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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0-04 21:37:09
  • 수정 2019-10-05 03: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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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준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사진출처=최종준).

 

이 인터뷰는 1일 대한바둑협회(이하 대바협) 최종준 부회장의 개인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행해졌다. 그는 대바협의 파행행정에 관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위법행정에 관한 처리와 답변을 요구했으나, 대바협 스스로 약속한 9월30일까지도 일언반구의 답변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며 격정을 토로한 내용임을 미리 밝힌다. 향후 대바협에서 이 인터뷰에 대한 해명이나 수정 반론을 제기해온다면 바둑일보는 빠른 시일 내에 게재할 것을 약속한다. <편집자 주>

 

 

체육계 거장으로서 바둑계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어떠했나요?

제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부터 2013년의 기간은 국위선양에서 국민행복으로 스포츠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였습니다. 70개가 넘는 대한체육회 종목 가운데 바둑은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학교체육, 프로스포츠 등 4가지 축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스포츠가 될 수 있겠다고 평소부터 생각해왔습니다. 총장 임기를 마치고 전국체전위원회를 맡았고, 바둑계와 협력해서 당시 숙원사업이었던 전국체전 입성에 성공하게 됩니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분리되고 난 후 대바협 임원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체육회 주요임원으로서 바둑계에 투신한 동기가 있었을까요?

체육회를 나와서 몇몇 산하단체에서 (저를) 불렀지만 특정 단체에 속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 계속 고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8월 신상철 회장 체제에서 대바협 임원으로 활동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 인연이라면 인연이죠. 제 경험이 스포츠바둑으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일조할 수 있겠다 싶어서 2017년 2월 대바협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스포츠바둑이 아직 첫걸음 단계인 바둑계에서 모시기 힘든 분을 모셨다는 얘기가 자자했습니다. 최부회장님 영입은 결론적으로 ‘신의 한수’였다고 보십니까?(웃음)

글쎄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2017년 2월말 상임부회장으로서 대바협 실무를 파악해보니까 역시 행정체계가 허술했습니다. 전결규정이나 운영규정이 없고 예산관리도 안 되어있고…. 실무 팀에서 규정을 안 지키는 일이 자주 나오다보니까 급기야 그에 대한 징계문제 등 복잡한 일들이 생기게 되었죠.

 

▲ 대한바둑협회 신상철 전 회장과 윤수로 현 회장.

 

표현이 좀 그렇습니다만, 소위 ‘민원사태’가 수개월 전부터 바둑계 일각에서 흘러나왔고, 간혹 바둑일보를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바둑인들에겐 와 닿지 않는 생소한 사안입니다. 바둑인들의 알권리를 위해 현재 상황을 간단히 전해주신다면?

단하게 정리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한국스포츠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이 산하단체의 운영체계가 미흡한 점을 그냥 눈 감고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실무팀에서 허위보고도 많았고 결제라인을 패스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당시 신상철 회장에게 위법사항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이미 보고를 드렸고, 그러면서 실무팀과 약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그해 4월부터 내셔널리그 운영위원장을 겸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예산용도와 운영규정 등 상당히 허술한 부분이 많아서 고치려고 했죠. 행정체계를 바로 잡기 위한 ‘투쟁 아닌 투쟁’을 해 온 셈입니다.

 

신임 윤수로 회장 임기 이후에도 그런 갈등의 골은 여전한 분위기인데, 새로운 수장이 왔으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수 있는 건 아닐까요?

2월17일 대바협 보궐선거 후 주변에서 이상한 얘기들이 오가더군요. 하나는 행정소송 중인 전 사무처장을 복직시킨다는 얘기였습니다. 전임 회장이 문제가 많다고 판단하여 실무자를 해임했고, 해임에 불복하며 노동청에 제소하여 1,2심이 엇갈렸어요. 그래서 전임 회장은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그 사무처장을 곧바로 복직시켜버리면 또 다시 불공정행정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새로 당선된 윤수로 회장이 이사회를 열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었습니다. 대의원총회에서 모든 것을 위임받았기에 '그냥 회장이 다 집행하면 된다'는 얘기들이 들려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회장 당선 직후인 2월 하순부터 일부 임원에 대해 조용히 옷을 벗어라는 '강요'가 내려옵니다.(자세한 ‘강요’ 사례는 생략.) 강요한 측의 명분은 새 회장이 멋지게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었죠. 물론 정상적이라면 이념이 다른 임원들은 자연스럽게 그만 두게 되는 것이 일반 조직의 사례일진대, 규정도 맞지 않게 총회에서 저를 포함한 6명의 임원에 대해 불법 해임을 시도하면서 사태는 악화됩니다.

