의 살풀이 몸풀이 굿. 


▲ A7 홍시범 대표의 걸쭉한 입담과 함께 활인검이 시작된다.


‘마른 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던 지난 가을날~♬’

기자가 응암동 지하아지트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정원의 '허무한 마음'이 잔잔하게 깔린다. 이미 말끔하게 손님 맞을 준비가 완료된 듯.


도서관 자리는 집이 먼 친구들의 몫이다. 괴산에서 박성균, 전주에서 양창연 권병훈 최진복, 의정부에선 박원순 김희중이 일찌감치 문을 열어젖힌다. 박성균 최진복은 어제 동탄시니대회를 참가했으니 모처에서 하루를 기거했을 테다. 


아무리 랜드마크가 없는 동네요 돌출 간판이 없는 곳이라 해도 이제는 좀 알아서 찾아오련만, 그들은 올 때마다 헤맨다. 괴산 증평에서 ‘명필’ 청산과 그의 친구들이 불원천리 들이닥친다. 


▲ 조국환-김대환. 전국구인 척 일찍부터 경기장에 나와서 연습대국에 임한다. 


팔순의 양완규 선배는 바둑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래도 생활의 활력소가 바둑인가 보다. 기자가 알기로는 압구정기원 미추홀사랑방 아바사회관에도 이미 단골. 


여럿이 나누는 악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신영철 박강수가 요란하게 입장한다. 대구에서 오는 길이라 반기는 목소리가 더욱 크다. 신영철도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 양완규와 함께 나이 들어서도 젊은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종목은 바둑 외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아까 증평에서 온 식구 중에 바둑을 못 두지만 바둑인과 매우 밀접한 동지 권오숙이 있었다. 이어서 또 두 명의 단골 여사님이 등장한다. 아바사 수요강좌를 통해 바둑의 재미에 흠뻑 빠진 장수연 송난희가 그들.  


이젠 쏟아지듯 모인다. 성남에서 장부상 김동섭 임종열, 수원에서 노근수 이철주 이병희, 인천에서는 서부길 이용만. 그리고 한돌기우회에서 박휘재 주준유 김진필. 


그 외 전남 신안공무원 김종민과 전직프로 최욱관, 이석희 황이근도 합류했고 조국환 충암도장원장도 함께했다. 게다가 김대환 문대탁 서정만 등 ‘곧 전국구’들도 합세.   


▲ 팔순의 양완규 대선배가 후배 임종열과 함께.


다들 대회의 취지는 알고 있으니까 곧장 개회식의 하이라이트 조 추첨에 들어간다. 


먼저 40명의 시니어들을 기력별로 활인(活人), 일풍(一風), 성덕(聖德), 일운(一雲) 네 팀으로 나누었다. 기승전결 청풍명월… 뭐, 이런 단어로 나누면 좋으련만, 그 뜻을 알 듯 모를듯하게 이름을 지었다. 모르긴 해도 무협지에 자주 등장했던 단어일 터. 


나이 많아서 자랑하는 데는 여기밖에 없다. 치수는 총 호선이 아니고, 5살 당 1집의 덤을 추가한다. 따라서 20살 차이면 20÷5=4. 추가로 덤을 4집 더 지불해야 한다. 다음 특기할 일은 축구처럼 전후반 사이에 하프타임이 있어서, 자신의 편 고수에게 형세를 물어보고 수읽기를 도움 받을 수도 있다.


▲ 충북 증평에서 온 손님들. 송주찬 청산 권오숙 김인식.


모두가 전국구? 그건 아니올시다. 아마바둑 상위권을 형성하는 전(全)국구가 대부분이었지만, 기력보다 돈으로 미는 전(錢)국구도 있었고, 말로만 전국구(口)도 더러 있었다. 


팀 10명의 선수들 가운데 1~7번은 전국구들로 총 호선이 될 테고, 8~10번은 지역구들이다. 따라서 기자의 이름도 보이고, 조국환 김진필 김대환 송난희 등 아마도(perhaps) 5단도 끼어있었다. 사실 다들 동네 1급인데 여기서는 찍소리 못하는 말번. 그러나 모름지기 말번도 1승이며 초번도 1승이다.


우승팀은 무려 400만원이니 1인당 40만원이다. 준우승은 250만원, 3위는 150만원, 4위는 75만원. 상금이 장난이 아니다. 순간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이 많은 돈을 후원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 홍대표는 극구 다칠 것이니 알려고 하지 마란다. 


▲ 40인의 성적표.


첫판부터 불꽃이 인다. 활인(活人)과 일풍(一風)은 5-5 무승부, 성덕(聖德)과 일운(一雲)은 4-6으로 일운(一雲) 승. 참고로 개인승수의 합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따라서 팀마다 4~6점을 땄으니 첫판을 마치자 바짝 열기가 끓어오른다.


