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12-07 21:02:15
  • 수정 2019-12-12 12:10:18
기사수정

▲ 7일 저녁바둑인들의 요람 '압구정기원'이 확장개원식. 전국 각지에서 많은 바둑인들이 운집하여 축하하고 있다.


희롱할 압(狎), 갈매기 구(鷗). 정자 정(亭).


압구정(狎鷗亭)은 ‘세상사 모두 잊고 갈매기와 벗하며 지내는 정자’란 뜻이다. 수양대군을 왕(세조)으로 만든 킹메이커 한명회의 호가 압구정이며, 현대아파트로 상징되는 강남 부의 상징이요, 젊음이 넘실대는 곳이 압구정이며 성형외과가 가장 밀집된 곳도 압구정.


번영의 상징과 같은 이곳 압구정에 도대체 어울리지 않을 압구정기원이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출구를 불과 20미터가량 나오면 곧장 기원 간판이 크게 보인다. 압구정에 역사의 손길이 닿았다면 압구정기원엔 한국바둑계의 손길이 마르고 닳아있다.


압구정은 살 냄새가 무릇 풍기는 동네 기원이지만 그 자그마한 공간이 프로든 아마든 시니어바둑인들에겐 자생적인 수련도장이기도 하다. 순수 바둑인들의 열과 성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대회며 그러나 내세우고 싶지 않은 수 많은 바둑후원자들의 집합소이다.


코와 손발이 유난히 시렸던 대설(大雪)이었던 주말. 이곳 압구정이 아침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바둑계뿐 아니라 정계 재계에서도 꽤 유명한 귀빈들이 다들 압구정의 수십년 단골이란다. 바둑TV 류승희 캐스터의 진행으로 시작된 내빈 소개만 들어보아도 이 기원이 그냥 기원이 아님을 살필 수 있다.


▲ 압구정역 주변 여러 성형외과와 오락실. 압구정기원의 큰 간판은 30년 동안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 만큼 주변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삼성화재배 창설에 공이 컸던 이수빈 전 삼성생명 회장이었다. 그는 “아마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압구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많은 프로와 아마강자들을 늘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친구를 매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저에겐 둥지나 다름 없다.”며 그의 오랜 바둑친구인 박종인 회장과 함께 스타트를 끊었다

.

프로든 아마든 최고 인기기전 지지옥션배 신사숙녀대항전을 매년 개최하여 바둑계의 은인으로 통하는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과 지난 30여 년 간 압구정 단골이며 압구정리그 여자최강전등 산파역이었던 ㈜루튼 오병훈 회장도 특히 박수를 많이 받았다. 게다가 오회장은 내년 여자최강전을 후원하겠노라고 발표.


역시 30년간 압구정의 친한 친구였던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와 아마바둑계의 큰 별인 전 아마바둑유단자연맹 양완규 회장, 세계바둑보급에 큰 힘이 되어준 기도산업 박장희 회장, 경동고 맹섭 후원회장, 엘칸토 정선기 사장, 원봉루헨스 김영돈 회장이 소개되었다. 


또한 전 대학바둑연맹회장이며 압구정리그의 산파를 10년 이상 해온  신병식 강병두 안병학. 전 인천바둑협회장이자 ‘인천바둑의 대부’ 김종화 치과 원장, 춘향바둑대회를 개최하며 스타 바둑협회장으로 떠오른 ㈜아시아펜스 오인섭 대표가 소개되었다.


▲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 이수빈 전 삼성생명 회장, 30년간 후원을 아끼지 않은 (주)루튼 오병훈 회장.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가 마이크를 잡은 대표 인사였다. 


마지막으로 압구정의 든든한 후원자이며 압구정리그, 여자최강전, 시니어왕중왕전, 불타는금요일 등 여러 대회와 내셔널 서울압구정을 이끌어오며 바둑계 중흥에 큰 기여를 하고있는 W·H솔루션 한윤용 대표가 소개되었다. 사실 압구정과 관련이 없는 일반 팬들도 이름 석자는 잘 알 정도로 압구정의 간판 후원인이다. 


“저는 압구정에 출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기서 제 고교 선배를 만나게 되었고 점점 빠져드는 묘한 기운에 매료되었습니다. 나이를 떠나 열심히 승부를 하는 선수들, 그리고 많은 연세에도 한 수를 더 배우기 위해 고개를 조아리는 선배님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 제 인생 대부분이 압구정입니다. 압구정은 일개 기원이 아닙니다. 바둑을 사랑하는 선수 동호인 여성 어린이 등 저 같은 하수도 다 같이 즐거워지는 품격있는 우리의 사랑방입니다.”


식사를 하기 전, 사회자의 마지막 멘트에서 참석은 못했지만 축하인사를 보내준 분을 호명했다. 한국기원 임채정 총재,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공일 장관, ㈜농심 박준 회장, 경남고 이공기우회 김종인 회장,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


▲ 압구정의 든든한 후원자 한윤용 단장.


압구정 기원은 1991년 태동한 이래 어언 30년 세월을 눈치도 없이 땅값 비싼 압구정에서 버티고 있다. 버티는 게 아니라 성업 중이라고 해야겠다. 오늘 확장 개원을 한다니 말이다.


장시영 압구정 기원장은 “말이 성업이지 몇 번을 망했다가 살아났다. 바둑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수 십 년간 후원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30년간 돈 안 되는 기원을 경영해온 장원장은 “압구정은 원래 시니어 선수들의 아지트였지만 이젠 압구정리그도 중고급자들에게 개방하여 동호인들과 함께 바둑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우리들의 사랑방으로 거듭나겠다. 그것이 나의 필생의 목표다.“고 감회에 젖어 말했다. 


사실 후원인 위주로 이름만 소개하는 데도 한나절이었다. 그 외 프로 30명, 아마 70명 등 100여 선수들이 하객으로 모여들었다. 지방에서 오신 분, 팔순을 넘기신 분, 갓 20세된 어린 선수들을 일일이 소개하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


압구정 소식 하나 더!


다음 주(14~15일) 2019 압구정왕중왕전 이어집니다!


▲ 행사에서 다들 한마디씩 하실 내빈들이지만 모두들 이해하고 축하하고 박수쳐주는 자리였다. 이 서울의 심장부에서 바둑으로 30년을 버틴 것도 바로 이들을 소리없는 후원 덕분이었다.


▲ "압구정은 이제 여러분들의 공간입니다. 바둑을 사랑한다면 주저없이 오세요. 그리고 머무세요.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들은 친구입니다" 장시영 원장의 감회 어린 한마디에 듣고 있던 한윤용 단장도 숙연해진 듯..


▲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바둑친구들. 좌로부터 박성균 신병식 안병학 김종화 김동수 차민수.


▲ 식사 후 곧장 바둑으로 고고싱. 오인섭 전북바둑협회장과 원봉루헨스 김영돈 회장의 대국. 인상을 보아하니 오회장의 대마가 위태로운 듯. '내가 이래봐도 내셔널 우승팀 단장이오!'(김회장)


▲ 서울압구정은 내년 시즌을 위한 열공에 이미 들어갔다. 앞줄부터 주치홍-엄동건, 정지우-박윤서, 전준학-배덕한. 


▲ 여자선수들이 장시영 원장과 한윤용 단장에게 여자대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맘의 선물을 준비했다. 김희수 김지수 정지우 장시영 한윤용.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151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