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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22 16:30:49
  • 수정 2019-04-23 16: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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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아바사 괴산나들이가 충북 괴산군 홍범식 고택에서 진행되었다.

 

괴산(槐山)을 처음 알게 된 건 초딩 시절 사회과부도에서 였다. 일단 ‘괴’라는 글자가 기이하게 느껴졌고, 도시 명 옆에는 철광석과 석탄의 산지라는 뜻으로 삽과 곡괭이 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요즘 괴산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가면서 산골 오지에서 교통 요지로 탈바꿈했다. 지방취재를 다니다 보면 내비게이션은 자주 괴산IC를 스쳐가도록 안내한다. 그래서 기자에게도 괴산은 퍽 친근한 도시가 되고있다.

 

그래서일까. 서울은 물론이요 용인 수원 인천 충주 청주 대구 부산 제주에서도 어렵지 않게들 괴산을 찾아왔다. 뭣하러? 사람내 맡으며 바둑 한 수하러 괴산으로 모여들었다.

 

인구 4만이 채 못 되는 산골 괴산에서 신명나는 한바탕 바둑잔치가 벌어졌다. 지난 주말(21일) 충북 괴산군 홍범식 홍명희 고택에서 치러진 2019 아바사 괴산나들이에 전국 각지에서 삼삼오오 모여든 바둑 임꺽정이 100명을 족히 헤아렸다.

 

고택에서의 바둑 한판은 지금까지 둔 수많은 바둑과 차원이 다른 천상의 한판이었다. 100년을 거슬러 순국열사 홍범식 선생의 비분강개와 그의 아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의 탄생도 이런 사람내나는 삶 속에서 자연스레 잉태되었을 것이다.

 

한복과 판소리와 벗과 막걸리와 붓글씨와 함께 하는 바둑이라… 괴산나들이는 바둑과 함께 하는 역사기행이요 바둑이 빠질 수 없는 문화예술과의 한바탕 멋진 랑데부였다.

 

 ▲ 바깥마당에서는 개막 전부터 많은 임꺽정들이 모여들어 이른 점심을 해결하며 잔을 주고 받는다.

 

괴산나들이는 평소 박수만 치던 우리네 바둑인들을 위하여, 그들이 바둑동네의 주체요 주인임을 피차 격려하는 잔치였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고, 이기면 더 좋고 지면 더 유쾌한 것을 보면 분명 잔치가 맞다. 파티가 아니고.

 

경향에서 모여든 친구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양 스스럼없이 짝을 짓는다. 그리고는 안채 사랑채 툇마루 할 것 없이 남녀노소 준비된 바둑판 앞에 앉으면서 괴산나들이는 시작된다. 참 희한하다. 방금까지 왁자지껄 수다쟁이들이었는데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이렇게 차분해진다. 30대부터 80대까지 할 것 없이 천상 우리들은 '모태바둑인'일까.

 

 

페어바둑으로 두 판씩 질펀하게 두었고, 매판 전 후반 구분도 했다. 아바사 특유의 '작전타임'도 이젠 익숙해졌음인지 별로 신기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작전타임을 적절히 이용하는 여유마저 보인다. 착점 순서가 자주 바뀌기도 하지만 그게 뭔 대수랴. 알았어도 그만이요 몰랐어도 그만이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바둑돌 소리와 함께 우리의 우정도 깊어만 갔다.

 

 ▲ 아바사 괴산나들이의 개막을 알리는 청산 정순오 선생.

 

“바둑과 문화가 접목되어야 그 가치를 더합니다.”(청산 정순오)

 

언제나 한복에 고무신에 긴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괴산명필’ 청산 정순오를 잊으면 아니 된다. 안빈낙도의 전형인 그는 일년을 오로지 이 행사를 위해 산다고 할 만큼 괴산나들이에 지극정성을 쏟는다.

 

괴산이 바둑도시로 편입된 계기는 2015년 선국암바둑대회였다. ‘제2의 고향’ 괴산 갈은계곡에 바둑바위가 있음을 알게 된 청산은 그때부터 괴산을 바둑과 문화예술이 함께 하는 바둑이상향을 꿈꿔왔다.

 

'그 때 그 감흥'을 잊지 못한 청산과 그의 막역한 친구 클럽A7 홍시범 대표가 합심하여 사고를 친 것이 어언 3년전. 바로 그것이 괴산나들이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언젠가 다시 선국암바둑축제가 이어지길 학수고대하는 갸륵한 맘이 담겨있다.

 

한없이 퍼주는 두 남자들의 소박한 꿈이 곧 우리의 꿈이니, 부디 이뤄지길 바라는 맘으로 바둑인들도 함께 기원하도록 함이 어떨는지.

 

"넘쳐남은 나누고 모자람은 채우고!"

