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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1-05 04:21:27
  • 수정 2020-01-05 18: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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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는 우리처럼!' 유경남 안정웅 김종민 양완규 심우섭이 2020 아바사신년회에서 조우하여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보고 싶다. 경자야!’ 


바둑동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경(庚)이 하얀색, 자(子)가 쥐. 그러니까 '하얀 쥐 해'를 맞아 바둑동네가 무탈하고 바둑인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맘을 담은 아바사신년회가 4일 저녁부터 무박 2~3일간 질펀하게 벌어졌다. 아니, 벌어지고 있다.


바둑동네 새해 첫 행사 2020 신년회는 Club A7(대표 홍시범)의 직계 방계 식구들이 마련한 행사로 16년 전부터 거창하게 실시된 바둑동네의 설날. 서울 응암동 아마바둑사랑회관에서 벌어졌다.


설날에 뭐 별 것 있나. 떨어져서 지냈던 바둑식구끼리 다들 무탈함을 확인하고, 새로운 친구의 친구를 만나고, 인사하고 먹고 마시고 떠들고 노래하고 또 바둑 두고… 새해에도 서로 아프지 말자고 다짐하는 시간이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출석체크 자리다. 


서울 응암동 지하 아지트의 좌석 정원은 120석은 거뜬하다. 해마다 20석 정도 자리가 모자라 알아서 비집고 들어가곤 했는데, 올해는 100여명이 들어찼는데도 비교적 수월하다. 확장공사를 했다. 더욱 반가운 건 해마다 낯선 친구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멋진 바둑판모양 케이크.


기자는 약속된 오후6시보다 훨씬 일찍 당도했다. 벌써부터 진을 치고 막걸리잔 옆에 끼고 바둑판을 벌이는 분들이 있다. 인천에서 온 나종훈 프로, 충주에서 온 이종익, 그리고 '아바사 미인' 장수연 송난희가 서로 페어바둑을 두고 있다.


저쪽 끝에는 최근 바둑행사마다 무리를 지어 등판하는 김진필 박휘재 주준유 등 대여섯 명의 한돌기우회 멤버들이 보인다. 역시 바생바사인지라 바둑판만 쪼아본다. 잠시 짬을 내어서 식구수대로 방문한 윤광선 유나현 부부와 예쁜 딸 채은이도 반갑다. 타이젬의 유서 깊은 동호회 ‘기예문’의 여걸 윤영미도 일행을 대동하고 일찌감치 진을 친다. 


일 년에 한번 '소 잡는 날'을 위해 부지런히 벌고 있을 아바사고문 황원순도 요란하게 들이닥친다. 이번에 비범해 뵈는 선남선녀를 대동하고 왔다. ‘혹 아들 내외?’(나중 알게 될 터.) ‘아마바둑의 후지사와’ 임동균은 몸살이 극에 달했음에도 일찍 자리한다. 과거 길거리 바둑축제를 하던 시절부터 아바사의 처음과 끝을 같이 해준 정신적 지주가 바로 임동균. 


또 허겁지겁 팔순의 양완규 대선배가 입장한다. 초기 아마바둑협회를 창설했던 선각자이며 전주에서 지금도 후학을 지도하는 그는 60대로 보인다. 김종민과 함께 들어오는 걸로 보아, 김종민이 전남 신안에서 올라오던 차에 전주에 들러 양선배를 모시고 왔을 듯싶다. A7 초기 멤버 김종민은 최근 늦은 나이로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의지의 한국인. 전남 신안과 서울을 오가는 주말부부로 열심히 살고 있다.


▲ 기념케이크 절단식을 앞둔 VIP테이블. 홍시범 김희중 양완규 청산 평산 윤영미 문대탁 임동균.


“일단 한잔 들어가서 알딸딸해지면 신년회를 개시합니다. 여기 요리는 전국의 바둑친구들이 다른 친구를 위해서 마련했고, 또 저희 식구들의 손맛을 더해서 장만한 것입니다.”


풍성한 요깃거리를 마련해온 의인들의 이름을 공개한다. 


문경바둑의 간판 금동일은 해마다 문경탁배기 100통을 택배로 보내온다. 사람은 못 오고 물건만 왔다. 안 그래도 기자가 입장할 적에 출입문 앞에 탁배기가 3~4박스 놓여있었거늘 바로 그것이었나 보다. 영암 기명도와 순천 조민수가 임금님 수랏상에 오르곤 했던 흑산도 홍어를 해마다 보내온다. 특히 투박한 조민수에게서 이런 사려 깊은 멋이 있을 줄이야.  


대회 때마다 체육관 구석 본부석에서 상장과 이름표를 만들어 주던 A7 홍맑은비는 김밥 100줄을 말았다. '우와 100줄!' 홍맑은샘 프로의 여동생 홍맑은비의 정성에 감복했고 나중에 그녀의 모이스춰한 목소리에 또 한 번 탄복하게 된다. 