 

 ▲ 대한바둑협회 윤수로 회장.

 

임원 18명 가운데 유독 6명만 해임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판단하시나요?

어떤 조직이든 임기가 보장된 임원을 해임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당사자의 소명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즉결 심판하듯이 몰아내려는 것은 조직의 사유화죠. 스포츠의 4대 악 중 하나가 조직의 사유화입니다. 거수기들로 임원을 채우겠다는 뜻이죠. 보궐선거는 전임 회장의 남은 임기를 일단 대과없이 잘 소화해야 합니다. 당연히 임원들이 반발했지요.

 

당시 총회의 결과는 부결이었고, 다시 총회를 개최하여 재차 반발하고…, 또 대한체육회에서도 이 사안을 알고 있다는 것인데요. 

전격작전이었습니다. 3월9일 첫 총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이 항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강행했고, 결국 근소한 차이로 부결이 됩니다. 부결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또 다시 3월30일 두 번째 총회를 소집합니다. 이번에는 그럴 듯한 해임사유를 붙였는데, 사유 자체가 허위라서 저희를 더욱 분개하게 만들었죠. 새로 바뀐 정책이 있다면 이사들의 동의를 구하면 될 것이었죠. 2년 동안 이사로 활동하고 임원들이 18명이나 존재하는데, 상임부회장을 다시 임명하고 해임되어서 소송중인 직원을 복직시키는, 이런 위법행정을 어떻게 이사회 심의도 없이 회장 맘대로 할 수 있느냐. 몇 차례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대바협에서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3월21일 6명이 공동 명의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를 냈고 22일 대한체육회에 탄원서를 넣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안은 지난 6개월 동안 물밑에서 계속 증폭되고 있었다는 얘긴데요, 체육회의 응대와 그에 관한 대바협 측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대바협은 체육회에 낸 답변서에서 '민원'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답변서 내용이 분개할 만합니다. 1) 대바협은 이사회를 존중한다. 2) 모 인사위원의 사무처장 해임시도는 월권이다. 3) 모 부회장 2인은 대바협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부산○○경찰서에서 ‘반집승부사’와 공모했음을 시인했다.(2018년 2월 대바협 불법행정의 사례를 고발한 ‘딴지일보’의 글쓴이의 익명ID가 ‘반집승부사’.)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라며 또 여러 차례 대바협에 연락을 취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아니, 이사회를 존중한다는 분들이 간담회조차 열지 않습니까? 사무처장 해임 건은 당시 인사위원회 분들 다수의 판단이었고, 명예훼손 건은 100% 있지도 않은 사실이며 심지어 ○○경찰서는 이름도 알지 못합니다.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시절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행사 중인 최종준 부회장. (사진출처=최종준).

 

수차례에 걸쳐서 답변을 요청했는데도 일언반구의 대꾸조차 없었다는 건 제삼자가 듣기에도 믿기 어려운 일인데요, 대한체육회가 이미 대바협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과연 처리했을까 여겨지기도 합니다.

대한체육회는 관여할 수 있는 행정상의 위법사항만으로 두 차례 걸쳐 진상조사를 했습니다. 7월26일 심사결과가 이렇게 최종 통보됩니다. 1) 임원해임 관한 대바협의 행정은 불법으로 인정됨으로 시정하라. 2) 윤수로 회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민원인들과 생산적인 화합조치를 하라. 그럼에도 또 대바협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소위 깔아뭉개고 있어요.(이 대목에서 최부회장은 꽤 흥분했다.)

 

계속 이사회 패싱을 해버리는 것이나 임원의 정당한 요구인 총회회의록, 이사회회의록 등의 미제출도 문제지만, 조직개편· 예산변경· 사무처장 복직· 관리직 임명 등은 모두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8월5일 체육회 조사결과에 따른 건의 및 요청사항 세 가지를 윤수로 회장에게 재차 요청했습니다. 1) 민원사태에 대한 자체조사 실시 2) 상세한 내용을 이사회와 총회에 보고할 것 3)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위법사항에 대해 책임이 있는 관리자에 대해 강력한 징계 요청.