 

 ▲ 김혜민 프로의 어머니 박금님, 청산의 부인 '달마당', 괴산군체육회 이한배 수석부회장의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괴산나들이 참여한 임꺽정 명단(68명 무순)
김상범 예경남 김웅한 주준유 박대영 윤태수 이진우 최계성 김용완 동대완 김인식 신재록 남중우 송주찬 박장우 박휘재 조창진 김대완 임종일 한유정 정근택 오갑수 윤석수 오영태 조동철 남미자 김상목 송원덕 최봉수 유재춘 민영식 김진필 손영기 윤인수 고윤중 이미정 임명희 이경순 염정아 박찬희 박금님 이선화 권오숙 김미경 윤종한 이오녕 깁내영 정문진 정규하 김휘동 김현태 정찬우 황의성 노승복 성선경 천희봉 정태완 박노익 한옥석 이영숙 김위원 송정희 이용욱 천병기 이덕중 안병오 김정형 연방희

 

     

▲ 마을 바깥에서 바라본 홍범식 홍명희 고택. 툇마루에 걸터앉아 바둑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꽤 아름답다.

 

▲ 고택입구에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카메라를 든 기자를 보자 일손을 멈추고 웃는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주는 엄마손들. 오른쪽 두번째가 청산의 부인 '달마당' 나미희 씨와 아들.

 

▲ 축제 참가자들이 하나 둘 씩 고택 내부로 들어선다. 입구에서는 행사 후원금 명목으로 금일봉의 내는 분들이 많았다.

 

▲ 후원금을 내면 '아바사화폐'로 교환해준다. 이 화폐는 바깥마당 푸드코트에서 국수 막걸리 부침개 각종 음료 등을 살 수 있다. (혹시 내년을 위해 칼라복사는 하지 마시길. 내년엔 또 다른 일련번호가 찍힐 것이니^^)

 

▲ 흥겨운 사물놀이로 나들이 개시를 알린다.

 

▲ '얼씨구 절씨구!' 좌구산풍물단(단장 홍성순)의 흥겨운 퓨전 풍물놀이.

 

▲ 증평문인협회 김은숙 님의 시 낭송.

 

▲ 한 자리 모이기 어려운 문화예술계 명인들. 붓글씨 명인 청산, 연방희 충북환경연합운동대표, 조귀연 전통문화연구가, 붓명인 유필무, 매설당 차명인 이진우, 도예가 김장의, 아산이순신축제 조직위 박승운. 이들은 2015년 선국암바둑축제 예술부분을 이끈 명인들이다.

 

▲ 바로 이것이 괴산군 갈은구곡의 9곡에 해당하는 선국암 탁본. 신선이 바둑두다 간 자리에 새겨진 선국암(仙局巖)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 '그럼 슬슬 신선이 되어볼까나?' 세상 고뇌를 한꺼번에 다 짊어진 듯 진지한 표정들.

 

▲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세요!' 역시 바둑에서만 볼 수 있는 무릎꿇기 모드.

 

▲ 같은 시각. 바깥마당에서는 붓글씨를 써주는 또한 분의 명필이 있었다. 충북 민예총 서예위원회 위원장인 여천 이종집 선생이다.

 

▲ 이 가족들은 괴산나들이에서 가장 소중한 가훈을 얻었다. '일신일신우일신.'

 

▲ 한 편에서는 청산의 대형 붓글씨 퍼포먼스가 볼만했다. 오른쪽은 부인 달마당이 촬영 중.

 

▲ 본 채에서는 바둑이 깊어간다. 남여노소가 따로 없다.

 

▲ 역시 청산의 쓴 글귀 '함께동행'이 참 잘 어울리는 페어바둑이다.

 

▲ '동행하다 지치면 막걸리 한잔 걸치고~.' 한눈에 귀해 보이는 컬러풀한 바둑판에서 한 수.

 

▲ 퓨전연주그룹 '풍류' 조성환 선생의 피리연주가 안마당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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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주부도박단?' 고스톱이 빠질 수 없다. 다들 일년을 기다려온 고스톱선수들이다.

 

▲ 조애란 명창이 판소리 '흥보가'의 일부를 들려준다. 행사를 위해 경남 창원에서 급거 올라왔다는 조명창은 "고택과 바둑과 판소리는 최고의 조합이었다."고 말했다.

 

▲ 이제는 상품을 퍼주는 시간. 아니, 다들 나눠갖는 시간이다. 가위 바위 보를 통해 자전거를 가져갈 행운을 뽑는다. '과연 누가 당첨 되었을까?'

 

▲ 거짓말같이 오늘 나들이를 위해 고생한 청산의 부인 '달마당' 나미희 씨가 1/9의 확률을 뚫고 자전거를 타 갔다. 자전거를 끄는 이는 맏아들.

 

▲ 바둑 입상자들은 경기미, 유정란, 열무냉면, 표고버섯, 막걸리, 기념타올 등 많은 선물을 한아름 안고 함박웃음을 입에 건 채 집으로 돌아갔다.

 

▲ 고스톱 입상자들도 역시 푸짐한 상품이 주어졌다. 참고로 뒷편 걸개그림의 왼편 사진에 보이는 바위가 선국암이며, 그 위에서 바둑을 두고 대금을 연주하고 차를 마시는 유유자적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저 사진은 2015년 선국암바둑축제 때 기자가 찍은 '작품'임을 자랑하고 싶다^^.)

 

▲ '2020년 4월 셋째주 일요일에 만나요!'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하신 분은 내년 괴산나들이 자동출전권이 주어집니다. 이 사진 속 얼굴들을 잘 기억하세요~!

 

▲ 막 퍼줘야 샘 솟는다는 걸 보여주는 두 사나이. 괴산명필 청산과 A7 홍시범 대표.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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