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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1-04 19:13:50
  • 수정 2019-11-04 21: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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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상에 장애는 없다!'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가 인천시청에서 일제히 개시되었다.


거동이 불편하고, 들리지 않고, 심지어 보이지 않아도 바둑은 만인에게 평등했다.


반상위에선 장애는 없었다.


3일 오전10시부터 인천시청 1층 홀에서는 제21회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장애인대회는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 장애인 등록증이 있는 바둑인 250명이 출전해 대 성황을 이루었다. 동시에 벌어진 제13회 실버바둑대회는 65세 이상 노년바둑동호인 150명이 출전했다.


대회에 앞선 개막식은 내빈들의 축사와 후원금전달식, 선수선서 등의 순서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미추홀대회가 전국최고의 장애인대회임을 과시하듯 많은 내빈들이 축하사절로 참석하여 대회 본부석 좌석이 모자랄 지경. 


▲ 정혁 인천치과협회장, 박남춘 인천시장, 윤관석 국회의원, 서능욱 심판위원장.


허혁 인천장애인바둑협회장의 개회 선언에 이어, 정혁 인천치과의사협회장과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의 대회사가 이어졌다. 이어서 박남춘 인천시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공동대회장인 김종화 인천경실련 고문의 축사가 있었다. 한편 제주도 송윤호, 부산 강문근, 경북 서정봉, 세중 신우용, 울산 김갑중, 경남 하계근 등 지역 장애인바둑협회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집안에 바둑책이 수두룩하다'며 바둑광팬임을 자랑한 박남춘 인천시장은 “늘 좋은 생각가지고 있는 후원자들과 이렇게 좋은 날에 대회를 치루게 되니 너무 기쁘다. 미추홀이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시장을 계속 하는 한 이 장소를 제공하겠다. 그 외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힘껏 돕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등단한 공동대회장 김종화 치과원장은 “전국장애인바둑협회가 대한체육회 정가맹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만 국가예산도 제대로 지원이 된다. 모쪼록 여러분들이 이런 행사에 많이 참가해주시고 맘껏 즐겨주시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장애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 장애인바둑대회+실버바둑대회에 출전한 400여명이 일제히 경기를 개시하고 있다.


대회장에서는 굳이 말을 걸지 않아도 수많은 사연이 담겨있을 전동훨체어, 목발, 수화통역인 그리고 여러 도우미들을 볼 수 있었다. 몸은 비록 불편해도 바둑판 앞에선 어느 하나 주름진 얼굴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여러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 선수들은 엊저녁부터 인천에 숙박하면서 이 대회 출전을 미리 준비해왔다. 일례로 가장 멀리서 출전한 제주장애인바둑협회 회원들은 “미추홀에 출전한 지 10년쯤 되었다. 이 대회를 일년 중 가장 크게 생각하기에, 이번 대회엔 12명이 참여했다. 바둑은 이미 생활이며 매주 토요일 (제주에선) 장애인바둑교실도 하고 있다. 이번에 입상해보려고 왔다.”며 껄껄 웃었다. 


또한 전동훨체어에 몸을 의지한 여성초급부 노선희 씨는 장애인들의 바둑예찬을 들려주었다. “바둑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지 않아 장애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복지관에서 바둑을 배워 지금은 일 년에 두어 번 대회에 나갈 정도가 되었다. 초심자이긴 하지만, 바둑의 깊은 묘미가 느껴진다. 머리를 쓰고 또 식히기도 하고 철학적인 것 같다. 무엇보다 친구를 사귀는 친화력에 많은 도움이 된다. 새벽부터 나와서 대회가 열리기만 기다렸던 분도 꽤 많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여성초급부에 출전 중인 노선희 씨가 수읽기에 몰두하는 모습..


장애인대회라고 해서 일반아마대회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최강부의 경우 전국대회를 옮겨놓은 듯 출중한 강호들이 즐비했다. 


우승을 차지한 김동한은 내셔널 서울압구정 선수이며, 작년에 이어 또 준우승을 차지한 최욱관은 전직프로였다가 장애2급 판정을 받은 후 아마바둑계에서 활동하고 있고, 역시 전국구인 김동섭은 최근 신장투석을 받게 되면서 장애2급 판정을 받았다. 그 외 선천적인 장애를 겪고 있는 김영문 유남호 안병운 등도 내로라하는 강호들. 


▲최강부는 전국대회 못지 않은 강호들로 즐비했다. 사진은 김동섭-김영문.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관심을 끈 이는 시각장애인 세계챔피언 송중택(58) 씨였다. 아마5단인 그는  송상훈 프로의 부친이기도 한데,  전 대국을 점자바둑판으로 소화하여 주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송중택은 전혀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전맹(全盲)임에도 대국을 치르는데 아무런 애로사항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승승장구할 때마다 주변 관전객들의 탄성을 자아내었다. 그는 이번 대회 준우승에 올랐다.  