둘째 판에서 활인(活人)이 부쩍 힘을 썼다. 성덕(聖德)을 무려 9-1로 꺾었다. 성덕(聖德)은 2패며 활인(活人)은 1승1무. 성덕(聖德)은 박강수 최호철 박성균 서부길 등 강타자를 보유한 팀인데 의외도 이런 의외가 없다. 또 일풍(一風)과 일운(一雲)은 사이좋게 5-5. 따라서 일풍(一風)은 2무이며 일운(一雲)은 1승1무. 


점점 스팀이 폭발점에 다다른다. 성덕(聖德)은 2패로 우승권에서는 탈락했지만, 나머지 세 팀은 마지막 한 경기 결과에 따라서 우승까지 노릴 수도 있는 상황. 드디어 여기저기서 ‘화이팅!’ 소리가 들려오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신중에 신중한 대국모습들.


이윽고 가장 강력한 활인(活人)이 일운(一雲)과의 일전에서 최진복이 김종민을 꺾는 덕에 6-4로 결승타를 치면서 2승1무로 우승했다.


그런데 요상한 일이 벌어졌다. 2무로 우승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일풍(一風)이 팀 사기가 꺾일 대로 꺾인 일운(一雲)을 무려 10-0으로 꺾는 바람에 개인승수를 +10까지 늘리며 총 승수에서 20승으로 활인(活人)과 동률을 기록해 공동우승 차지한 것. ‘아니, 좀 심한 것 아닌가요? 10명 대 10명이 맞붙어서 1명도 이기지 못하다니….’


▲양완규-문영출. 뒷줄은 이병희-김종민.


음주잡담을 일삼던 홍대표가 또 마이크를 잡는다. 그가 나타나면 즐거운 일이 생긴다. 시상타임이다. 단체상금 이외에 3승을 거둔 선수들에겐 개인적으로 15만원씩 상이 돌아갔고, 또 이름 모를 특별상을 만들어서 마구 선물로 흩뿌려서 만인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모두들 만찬을 위해 모처로 이동하는 길에 제주에서 막 잡아 올린 고등어가 선물로 한 세트씩 들려있다. 우리는 바둑 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집에 돌아가면 아내가 좋아할 선물을 들고 들어가야 한다는 홍대표의 지론이다. 


참가금 3만원에 근사한 만찬에다 5만원은 됨직한 선물 세트에다 꼴찌를 해도 7만5천원은 탔으니 이런 횡재가 또 있을까.   


이 모든 즐거움은 한없이 바둑을 사랑하는 익명의 후원자로 인해 생겨난 것이고, 100만원을 후원하면 1000만 원 짜리 행사를 만들 줄 아는 A7 홍시범 대표와 ‘아바사패밀리’의 진정어린 노고에서 비롯된 것. 


이쯤 되며 사람을 살린다는 활인검(活人劍)의 속뜻을 알게 되었으리라.


▲ 대회 개시전부터 검토의 장이 펼쳐졌다. 최호철 이용만 서부길의 모습이 보인다.


▲ '인디핑크' 박연숙 아바사 실장이 개막 인사를 하고 있다. 늘 같은 멘트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시고 가세요!"


▲ 건전한 차 진열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손 세정제도 보인다.


▲장수연-봉철희.


▲ 수원 이병희-인천 서부길.


▲ 모두가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 맨앞은 전직프로 최욱관이 계가하는 장면. 


▲ 강자 임종렬이 형세분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는 어디에?


▲ 하프타임 때 심우섭을 대동하고서 판세를 지켜보는 황원순.


▲ 나란히 앉은 걸보면 같은 팀원이다. 송난희의 바둑을 한철균 프로가 코치하고 있다.


▲ '휴식시간도 아랑곳 않고...' 좌측 이석희 우측 권병훈.


▲이쪽은 아예 복기(?)를 하고 있다. 박강수의 바둑을 최호철과 박성균이 코치하는 중.


▲ 바둑돌을 상징하듯 흰마스크와 검은 마스크. 장부상-신영철.


▲ 김희중-이병희. '효자손' 임종열이 관전중이다.


▲양덕주-박성균. 역시 임종열은 관전 중.


▲이용만과 장부상.


▲ '황스배틀'. 황원순과 황이근. 


▲ 우승과 3위의 갈림. 김종민-최진복. 이 판에서 최진복이 이기며 활인팀을 공동1위에 올려놓았다.


▲먼저 판을 끝내고서 담소를 나누는 선수들. 권오숙 심우섭 박성균 신영철 황원순 김희중. 


▲ 개인승수를 확인하고 있는 각조 팀원들.


▲ 이제 끝날 시간이다. 상금을 일일이 챙겨 담는 A7요원들.


▲오랜만에 조우한 바둑계 천사들. 황원순 백규완 홍시범 청산. 


▲아바사 박연숙 실장이 서귀포 축제를 후원하고 있는 백규환 (주)인코 대표에게 일본명인 시바노토라마루의 휘호가 든 부채를 선물하고 있다.


▲이후 상금전달식과 상품전달식이 거행되었다. 선물세트 50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156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