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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6-03 12:59:14
  • 수정 2019-06-03 22: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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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대 바둑춘향 김효영.

 

13세 김효영이 제4대 바둑춘향에 올랐다.

 

3일 남원 광한루에서 속개된 제4회 국제 바둑춘향선발대회 국제춘향부 결승2국에서 김효영은 작년 대회 준우승자 류승희를 맞아 258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0으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어제 오후 벌어진 결승1국에서 김효영은 의외의 완승으로 거둔 바 있다.

 

한편 류승희는 본선2라운드에서 ‘디펜딩춘향’ 아마랭킹1위 김수영을 꺾고 우승이 유력시 되었으나, 조카뻘 소녀에게 부담을 느꼈다. 1국과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무리한 행마로 바둑을 힘들게 이끌다가 결국 형세를 만회하지 못하고 완패했다. 작년에 이어 또 다시 준우승.

 

아무도 이번 춘향배에서 김효영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견한 이는 없었다. 아니, 예선 통과도 어렵다고 보는 게 보편의 시각이었다. 이번 대회는 운도 좋았다. 본선 3라운드까지 모두 외국선수들을 만났고, 마지막 결승에서만 한국여자 강호를 만났던 것.

 

그렇다고 마냥 운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예선에서는 '죽음의 조'를 빠져나왔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연구생 1,2위 김은지 고미소와 내셔널강자 김민주의 틈바구니에서 조2위로 통과한 것 부터가 이변이었다.

 

▲ 남원 광한루에서 치르진 김효영-류승희 결승2국 복기 장면.

 

바둑춘향에 오른 자신을 믿을 수 없었던 김효영은 쏟아지는 인터뷰 세례가 부담스러운 듯 잔뜩 겁을 집어먹어 제대로 인터뷰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 “바둑이 어려워요 인터뷰가 어려워요?” 하고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비로소 “인터뷰요.” 하면서 긴장을 푼다. 보조개가 살짝 드러나는 미소가 깜찍한 김효영은 이제 13살이며 연구생 7조의 ‘어린 춘향’이었다.

 

김효영은 8살 때 바둑학원에서 단수부터 배웠다. 일류들의 예에 비추면 입문은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효영은 바둑에 흠뻑 빠진다. 그러다 열심히 다니던 바둑학원을 끊게 하자 몇일 몇일을 울면서 계속해서 바둑을 떠나기 싫다는 뜻을 강하게 부모님께 표출한다.

 

그렇게 바둑은 운명이 되었다. 초등4학년에 바둑도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때 기력은 한바연 선발전에 나갈 정도. 그후로도 불과 3년 만에 불꽃같은 성장을 거듭하며 급기야 가장 큰 여자아마바둑대회 정상에 서게 되었다.

 

▲ 광한루에서 포즈를 취한 김효영 류승희.

 

“전혀 우승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만큼 올라온 것도 행운이었고 (류승희) 언니가 부담을 많이 느꼈던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서 최정과 같은 대기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김효영을 지도하고 있는 한종진 프로는 “무엇보다 바둑에 임하는 태도가 나이답지 않게 훌륭하다. 바둑판만 보고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점은 대기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덕담해 준다.

 

대회 때마다 자그마한 체구를 더욱 웅크리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던 김효영은 “운 좋게 우승했지만 저보다 잘 두는 언니들은 너무 많아요. 내일부터 또 열심히 바둑 두어야죠.” 하고 긴장이 조금 풀리는 지 비로소 살짝 웃는다. 4대 바둑춘향은 13살 소녀 김효영이다. 

 

▲ 시상식 장면. 김효영  오인섭(시상) 류승희.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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