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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17 16: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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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바둑 4월호 <상큼발랄 바둑캐스터> 코너의 주인공은 승단전의 수호천사 류승희.

 

이 글은 월간바둑 4월호 이영재 기자가 쓴 <상큼발랄 바둑캐스터>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바둑계의 아나테이너를 꿈꾼다

 

아마추어 여자랭킹 3위, 내셔널리그에서 항상 두 자릿수 승수(2017년 10승7패, 2018년 11승6패)를 마크하고 작년엔 최대규모의 아마대회 제2회 참저축은행배 전국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현역 선수로서도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류승희 아마6단.

 

명지대 바둑학과 졸업 후 숭실대학교 미디어학부 대학원에 진학했던 류승희는 2016년 바둑TV 캐스터로 데뷔한다. 2016 올레배 기가찬 바둑열전, 스피드 초점국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바둑 팬들과 첫 만남을 가진 류승희는 여느 바둑캐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던 중 바둑TV의 야심작 <기력측정 챌린지 승단전>의 진행을 맡게 되면서 단번에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강한 기력을 갖고 있지만 아마추어 신분인 류승희 캐스터는 도전자의 편에 선 진행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고, 바둑TV 인기프로그램 <승단전>은 올해 시즌3 <승단전 UNLIMITED>로 다시 돌아왔다. 어느덧 4년차 바둑캐스터가 된 바둑방송의 블루칩 류승희를 만났다.

 

▲ 어렸을 때 배운 피아노에도 재주가 있었던 류승희 바둑캐스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첫 질문이죠. 자랑이 듬뿍 담긴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바둑TV 시청자 여러분, 월간『바둑』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웃음). 아마추어 바둑선수이자 바둑TV의 작가, 바둑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는 류승희입니다.”

 

작년엔 아마추어 바둑대회 성적도 대단했어요. 2017년엔 전국체전 바둑 종목 결승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며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고요.

“작년에 전국대회에서 준우승만 3번 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안동에서 열린 참저축은행배 전국바둑대회예요. 결승에 오르기까지 조민수 아마7단, 전유진 선수 같은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꺾으며 기세를 타서 드디어 한 번 우승하나 했는데…  결승전에서 그만 시간패를 당하고 말았어요. 바둑도 몇 수 안 뒀던 초반이었는데 말이죠.”

 

아니, 어쩌다가 결승전에서 시간패를…?
“당시 참저축은행배 전국바둑대회는 월간『바둑』에도 커버스토리로 소개가 됐었어요(본지 2018년 6월호). 사진을 보시면 안동 군자마을에서 대회가 열린 만큼 바닥에 앉아서 다리 달린 두꺼운 바둑판에 바둑을 뒀는데요, 바둑돌통과 계시기의 거리도 다소 멀어서 익숙지 않았는데 마지막 초읽기에서 그만 바둑돌을 떨어뜨린 거 있죠? 황급히 주워서 착수를 했는데 계시기에선 ‘시간초과, 시간패입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오고… 너무 당황스럽더라고요.”

 

바둑캐스터로 활동한 이후 아마대회 성적도 덩달아 좋아진 게 아닌가 싶은데요. 올해는 꼭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 기대할게요~
“제가 워낙 새가슴이라서 결승만 가면 바들바들 떨어요(웃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적은 여러 번 있는데 전국대회 우승은 아직 못해본 것 같아요. 방송을 시작한 이후에 아마대회에서 예전보다 더 열심히 바둑을 두고 있어요. 사실 제가 다른 바둑캐스터들에 비해 시작이 조금 늦었거든요. 방송 경력이 짧은 만큼 비슷하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요. 바둑캐스터이면서 현역 바둑선수라는 점도 저를 나타낼 수 있는 색깔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에서 종종 연승행진을 벌이는 강타자 류승희.

 

▲ 류승희(오른쪽) 바둑캐스터가 2017 전국체전에 출전해 소속팀 서울에 금메달을 안겼다.

 

연구생 시절 입단1순위로 꼽힐 만큼 기력이 강했는데 어느 순간 바둑계를 떠난 적이 있었어요. 혹시 방송 데뷔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나요?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웃음). 2008년에 바둑을 그만뒀는데, 그때 바둑이 너무 싫었어요. 당시 연구생 서열도 1위였고 직전 입단대회에선 결정국까지 갔기 때문에 딱 한 발만 더 가면 프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바둑을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부모님, 바둑도장 사범님들이 난리가 났었죠. 다시 돌아가도 아마 바둑을 계속 하진 않을 것 같아요. 미련이 하나도 안 남았달까.”

 

조금 의외네요. 지금도 여전히 바둑대회에 출전하고 바둑방송을 진행하는 걸 보면 바둑을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바둑이 좋긴 좋은 건가 할 때도 있어요. 바둑과는 애증의 관계 같아요(웃음).”

 

바둑을 그만둔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그때가 딱 스무살이었는데, 당시 이모부가 계시는 광고 회사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게 됐어요. 광고 지면 카피 같은 건 그때 수도 없이 봤었죠. 술자리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사회 경험도 해봤고요. 다음해에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 진학하면서 다시 바둑계로 돌아오게 됐죠.”