 

지난 5월인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사회를 열었잖습니까?

하도 이사회를 빨리 열라고 독촉하니까 지난 5월15일 마지 못해 열긴 열었어요. 그러나 그 자리 역시 파행을 걸을 수밖에 없었죠. ‘과거 행태’에 관해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일부 이사들의 반발에 대해, 윤수로 회장은 오히려 법무법인에서 '이상이 없다'는 전갈을 받았다며 “만약 제가 당선된 이후 벌어진 일에 불법행정이 있으면 100% 책임지겠다.”고 공언까지 했습니다. 또 새 임원 10명도 이사회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사회에서 먼저 보고하고 차기 총회에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죠. 사실 이런 ‘자잘한’ 위법까지 클레임을 걸다보면 대바협의 전 행정을 다시 원위치 시켜야할 정도입니다. 참 현실적이지 못한 일이죠.

 

체육회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결말을 보고 싶을 것이고, 바둑계로서도 더 이상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을 듯합니다.

제가 이번 인터뷰를 제안한 이유입니다. 상급단체인 체육회의 최종 발표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답변이 없습니다. 보다 못한 체육회가 중재에 나서, 8월26일 윤수로 회장, 정봉수 수석부회장, 체육회 종목육성부장, 그리고 저까지 4명의 면담을 주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또 윤수로 회장은 4가지를 약속했습니다. 1) 임원해임 절차가 잘못된 것은 유감이고 사과한다. 2) 불법행정을 바로 잡을 것이고 향후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3) 문제 원인을 제공한 실무책임자 처벌문제는 본인에게 맡겨 달라. 4) 9월중에 이사회를 개최하겠다.

 

사과는 공식적으로 하는 게 맞고, 9월은 이미 지나가버렸습니다. 쉽게 말해서 하나도 안 지켰습니다. 왜 안 지킨다, 왜 못 지킨다는 얘기도 전혀 없어요. 이렇게 시간만 끌자는 것이 명백합니다.

해임임원으로 지목된 저를 포함한 6명의 임원은 공모니 인사위원회 월권이니 하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대해 형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행정으로 처리를 안 하면 법률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대한바둑협회 사무실.

 

대바협 부회장이면 회장이 일을 잘 수행하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민원이나 내고 클레임만 걸면서 방해한다는 곱지 않은 일부의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이런 골치아픈 문제엔 피로감이 따른다고 봅니다. 그러나 귀찮아도 이 사태의 본질은 제대로 파악하는 게 백년대계를 위해서 옳은 일일 겁니다. 한마디로 이번 ‘민원사태’는 세력 간 다툼이 아닙니다. 그렇게 몰아가고 싶은 세력이 있을 뿐이죠. 불법행정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스포츠바둑으로서 개혁과 발전을 위한 기본적 요소가 흔들린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키만 크면 뭐합니까? 속이 다 썩어만 가는데….

 

스포츠바둑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끝으로 마무리 말씀 바랍니다.

우리 바둑이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식 스포츠로서 전국체전 소년체전도 나가고 아시안게임에도 나갑니다. 지자체에서도 바둑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학교·어르신·여성에 이르기까지 바둑은 단연 활황세입니다. 그러나 스포츠로서의 프로와 아마, 스포츠단체로서의 정관과 규정의 준수.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이해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사람은 유한하지만 조직은 무한합니다. 사람이 일하는 조직은 결코 미래지향적이지 않습니다. 조직의 기능이 발휘되고 거기에 참신한 아이디어가 가미되고 열정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대한바둑협회는 행정수준이 스포츠단체로서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입니다. 특정인의 개성에 따라 조직이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되며, 체제가 단단히 굳기 위해서는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는 경기단체가 필수요건입니다.

 

최종준(69) 프로필
2002년 LG트윈스 프로야구단장
2003년 한국씨름연맹총재대행 겸 사무총장
2005년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장
2006년 대구FC프로축구단장
2009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2013년 대한체육회 체전위원회 부위원장
2014년 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2016년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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