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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0-19 22:39:05
  • 수정 2019-10-19 22: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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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셔널 챔프전은 '김의 전쟁'이다. 울산금아건설 김상준 감독, 김포원봉루헨스 김일환 감독.

 

바둑은 수읽기능력과 심리적인 부분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개인종목이어서 감독의 조언이나 지시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팀간 격차가 줄어든 지금은 오더구성, 출장 선수의 선택, 상대팀의 전력분석에 있어서 감독의 역할이 새삼 중요하게 부각되고, 자연스레 감독의 카리스마가 강팀이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승부의 현장에서 한발 짝이라도 떨어져 있는 감독은 점점 배제되는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포원봉루헨스 김일환 감독과 울산금아건설 김상준 감독은 닮은 꼴이다. 듬직한 경상도 사나이면서 승부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고 선수단 장악력에서도 엇비슷한 인풍을 보이고 있다. 일사 분란한 선수단의 총화에 힘을 기울이는 두 김감독의 어깨에 챔프전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김포원봉루헨스를 부셔버리겠다!”
다소 오버한 느낌의 이 멘트는 울산금아건설 김상준 감독이 결승행이 확정되자 방송 인터뷰에서 한 것이다. 그가 이번 챔프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잘 대변하고 있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성공’이라는 느슨한 맘이 생길 법한 팀원들에게 에둘러 전의를 불태우고자 함일 테다.

 

“울산이 올라올 것을 예상한다.”
조용한 카리스마 김포원봉루헨스 김일환 감독은 챔프전을 확정지은 다음 방송 인터뷰에서 ‘푸른돌-울산 중 누가 올라올 것 같은가’에 관한 물음에 단호하게 울산을 콕 찍었다. 사실 누구라도 경험 많은 푸른돌의 우세로 여겼겠지만, 이미 김감독은 상대팀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 

 

▲ 김포원봉루헨스 선수단. 부드러운 카리스마 김일환 감독, 이상빈 류승희 이철주 안병모 정찬호.

 

울주(현 울산)출신 김일환(63)은 1974년에 입단했으니 올해 45년차 베테랑 프로다. 시니어 프로들 중에서도 강자로 손꼽히는 강펀치의 소유자이며 현재 시니어리그 삼척해상케이블카 1지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1981년 최고위전 본선에 처음 오른 후, 2001년 입신연승최강전과 2004년 돌씨앗배 프로시니어기전에서 준우승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2014년 시니어바둑클래식에서 최규병에게 패하면서 또 준우승, 역대 은메달만 세 번을 따냈다.

 

▲ 김일환 감독.

 

서슬 퍼렇던 ‘조서시대’에, 그리고 그에 필적하는 ‘도전5강’이 자리하던 시대를 살면서, 또 양재호 최규병 유창혁 등 출중한 후배들의 등쌀에 시달리면서도, 이 정도의 활약을 보였다면 꿀릴 것 없는 대기사의 반열이라고 하겠다.

 

45년간 그가 거둔 성적은 1511전 811승 699패(승률 53.7%). 그의 기풍은 묵직하며 전투형이며 난전을 즐겨한다. 그래서 늘 그를 따라다니는 별명은 ‘패일환’. 최근까지도 그는 소위 압구정멤버로 늘 바둑과 함께 씨름한다.

 

 ▲ 김일환 감독이 시니어리그 삼척해상케이블카팀 1지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내셔널감독으로 취임하게 된 것은 압구정의 후원자인 원봉루헨스 김영돈 회장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감독 초기엔 아마선수들의 특징과 습성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그는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력과 탁월한 승부감각으로서 선수들을 재빨리 파악했고, 원봉루헨스의 스타선수들마저도 그의 부드러움으로 녹여냈다.

 

김감독은 선수들에게 왜 바둑을 이겨야 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대신 못 따라오면 낙오되는 것이 승부세계라는 걸 철칙으로 보여주는 방임주의자다. 정규리그 5~6라운드가 지나면서 김포원봉루헨스는 완전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도 순전히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덕이다. 창단 4년차의 팀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려놓을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만든다.

 

 

 ▲ 울산금아건설선수단. 열혈 울산김독 김상준 김세현 김정우 조은진 김민석.

 

김상준의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기원 연구생시절이 나온다. 워낙 바둑지망생들이 화려무쌍했을 시기였기에 실력은 출중하지만 입단할 시기를 놓친 이무기들이 즐비할 때였다.

 

김상준도 이무기가 되었고, 아마바둑계로 자연스레 진출한 후 당시 최고기전이던 지송배와 삼성카드배 등 메이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입단을 기다렸다. 머지않아 입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덕담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아마바둑계에서 활약상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꿈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 김상준 감독. (사진=경상일보).

 

한국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일본에서 이뤄보고자 홍맑은샘 윤춘호(현 일본 프로)와 함께 청운의 꿈을 안고 현해탄을 건넌다. 그리고 일본기원에 입단대회 참가신청서를 낸다. 그러자 일본기원은 화들짝 놀라 긴급이사회를 소집했고, 이들의 대시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급조한 조항을 넣기에 이른다. 한국이무기들이 입단대회만 나가면 무조건 입단할 실력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벌써 십 수년이 흐른 ‘뉴스’여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김상준은 당시 도쿄 지방법원에서 일본기원의 처사가 부당함을 호소하고 법정다툼까지 벌이게 된다. 부당함에 저항한 용감무쌍한 이가 열혈 김상준이다.

 

▲ 지난 7월 일본 오사카관서기원이사장배에 출전했던 김상준 감독(왼쪽)은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금아건설은 젊은 감독 김상준(37)이 이끈다. 울산은 작년 혹독한 적응기간을 거쳤고 드디어 포스트시즌 결승까지 내달았다.

 

올 시즌 처음 목표는 포스트시즌에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8강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그의 열혈 본능은 뒤가 없는 단판승부에서 빛을 발했다. 8강전 대구와 4강전 푸른돌은 객관적인 전력상 울산보다는 단연 윗길이었다. 게다가 정규시즌에서 두 팀에게 하염없이 내동댕이쳐진 전력도 있었다.

 

그러나 울산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완전 다른 팀이 되었다. 바로 그 이유는 김감독이 아마시절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그때 그 경험'을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그런 그에게 고향 울산은 가슴속에 묻어서 화석이 될 뻔한 그의 승부욕을 끄집어내고 있다.

 

‘레알원봉’ 김포원봉루헨스와 ‘슈퍼주니어’ 울산금아건설 간 내셔널 챔피언결정전 3번기는 오는 21~23일(월~수) 오후6시30분부터 경기도 성남 K바둑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펼쳐진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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