A7 홍대표의 처제는 비올렛 제과점을 운영한다. 빵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빵 100만원어치를 제공했다. 위에서 본 바둑판모양 케이크는 실로 압권이다. 또한 각종 과일은 홍대표가 머리하러 동네미장원에 갔다가 만난 지물포 여사장님을 비롯한 여자 친구들이 장만했다. 허겁지겁 서산에서 유경남이 두 손 가득 따뜻한 만두 100인분을 가져왔다.  


▲ 함께 모이기 힘든 '괴짜'들이 만났다.  괴산명필 청산선생,  A7 홍시범대표, 아프리카음악 대가 평산선생. 


계속 출석을 불러보자. 부천바둑협회 윤명철 정민효 김웅환 한면희에다 대전에 살았던 안정웅도 실로 오랜만이다. 김웅환은 김은선 프로의 부친이며 ‘주은래’ 한면희도 부천에서 바둑보급중. 안정웅은 지금은 잠깐 바둑을 떠나있지만 바둑계 보기드문 석학.


‘마빈 해글러’ 정경수도 아바사 행사엔 빠지는 걸 못 봤다. 경희가족 바둑대회를 열어 그때 인연으로 만난 경희대 교수 성백환.  싱싱한 굴을 보내준 임종일. 그리고 수요강좌 ‘야화’를 이끄는 대장 심우섭과 그 일당들이 10여명을 훌쩍 넘긴다. ‘무섭다^^.’


방명록엔 김희중이 둘이다. 전직프로 ‘꾀중이’ 김희중도 이정권과 함께 입장했고,  바둑모임 ‘초심회’를 이끄는 피부과의사 김희중도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금일봉이 담겼을 법한 봉투도 보인다. 


'아차!' 금일봉하니까 생각이 난다. 인천 멤버들은 나종훈 프로만 대표로 왔는데 마침 인천바둑협회 행사가 겹쳐서 어쩔 수 없었단다. 대신 인천바둑대부 김종화 원장이 금일봉의 보내왔고, 홍대표도 답봉.


충암바둑도장 원장 조국환 박순옥 부부와 그 팔방미인 따님 조은진도 합류한다. 조은진은 작년 여자입단대회에서 깻잎한장 차이로 낙선한 대표선수급. 다음주 여자입단대회 본선무대를 뛰게 된다.


▲ 문대탁님에게 족자를 선물로 드리는 청산. 함석헌 선생의 글중에서 '그사람을 가졌는가'.


그저 닥치는 대로 분위기 봐서 우리끼리 즐거운 순서대로 신년회는 진행되었다. 


먼저 신년 운수대통을 바라는 의미에서 신년복권 긁기가 있었다. 좀 서먹한 분위기도 해동시킬 겸 복권긁기로 친해보자는 의미. 


재작년 신년회에선 10만 원 짜리가 두 명이나 당첨되었다는 말을 듣고(진짠지 가짠지는...) 저마다 체면불구하고 나무젓가락으로 긁어대길 5분여. 곧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려온다. 가끔 500원짜리 1000원짜리가 당첨되기도 했으나 올해도 큰 당첨금이 없었다. 가장 큰 금액은 5000원. 


이에 입심대왕 홍대표는 “경자년엔 경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고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뜻”이라며 해몽에 열심이다. 그래도 만원 오만원권보다 귀한 빳빳한 천원 신권으로 당첨금의 두 배씩을 받게 되니 기분은 완전 째졌다. 


▲ 한분 한분 친구들은 전부 소개하는 홍대표.


다음 친구들 소개가 있었다. 우리가 1년 동안 즐겁게 바둑과 친구하면서 이 고마운 행사를 있게 해준 후원자들을 소개하고 박수세례를 퍼붓는 시간. 한 명 한 명 모두 성의껏 소개를 했다. 홍대표의 동네 친구들 그리고 초등 친구 그리고 응암동 반상회원들까지. 그들이 바둑을 알든 모르든 관계없었다. 바둑친구와 친구라는 이유로 나와도 친구였으니...


다음 기대감이 듬뿍 실린 신년축하곡 순서였다. '애국가' '소양강처녀' 등에서 탈피하여 올핸 특별한 가수를 불렀다. 초대카수는 다름아닌 홍대표의 따님 홍맑은비였다. 


처음엔 초대비용을 아끼려고 식구를 쓴 게 아닐까 의심했다(ㅎ). 몇시간 전까지도 ‘딸이 감기가 들어서…’라고 연막을 치던 홍대표였다. 아쉬운 건 노래를 사진으로만 감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참고로 앵콜곡까지 미리 준비해두었던 '너목보' 실력파였다.  


▲ 2020년 16년째 개최된 아바사신년회. 100명을 상회하는 바둑계 오피니언리더들이 모여 단합을 과시했다.


이후 자신의 지역 바둑대회 소개라든지 간혹 타임 이벤트로 선물 나눠주기 등 여러 가지 코너가 있었다. 그리고 끝나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만찬이 계속 이어졌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래자랑 혹은 노래고문이 시작되었다.  