 

대학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아무래도 방송반 활동을 했던 일이 먼저 떠오르네요. 교내 방송을 담당 했었는데 그때 경험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발성이나 발음 같은 부분들이 방송 경력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얘기를 듣거든요.”

 

사실 바둑 관계자들 중에선 류승희 바둑캐스터를 ‘바둑TV 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현재 작가로서의 활동도 계속하고 있나요?
“그럼요. 이번에 시즌3로 다시 돌아온 <승단전 UNLIMITED>에선 방송 진행을 하면서 작가 역할도 함께 맡고 있어요.”

 

작가로서 제작에 참여했던 프로그램들은 어떤 게 있나요?
“가장 먼저 <바둑매거진>이 떠오르네요. 화제의 프로그램이었던 <12주의 기적>, <끝내주는 끝내기>도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던 프로그램들이에요.”

 

바둑TV 작가는 어떤 일을 하나요?
“타 방송에선 작가의 힘이 굉장히 커요. 예능 프로그램에선 작가들이 5~6명씩 붙기도 하고, 작가들이 보통 기획 단계부터 PD와 함께 작업을 하고 대본을 만들거나 섭외하는 과정에도 관여하거든요. 바둑TV는 상대적으로 작가의 역할이 적은 편이에요. 방송에 자막을 넣는 등 후작업을 할 때 주로 참여하게 되고 개막식이나 폐막식 영상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 등을 합니다.”

 

<승단전 UNLIMITED>에선 톡톡 튀는 자막이 인상적이던데, 류승희 캐스터의 작품이었군요?
“재밌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방송에서 자막이 생각보다 중요하거든요. 바둑을 아는 사람들에겐 더 큰 재미를 주고, 바둑을 모르더라도 방송을 볼 수 있도록 기존보다 재밌게 자막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승단전 UNLIMITED>를 함께 하고 있는 바둑TV 유한성·윤상현 PD님이 기회를 주신 덕분이죠.

 

<승단전 UNLIMITED> 오프닝에 등장하는 이현욱 해설위원과 류승희 캐스터의 별명도 직접 만든 건가요?
“이현욱 사범님하고 상의해서 저희가 함께 만들었어요. 이현욱 사범님의 별명인 ‘불사조’는 시즌3가 됐는데도 교체당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걸 표현했고요, 제 별명인 ‘수호천사’는 항상 아마추어 도전자의 편에서 지켜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이현욱 해설위원과의 ‘케미’가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얘기들도 많아요.
“이현욱 사범님께는 어렸을 때 바둑을 배운 적도 있어요. 서로 친한 사이라서 방송 하기도 편하고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가끔 너무 재밌게 하려다가 ‘NG’가 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요.”

 

▲ <승단전>시즌3 녹화현장. 도전자와 딸의 다정한 모습이 방송에 담겼다.

 

▲ 이현욱 八단과 함께 <승단전>의 트레이드 마크 포즈를 취한 류승희 캐스터.

 

말이 나온 김에 함께 방송을 해본 해설자들 얘기를 한 번 해볼까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윤현석 사범님과 함께 고교동문전, GS칼텍스배 등을 진행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이현욱 사범님이 ‘예능’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윤현석 사범님은 정통파예요. 해설자로서 방송 진행을 하지만 프로기사로서의 프라이드도 강하고 보기보다 여리여리한 ‘소녀감성’을 지닌 분이시거든요(웃음). 작년에 캐스터 데뷔 3년차였을 무렵, 바둑TV PD님들이 ‘왜 캐스터들은 하나 같이 해설자 서포터만 하냐’면서 <고교동문전>은 아마추어들이 대국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여기선 해설자들을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윤현석 사범님께는 직접 사사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하늘 같은 ‘사범님’이잖아요. 어려운 미션이었지만 시도를 했죠! 당시 어떤 대국에서 윤 사범님이 해설할 때 얘기했던 결과와 계가 후 나온 승패가 반대였던 일이 있었어요. 보기 드문 형세판단 미스였죠. 그때 제가 “저는 이제 누구를 믿고 진행을 해야 하는 겁니까”라는 멘트를 한 적이 있는데 이게 꽤 화제가 됐어요. 덕분에 방송은 살았는데 윤현석 사범님은 약간 상처를 받으신 것 같아요(웃음). 또 언제는 ‘애창곡’을 얘기하던 도중 노래를 한 번 들려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어요. 윤현석 사범님이‘20년 방송하면서 노래 시킨 진행자는 네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류승희 캐스터의 쾌활하고 씩씩한 점을 매력으로 꼽는 시청자들이 많아요. 향후 어떤 방송인이 되고 싶나요?
“예전에 전현무 아나운서가 예능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맹활약 하던 때에 자신을 ‘아나테이너’라고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합친 말인데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 또한 다른 캐스터들에 비해 다양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획일화된 바둑방송에서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한 <승단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 여러분들께즐거움을 드리고, 세계대회 등 전통적인 기전에선 무게감 있는 진행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바둑TV의 아나테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바둑 4월호 이영재 기자가 쓴 <상큼발랄 바둑캐스터>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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