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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2-01 22:46:16
  • 수정 2020-02-09 12: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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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2월의 첫날 경기도 화성 동탄기원에서는 동탄시니어최강전이 펼쳐졌다. 김세민 백정훈 강영일 김동섭(앞줄). 심우섭 조민수 박성균 임동균 최진복(뒷줄). 


평생 바둑을 사랑했지만 넉넉지 않은 삶을 산 시니어들을 격려하기 위해 거금을 걸고서 분당기우회장배라는 시니어 프로암대회를 개최했던 대단한 바둑은인 백정훈 회장(76).


그가 또 ‘집결호’를 외쳤다. 청춘을 바둑과 보낸 시니어를 잊지 않고 불러내어 밥 한끼 먹자고 한 것. 밥만 먹기엔 심심했던지 ‘동탄최강전’이라는 조그마한 대회를 하나 열었다. 


“백회장님. 건강하세요~~!” 

온통 건강 얘기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바둑계의 은인 백회장은 최근 건강이 허락지 않아 요양 중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년째 요양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그의 바둑사랑이다. 과거보다 1/10도 안 되는 규모지만 그는 뜨거운 가슴으로 대회를 열었고, 집결호를 듣자 열 일이 제쳐두고서 어제의 용사들이 한데 모였다.  


▲ 결승전 모습. 박성균-심우섭. 


동탄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신도시. 수년전 백회장은 사랑하는 후배 강영일이 이곳에서 기원을 내는데 도움을 주었고, 수년전 동탄기원이 개원했다. 기원과 화성시바둑협회가 들어찬 이곳은 화성에서는 엄청 유명한 바둑의 중심이다.


바로 이곳에서 2월의 첫날 2020 동탄 아마시니어최강전이 치러졌다. 다들 살아있는지 얼굴 한번 보자는 것이다.


올해 7학년 배지를 단 ‘아마계의 후지사와’ 임동균. 그와 정릉에서 고교시절에 연을 맺은 50년 지기 강영일. 박성균 김동섭은 6학년 몇 반이더라? 맹장 조민수와 심우섭은 50대 후반으로 한참 청춘이다.


다들 오리지널 7단이며 최진복과 김세민은 6단이다. 같이 늙어 가는데 그깟 단이 뭔 대수인가. 그저 그냥 다들 7단이라고 해도 누가 뭐라는 사람 없다. 이들은 인생 대부분을 바둑과 함께 살아온 고로 10단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 임동균(대 박성균), 그 오른쪽 강영일은 50년 지기. 그 오른쪽 관전자는 이상구 화성시바둑협회장.


시합은 오후 2시에 ‘온 에어.’ 


8강 토너먼트로 곧장 서바이벌이 시작되었다. 제한시간 각 20분에 초읽기 30초 3회.


김세민-조민수, 강열일-심우섭, 박성균-임동균, 최진복-김동섭 대진이다. 누가 이길지 각이 나온다. 같은 시니어라도 나이가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쪽이 ‘깜빡수’가 적을 것이고, 시니어대회에서 입상을 종종 하는 쪽이 아무래도 나을 것이다. 


다만 김동섭-최진복 전은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전주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대회 때마다 서울을 방문하는 최진복은 열정하나만은 13단. 아니나 다를까. 김동섭과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더니 결국 이겨낸다.


▲ 전주에서 올라온 최진복-괴산에서 올라온 박성균.


4강전은 조민수-심우섭, 박성균-최진복. 누가 보더라도 빡빡한 승부일 테다. 그런데 최진복은 초반 실수가 컸던지 일찍 돌을 거두고 바로 복기에 들어가고, 늘 우승후보 조민수는 중반까지 잘 나가다가 후반 들어 삐끗했는지 복기하는 소리를 들으면 결과가 유추된다. 이 둘은 작년 내셔널 포스트시즌에서 희대의 실수를 주고받았는데, 심우섭이 반 본전은 한 셈.


오후5시경. 대망의 결승전은 심우섭-박성균 대결. 백회장이 개최하는 첫 대회를 우승한 적이 있는 심우섭. 매번 올라오기는 하지만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박성균. 보기 드문 미남이요 신사로 불리는 두 사람이다. 


난해한 인공지능 포석으로 출발하여 바둑판을 1/4을 뒤덮었고 나름 질서정연한 바둑을 구사한다.  박성균이 약간 좋지 않을까 하는 장면에서 심우섭은 대세를 외면하고 실리를 챙기며 승부를 대비한다. 박성균이 백 진에 들어와서 무난히 살아간다면 무난히 아웃인 상황. 그런데 무난히 돌이 잡혀버리고 만다. 시니어들은 실수를 밥 먹듯이 하니까(^.^). 박성균은 돌은 또 싹싹하게 거둔다.


▲ 심우섭 박성균 대국을 백회장이 서서 관전하고 있다.


짧고 굵은 대회를 마치고 밥시 겸 술시에 접어든다. 제 아무리 건강이 여의치 않은 백정훈 회장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잔을 섞는다. 소주는 세고 청하 한잔이 딱이다. 어느 누가 그 즐거움을 말릴 것인가. 술은 오래된 친구와 함께 나눠야 제 맛인 걸 잘 알고 있음에랴.


사실 백회장은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았다가 최근 예의 하회탈 같은 웃음도 되찾았다. 그가 기분이 좋아진 것 중 하나는 바둑일보 애독자가 되었다는 데에도 있다. 바둑일보를 그간 읽고 싶은데 ‘밴드’를 찾아들어오는 법을 몰랐다가 오늘에야 기자가 알려주었기에 어린아이처럼 싱글벙글한다. 


청하 한잔에 기분이 업 된 백회장은 친구들에게 약속을 한다. “4월쯤 양재동에서 또 한 번 만나지?”





▲ 짧은 상견례. 강영일원장이 소개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영원한 사회' 심우섭.


▲ "늘 그때 그 모습이어서 보기 좋습니다. 언제나 승부에서는 최선을 다합시다." 백정훈 회장의 인삿말.


▲심우섭-강영일.


▲ 최진복-김동섭.


▲ 조민수-김세민.


▲ 대회장엔 많은 동탄기우들이 찾아와 관전하고 있다. 


▲ 대회장인 동탄기원은 화성시바둑협회를 겸하고 있는 등 화성의 대표바둑방이다.


▲ 결승 막바지 장면. 심우섭-박성균


▲ 대마가 아슬아슬... 결국 심우섭이 대마를 포획하고 승리한다.


▲ 승리의 미소 심우섭.


▲ 무리한 행마로 대마가 잡혀 준우승에 그친 박성균.


▲ '밥을 기다리며 술을 기다리며.' 백정훈 회장과 이상구 화성시바둑협회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시상은 즐거워~!' 백정훈회장에게 받은 우승상금 봉투를 들어보이는 심우섭.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http://www.badukilbo.com/news/view.php?idx=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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