“무슨 00의 밤 행사는 많지만 ' 00의 신년회'는 없잖아요. 그래서 바둑인의 신년회를 시작했는데 벌써 16년째가 되었네요. 신년회는 우리가 객이고 우리가 주인인 우리들의 설날입니다. 바둑인의 저력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남은 이야기는 사진으로 전한다. (원고가 너무 길어져서 ㅎ)


▲서울 응암동 지하 아지트 아바사회관 입구.


▲출입문에 쓰인 글귀. 이 글귀도 수염 긴 청산의 작품.


▲ 들어서면 말끔히 정돈된 공간과 신년회임을 알리는 걸개가 나온다.


▲ '착한 미인' 송난희 장수연은 행사장에 도작하자마자 팔을 걷고 음식준비를 돕는다. 


▲ 한돌기우회 멤버는 바둑삼매경에 한창이다.


▲ '신년회는 알딸딸해져야 시작합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지요!' A7 홍시범 대표.


▲ 정성스레 준비된 집뷔페.


▲ 한가득 가져온 먹을 거리. 수육 김밥 홍어 전 굴 회 등 먹음직스럽다. 모두 안주다~.


▲ 세 친구 평산과 청산과 홍시범 세 친구들의 만남. 평산선생은 잘 모르실 분이 계실 텐데, 홍대표가 제주행 배에서 만난 아프리카음악의 대부. 동갑내기인 이들은 서로 인간미에 끌려서 친구가 되었다고.


▲ 세대를 뛰어넘은 바둑우정. 40대 김종민(서울), 80대 양완규(전주), 60대 김명한(금산), 50대 안정웅(대전).


▲ '술판인가 바둑판인가.' 아바사 수요강좌를 통해 바둑의 진미를 느끼는 친구들. 


▲ 가실 때 달력 한장씩 가져가시란다. 청산이 손수 붓글씨로 만든 달력이라고.


▲ '바둑소년' 육용지가 즉석복권을 테이블마다 배달한다. 당첨금의 두배를 현금으로 준다고. 


▲갑자기 남녀노소 체면불구 염치불구하고 긁어댄다.


▲ 최고 당첨금 5억. 만약 당첨되면 이 생활 끝이야!


▲ 아까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도 일단 복권앞에서는 무용지물 ㅎ.


▲오늘의 최고상금 5000원 당첨금을 받으러 나온 송난희(왼쪽).


▲ 확인 들어갑니다. 6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아래쪽에 과연 6이 있다.


▲ 기예문 여걸 윤영미가 후지사와슈코의 사인이 든 부채를 평산선생에게서 선물. 아는 한자임. 대도무문.


▲ 홍시범 대표의 부인이며 A7의 궂은 일을 도맡은 박천금 여사(가운데)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뜨거운 한잔.


▲ 홍대표도 어릴 적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한잔.


▲신년회  축하공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석원과 박지희의 바이올린 협연으로알라딘 OST를 연주.


▲팔순의 양완규 대선배에게 건강하게 사는 비법을 질문하자 돌아온 대답.  "바둑몇 판을 두었더니 이렇게 나이만 들었네요. 바둑인 여러분 새해에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 부천바둑협회 4인방이 인사하고 있다. 김웅환 윤명철(앞줄) 한면희 정민효. 


▲ 서울팀들의 담소. 심우섭 박장우 이정권 김희중 유일모.


▲아마바둑사랑회 박연숙 실장이 하객들에게 맘껏 드시고 새해에도 열심히 살자고 덕담했다.


▲청산의 인문학 강좌. 함석헌 선생의 글귀를 읽어주며 족자에 담긴 의미를 새겨주고 있다. 


▲ '나가수인줄 알았어요! ' 홍맑은샘 프로의 여동생 홍맑은비가 ‘꽃밭에서’를 열창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당연히 '앵콜!'이 쏱아져 나왔고, 이어서 '그리움만 쌓이네'를 또 열창. 


▲늦게 합류한 충암바둑도장 식구들. 조은진(딸)과 조국환 박순옥 부부.


▲이 행사는 종일 유튜브로 생중계 되었다. 


▲ 저 벽에 붙은 수많은 사진들(잘 보이진 않겠지만)의 9할 이상은 작년 한해동안 바둑일보에 실린 아마바둑대회 모습이라고. 


▲ 노래자랑 시간. 아바사 전속가수 이승주는 '시계' '거짓말' 을 밤무대 톤으로 불러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어서 임종일은 '황제를 위하여'를 열창했고, 김종민은 불후의 명곡 '아파트'를 굉장히 어렵게 불렀고, 정경수는 4월과5월의 '옛사랑'을 역시 힘들게 불렀다. 갈수록 퀄리티는 떨어졌다 ㅎ. 


▲ "제 소원은 돈 벌어서 바둑계에 다 쓰는 것입니다. 새해 부디 그 소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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