그는 특수 제작된 점자바둑판과 바둑알로 대국을 펼쳤다. 바둑판 가로 세로 교차점이 볼록 튀어나와 바둑알을 판에 끼울 수 있도록 되어있다. 흑 돌에는 조그맣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그것으로 흑백을 구분한다. 한편 송씨가 바둑을 둘 때는 도우미가 필요했다. 도우미는 상대의 착점시 대략 어디에 두었는지를 소리로 알려주고 계시기를 대신 눌러주는 역할도 했다. 


▲시각장애인 송중택-손현호 대국 모습. 두 사람은 첫 경기에서 만난 후 결승에서 또 다시 만났다. 점자바둑판으로 대국하는 모습. 대각선 쪽에 앉은 분은 도우미.


“미추홀대회는 장애인대회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장애인선수들에겐 롤 모델이다. 처음엔 ‘우리가 무슨 대회를 하느냐’하는 소극적인 생각을 장애인 스스로가 하고 있었다. 1회 때는 고작 30명을 놓고 대회를 치렀다. 이젠 장애인선수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오늘도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렇게 많이 출전하고 호응해주셔서 비장애인과의 갭을 줄이는데 한몫을 했다. 미추홀 대회는 선수들과 후원자들 그리고 봉사자들 이렇게 3개의 축으로 이뤄진다. 특히 자신의 생업도 팽개치고 대회 도우미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21년째 오롯이 장애인을 위한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는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의 대회 개최 소감이다.


여러 단체들이 힘을 합쳐 소중한 미추홀장애인대회를 만들었다. 21년을 한결같이 도움을 주는 단체들을 굳이 안밝힐 이유는 없다. 전국장애인바둑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인천치과의사협회, 아원기우회, 인천경제정의시민연합, 인천장애인바둑협회, 한국기원기사회, 미추홀기우회, 인천바둑협회 등등이 그들이다.


사진과 함께 대회 분위기를 전한다.



▲ 대회 개막 직전. 내빈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종화 원장, 정혁 인천치과협회장. 김용모 인천바둑협회장, 박남춘 인천시장,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


▲선수 대표 김동석의 선서. 


▲ 시작하자 마자 담소를 거두며 진지모드로 급 변경. 


▲ 여성초급부에 출전한 여성선수들이 대회 시작전에 각종 바둑규칙을 공유하며 긴장된 순간을 보내고 있다.


▲ 대회 개시 시각이 오전 10시임에도 오전 일찍부터 나와 기다리던 분들은 벌써 몇판 씩 두며 기다렸다.


▲ 실버부 결승 장면.


▲장애인바둑협회 이외에도 여러 봉사단체에서 지원을 나왔다. 


▲특히 수화통역은 파란조끼로 구별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현명덕 회장 입회하에 수화통역으로 바둑규정을 설명하고 있다.

▲ 눈길을 모은 시각장애인 바둑세계챔피언 송중택.  


▲ 송종택 씨는 일일이 상대의 착수를 손끝으로 확인하여 대국상황을 머리로 외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 송중택 씨가 수읽기 하는 모습. 바둑알 구분은 흑돌 표면에 약간의 돌기가 있다.


▲대회 기간 내내 지도다면기 행사가 벌어졌다. 멀리 있는 분은 황원준, 가까이 있는 분은 서능욱 프로.


▲ 최강부 우승을 차지한 김동한.


▲최강부 유남호-도인석. 


▲ 미추홀장애인바둑대회도 김종화-곽계순 천사부부의 바둑사랑이 원천이었다.


▲ 각조 시상식 장면. 실버A조 시상엔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좌상), 여성A조 시상엔 황원준 프로(우상), 골드부 시상엔 허혁 인천장애인바둑협회장(좌하), 최강부 시상엔 최병덕 미추홀기우회 회장(우하).


▲사랑의 후원 릴레이. 김종화 원장이 임플란트 후원 3개,  정혁 인천치과협회장이 중증장애인 임플란트 1개를 후원했다. 참고로 임플란트 시술은 100만원을 호가한다고. 사진은 현명덕 회장, 수화봉사자 정미자, 봉사자 윤현숙, 최강부 우승자 김동한, 김종화 원장, 최병덕 인천바둑협회 수석부회장.


▲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 21년동안 본 대회의 산파역을 자임한 그는 '장애인바둑이 체육회에 정가맹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제주장애인바둑협회회원들의 기념촬영. 오른쪽에서 셋째가 송윤호 협회장.


▲ '내년엔 보다 더 건강하게 만나요~!' 휠체어 두대가 헤어지기 못내 아쉬운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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