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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0-18 20: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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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원봉루헨스 김영돈 단장과 울산금아건설의 정양관 단장.

 

2019 내셔널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의 꽃 챔피언결정전이 곧 시작된다. 드림리그 1위로 결승까지 진격한 김포원봉루헨스에 비해 드림리그 4위로 가까스로 8강에 턱걸이했던 울산금아건설이 만난 것을 예측한 이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번 김포원봉루헨스-울산금아건설 챔프전 대결은 시니어의 강세(원봉)와 주니어의 강세(울산)로 대별되는 등 확연한 팀컬러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눈에 보이는 전력 이외에 중요한 요소가 또 있으니, 양 팀 단장님들의 열성적인 바둑사랑도 역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단장은 팀의 구단주요, 그 팀이 원봉루헨스나 금아건설처럼 기업이라면 단장님은 기업의 회장님이다. 따라서 제 아무리 바둑을 사랑한다고 해도, 회사를 진두지휘해야 하므로 지방에서 벌어지는 내셔널리그를 주말 2박3일간 직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원봉루헨스 김영돈 단장과 금아건설의 정양관 단장은 선수들의 경기를 직관하는 열혈바둑광이다.

 

  김포원봉루헨스 김영돈 단장은 바둑의 열정만큼은 지고싶지 않다. 내셔널경기를 5시간 동안 서서 관전하는 모습.

 

원봉루헨스 김영돈 단장의 집무실에는 큰 벽걸이 TV가 있고 그 아래 책상엔 두 치짜리 바둑판이 언제라도 복기검토가 가능하게끔 놓여있다. 물론 TV를 켜면 바둑방송에 채널이 맞춰져있다. 

 

창단4년차인 올해는 뜻한 바 있어 그토록 보고 싶은 원봉루헨스 경기를 TV와 인터넷으로만 감상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 지방투어마다 선수단과 같이 행동하며 하루 2경기니까 5시간동안 서서 관전할 정도로 열혈단장이었다.

 

냉온수기 정수기 전문회사 국내효시인 원봉루헨스는 이미 바둑계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지근거리에 있다. 2016~2019년 내셔널리그 4년 연속 출전, 2017년 프로암리그 출전, 2004년 원봉배 개최, 2017년 이후 3년간 원봉 J.S together 개최. 그리고 올해부터 시니어프로리그에서도 바둑사랑을 넓혀왔다.

 

  울산금아건설 정양관 단장도 남부럽지 않은 열정의 소유자. 사진은 올해 내셔널 원봉과 울산의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

 

울산금아건설 정양관 단장도 바쁜 사업의 와중에 울산바둑협회장을 맡아 아예 풀뿌리 바둑계까지 깊숙이 몸을 담갔으니 그 열성 하나만큼은 금메달후보로 손색이 없다.

 

정단장이 후원을 시작한 울산금아건설은 2년 전부터 팀을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팀을 맡은 2년차인 올해엔 막강한 곽원근 김세현 김민석 등 슈퍼주니어를 영입했고 김정우 조은진 등 준수한 시니어를 보유할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정단장의 열성 지원의 일환이었다. 그 결과 울산금아건설은 ‘벌써’ 빛을 보게 된다.

 

정양관 단장도 자기가 뽑은 자신의 선수단을 따라다니는 점은 누구누구와 닮았다. 꼼꼼히 챙겨야 하는 건설사업인지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이라 틈을 내기기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전남 무안에도 참관했고 비행기타고 제주까지 참관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9월 내셔널리그 울산투어에서 개막 인사를 하는 금아건설 정양관 단장.

 

호방한 성격 아마3단의 기력인지라 혹시 참관이 아니라 참견은 아니었을까. 직관하는 경기에서 아깝게 반집을 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때도 속으론 열불 터졌지만 ‘담엔 화끈하게 이기뿌라!’고 등을 두드려준 정도라고.

 

결승행을 확정지은 후 울산 김상준 감독은 인터뷰에서 첫 머리에 “울산에서 환호를 지르고 계실 정단장님이 결승 때는 열 일을 제쳐두고 서울로 올라와 응원전을 펼치겠노라 선언했다”고 방송에 대고 가장 먼저 알렸다.

 

팀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단장이 직접 선수단과 호흡한다는 것은 팀에 관한 무한한 애정에 다름 아니다. 어쩌면 이런 바둑광 단장을 모신 팀들이 결승까지 올라온 것은 우연일 수가 없다.

 

 

사업경영의 모토도 비슷하다. 울산 향토건설업계 1위를 달리는 금아건설은 건설업에서는 흔한 외주공사를 일체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철저한 자기 책임 하에 수읽기를 단행하는 바둑과 비슷한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금아건설은 어떤 사업체든 제대로 서 있기 버거웠을 IMF때 오히려 이러한 뚝심경영이 기회가 된 케이스였다. 남들이 얄팍한 술수를 쓸 때도 자신은 오히려 자신이 구입한 땅에서 참 건설을 하였기에 시장의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위기는 기회다’라는 경영방침도 이때 생겨났다고.

 

 

바로 자신이 손수 지은 탄탄한 울산 금아드림스퀘어건물 300평 규모의 행사장에서 오는 27일 울산광역시장배를 근사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반반한 기업문화를 실천하는 원봉루헨스도 2008년 키코 사태로 수십억 원의 손실을 떠안았을 때 김영돈 단장 역시 외부의 차입금 없이 두텁게 인내 경영을 한 덕에 위기를 넘겼던 추억이 있다. 한판의 바둑을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갈래 중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고 지금은 쓰리지만 두터운 선택이 결국은 바른 길이란 사실을 두 경영자는 몸소 증명해보인 것이다.

 

  김포원봉루헨스 김영돈 단장이 개인 후원한 원봉 J.S together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두 단장은 기분파라는 점에서 몹시 닮았다. 원봉루헨스 김단장은 선수들이 열심히 싸워준 대가를 확실히 지불하는 단장님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에도 연승을 달리던 선수에게 금일봉을 안겨주는 등 아낌없이 선수들의 노고에 대해 보상해준다.

 

금아건설 정단장은 울산이 결승에 올라간 포상으로 다음 달 바로 전 선수단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노라고 발표했다. 초강팀으로 꼽히지 않았던 금아건설이 결승까지 간 것만 해도 충분히 열심히 했다는 뜻일 게다. 물론 ‘결승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당근의 효과도 보겠다는 심오한 수읽기의 발로이리라.

 

두 단장님은 팀의 어른이어서 아들 뻘 팀원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존재임에도 너무나 친근감 있게 팀원과 같이 호흡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부디 두 회장님이 마주하는 날 바둑일보가 근사하게 두 분의 악수사진을 올리도록 하겠다.

 

‘레알원봉’ 김포원봉루헨스와 ‘슈퍼주니어’ 울산금아건설 간 내셔널 챔피언결정전 3번기는 오는 21~23일(월~수) 오후6시30분부터 경기도 성남 K바둑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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